한국은 2021년 기준 OECD 국가 중 멕시코,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칠레에 이어 다섯 번째로 긴 연평균 1,915시간을 일했다(OECD, 2023). 또한, 장시간 일하는 근로자의 비중도 높은데, 일본의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가 지난 2016년 기준으로 주 49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의 비중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전체 근로자의 32%를 차지해 주요 선진국들(일본, 20%; 미국, 16.4%; 영국, 12.2%; 프랑스, 10.5%; 이탈리아, 9.9%; 독일, 9.3%)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Cho, 2018). 이처럼 대한민국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낮은 생산성, 일과 삶 간 불균형, 스트레스 증가 및 회복의 부족과 같은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한편 주 52시간제, 워라벨, 소확행(小確幸), 휘게(Hygge), 욜로(YOLO) 등의 단어들은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점차 일과 삶의 균형과 웰빙을 추구하려는 강한 욕구를 반영한다. 많은 직장인들은 일상에서 작지만 소소한 행복들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실현되기 위해서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해 일과 후의 삶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이나 고갈로부터 충분한 회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자통신 기술의 발달로 언제 어디서든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문자와 이메일을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서(constant connectivity), 일과 삶의 영역 간의 경계가 위협받고 사람들은 여전히 퇴근 후 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퇴근 후에도 언제든지 회사 동료와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주고받고, 이메일을 확인하게 되어, 퇴근 후 회복의 욕구는 이전보다 더 강해졌지만, 첨단 기술의 발달과 사용이 이를 방해하고 있다. 특히나 최근 COVID-19의 영향으로 근로자의 신체 및 정신적 건강과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반면(SIOP, 2023), 갑작스러운 재택근무의 증가는 일과 가정 사이의 경계가 분명하지 못한 근로자에게 위협이 되었다. 따라서 일과 가정 사이의 경계를 이해하고 일로부터 분리되어 제때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Allen et al., 2021).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일과 후의 회복이 중요하므로 직무 스트레스는 회복과 정적(+) 관계를 가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직무 스트레스와 회복 간에는 부적(-) 관계를 보이는 ‘회복 역설(recovery paradox)’ 현상이 주목받고 있다(Sonnentag, 2018). 본 연구는 국내 직장인 표본을 대상으로 직무 스트레스 요인과 회복 간의 역설적 관계성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특히, 이러한 역설적인 관계를 설명하는 두 가지 가능한 심리적 기제인 부적 활성화와 에너지 자원 고갈의 매개 효과를 검증하고자 하였다.
직무 스트레스와 회복
직업건강심리학자들은 직장인들이 높은 직무 요구(job demand)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중요한 기제로서 ‘일로부터의 회복’에 주목해왔다. 일로부터의 회복은 직무 요구와 일 관련 스트레스에 의해 생긴 신체적, 심리적 긴장(strain)이 풀리거나 줄어드는(unwinding) 과정이다(Craig & Cooper, 1992; Sonnentag & Fritz, 2015). 또한, 회복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동안 활성화된 개인의 기능 체계가 스트레스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 즉, 지치고 피로해진 몸과 마음이 스트레스를 받기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Park et al., 2011; Meijman & Mulder, 1998; Sonnentag & Fritz, 2007).
Sonnentag과 Geurts(2009)는 회복 현상을 과정(process)으로서의 회복과 결과(outcome)로서의 회복으로 구분하였다. 구체적으로, 과정으로서의 회복은 긴장 지표의 변화를 가져오는 회복 활동(activity)과 회복 경험(experience)으로 구분된다. 먼저, 회복 활동은 일과 후의 여가 시간에 사람들이 하는 활동(예, 운동, 책 읽기 등)을 말한다. 한편, 회복 경험은 그러한 활동을 하는 동안 심리적으로 경험하는 것(예, 운동하는 동안 경험하는 일로부터 심리적 분리 또는 책을 읽는 동안 경험하는 휴식)을 의미한다. 반면, 결과로서의 회복은 회복 기간 후(예, 근무 중 휴식시간의 끝, 출근 전 아침)의 개인의 심리적 혹은 생리적 상태를 의미한다(Sonnentag et al., 2017). 본 연구는 과정으로서의 회복 관점에 기반하고 있다.
그간 다양한 연구들에 의하면, 직무 스트레스 요인(job stressors)은 피로와 같은 하루하루의 단기적인 반응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직장인들의 웰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Tenney et al., 2016). 반면, 일로부터의 심리적 분리(detachment)와 같은 구체적인 회복 경험, 운동(exercise)과 같은 실제 회복 활동, 그리고 매일의 회복에 있어 필수적인 수면(sleep)은 회복을 증진하는 과정(recovery enhancing process)을 작동시켜 직무 스트레스 요인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고, 웰빙을 개선한다.
회복 역설: 직무 스트레스와 회복 증진 과정 간의 부적 관계
직무 스트레스 요인에 많이 직면할수록 ‘회복 욕구(need for recovery)’가 증가한다. 회복 욕구란 ‘업무 수행 노력으로 인한 고갈을 회복하고자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강한 욕구(충동)’(Van Veldhoven & Broersen, 2003)로, 과부하 되었거나, 지나치게 예민해지거나, 에너지가 부족하거나, 사회적 상황을 회피하거나, 혹은 수행이 감소하고 있다는 일시적 느낌이다. 그런데 경험적 연구에 의하면, 회복 욕구의 증가와는 달리, 실제 회복 증진 과정은 덜 작동한다. 즉, 사람들이 높은 수준의 직무 스트레스 요인들을 경험하면 일과 후에도 일로부터 잘 분리되지 못하고(Wendsche & Lohmann-Haislah, 2017), 신체 활동을 덜 하며(Stults-Kolehmainen & Sinha, 2014), 수면의 질이 손상된다(Litwiller et al., 2017). Sonnentag(2018)은 스트레스 강도가 너무 강해서 회복 증진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았다. ‘회복 역설’은 심리적 분리, 수면, 운동 등의 여러 회복 증진 과정에서 모두 발생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여러 회복 증진 과정 중 대표적인 회복 경험인 ‘심리적 분리’에 초점을 두었다.
심리적 분리
Sonnentag과 Fritz(2007)는 직무 스트레스에서 회복하도록 돕는 것은 특정한 회복 활동(activity)이기보다는 회복에 이르게 하는 근원적인 심리적 경험(experience)이라고 보고, 일과 후 시간에 이루어지는 ⓵ 심리적 분리(psychological detachment), ⓶ 휴식(relaxation), ⓷ 자기성취(mastery), ⓸ 통제(control)라는 네 가지 심리적 회복 경험을 제시하였다. 네 가지 회복 경험 중 가장 많이 연구되고 웰빙에 가장 중요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switch off”로 비유되는 ‘일로부터의 심리적 분리’이다(Bennett et al., 2018).
직무 스트레스 요인들은 심리적 분리 과정을 방해한다. 횡단 설계 연구의 메타분석에 의하면, 직무 스트레스 요인과 일과 후의 심리적 분리 간의 상관은 -.25였다(Wendsche & Lohmann-Haislah, 2017). 특히 대인 갈등과 더불어 업무 과부하나 시간 압력 같은 요인들이 심리적 분리를 더 어렵게 하였다(Bennett et al., 2018). 종단 연구도 직무 스트레스 요인이 오랜 기간에 걸쳐 일로부터의 심리적 분리를 방해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두 달 간격으로 다섯 번 측정한 Meier와 Cho(2019)의 종단 연구에 의하면, 특정 시점(t)에서의 높은 업무 부하(workload)는 t시점에서의 심리적 분리를 통제한 후에도 다음 시점(t+1)에서의 낮은 심리적 분리를 예측하였다. 따라서 횡단 및 종단 연구 모두에서 직무에서 경험하는 높은 양적 요구는 일로부터의 심리적 분리를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일 수준(day-level) 연구에서도 일과시간에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은 밤에 일로부터 분리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었다(Debrot et al., 2018).
한편, 스트레스 요인의 유형을 고려하면, 피험자 내(within) 연구 결과와 피험자 간(between) 연구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일부 연구에서 특정한 날의 업무 부하나 시간 압력과 같은 양적인 직무 요구는 일과 후 심리적 분리와 유의한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부정적 업무 사건(Bono et al., 2013), 높은 자기-통제 요구(Germeys & De Gieter, 2018), 대인 갈등이나 직장 괴롭힘(bullying)과 같은 대인 스트레스 요인들(Volmer. Binnewies, Sonnentag, & Niessen, 2012)은 저녁 시간에 일로부터 심리적 분리를 어렵게 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상과 같이 심리적 분리라는 회복 증진 과정 연구들을 종합해볼 때, 직무 스트레스 요인과 회복 간의 관계는 일관된 인과관계를 보이기도 하지만, 스트레스 요인 유형과 연구 설계(횡단, 종단, 일일연구 등)에 따라 다소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횡단 연구에서는 다양한 스트레스 요인 유형 간의 큰 차이 없이 회복 증진 과정과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종단 연구에서는 낮은 직무 통제 상태에서의 높은 양적 직무 요구가 오랜 시간에 걸쳐 회복 과정을 방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Oshio et al., 2016). 반면 일일(daily) 프로세스 측면에서 양적 직무 요구는 회복 경험에 그리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Haun et al., 2018; Sonnentag & Bayer, 2005). 그러나 자기 조절 자원 고갈(Germeys & De Gieter, 2018)과 대인 스트레스 요인은 당일의 심리적 분리(Volmer et al., 2012) 및 수면(Brisette & Cohen, 2002)에 모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직무 스트레스 요인의 구분
Sonnentag(2018)은 직무 스트레스 유형 간 차이를 다룬 이전 연구들(Bennett et al., 2018; Nixon et al., 2011)을 토대로 직무 스트레스 요인 간 상반된 효과 대신 스트레스 요인의 부적 효과에 집중했다. 이는 스트레스 요인, 특히 방해 스트레스 요인이 자기 조절 자원을 고갈시키고, 일일 수준의 심리적 분리와 관련이 있다는 이전 연구에 기반하였다(Germeys & De Gieter, 2018). 그러나, 직무 스트레스 요인과 회복 증진 과정을 다룬 연구들을 살펴보면, 상당수에서 직무 스트레스 요인을 도전 요인과 방해 요인으로 구분하는 관점을 채택하였다(예: LePine et al., 2005; Podsakoff et al., 2007, Rodell & Judge, 2009).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회복 역설 현상과 관련하여 직무 스트레스 요인의 차별적인 영향을 함께 검증하고자 했다.
20여 년 전 스트레스 요인을 도전 요인과 방해 요인의 두 범주로 구분하는 도전-방해 스트레스 모형(CHM)이 제안된 후, 이 모형은 연구자와 실무자 모두에게 널리 받아들여졌다(Cavanaugh et al., 2000). 이 모형은 직장에서의 도전 스트레스 요인은 성과와 만족에 긍정적 기여할 수 있지만, 방해 스트레스 요인은 성과 부진이나 불만족과 연관될 것이라고 가정하였다. 또한, 도전 요인에 비해 방해 요인은 더 높은 수준의 심리적, 신체적, 행동적 긴장(strain)과 일관되게 연관될 것이라고 보았다.
본 연구에서는 선행연구에서 시사하는 바와 같이 스트레스 요인을 도전 요인과 방해 요인으로 구분하여 두 유형의 스트레스 요인이 심리적 분리라는 회복 과정에 차별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일반적으로 도전 스트레스 요인은 양적 업무 부하, 시간 압력, 직무 범위, 직무 책임 등이며, 방해 스트레스 요인은 역할 모호성, 역할 갈등, 자원 부족과 같은 상황의 제약, 조직 내 정치, 고용 불안정 등이다. 본 연구에서는 각 유형의 대표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히며(Griffin & Clarke, 2011), 일상적으로 자주 경험하는 것들로 도전 요인의 경우 업무 부하(workload)를, 방해 요인의 경우 역할 갈등(role conflict)에 초점을 두었다.
메타분석 연구에서도 모든 스트레스 요인들이 직무 태도나 직무 수행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는데(LePine et al., 2005; Podsakoff et al., 2007), 방해 스트레스 요인은 직무 수행과 부적으로 관련이 되지만, 도전 스트레스 요인은 정적으로 관련이 되었다. 이는 두 요인이 직무동기, 직무만족, 조직몰입에 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즉, 잠재적으로 자신의 성취나 성장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평가되는 도전 스트레스 요인은 그러한 성취나 성장을 제약할 것으로 평가되는 방해 스트레스 요인과는 분명히 구분되면서 다르게 평가된다.
이러한 선행연구에 기초해볼 때, 방해 스트레스 요인은 심리적 분리를 저해하는 효과를 가질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한편, 도전 스트레스 요인의 경우, 심리적, 신체적, 행동적 긴장과의 관계에서 종종 일관적이지 않은 결과가 발견되기는 했으나, 본 연구에서는 개념적인 구분에 따라 도전 스트레스 요인은 방해 스트레스 요인과 반대의 효과를 가질 것으로 예상하였다. 이는 도전 스트레스 요인이 기업가의 웰빙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Wach 등(2021)의 주장과 일관된다.
위와 같은 논의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설 1-1과 1-2를 설정하였다.
회복 역설의 심리적 기제: 부적 활성화 정서와 에너지 자원 고갈의 매개효과
Sonnentag(2018)은 회복 역설이 발생하는 심리적 기제(매개변인)로 부적 활성화 가설과 에너지 자원 고갈의 두 가설을 제시하였다. 다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본래의 회복 역설 가설에서는 방해 스트레스 요인에 초점을 두었고, 본 연구에서도 도전이 아닌 방해 스트레스 요인만이 본래 가설에서 주장하는 직무 스트레스 요인의 효과와 동일한 방향성을 가질 것이라 예측했기 때문에 아래 매개변인에 대한 탐색에서는 방해 스트레스 요인과 회복 증진 과정 간의 관계에서의 심리적 기제에만 집중하고자 한다.
부적 활성화 가설
이 가설은 직무 스트레스 요인이 높은 상황에서의 높은 부적 활성화(high negative activation)가 회복 과정을 저해할 수 있는 주요 원인이라고 보는 관점이다. 직무 스트레스 요인에 직면하면 부적 각성(negative arousal)이 상승하고 긴장, 분노, 또는 짜증과 같은 부적 정서 상태로 이어진다. 이러한 부적으로 활성화된 정서 상태가 퇴근 이후에도 지속되어 일로부터 심리적 분리가 안 되거나 수면 부족으로 이어져 회복에 어려움을 경험한다.
부적 활성화를 경험하면 심리적 분리가 어려워지는 것은 부적 정서 상태에 있으면 부정적인 인지가 기억에 더 쉽게 남는다는 기분-일치(mood-congruency) 관점으로 설명할 수 있다(Bower, 1981; Judge & Ilies, 2004). 예를 들어, 직무 스트레스 요인에 의해 분노라는 부적 정서가 유발되면 부정적인 직무 속성이나 사건들을 계속해서 생각하게 되므로, 일로부터의 심리적 분리가 저해된다. 높은 부적 상태 정서(negative state emotion)가 반추(rumination)를 유발한다는 연구들(Nolen-Hoeksema et al., 2008; Thomsen, 2006)에서처럼, 직장에서 부적으로 더욱 활성화되면 일과 후에 직장에서 경험한 부정적인 사건에 관한 생각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활성화된 부적 정서 상태(긴장, 짜증, 분노 등)는 고각성 상태로서, 수면에도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Brisette와 Cohen(2002)은 직장 내 대인 갈등과 수면 방해 간의 관계에서 부적 상태 정서가 부분 매개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버스 운전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일일 조사에서, 교대 시간에 측정한 분노 수준이 그날 밤의 불면증과 연관이 있었다(Wagner et al., 2014). Slavish 등(2018)은 일상적인 부적 정서의 평균 수준과 특정한 날의 부적 정서 수준 모두가 수면의 질 저하 및 잠들기 어려움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Yang과 Li(2021)는 233명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요인들과 직장에서의 번영(thriving) 간의 관계를 조사하면서, 두 가지 서로 보완적인 매개변인으로 정서적 긴장(긍정적 정서)과 동기(자기효능감) 경로를 제안하였다. 도전 스트레스 요인은 긍정적 정서와 자기효능감을 증진하여 번영에 기여하였다. 반면 방해 스트레스 요인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더구나, 정서적 경로의 효과는 동기 경로보다 더 큰 효과를 가졌다.
위와 같은 논의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설 2를 설정하였다.
에너지 자원의 고갈 가설
이 가설은 직무 스트레스 요인에 의한 에너지 자원의 고갈이 효과적인 회복을 방해한다고 본다. 에너지 자원이란 개인에게 가치 있거나 다른 가치 있는 것들을 얻는 수단으로 작용하는 대상이나 조건 등을 일컫는 용어로(Hobfoll, 1989), 사람들은 자원을 얻고 유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동기화되며 자원을 손실할 위험에 처하거나 충분한 자원을 얻지 못했을 때 스트레스를 경험한다. 근육을 계속 사용하면 그 근육은 피로해지고 발휘할 힘이 약해지는 것과 같이 오랫동안 자신을 통제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통제를 위한 정신적 에너지 또는 자원이 고갈되어 더는 통제를 잘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지속적인 자기 통제로 정신적인 자원이 줄어드는 것을 자아 고갈(ego depletion)이라고 한다. 자기 통제는 제한된 에너지 자원에 의존하기에 자기 통제를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이면 근육이 피로해지는 것과 비슷하게 제한된 에너지가 감소되고 다른 자기 통제가 필요한 이후의 행위를 어렵게 한다(Lee et al., 2019; Muraven et al., 1998). 따라서 에너지(자원)가 고갈되면 자신의 행동이나 반응을 적절하게 바꾸는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노력이 동반되는 자기 조절의 요소인 자기 통제(self-control) 과정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기에, 자기 조절 또는 통제의 실패는 과식, 알코올 중독, 폭력, 과소비 등과 같은 행동 및 충동 통제의 문제를 낳는다(Baumeister et al., 2007).
따라서 직장에서의 지속적 자기 통제로 에너지 자원이 고갈되면 이후 신체 활동의 감소와 더불어, 심리적 분리도 어려울 수 있다. 즉, 에너지 자원이 고갈되면 업무 중에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자신의 사고 과정과 정서 반응을 통제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자기 조절이 어려운 상태에서는 일과 후에도 업무에 대한 반추를 계속하여 일로부터의 심리적 분리가 방해를 받을 수 있다(Germeys & De Gieter, 2018).
또한, 에너지 자원의 고갈이 수면을 망칠 수도 있다. 탈진하거나 자기 조절 자원이 고갈되면 좋은 수면을 방해하는 행동들(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사용, TV 시청, 커피나 술을 마시기)을 제어하기가 어려워진다(Lanaj et al., 2014). 왜냐하면, 자기 조절을 위한 자원이 고갈되면서 충동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반응 억제(response inhibition)’ 기능도 손상되기 때문이다(Diamond, 2013). 따라서 에너지 자원의 고갈은 직무 스트레스 요인과 회복 증진 과정(심리적 분리)에서 매개변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에너지 자원의 고갈은 업무 중 활동과 업무-비업무 갈등(work-to-nonwork-conflict) 사이를 매개하였는데, 업무 외 상황에서도 자기 조절 자원이 많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업무 중 자원을 많이 사용하면 일과 일 외적인 영역 사이의 갈등을 가져올 수 있다(Clinton et al., 2020).
위와 같은 논의에 따라 다음과 같이 가설 3을 설정하였다.
방 법
참가자 및 절차
본 연구의 참가자는 다양한 조직에 재직 중인 직장인들로, 연구자들의 지인을 중심으로 한 스노우볼 표집(snowball sampling) 방식으로 모집했다(예, Hülsheger et al., 2014)1).
본 연구는 매일의 직무 스트레스 요인의 정도에 따른 회복 증진 과정의 작동 정도와 그 기제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일기조사 방식을 채택하였다. 매일 경험하는 직무 스트레스를 제때 풀지 않으면 업무 중 경험했던 긴장 상태가 이어지고, 이로 인한 스트레인이 축적되어 근로자의 웰빙을 저해할 수 있다(Geurts & Sonnentag, 2006). 또한 일일 연구는 참가자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실시간 데이터를 제공하므로, 짧은 시간이 일어나는 프로세스를 분석하기에 용이하다(Binnewies & Sonnentag, 2013)는 장점이 있다.
연구 참여에 동의한 참가자는 인구통계적 변인을 포함하는 일반 설문에 응답했다. 참가자는 일반 설문에서 일일 설문 응답을 원하는 시간대를 선택하였으며, 이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일일 2회(오전 출근 및 오후 퇴근 무렵) 원하는 시간대에 일일 설문을 위한 링크를 문자로 수신하여 일일 설문에 응답하였다. 연구 참여 의사를 밝힌 총 130명 중 118명의 참가자가 초기 인구통계적 특성 등을 포함하는 일반 설문을 완료했으며, 일일 설문에 전혀 응답하지 않은 2명의 참가자와 개인 내 분산을 포착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이틀 치의 설문에 응답하지 않은 7명의 참가자를 제외하였다(Nezlek, 2011). 또한, 본 설문은 COVID-19 시기에 실시되었음을 고려하여 (2021년 4-5월), 업무 환경을 통제하기 위해 일주일에 네 번 이상 재택근무를 한 15명의 참가자도 제외했다(0회: 83%, 1회: 13%, 2회: 3%, 3회:1%). 따라서 94명의 참가자가 오전 355일(1인당 3.78회), 오후 352일(1인당 3.74회) 설문에 응답한 것을 최종 데이터로 사용하였다. 본 연구문제에 따라 퇴근 무렵의 측정 자료가 다음날 오전 출근 무렵의 측정 자료와 한 쌍을 이루어, 한 개인당 총 네 쌍의 묶음을 분석 자료로 사용하였다. 참가자의 평균 연령은 35.36세(SD = 7.73)이었고, 대다수는 여성(60.6%)이었고, 미혼이었으며(52.7%), 평균 근속 기간은 10.09년(SD = 6.93)이었다.
측정 도구
본 연구에서의 모든 문항은 Likert 5점 척도(1 = 전혀 그렇지 않다, 5 = 매우 그렇다)를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또한, 일기조사의 특성상 응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변인 측정을 위한 문항들은 참조한 원척도의 문항들에서 일부를 추출하였다.
업무 부하. Beehr 등(1976)이 개발한 문항들에서 역문항 1문항을 제외하고 ‘한 사람이 하기에는 너무 많은 일을 해야 했다’와 ‘회사에서 나에게 기대하는 업무의 수준이 너무 높았다’의 두 문항으로 퇴근 무렵에 측정하였으며, 신뢰도는 .75 ~ .87(4일 평균 Cronbach α = .81)이었다.
역할 갈등. Rizzo 등(1970)이 개발한 척도에서 요인 부하가 높은 ‘내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업무를 수행해야만 했다’, ‘모호한 지시나 명령 하에서 일했다’, ‘서로 양립하기 어렵거나 모순된 업무 요청을 받았다’의 세 문항으로 퇴근 무렵에 측정하였으며, 신뢰도는 .83 ~ .86(4일 평균 Cronbach α = .84)이었다.
부적 정서. Watson 등(1988)과 Russell과 Barrett(1999)이 제시한 부적 정서 문항들을 참조하였으며, Choi et al(2005)이 제안한 국내 조직 구성원들의 정서경험의 요인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네 문항(두려운, 짜증난, 화난, 슬픈)으로 퇴근 무렵에 각 정서를 느끼는 정도를 측정하였다. 신뢰도는 .85 ~ .88(4일 평균 Cronbach α = .87)이었다.
에너지 자원 고갈. Twenge 등(2004; Christian & Ellis, 2011 참고)이 개발한 상태 자기-통제 용량 척도(state self-control capacity scale)의 다섯 문항으로 퇴근 무렵에 측정하였다. Lin & Johnson(2015)에서 사용한 축약형 5문항과 심리적 고갈(emotional exhaustion; Maslach et al., 2001)이나 피로(fatigue; Shirom; 1989) 등 유사한 개념을 측정한 척도에서 중복되어 사용되는 표현 등을 참고하여 다섯 문항을 선별하였다. 선별한 문항은 ‘나는 정신적으로 지쳐 있다’, ‘의지력이 사라진 것 같다’, ‘생각하고 집중하는 것이 어렵다’, ‘진이 빠진 느낌이다’, ‘무언가가 나를 유혹하면 빠져들 것 같다’였다. 신뢰도는 .83 ~ .90(4일 평균 Cronbach α = .87)이었다.
두 매개변인의 구성 타당도 및 독립성을 확인하기 위해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Mplus를 사용하여 개인 내/ 개인 간(within/between- person)수준으로 나누어 다수준 확인적 요인분석(MCFA)을 실시한 결과, 두 매개변인을 합친 1요인 모형보다 두 기제를 구분한 2요인 모형이 더 나은 적합도를 보였다(2요인 모형:χ2(46) = 109.94, RMSEA = .06, CFI = .94, TLI = .91, SRMR = .06; 1요인 모형:χ2(48) = 165.37, RMSEA = .08, CFI = .89, TLI = .83, SRMR = .09; ∆χ2(2) = 55.42, p < .001).
심리적 분리. Sonnentag과 Fritz(2007)가 개발하고 Park과 동료들(2011)이 한국어로 번역한 회복 경험 척도 중 심리적 분리 문항들에서 Sonnentag & Fritz(2007)과 Park과 동료들(2011)의 연구에서 요인 부하가 가장 높은 한 문항을 각각 선별하였다. ‘일에 대해 잊었다’, ‘일을 멀리 했다’의 두 문항을 다음날 출근 무렵에 측정하였으며, 신뢰도는 .77 ~ .88(4일 평균 Cronbach α = .81)이었다.
자료 분석
본 연구는 직무 스트레스 요인들과 심리적 분리 간의 관계 및 방해 스트레스 요인과 심리적 분리 사이에 부적 정서와 에너지 자원 고갈의 매개 효과를 검증하고자 하였으며, 본 연구의 자료는 매일 측정의 1수준 자료가 개인의 일반적인 특징을 측정하는 2수준 자료에 포함되는(nested) 구조를 띤다. 따라서 다층 구조방정식 모형(Multilevel Structural Equation Model, MSEM; MacKinnon, 2008; Preacher et al., 2010)을 적용한 다층경로분석(Multilevel Path Analysis)을 실시하였다. 이때 매일의 두 가지 직무 스트레스 요인(업무 부하, 역할 갈등), 부적 정서, 에너지 자원의 고갈, 심리적 분리는 모두 1수준(within-person level) 변인이므로, 독립변인-매개변인-종속변인이 모두 1수준인 1-1-1 매개모형을 설정하여 분석하였다(Tofighi & Theommes, 2014). 측정한 자료를 Mplus Version 7(Muthén & Muthén, 1998-2012)으로 MLR(maximum likelihood robust) 추정 방식을 사용하여 분석 모형에 적합시켰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개인 내 수준의 모든 관계들이 개인 간 수준에서 동일한 효과(fixed slope)를 가질 것이라고 가정하였다. 간접효과 분석 시 불편 추정량(unbiased estimates)을 얻기 위해 경로를 개인 내/개인 간 수준에서 모두 설정하였으며, 이를 통해 개인 내 수준에서 측정된 변인들이 개인 내/개인 간 수준의 분산들로 나뉘기 때문에 변수들을 센터링하지 않았다(Preacher et al., 2010, p. 215). 또한, 매개변인인 부적 정서와 에너지 자원 고갈의 간접효과 신뢰구간을 확인하기 위해 R(R Development Core Team, 2019)에서 RMediation 패키지(Tofighi & MacKinnon, 2011)를 사용하였다. 이 패키지는 부트스트랩 신뢰구간이 아닌 계수들을 곱한 값의 분포(the distribution of the product of the coefficients)를 추정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결 과
기술통계 및 상관분석
본 연구에서 측정한 주요 변인들의 평균, 표준편차 및 상관계수는 표 1과 같다. 개인 내 수준에서 두 직무 스트레스 요인(업무 부하, 역할 갈등), 두 심리적 기제(부적 정서, 에너지 자원 고갈), 그리고 회복 증진 과정인 심리적 분리 사이에 모두 유의한 상관이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도전과 방해 스트레스 요인인 업무 부하와 역할 갈등은 부적 정서와 유의한 정적 상관관계를 보였다(각각 r = .61 r = .63, p < .01). 마찬가지로 업무 부하와 역할 갈등은 에너지 자원의 고갈과도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였다(각각 r = .49, r = .53, p < .01). 즉, 하루 일과 동안 도전과 방해 스트레스 요인의 수준이 높을수록, 부적 정서와 에너지 자원의 고갈을 더욱 많이 경험하는 경향이 있었다. 한편, 두 심리적 기제인 부적 정서와 에너지 자원의 고갈은 심리적 분리와 모두 유의한 부적 상관을 보였다(각각 r = -.34, r = -.23, p < .01). 이는 하루 일과를 마치는 시기에 부적 정서를 많이 경험할수록, 그리고 에너지 자원이 더욱 고갈되었다고 느낄수록 이후 심리적 분리가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표 1.
평균 및 표준편차, 단순 상관, 급내 계수
| 개인 내 수준 | 개인 간 수준 | ICC | 1 | 2 | 3 | 4 | 5 | |||
|---|---|---|---|---|---|---|---|---|---|---|
| M | SD | M | SD | |||||||
| 1. 업무 부하 | 2.83 | 1.06 | 2.82 | .94 | .70 | .60** | .61** | .49** | -.33** | |
| 2. 역할 갈등 | 2.37 | .96 | 2.36 | .81 | .60 | .66** | .63** | .53** | -.23** | |
| 3. 부적 정서 | 2.05 | 1.01 | 2.04 | .88 | .68 | .66** | .72** | .67** | -.34** | |
| 4. 에너지 자원 고갈 | 2.71 | 1.01 | 2.70 | .91 | .72 | .51** | .59** | .75** | -.23** | |
| 5. 심리적 분리 | 3.35 | 1.16 | 3.35 | .94 | .50 | -.42** | -.31** | -.38** | -.22* | |
분산분석
개인 간, 개인 내 분산의 구성을 살피기 위해 급내 상관(intraclass correlation) 값을 표 1에 함께 제시하였다. 연구모형의 주요 변인들의 급내 상관 값은 .50에서 .72에 분포해 있으므로, 전체 분산의 28% ~ 50%가 개인 내 수준의 분산이 차지하였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개인 내 분산의 크기가 상당히 크므로, 본 연구에서는 주요 변인 간의 분산을 개인 내 수준과 개인 간 수준으로 나누어 분석하는 다층 모형 접근을 적용할 수 있었다.
연구모형 분석
본 연구모형의 요인 구조를 검증하기 위하여 각 경로에 대한 다층 확인적 요인분석(Multilevel confirmatory factor analysis)을 실시하였다. 방해 스트레스 요인인 역할 갈등, 두 가지 매개변인, 그리고 심리적 분리를 잇는 총 두 개의 경로에 대하여 개인 내/개인 간 수준에서 모든 문항을 각 요인에 적재시켰다. 두 가지 경로 모두 3요인 모형이 측정 시점에 따라 요인을 나눈 2요인 모형(퇴근 무렵에 측정한 역할 갈등과 매개변인을 하나의 요인으로, 다음날 출근 무렵에 측정한 심리적 분리를 다른 하나의 요인으로 적재)과 모든 변인을 하나의 요인으로 분석한 1요인 모형보다 가장 나은 적합도를 보였다(표 2 참조).
표 2.
다층 확인적 요인 분석
| χ2 | df | RMSEA | CFI | TLI | SRMR (W, B) | |
|---|---|---|---|---|---|---|
| 1. 역할 갈등 – 부적 정서 – 심리적 분리 | ||||||
| 1-1. 3요인 모형 | 85.20 | 46 | 0.05 | 0.96 | 0.93 | 0.05, 0.05 |
| 1-2. 2요인 모형 | 224.16 | 50 | 0.10 | 0.81 | 0.72 | 0.09, 0.07 |
| 1-3. 1요인 모형 | 415.93 | 52 | 0.14 | 0.60 | 0.45 | 0.13, 0.12 |
| 2. 역할 갈등 – 에너지 자원의 고갈 – 심리적 분리 | ||||||
| 2-1. 3요인 모형 | 85.74 | 62 | 0.03 | 0.98 | 0.97 | 0.05, 0.07 |
| 2-2. 2요인 모형 | 293.89 | 66 | 0.09 | 0.79 | 0.72 | 0.09, 0.14 |
| 2-3. 1요인 모형 | 478.52 | 68 | 0.13 | 0.61 | 0.48 | 0.11, 0.17 |
가설 검증
우선, 도전 및 방해 스트레스 요인과 심리적 분리 간의 관계를 검증하기 위해 개인 내 및 개인 간 수준에서 두 가지 경로를 데이터에 적합시켰다.
퇴근 무렵 측정한 도전 및 방해 스트레스 요인이 퇴근 후 경험한 심리적 분리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즉, 업무 부하와 역할 갈등이 각각 심리적 분리와 유의미하게 관련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였다. 그 결과 개인 내 수준에서 매일 퇴근 무렵 보고한 업무 부하는 매일 퇴근 후 경험한 심리적 분리에 유의한 부적 영향을 미친 반면(b = -.21, 95% CI = [-.41, -.01]), 매일 퇴근 무렵 측정한 역할 갈등은 매일 퇴근 후 심리적 분리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b = -.04, 95% CI = [-.21, .13]). 즉, 업무 부하를 더욱 많이 경험한 날에는 일로부터 심리적으로 분리를 덜 하였으나, 역할 갈등은 심리적 분리에는 유의한 관련성을 가지지는 않았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설 1-1과 가설 1-2가 모두 지지되지 않았다.
다음으로, 방해 스트레스 요인과 회복 증진 과정인 심리적 분리 사이에 부적 정서와 에너지 자원 고갈의 매개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개인 내, 개인 간 수준에서 경로를 설정한 두 가지 경로에 데이터를 적합시켜 간접효과의 신뢰구간을 살펴보았다. 즉, 역할 갈등과 두 가지 매개변인(부적 정서, 에너지 자원의 고갈)을 사용하여 총 두 번의 매개모형 분석을 실시하였다. 두 가지 매개모형 분석 결과를 비표준화 계수와 신뢰구간과 함께 표 3, 4에 제시하였다.
표 3.
역할 갈등-부적 정서-심리적 분리 모형에 대한 다층 매개 분석 결과
| 독립변인 | 종속변인 | Estimate | 95% 신뢰구간 | p | |
|---|---|---|---|---|---|
| (SE) | LL | UL | |||
| 개인 내 수준 | |||||
| 계수 | |||||
| 역할 갈등 | 부적 정서 | .34 (.06) | .24 | .45 | <.001 |
| 부적 정서 | 심리적 분리 | -.28 (.10) | -.47 | -.08 | .01 |
| 역할 갈등 | 심리적 분리 | .05 (.08) | -.10 | .20 | .51 |
| 간접효과 | |||||
| 역할 갈등 | 심리적 분리 | -.10 (.04) | -.18 | -.03 | |
| 잔차 분산 | |||||
| 부적 정서 | .28 (.03) | .22 | .34 | <.001 | |
| 심리적 분리 | .64 (.07) | .51 | .77 | <.001 | |
표 4.
역할 갈등-에너지 자원 고갈-심리적 분리 모형에 대한 다층 매개 분석 결과
| 독립변인 | 종속변인 | Estimate | 95% 신뢰구간 | p | |
|---|---|---|---|---|---|
| (SE) | LL | UL | |||
| 개인 내 수준 | |||||
| 계수 | |||||
| 역할 갈등 | 에너지 자원 고갈 | .32 (.05) | .22 | .45 | <.001 |
| 에너지 자원 고갈 | 심리적 분리 | -.24 (.13) | -.34 | .08 | .07 |
| 역할 갈등 | 심리적 분리 | .03 (.08) | -.33 | .01 | .68 |
| 간접 효과 | |||||
| 역할 갈등 | 심리적 분리 | -.08 (0.05) | -.17 | .01 | |
| 잔차 분산 | |||||
| 에너지 자원 고갈 | .25 (0.03) | .29 | .41 | <.001 | |
| 심리적 분리 | .65 (0.07) | .51 | .78 | <.001 | |
그 결과 개인 내 수준에서 매일의 방해 스트레스 요인인 역할 갈등과 매일의 심리적 분리 사이에서 매일의 부적 정서의 매개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b = -.095, 95% CI = [-.18, -.03]). 95% 신뢰구간이 0을 포함하지 않는 것은 역할 갈등과 심리적 분리 사이에 부적 정서의 간접효과가 0과 유의하게 다르므로, 매일의 역할 갈등과 매일의 심리적 분리 사이를 매일의 부적 정서가 유의하게 매개함을 의미한다. 이때 역할 갈등이 심리적 분리에 미치는 직접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부적 정서를 통제한 후 변인 간 유의성 검증을 실시한 결과, 역할 갈등(b = .050, 95% CI = [-.10, .20], p = .51)이 심리적 분리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따라서 가설 2가 지지되었다.
반면, 표 4에서 볼 수 있듯이, 개인 내 수준에서 역할 갈등과 심리적 분리 사이에 에너지 자원의 고갈의 매개 효과는 유의미하지 않았다. 역할 갈등과 심리적 분리 사이의 에너지 자원 고갈의 간접효과에 대한 95% 신뢰구간에 모두 0을 포함하고 있다(b = -.077, 95% CI = [-.17, .01]). 매일의 역할 갈등과 매일의 에너지 자원의 고갈은 정적으로 유의한 관련성을 보였으나(b = .32, 95% CI = [.22, .45], p < .001), 매일의 에너지 자원 고갈과 심리적 분리 간의 상관이 유의하지 않았다(b = -.24, 95% CI = [-.34, .08], p = .07). 또한, 에너지 자원 고갈을 통제한 후 역할 갈등이 심리적 분리에 미치는 직접 효과 또한 모두 유의하지 않았다(b = .03, 95% CI = [-.33, .01], p = .68). 따라서 가설 3은 기각되었다.
추가 분석
회복 역설의 두 가지 심리적 기제가 방해 스트레스 요인과 심리적 분리 사이에 동시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추가 분석을 실시하였다. 이를 위해 개인 내 및 개인 간 수준에서 방해 스트레스 요인인 역할 갈등, 두 가지 심리적 기제(부적 정서, 에너지 자원의 고갈), 그리고 심리적 분리를 포함한 경로를 데이터에 적합시켰다.
그 결과 역할 갈등은 부적 정서(b = .34, 95% CI = [.24, .45], p < .001)와 에너지 자원 고갈(b = .33, 95% CI = [.23, .44], p < .001)과 모두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였다. 그러나 두 가지 기제와 심리적 분리 사이에는 차별적인 결과를 보였다. 즉, 부적 정서는 심리적 분리와 유의한 부적 상관을 보였으나(b = -.23, 95% CI = [-.40, -.05], p = .01), 에너지 자원의 고갈은 심리적 분리와 유의한 관련성을 보이지 않았다(b = -.18, 95% CI = [-.07, .24], p = .27). 마지막으로, 역할 갈등과 심리적 분리 사이에 부적 정서와 에너지 자원의 매개 효과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두 가지 심리적 기제 모두 간접효과의 신뢰구간에 모두 0을 포함하고 있으며(부적 정서: b = -.08, 95% CI = [-.02, .00]; 에너지 자원의 고갈: (b = -.06, 95% CI = [-.02, .00]), 이는 역할 갈등과 심리적 분리의 관계를 유의하게 매개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즉, 예측 변인과 준거 변인 사이에 두 가지 심리적 기제를 모두 포함하여 분석했을 때, 각각의 매개변인의 효과가 유의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의 원인 중 하나로 부적 정서와 에너지 자원의 고갈 사이의 높은 상관관계(1수준 상관: .67)에 기반하여 다중공선성이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론적으로 부적 정서는 정서 기반 메커니즘으로, 에너지 자원의 고갈은 자원 기반 메커니즘으로 서로 구분되는 구성개념(Meier & Cho, 2019)이다. 따라서 두 변인 간 높은 상관에도 불구하고 두 매개 변인 각각을 모형에 포함하여 분석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종합하면, 매일 경험하는 도전 및 방해 스트레스 요인 중 도전 스트레스 요인인 업무 부하만 매일 퇴근 후 경험하는 심리적 분리와 직접적으로 유의한 부적 상관을 보였다. 한편, 방해 스트레스 요인인 역할 갈등과 심리적 분리와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둘 사이를 잇는 심리적 기제의 매개 효과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매일의 역할 갈등과 심리적 분리 사이에서 부적 정서의 매개 효과는 유의하였으나, 에너지 자원 고갈의 경우에는 유의하지 않았다. 이를 종합하면, 높은 방해 스트레스 요인은 회복 증진 과정인 심리적 분리를 강화하는 대신 방해하는데, 이는 선행연구(Sonnentag, 2018)에서 제시한 두 가지 매개변인 중 부적 정서를 통해 유의하였다. 즉, 높은 방해 스트레스 요인을 경험한 날에는 부적으로 더욱 활성화되어 그 결과 퇴근 후 회복 증진 과정이 덜 작동하는 회복 역설 현상이 발생하였음을 확인하였다. 그러나 방해 스트레스 요인의 증가는 에너지 자원의 고갈을 통하여 심리적 분리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즉, 방해 스트레스 요인은 심리적 분리와 직접적인 상관을 보이지 않았으나, 부적 활성화를 통해 심리적 분리와의 유의한 상관을 보였다. 다시 말하면, 방해 스트레스 요인이 회복 증진 과정에 영향을 미쳐 회복 역설 현상을 일으키는 심리적 기제로 부적 활성화만이 유의미하게 작동하였다.
논 의
우리나라의 노동 강도 및 직무 스트레스 수준은 다른 어느 선진국들보다 높은 상황이다. 또한 최근 COVID-19의 영향으로 근로자의 신체적 및 정신적 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따라서 국내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직무수행 과정에서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하면 직장을 떠나 신체와 마음이 다시 회복할 필요성, 즉 회복 욕구의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상황에서 실제로 회복 경험이나 활동을 할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는 회복 역설 현상(Sonnentag, 2018)에 더욱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현상을 본 연구의 맥락에서 보면, 스트레스가 심한 날에는 심리적 분리가 더욱 웰빙에 중요하므로(Park et al., 2018)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퇴근 후에는 회복을 위해 일과 관련된 부정적인 생각이나 반추를 하지 않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심리적 분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본 연구는 Sonnentag(2018)이 제안한 회복 역설 현상의 두 가지 가능한 기제를 설정하고 경험적으로 검증하고자 하였다. 하나는 직무상의 스트레스로 활성화된 부적 정서가 높아지면서 회복 활동이나 경험을 저해할 수 있다는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직무수행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됨으로써 자기 조절이나 통제가 어려워지면서 퇴근 후의 회복 활동이나 회복경험을 하기 어려워진다는 관점이다. 따라서 두 가지 기제를 매개변인으로 설정하여 직무 스트레스 요인과 대표적 회복 증진 과정으로 연구된 심리적 회복 간의 관계를 조사하였다. 특히 직무 스트레스 요인을 도전 요인(업무 부하)과 방해 요인(역할 갈등)으로 구분하여 차별적인 관계성이 나타나는지도 살펴보았다. 결과에 의하면, 도전 스트레스 요인은 심리적 분리와 직접적인 관련성을 보였으나, 방해 스트레스 요인은 두 가지 심리적 기제 중 부적 활성화만을 통해 심리적 분리와 유의미한 관련성을 보였다.
본 연구의 가설들을 중심으로 이러한 결과가 갖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고찰하였다. 첫째, 회복 역설 가설에서 가정하는 직무 스트레스 요인과 회복 증진 과정 간의 부적 관계를 실증적으로 검증한 결과 (가설 1-2), 높은 직무 요구나 스트레스는 심리적 분리를 방해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것은 높은 직무 스트레스는 심리적 분리를 어렵게 한다는 이전 연구들을 재확인하는 것이기도 하면서, 회복 역설의 존재를 보여주는 것이다.
둘째, 도전과 방해 스트레스 요인의 차별적인 효과를 예측한 가설 1-1과 1-2를 검증한 결과, 심리적 분리와의 관계에 있어 방향성에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것은 도전적 요구와 방해적 요구가 심리적 분리 간의 관계에 대한 메타분석에서 두 요구 모두 심리적 분리와 부적인 관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난 결과와 일치한다(Bennett et al., 2018). 더 나아가 이들의 분석에서는 방해적 요구(ρ = -.21)보다 도전적 요구(ρ = -.37)와 더 높은 부적 상관을 보였다. 오래전부터 두 유형의 스트레스 요인이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되어 왔으나, 일관된 연구 결과를 보이지는 않았다. Wach 등(2021)의 연구에서도 도전 스트레스 요인은 개인 간 수준에서는 기업가의 웰빙을 정적으로 예측했으나, 개인 내 수준에서는 예측하지 못했고, 방해 스트레스 요인은 개인 간 수준에서만 기업가의 웰빙을 부적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스트레스 요인 간의 차별적인 효과는 회복 맥락에서도 일관적이지 않았는데, 본 연구 결과 역시 HCM을 지지하지 못했다. Horan 등(2020)은 CHM의 재검토 및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하나의 스트레스 요인이 도전과 방해 요인 모두로 동시에 평가될 수 있다는 점과 특정한 스트레스 요인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도전적이거나 방해적인 것으로 역동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하였다.
셋째, 회복 역설의 심리적 기제는 무엇인지에 대한 가설 2와 3의 두 가지 심리적 기제에서 부적 정서만이 직무 스트레스와 회복 과정 간의 관계를 유의하게 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 영역과 삶의 영역 간의 관계에 대한 파급 효과(spillover effect)에 대한 연구들에서는 파급의 매체로서 부적 정서의 영향에 주목해왔다. 예를 들어, Ilies 등(2015)의 연구에서 교사를 대상으로 10일간 하루 세 번 경험표집법(ESM)으로 조사한 직장에서의 업무 부하가 직장-가정 갈등(WFC)에 미치는 영향에서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피로 중에서 정서적 피로(emotional fatigue)2)만이 유의하게 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분-일치 가설에 따라, 퇴근 후에도 직장에서 경험한 부적 정서와 연관된 사건에 대한 반추로 인하여 심리적 분리를 어렵게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에너지 자원의 고갈은 유의한 매개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정서적 고갈을 경험할수록 퇴근 후 심리적 분리가 유의하게 낮아진다는 기존 연구(Kim et al., 2021)와는 상반된 결과이다. 이것은 다음 세 가지 측면으로 논의해볼 수 있다. 첫째, Baumeister 등(2007)에 의하면, 자기(self)는 자극에 대해 참는 것과 같이 자기 통제 노력을 기울일수록 에너지(자원)가 고갈된 자아 고갈(ego depletion) 상태에 이른다. 그런데 이 자아 고갈 효과가 재현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되었으며, 최근의 연구자들은 자아 고갈에 증거들은 사실은 거의 효과가 없지만 유의한 결과들만이 선별적으로 발표되는 출판 편향(publication bias)이나 p-해킹(p-hacking)에 의한 결과라고 본다(Friese et al., 2019). Friese 등(2019)은 자아 고갈을 다룬 기존 연구들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에서 현재까지의 가용한 증거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하였다. 둘째, 최근 Abdel Hadi 등(2021)의 연구에서도 업무 모의상황(simulation)을 이용한 실험 연구에서, 직무 요구와 퇴근 후 신체 활동 간의 관계에 대한 자기 조절 능력(self-regulatory capacity) 감소의 매개 효과를 검증하였으나 지지 되지 않았다. 이처럼 매개 효과가 지지되지 않은 결과에 대해 자기 통제 또는 조절에서의 일시적 고갈이 반드시 행동적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주장이 있다. 왜냐하면, 직면한 상황에서 자기 조절이나 통제가 요구되는 경우에는 즉각적으로 자원을 동원(보충)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Loschelder & Friese, 2016). 또한, 일부 연구자들은 자기 통제를 ‘자원’ 관점이 아닌 동기(motivation) 및 주의 변경(attentional shift) 과정 관점에서 보기도 한다(Friese et al., 2019). 따라서 오랜 자기 통제 노력이 자원 고갈에 이르는 유일한 기제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자기 조절이나 통제의 동기 또는 주의 과정에 주목할 필요도 있다. 셋째, 측정의 이슈로서, 본 연구와 같은 자기 보고된 에너지 자원 고갈(자기 조절 실패)의 측정은 수축기 혈압이나 동공 확장과 같은 보다 객관적인 자기 조절 관련 측정치들과는 다르다. 자기 보고는 자기 조절 노력에 기인한 주관적(지각된) 상태 변화에 초점을 두는 반면, 객관적 측정치는 자기 조절이 요구되는 과제에 실제 투여한 노력의 수준을 나타내는 것이다(Friese et al., 2019). 향후 연구에서는 지각된 측정치보다 자기 조절의 객관적인 측정치를 사용하여 매개 효과의 가능성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실무적 시사점
Hassard 등(2018)이 일 관련 스트레스(work- related stress)가 일반 사회에 미치는 비용을 주요 서유럽 국가들(호주, 캐나다 포함)의 조사 자료들을 통합하여 분석한 결과, 일 관련 스트레스로 인한 전체 비용은 적게는 2억 2천만 달러(약 2천 5백억 원)에서 많게는 1천 8백 7십억 달러(약 209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비용의 대부분(70~90%)은 생산성 관련 손실로 나타났으며, 나머지 10~30%는 의료비에 해당하였다. 더불어 저자들은 이런 비용 추정치가 일 관련 스트레스를 협소하게 정의하고 모든 비용 요소를 다 포함하지 못한 점을 고려할 때 보수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주요 선진국들에서의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기에, 일 관련 스트레스의 예방 및 감소는 이에 따르는 엄청난 손실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일 관련 스트레스의 예방이나 감소에 있어 회복 경험의 중요성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여러 연구에서 강조하였다. 본 연구는 스트레스가 많은 날에는 회복 활동이 더 많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회복 경험(심리적 분리)을 하지 못하게 되는 ‘회복 역설’ 현상이 실제로 나타나며, 퇴근 무렵의 부적 정서 상태가 이런 역설 현상의 주요 원인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회복 역설’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개입(intervention) 방법을 설계하는 데 있어 본 연구의 결과가 시사하는 바와 같이 정서적 측면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심리적 분리와 관련하여 연구자들이 상당히 관심을 기울인 두 유형의 개입은 경계 관리(boundary management) 및 마음 챙김 훈련(mindfulness training)이다. 현재 순간에 주의를 집중하는 마음 챙김은 퇴근 후 뿐만 아니라 직장 내에서도 간편하게 실시할 수 있기에, 부적 정서를 매개로 한 회복 역설을 억제하는데 이바지할 것으로 보여 주목할 만하다. 뿐만 아니라, 최근 Almén 등(2020)은 10주간의 개입을 설계하여, 참여자들에게 회복 활동을 교육했고, 회복 활동 중에 이완 기법(예: 점진적 근육 이완)을 사용하도록 했다. 통제 집단과 비교했을 때, 실험 집단은 개입 이후, 그리고 석 달 후에 더 낮은 스트레스 지각, 긴장, 번아웃 증상, 불안, 그리고 우울을 보고했다. 본 연구에서는 에너지 고갈과는 달리 부적 정서의 매개 효과가 지지되었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 기업조직의 HR 담당자는 조직 구성원들이 업무 중 휴게 시간 및 퇴근 후 여가 시간을 이용하여 효과적으로 부정적인 정서를 다스릴 수 있도록 회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할 필요가 있겠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부적 정서를 완화하여 조직 구성원들의 회복을 도와,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웰빙과 성과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연구의 제한점 및 향후 연구 제안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제한점을 가진다. 첫째, 본 연구에서 매개변인의 하나로 측정한 부적 정서는 총 네 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었으며, 대부분 활성화된 부적 정서들이었다(다만 ‘슬픈’의 정서는 활성화 수준에서는 중간 정도이다). 예를 들어, Wong 등(2021)은 t1에 측정한 수면의 질과 t2에 측정한 직장 내 부상 간의 관계를 고각성 및 저각성 부적 정서 각각이 매개하는지 검증하였고, 오직 고각성 부적 정서만이 두 변인 간의 관계를 매개함을 밝혔다. 본 연구에서 부적 정서의 매개 효과는 지지되었지만, 측정된 정서들의 활성화 수준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PANAS(Watson et al., 1988)의 ‘신경질적인’ 또는 ‘적대적인’과 같은 다른 정서 단어가 설문지에 포함되었을 때에도 활성화된 부적 정서의 매개효과가 유의한지를 확인하고, 더 나아가 회복 경험이나 회복 활동에 미치는 비활성화된 부적 정서의 영향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직무 스트레스 요인과 운동과 같은 회복 활동이나 심리적 분리 같은 회복 경험 간의 관계에 기저하는 또 다른 매개변인을 고려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퇴근 후의 반추(rumination)로서, 직무상의 요구가 많으면 퇴근 이후에도 반추를 많이 한다(Aronsson et al., 2003). 본 연구에서는 활성화된 부적 정서가 퇴근 후에도 계속 직장에서 있었던 부정적 경험을 반추하는 것으로 추측되지만, 이들 간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살펴보아야 하며, 반추가 회복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본 연구는 선행연구에서 언급한 여러 회복 증진 과정 중 심리적 분리만을 측정하여 회복 역설 현상 여부를 검증하였다. 추후 연구는 심리적 분리를 포함하여 운동, 수면과 같은 다른 회복 증진 과정 측정하여 부적 정서와 에너지 자원 고갈이 직무 스트레스 요인과 회복 증진 과정 사이를 매개하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회복 증진 과정의 종류와 관계 없이 회복 역설 현상이 동일하게 발생하는지, 회복 증진 과정에 따라 다른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는지 검증하여 회복 역설 현상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본 연구는 Sonnentag(2018)에 따라 부적 정서와 에너지 고갈이 심리적 분리를 선행할 것으로 보고, 그에 따라 설문을 설계하여 각각의 매개 효과를 살폈다. 그러나, 대안적으로 심리적 분리의 부정적인 효과로 부적 정서가 증폭되고, 에너지가 고갈될 가능성도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심리적 분리를 측정한 시점 이후에도 부적 정서 및 에너지 고갈을 측정하여 회복 역설 속에서 이 변인들의 관계를 재확인하고, 단기 성과 또는 다음 날의 회복에 미치는 지연 효과를 검증할 수 있겠다.
넷째, 본 연구에서는 부적 활성화 가설과 에너지 자원 고갈 가설을 바탕으로, 국내 표본을 대상으로 회복 역설의 주요한 변인들의 매개 효과를 검증하는 것을 목표하였다. 향후 연구에서는 매개변인 뿐만 아니라, 조절변인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성격이나 성별 또는 결혼 여부(예: Park, 2022)와 같은 개인차 변인을 조사하여 수준 간 상호작용 효과를 탐색할 수 있다. 또한, 학습 목표 지향성(Mehmood & Hamstra, 2021)이나 소명감(Clinton et al., 2017)은 낮은 심리적 분리와 관련되어 있는데, 이러한 개인 간 수준의 변인은 도전 및 방해 스트레스 요인이 회복 증진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직무와 관련된 스마트폰 및 기타 기술 사용은 저녁의 회복 경험에는 부적으로 영향을 미치고(Braukmann et al., 2018; Derks et al., 2014) 아침의 고갈에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Lanaj et al., 2014)으로 연구되어 왔다. 본 연구의 매개 기제인 에너지 고갈 수준이 높거나 부적 정서를 많이 느낄 때 직무와 관련한 기술 사용량이 많다면, 회복 경험은 더 저하될 수 있겠다.
다섯째, 본 연구는 일기조사 방식을 사용하여 일일 수준에서의 회복 역설 현상을 검증하였다. 그러나 다른 수준에서는 반복적으로 검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변인들 간의 관계성이 특정 수준에서만 발견되는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종단 및 실험 연구등의 다양한 설계를 바탕으로 회복 역설 현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검증할 필요가 있다. 회복 역설 현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인 특성 요인들과 시간의 역할 등이 향후 연구에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여섯째, 본 연구에 참여한 연구 참여자들은 대부분 사무실에 근무하는 지식 노동자이므로 다른 직종에 근무하는 직장인에 대한 일반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직장인을 포함하여 회복 역설 가설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실무적 관점에서, 앞으로 회복 역설 상황을 완화하거나 혹은 악화시키는 경계 요인이나 조건들로 개인, 직무, 그리고 조직 요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회복 역설을 극복하기 위한 개인 수준 및 조직 수준의 개입 전략들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1) 스노우볼 방식의 참여자 모집은 조직심리 및 조직행동 분야의 현장 연구에서 사용되는 방법이며, 특히 일기조사는 참여자에게 상당한 수준의 시간과 헌신을 요구하므로 자주 사용된다(Conway & Briner, 2002).
2) 이 연구에서 정서적 피곤은 ‘긴장한’, ‘불안한’, ‘걱정되는’, ‘괴로운’ 등의 문항으로 측정되었는데, 대부분 활성화된 부적 정서이다. 반면 인지적 피곤은 ‘집중하기 어려웠다’, ‘명료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등의 문항을 사용하였다.
참고문헌
Cho, H. (2018, July 15). 韓 작년 근로시간 OECD 3위 … 장시간 근로자 비중 32% ‘압도’. Newsis. https://newsis.com/view/?id=NISX20180713_0000363489&cID=10401&pID=10400
Meijman, T. F., & Mulder, G. (1998). Psychological aspects of workload. In P. J. D. Drenth, H. Thierry, & C. J. Wolff (Eds.), Handbook of work and organizational psychology: Work psychology (Vol. 2, pp. 5-33). https://www.routledge.com/A-Handbook-of-Work-and-Organizational-Psychology-Volume-2-Work-Psychology/harles-e-olff-Drenth-HENK/p/book/9780863775239
Muthén, L., & Muthén, B. (2013). Mplus (Version 7). http://www.statmodel.com/index.shtml
R Core Team (2019). R: A language and environment for statistical computing. Vienna, Austria: R Foundation for Statistical Computing. Available from https://www.R-project.org/
SIOP (2023). Top 10 work trends 2022. https://www.siop.org/Business-Resources/Top-10-Work-Trends. (accessed on 14 February 2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