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심리사(psychologists), 전문상담사(professional counselors) 등 심리전문가는 우리가 겪는 다양한 심리적 문제나 정신장애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심리학적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그 문제 등의 해결과 삶의 질을 향상을 위해 다양한 도움을 제공함으로써 시민의 정신건강 증진에 기여한다. 예를 들어, 지난 3여 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심리전문가들은 정서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돕고, 의료진의 소진을 방지하는 등 시민의 정신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하기 위해 노력했다(Karekla et al., 2021; Rehman & Lela, 2020). 국내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부터 한국심리학회가 당시 질병관리본부(현재 질병관리청)와 협력하여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 극복을 위한 ‘심리적 방역’ 차원의 전문 심리 상담을 무료로 지원했다(Choi & Lee, 2022). 또한, 핀란드에서 1986년부터 10년 계획으로 시작된 ‘자살 예방 프로젝트(Itsemurhien ehkäisyprojektin)’는 자살 방지에 있어 심리전문가의 효과적 기여를 방증했다.1) 핀란드는 1960년대부터 급증하던 자살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자살을 시도했던 사람들을 지원하는 자살 예방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이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심리전문가를 국가 차원에서 적극 양성하였다(Choi & Lee, 2022). OECD 회원국 중 20여 년간 자살률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2012년 제정된 ‘자살예방법’에 따라 자살예방정책이 추진되면서 심리전문가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시민의 정신건강 증진에 대한 심리전문가의 기여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는 심리전문가의 자격에 관한 기본법이 제정되어 있지 않다. 201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는 한국 정부에 대한 권고안을 통해 시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입원 중심 치료에서 지역사회 기반의 정신건강 치료로의 전환’, ‘심리치료(psychotherapy)에 대한 접근성 확대’, ‘국가 정신건강 관리체계 개선 및 관련 리더십 강화’를 제안하였다(Kim & Yang, 2013).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는 자살률 등 정신건강 지표와 행복 및 삶의 질 지표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의 원인 중 하나로 “심리사제도가 부재하여 타 OECD 회원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정신장애 예방, 경도 및 중등도 정신건강문제 개입, 근거 기반 심리서비스 제공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Choi & Lee, 2022).
늦은 감은 있으나, 2023년 7월 현재 제21대 국회에는 ‘심리상담사법안’(최종윤 의원 대표발의), ‘국민 마음건강증진 및 심리상담지원에 관한 법률안’(전봉민 의원 대표발의), ‘심리사법안’(서정숙 의원 대표발의) 그리고 ‘상담사법안’(심상정 의원 대표발의) 등 심리전문가 등의 자격을 다룬 4개의 법안이 발의되어 계류 중이다. 각 법안은 심리상담, 심리평가 등을 주요 업무로 하는 전문자격의 명칭을 상담사, 심리사, 심리상담사 등으로 다르게 규정할 뿐만 아니라, 자격시험 응시 조건, 수련요건, 경과규정 조항 등도 다르게 정하고 있다. 그러나 각 법안은 심리상담사, 심리사, 상담사 등의 자격을 갖춘 사람만이 심리심사, 심리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업무 독점형 자격제도를 취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유형의 대표적인 자격으로는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법안 발의를 전후로 국내 학계에서는 심리전문가 자격제도의 법제화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논의의 흐름은 크게 심리전문가 자격제도의 필요성 및 그에 대한 인식 등에 관한 기초연구, 해외 심리전문가 자격제도 소개, 발의된 법안의 상이점에 대한 비교․분석으로 나뉜다. 우선 기초연구는 심리전문가 자격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분석, ‘상담’, ‘심리상담’, ‘심리사’ 등 심리전문가 자격제도의 내용을 구성하는 개념에 대한 분석 등이 주를 이룬다(e.g. Choi & Lee, 2022; I.G. Kim, 2022b; Kim et al., 2012; Park et al., 2022; Seong et al., 2022; Seong et al., 2023). 다음으로 해외 심리전문가 자격제도에 관한 연구는 관련 자격제도의 역사가 오래된 국가인 미국, 캐나다, 영국의 법제를 소개하거나 대만, 일본 등과 같이 비교적 최근 관련 자격제도를 법제화한 사례를 소개하고 시사점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둔다(e.g. Kim, Choi & Cheong, 2021; Na, Heo, & Lee, 2021; Ro, Kim & Choi, 2022; Seong & Lee, 2022; Seong et al., 2022; Shin & Lee, 2021). 마지막으로 법안 비교․분석 연구는 각 법안에서 규정하고 있는 응시 자격, 수련요건, 경과규정 조항 등의 비교를 바탕으로 어떤 법안이 우리나라 현실에 적절한지 살펴보는 데 그 주된 목적을 둔다(e.g. An et al., 2022a; An et al., 2022b; Y. Kim, 2022; I.G. Kim, 2022a; Kim & Kim, 2021; Park, Chang & Chung, 2022).
그런데 이와 같은 심리전문가 자격제도에 관한 논의는 해당 자격의 법제화를 ‘당위’로 전제하고 법제에 담을 구체적인 사항에 천착하고 있다. 심리전문가 자격제도의 법제화에 따르는 법적 쟁점에 관한 논의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물론 논의 지형이 심리학계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기에 심리전문가 자격제도 법제화의 당위성이 자연스럽게 전제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심리전문가 자격제도 법제화에는 짚고 넘어가야 할 다양한 법적 쟁점이 있다. 이에 이 글에서는 심리전문가 자격제도 법제화의 법적 의미와 그 법제화에 있어 고려해야 할 헌법적 쟁점이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국가의 책무와 심리전문가 자격제도의 관계를 알아보고, 심리전문가 자격제도의 법제화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건을 논의하고, 전문적 표현과 지식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심리전문가 자격제도 법제화를 재해석한다.
본 론
국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국가의 책무와 심리전문가 자격제도
헌법 제36조 제3항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보건, 즉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국가적 급부와 배려를 요구할 수 있는 ‘보건권’을 가진다. 헌법재판소는 보건권과 관련해서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소극적으로 침해하여서는 아니 될 의무를 부담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국민의 보건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라고 판시함으로써 국민의 건강한 생활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확인하였다(헌재 2009. 11. 26. 2007헌마734). 세계보건기구헌장 전문에 따르면, 건강은 “질병에 걸리지 않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뿐만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건강하고 행복한 상태”이다. 따라서 국가는 국민의 정신적 건강에 대해서도 보호 의무를 부담한다.
‘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이라 한다)은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 제2조는 “모든 국민은 정신질환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제1항), “모든 정신질환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고, 최적의 치료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제2항), “모든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지 아니한다.”(제3항)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정신질환을 예방․치료하며, 사회적응 촉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같은 법 제4조).
그런데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정신질환자를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자로 정의하고 있어 중증 정신질환에 이르지 않은 사람의 정신건강 문제나 일반인의 정신건강 증진 문제가 축소되었다는 우려도 있다(Choi, 2017). 그러나 “이러한 정의 규정은 우울증 등 경증 환자의 취업 활동 등에 불필요한 사회적 편견이 작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일 뿐” 우울, 불안 장애 등 경도 및 중등도의 정신질환자도 정신건강복지법의 보호를 받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Kim & Son, 2023). 또한, 이 법 제2장에 ‘정신건강 증진 정책의 추진’을 신설하여 일반 국민에 대한 정신건강 서비스 제공 근거가 마련되었다(같은 법 제7조~제18조).
정신건강복지법과 같은 규범이 마련되었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정신질환 유병률에 비해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 경험률이 매우 낮다. 2021년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신장애 평생 유병률은 27.8%(남자 32.7%, 여자 22.9%)로 성인 4명 중 1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지만, 정신장애로 진단받은 사람 중 전문가의 도움을 받은 사람의 비율은 12.1%에 불과했다(국립정신건강센터, 2022). 최근 1년 사이에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응답률은 7.2%로 40%를 넘는 미국 국민의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1년 이용률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Center for Behavioral Health Statistics and Quality, 2016). 이와 마찬가지로 서울 시민의 경우에도 정신건강 서비스(정신건강의학과, 공공기관, 민간심리상담소 등)를 이용해 본 적 있다는 응답 비율이 10.2%에 불과했다(이재경, 2022). 정신질환 유병률에 비해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 경험률이 매우 낮은 이유로는 병식의 부재나 의욕 저하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을 꺼리는 문화가 지적되기도 한다(Kim & Son, 2023).
정신질환 유병률에 비해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 경험률이 현저히 낮다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심리사와 같은 심리전문가가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OECD는 우울, 불안 장애 등과 같이 유병률이 높아 일상적으로 여겨지는 경도 및 중등도 정신장애에 대한 심리적 개입을 위한 정신건강 증진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Choi & Lee, 2022). 국가적 차원에서 심리전문가를 양성하고, 메디케어(Medicare) 제도를 통해 정신건강 전문가들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한 호주 사례는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 증가에 심리사가 크게 기여했음을 잘 보여준다(Choi & Lee, 2022). 또한 영국의 국가보건성(National Health Service)에서 개발하여 보급한 근거 기반 심리학적 치료 프로그램 IAPT(Improving Access to Psychological Therapy) 사업 실적은 경도 및 중등도 정신질환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 해결에 있어 심리사와 같은 심리전문가의 핵심적 역할을 잘 보여준다(Choi & Lee, 2022).
이처럼 심리전문가는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조기에 개입함으로써 정신장애를 예방하고 경도 및 중등도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심리전문가 자격에 관한 기본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이와 같은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전문성을 지닌 심리전문가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2011~2012년 OECD 조사에 따르면, OECD 평균 정신건강 체계 내에서 활동하는 심리사의 수는 인구 10만 명당 26명인데 반해 한국의 경우에는 0.65명(정신건강임상심리사 수로 대체 보고됨)에 불과하다(OECD, 2014).
심리전문가가 극히 부족한 상황에서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온전히 이행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심리전문가 양성 제도의 마련이 급선무이다. 현재 심리전문가 자격이라고 할 수 있는 국가전문자격으로는 정신건강임상심리사가, 국가기술자격으로는 임상심리사가 있다. 그리고 민간자격 중 전문 학술단체가 관리하는 심리전문가 자격으로는 한국심리학회 산하 한국임상심리학회의 임상심리전문가, 한국심리학회 산하 한국상담심리학회의 상담심리사, 한국상담학회의 전문상담사가 있다. 이들 자격을 인정받기 학력 조건으로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상담이나 심리학 관련 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하여야 한다(단, 임상심리사 2급 응시 자격은 학부 전공 불문). 그리고 자격자의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일정한 학력 조건에 1년 이상 실습이나 수련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자격이나 전문학술단체가 인정하는 민간자격으로서의 심리전문가 자격은 위의 다섯 가지에 불과하고, 270여 종에 달하는 심리서비스 관련 민간자격은 교육과 수련이 부족한 상태에서 발행되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심리전문가 자격제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국민의 정신건강 체계 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심리전문가를 확보해야 한다. 새롭게 도입되는 심리전문가 자격제도에 관한 법률에 경과 규정을 둠으로써 현재 전문 학술단체에서 발행한 심리전문가 자격증 소지자 약 5,000명을 소정의 절차를 거쳐 국가자격증 소지자로 인정할 수 있고, 매년 800명의 심리전문가를 10년 동안 양성하면 OECD 평균 심리전문가 인력 규모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Choi & Lee, 2022).
직업 선택의 자유와 심리전문가 자격제도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국가 책무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심리전문가 자격제도를 법제화한다면 직업 선택의 자유 제한이라는 헌법적 쟁점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아래에서는 심리전문가 자격제도 법제화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직업 선택의 자유 제한에 관해 살펴본다.
직업 선택의 자유
헌법 제15조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자신이 원하는 바에 따라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직업이란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계속적인 소득 활동”이고, 직업 선택의 자유에는 직업 결정의 자유, 직업 종사(수행)의 자유, 전직의 자유 등이 포함된다(헌재 1993. 5. 13. 92헌마80).2)
직업 선택의 자유도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제한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안전을 다루거나 전문적 지식과 기술이 있어야 하는 직업에 대해서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써 해당 직업을 수행하기 위해 일정한 자격을 요구함으로써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헌재 1997. 10. 30. 96헌마109). 이처럼 법률로써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금지해 놓은 후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에만 직업 선택의 자유를 회복시켜 줌으로써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안전이 두텁게 보호되고, 특정 직업의 전문성이 보장된다.
심리전문가의 주된 업무는 내담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정서적 지지를 표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울이나 불안 장애 또는 자살 충동 등의 정신건강 문제를 평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근거에 기초한 전략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이처럼 심리전문가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안전을 다루며, 심리평가와 심리치료 등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전문지식과 기술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심리전문가라는 직업의 선택에는 법정 자격요건을 부과하는 등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제한이 따르는 것이 마땅하다.
자격의 유형
심리전문가의 자격은 어떤 유형의 자격이어야 할까? 우선 자격의 의미를 살펴보자. 자격에 관한 국내 일반법으로는 자격기본법과 국가기술자격법이 있다. 자격기본법 제2조에 의하면, ‘자격’은 “직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기술․소양 등의 습득 정도가 일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평가 또는 인정된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국내법에서의 자격은 전문직업과 관련된 자격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어 OECD에서 정의하는 자격(qualifications) 개념, 즉 ‘모든 학습의 결과 인정(unit of recognised outcome of learning)’에 비해 상당히 좁은 개념이다(Kim, 2010).
그리고 자격기본법 제2조는 자격을 국가자격과 민간자격으로 나눈다. ‘국가자격’은 “법령에 따라 국가가 신설하여 관리․운영하는 자격”을, ‘민간자격’은 “국가 외의 자가 신설하여 관리․운영하는 자격”을 의미한다. 또한 국가기술자격법 제2조 제1호에 의하면, ‘국가기술자격’은 “자격기본법에 따른 국가자격 중 산업과 관련이 있는 기술․기능 및 서비스 분야의 자격”을 말한다.
현행법상 인정되는 자격은 자격의 기능에 따라 ‘업무 독점형 자격’과 ‘능력인정형 자격’으로도 나눌 수 있다(Kim, 2010). 전자는 해당 자격이 없으면 그 업무에 종사할 수 없는 자격이고, 후자는 해당 분야의 일정한 기능과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자격이다. 업무독점형 자격에는 자격자가 직접 해당 업무에 종사해야 하는 ‘면허형 자격’(예: 의사, 변호사 등)과 피고용인이 반드시 자격자여야 하는 ‘의무 고용형 자격’(예: 영양사, 가스안전기사 등)이 있다. 한편 업무 자체를 제약하지는 않지만 기술․기능 등을 국가가 공인함으로써 직업능력 향상을 기하기 위해 자격자에게 특정 자격 명칭을 부여하는 ‘명칭 독점형 자격’도 있다(법제처, 2022).
그리고 자격은 그 내용에 따라서는 ‘전문자격’과 ‘일반자격’으로도 나뉜다(Kim, 2010). 전자는 특정 업무에 종사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의 습득 정도를 나타내고, 후자는 여러 업무에 걸쳐 직무수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의 습득 정도를 나타내는 자격이다. 의사나 변호사가 진문자격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고, 워드프로세서 자격이나 정보처리기사 자격 등이 일반자격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심리전문가 자격에 관한 법안들은 전문자격을 전제로 한 면허형 자격제도를 취하고 있다. 심리상담사법안 제4조, 마음건강증진법안 제4조, 심리사법안 제4조, 상담사법안 제29조는 각 법안에서 정한 자격자가 아닌 사람이 다른 법률에서 달리 정하지 아니하는 한 각 법안에서 정한 업무를 업으로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각 법안은 일정한 학력 수준과 실무수련 경력으로 구성된 응시 자격을 정함으로써 심리전문가의 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과 기술 습득 정도를 자격요건으로 삼고 있다.
직업 선택의 자유 제한의 목적
특정 업무 분야에 어떤 유형의 자격제도를 적용할 것인지 그리고 그 자격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는 문제는, 입법자가 그 제도의 도입 배경과 목적, 해당 직업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합목적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할 입법정책의 문제이다(헌재 1997. 10. 30. 96헌마109).
면허형 자격제도 도입과 그 자격요건 규정을 통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목적은 대체로 공공복리 유지 및 증진이다. 다시 말해, 면허형 자격제도는 누구에게나 제한 없이 특정 업무에 종사하도록 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공공의 손실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다. 예를 들어,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것(헌재 2010. 7. 29. 2008헌가19 등), 물리치료사와 임상병리사의 독자적인 영업을 금지하고 의사의 지도하에서만 영업할 수 있도록 한 것(헌재 1996. 4. 25. 94헌마129 등), 사법시험 제1차 시험 응시 자격을 35학점 이상의 법학 과목을 이수한 자에 만 부여하는 것(헌재 2007. 4. 26. 2003헌마947 등), 공인회계사 시험 응시 자격을 대학 등에서 일정 과목에 대하여 일정 학점을 이수하거나 학점 인정을 받은 사람으로 제한하는 것(헌재 2013. 5. 30. 2011헌마131) 등이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공공복리를 위한 직업 선택의 자유 제한으로 인정된다.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심리전문가 자격에 관한 법안들처럼 심리전문가 자격을 전문자격이면서 면허형 자격으로 정하는 것은 공공복리의 유지 및 증진이라는 공익적 목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전문적 지식과 기술 그리고 직업윤리 의식이 충분하지 않은 상담자는 상담 과정에서 내담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성적인 문제에서 내담자의 피해 사례가 많이 보고되어 왔다(Kim et al., 2012). 예를 들어, 성폭력 피해자의 트라우마 치료 과정에서 상담심리사가 전문적 수련을 받지 않은 신체 중심 접근법인 ‘Somatic Experiencing’ 기법을 내담자에게 과도하게 적용함으로써 내담자에게 트라우마를 재경험하게 한 사례는 부적절한 개입으로 인한 정신건강 침해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3) 그리고 이처럼 내담자가 피해를 볼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 자격 박탈 기준 및 절차를 정하고 상당 수준의 윤리교육 이수를 자격취득 요건으로 삼는 등 철저한 자격관리가 가능하게 하려면 전문자격 제도가 필요하다.
직업 선택의 자유 제한의 방법 및 한계
자격제도에 관한 법률로써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경우에도 그 제한의 방법이 합리적이어야 하고, 과잉 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어서는 안 된다. 헌법재판소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때 헌법 제37조 제2항에 의거한 비례의 원칙을 적용한다. 즉, 자격제도에 관한 법률의 목적이 공익상의 이유로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입법 목적의 정당성), 입법자가 선택한 수단이 의도한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에 적정해야 하며(수단의 적정성),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동일하게 적절한 수단 중에서 기본권을 되도록 적게 제한하는 수단을 선택해야 하고(침해의 최소성), 제한의 정도와 공익의 비중을 비교․형량하여 추구하는 입법 목적과 선정된 입법 수단 사이의 균형적인 비례관계(법익의 균형성)가 성립하여야 한다(헌재 2005. 2. 3. 2003헌마930).
앞서 살펴본 것처럼 심리전문가 자격제도의 입법 목적은 부적절한 심리적 개입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국민 정신건강상 피해를 방지하는 것으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당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된 자격제도는 심리전문가의 지식과 기술 그리고 직업윤리 의식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부적절한 심리적 개입의 가능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적정성도 인정될 수 있다.
남은 문제는 구체적으로 설정된 심리전문가 자격요건이 국민 정신건강상 피해 방지라는 목적에 비하여 직업 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확립한 단계이론에 따르면, 자격제도는 주관적 사유에 의한 직업 선택의 자유 제한으로 제2단계 제한에 해당한다(Kim, 2010). 이러한 자격제도가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합헌적 제한이 되기 위해서는 해당 자격을 취득하고자 하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주관적인 요건 자체가 그 제한의 목적과 합리적인 관계가 있어야 한다(성낙인, 2017). 따라서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 판단은 어떠한 종류의 그리고 어느 정도의 전문 지식과 기술이 심리전문가의 자격요건으로 요구되어야 부적절한 심리적 개입의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이 된다.
그렇다면 과잉 금지 원칙에 어긋나지 않도록 심리전문가의 구체적인 자격요건을 설정하는 데 있어서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인가? 부적절한 심리적 개입을 방지할 수 있는 조건은 심리전문가의 좋은 실천(good practice)으로부터 도출될 수 있다. 따라서 정신건강 전문가가 따르는 ‘근거 기반 실천(Evidence Based Practice; EBP)’ 지침은 심리전문가의 자격요건 설정에 적절한 참조점이 될 수 있다. 근거 기반 실천이란, ‘내담자의 특성, 문화, 선호라는 맥락 안에서 접근할 수 있는 최상의 실증적 연구와 임상적 전문지식 및 기술을 통합하는 것’을 의미한다(APA Presidential Task Force on Evidence-Based Practice, 2006).
근거 기반 실천 지침을 따르는 심리전문가는 심리측정, 심리치료 등의 방법뿐만 아니라 그 실증적 근거에 대한 전문 지식을 습득해야 하고, 내담자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심리적 개입을 할 수 있는 숙련도를 갖춰야 한다. 그렇다면 심리학적 전문지식 습득 정도는 학력과 시험 결과로 평가할 수 있고, 심리적 개입의 전문기술 숙련도는 일정 기간 이상의 수련을 통해 담보할 수 있다. 근거 기반 실천 지침은 “실증적인 연구를 통해 근거가 확보된 심리측정․사례 개념화․치료관계․개입의 원리들을 적용함으로써 심리학적 실천의 효과를 증진하고, 공중보건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제안되었다(APA, 2006). 이 지침의 발전을 위해서 극단적 과학중심주의(scientocentrism; Howick, 2011)를 지양하고 임상적 전문성과 내담자의 특성에 대한 고려를 지침에 더 풍부하게 반영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Berg, 2019).
공익상 필요에 의해 기존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직업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이 기존 자격 요건을 한없이 동일하게 유지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입법자가 공익상의 필요에 의해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등 직업 제도를 개혁하고자 할 때는 법치국가의 원리에 따라 기존 종사자들의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신뢰 보호 원칙의 위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침해받은 이익의 보호 가치, 침해의 중한 정도, 신뢰가 손상된 정도, 신뢰 침해의 방법 등과 새 입법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헌재 2013. 6. 27. 2011헌마315). 이러한 신뢰 보호 원칙에 따라 특정 자격 제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때는 대개 기존 종사자를 위한 경과 규정을 두게 된다.
아울러 공익상 필요에 의하여 법률로써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더라도 헌법 제37조 제2항 단서에 의해 그 본질적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 자격제도 자체가 본연의 직업 활동의 가능성을 모두 박탈하는 결과가 된다면 직업 선택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심리전문가 자격제도와 심리학 지식 공동체
앞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자격제도와 관련되어 논의되는 헌법적 쟁점은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 여부이다. 반면에 직업 선택의 자유를 헌법상 기본적 권리(fundamental rights)로 보지 않는 미국에서는 자격제도가 헌법상 기본적 권리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가 중요한 쟁점으로 다루어진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로 캘리포니아의 공인심리사 자격제도가 문제가 되었던 사건이 있다. 아래에서는 이 사건의 내용을 살펴보고, 홉트(Haupt)가 제안한 전문적 표현 이론(professional speech theory)의 관점에서 심리학 지식 공동체와 심리전문가의 책임 그리고 심리전문가 자격제도의 관계를 알아보자.
미국정신분석진흥협회 사건
National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Psychoanalysis v. California Board of Psychology [228 F.3d 1043 (9th Cir. 2000)] 사건의 주요 쟁점은 캘리포니아주의 심리사 전문면허제도가 미연방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배하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캘리포니아 사업 및 직업에 관한 법(The California Business and Professions Code; CBPC)은 “심리학 업무가 공중 보건, 안전 및 복지에 영향을 미치며, 무허가 및 무자격 심리학 업무로부터 대중을 보호하기 위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규제와 통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로 심리사 면허 취득 요건을 정하고, 주 정부의 경찰권에 근거하여 무면허자가 심리사(psychologist)나 정신분석가(psychoanalyst)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CBPC 2902(c), 2903). 그런데 원고인 미국정신분석진흥협회는 이 법에 따라 심리사 면허를 취득하지 않고도 캘리포니아에서 정신분석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원고는 심리사 면허에 관한 캘리포니아 사업 및 직업에 관한 법이 수정헌법 제14조의 적법절차 및 평등 보호와 수정헌법 제1조의 표현의 자유 보호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미국 제9순회 항소법원(US Court of Appeals for the Ninth Circuit)은 캘리포니아 사업 및 직업에 관한 법이 정한 심리사 면허 요건이 헌법상 기본적 권리와 관련되어 있지 않기에 원고가 문제 제기한 두 조항은 수정헌법 제14조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더 나아가 법원은 정신분석가나 공인심리사의 상담은 ‘말로 하는 치료(talking cure)’이지만 표현의 자유에 관한 미연방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받는 것이 아니라, 공중보건 및 안전과 관련된 문제로 주 정부의 경찰권에 의해 규제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법원은 주 정부가 심리학을 면허제도로 규제한 것은 “무면허, 무자격 또는 무능한 심리학적 실천으로 야기될 수 있는 소비자의 실제 또는 잠재적인 피해를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심리학의 실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주 정부가 경찰권을 이용하여 정신 건강 치료를 규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였다(228 F.3d 1043).
전문적 표현과 면허제도
전문직의 특성과 수정헌법 제1조를 면밀하게 분석한 홉트(Haupt, 2016; 2019)는 특정 분야의 지식 공동체의 일원으로 학습하고 훈련받은 전문가가 고객에게 제공하는 조언을 ‘전문적 표현(professional speech)’이라고 명명하고, 전문적 표현을 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을 규제하는 면허제도는 미연방 수정헌법 제1조가 보호하는 일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도리어 면허제도는 전문적 표현을 할 수 있는 자격을 정함으로써 무자격자의 비전문적 표현을 억제하고 전문적 표현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의사, 변호사, 심리사 등의 전문적 표현은 단순한 정보(information)의 제공이 아니라, 그가 속한 지식 공동체(knowledge community)의 통찰을 바탕으로 고객의 필요와 상황에 적절한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다(Haupt, 2019).
전문적 표현인 전문가의 조언은 고객의 상황에 맞게 개별화되고, 권위가 인정되는 학문적 지식과 연결되어 있으며, 화자(전문가)와 청자(고객) 간 지식의 비대칭성과 화자의 조언에 대한 청자의 의존성 그리고 조언의 정확성에 대한 신뢰로 정의되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생성된다(Haupt, 2016). 의사, 변호사, 심리사 등의 면허제도 목적은 전문가의 잘못된 조언으로 야기될 수 있는 고객의 잠재적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다. 전문적 표현 이론에 따르면, 면허제도는 잘못된 조언으로 말미암은 해악을 방지하기 위해서 전문가의 조언이 지식 공동체의 공유된 지식과 통찰에 부합할 수 있도록 일정한 자격 요건을 설정하는 것이다(Haupt, 2019). 이러한 자격 요건은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해져야 한다.
한편 전문가는 고객에게 조언을 제공하면서 자신이 속한 지식 공동체의 통찰을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한 경우, 즉 ‘비전문적’ 발언에 관한 책임을 질 수 있다(Haupt, 2016). 비전문적 발언에 관한 전문가의 책임은 과실 책임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지만, 시간적 측면에서 대조적이다. 비전문적 발언에 관한 전문가의 책임은 추상적 피해 가능성이 예상되는 경우 사전적으로 발생하지만, 과실 책임은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함으로써 사후적으로 발생한다.
심리전문가 면허제도 설계의 바람직한 방향은, 전문가가 잘못된 조언을 제공함으로써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도록 면허 요건과 전문가의 역량 간의 긴밀한 관련성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심리전문가가 피해야 할 잠재적 피해의 유형을 고려하고 그 피해를 야기하지 않는 핵심 역량을 찾아야 한다. 또한 잠재적 피해에 관한 심리전문가의 책임을 분명하게 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심리학 지식 공동체와 면허제도
지금까지 살펴본 전문적 표현 이론에 의하면, 전문가의 좋은 조언이란 전문가의 개인적인 기량에만 기댄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속한 지식 공동체의 통찰에 기초를 두고 고객의 필요와 상황에 맞춰진 전문적 표현이다. 심리전문가의 심리적 개입이 전문적 표현으로 인정되려면 그 개입이 심리학계에서 통용되는 전문지식과 훈련으로부터 얻는 통찰에 부합해야 하며, 내담자의 필요와 선호 등을 고려하여 개별화된 접근이어야 한다. 이는 앞서 살펴본 근거 기반 실천과 매우 흡사한 구조를 띤다. 그렇다면 심리전문가의 조언이 전문적 표현인지, 비전문적 표현인지에 대한 판단은 심리학의 좋은 실천이 무엇인지를 기준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심리전문가 자격제도에 관한 법안들이 업무 정의, 응시 자격, 수련요건 등에서 보이는 차이는 심리서비스에 관한 좋은 실천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결 론
심리전문가 자격제도 법안 발의를 전후로 국내 학계에서는 심리전문가 자격제도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심리전문가 자격제도의 법제화에 따르는 법적 쟁점은 소홀히 다루어졌다. 이에 이 글에서는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국가의 책무와 심리전문가 자격제도의 관계를 알아봤고, 심리전문가 자격제도의 법제화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건을 논의했으며, 전문적 표현이라는 개념을 토대로 심리전문가 자격제도 법제화를 재해석했다.
첫째, 헌법상 기본권인 보건권으로부터 도출되는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서는 OECD 평균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심리전문가의 수를 늘려야 한다. 호주나 영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심리사와 같은 심리전문가는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했을 때 조기에 개입하여 문제를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따라서 전문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는 270여 종의 심리서비스 관련 민간자격증이 난무한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심리전문가의 양적․질적 팽창을 위해 국가자격으로서의 심리전문가 자격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둘째, 필연적으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심리전문가 자격제도의 법제화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기 위해서는 입법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이 충족되어야 한다(과잉 금지 원칙). 전문 지식과 기술을 갖추지 못한 무자격자에 의한 심리적 개입으로 발생할 수 있는 국민의 정신건강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일정한 지식수준과 수련 기간을 요구하는 자격제도의 도입은 입법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이 적정하다. 한편 구체적인 자격요건의 설정이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시키는지 판단하는 데는 심리전문가들이 따르는 근거 기반 실천 지침이 적절한 참조점이 될 수 있다.
셋째, 전문적 표현이라는 관점에서 심리전문가 자격제도는 심리전문가가 심리학 지식 공동체의 통찰과 내담자의 필요 등에 부합하는 적절한 조언을 할 수 있는 핵심 역량에 관한 조건을 설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 설정은 심리전문가가 심리학 지식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전문적 표현을 책임 있게 하기 위한 자기 구속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교육과 훈련 배경에 따라 그 핵심 역량을 갖추었다고 판단하는 구체적 조건에 대한 약간의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견해 차이는 심리전문가의 업무에 있어 좋은 실천에 대한 공동의 고민을 바탕으로 좁혀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심리전문가의 전문적 표현에 관한 핵심 역량과 밀접하게 관련된 요소를 찾기 위해서는 심리서비스에 관한 좋은 실천이 무엇인지 살펴봐야 한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하면, 심리전문가 자격제도를 업무 독점형 전문자격으로 법제화하려는 시도는 심리전문가 자격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직역 이기주의라기보다는, 국가적 차원에서 심리전문가의 핵심 역량에 관한 기준을 정함으로써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국민이 해악을 입을 위험성을 방지해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실현하려는 노력이다.
1) 핀란드 보건복지부(Terveyden ja hyvinvoinnin laitos)는 2023년 현재 자살 예방을 위해 자살 예방 프로젝트(1986-1996)를 발전시킨 ‘자살 예방 프로그램(Itsemurhien ehkäisyohjelma) 2020-2030’을 시행하고 있다( https://thl.fi/fi/tutkimus-ja-kehittaminen/tutkimukset-ja-hankkeet/itsemurhien-ehkaisyohjelma, 최종방문일 2023. 7. 25.).
2) 참고로, ‘계속성’과 ‘생활수단성’ 외에 ‘공공무해성’을 직업의 개념 요소에 포함하려는 견해가 있으나, 공공무해성은 직업의 자유의 제한과 관련된 개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성낙인, 2017).
3) 강창욱 등 (2022), “성범죄자도 몸치료 OK… 엉터리 법에 무법천지”, 2022. 6. 4.자 국민일보 기사(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7145651&code=61121111&sid1=soc, 최종접속일 2023. 6. 5.).
참고문헌
Karekla, M., Höfer, S., Plantade-Gipch, A., Neto, D. D., Schjødt, B., David, D., Schütz, C., Eleftheriou, A., Pappová, P. K., Lowet, K., McCracken, L., Sargautytė, R., Scharnhorst, J., & Hart, J. (2021). The role of psychologists in healthcare during the COVID-19 pandemic. European Journal of Psychology Open.
OECD (2013). Mental Health in Korea: OECD Review and Recommendations 2013. OECD Publishing, Paris, http://www.oecd.org/health/mental-health-(accessed on 25 July 2023).
Park, C., Kim., Y., Song, H., and La, S. (2022). Text mining analysis on the usage of terms related to the legalization of national mental health promotion services: focusing on the keywords ‘psychological counseling’, ‘psychological service’, and ‘psychologist’. Korean Journal of Counseling, 23(5), 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