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팬데믹의 장기화, 10.29 참사,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은 ‘묻지마’ 범죄, 전세 사기와 같은 사회적 재난에서부터 자연재해, 급속화 되는 초고령화와 청년실업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의 심화 현상은 국민의 마음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한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 임상적인 우울, 불안 및 스트레스 수준을 경험한 국민은 45%에 달하였고 그 중 우울을 경험하는 국민은 36.8%로(Lee et al., 2021), 이는 같은 시기 외국의 우울 발병률을 상회하는 수치이다(OECD, 2021a). 코로나 19 엔데믹 이후에도 여전히 국민의 18.5%가량은 우울, 10.9%는 불안, 21.6%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러한 정신건강 문제는 11.5%의 국민이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거나 어떻게든 자해를 하려고 생각한다’는 자살생각으로 이어졌다(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2022).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청년의 사회적 고립 문제 역시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이 깊다. 서울시의 조사 결과, 고립 및 은둔 청년의 40.9%가 정신적인 어려움으로 인하여, 21.0%가 따돌림, 괴롭힘, 폭력 등 외상 경험으로 인하여 고립 및 은둔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응답하였다(서울시, 2023).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심화되며 정신건강 관리에 대한 논의가 공론화되자,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는 그동안 소외되어 왔던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였다. 중앙정부는 두 차례에 걸친 정신건강종합대책(관계부처 합동, 2016;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2021)을 통해 국가 단위의 트라우마센터를 설치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전국 단위로 확충하여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 인프라를 강화하였다(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2021). 또한 10.29 참사 이후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심리지원을 실시하기도 하였으며(국가트라우마센터, 2022) 서울특별시에서는 사회적 고립청년의 심리 및 정서 지원사업을 뒷받침하는 조례를 제정하는 등(서울특별시 조례 제8250호) 국민의 마음돌봄을 위한 정책과 제도가 국가 및 지자체차원에서 실시되어 왔다. 이로 인해 아동, 청소년, 장애인과 같은 다양한 계층이 심리지원 바우처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며(보건복지부, 2023) 정신과 의원 이용률이 연평균 4.2%씩 증가하는 등 정신건강서비스 접근성이 향상되었고 국민들이 정신건강관리에 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보건복지부, 2021).

그러나 우울과 같은 경증에서 중등도에 이르는 정신질환에 대한 국내 서비스체계의 경우, 여전히 개선할 점이 많이 남아 있다. OECD(2014)는 한국에서 경증 및 증등도 정신질환 위험도가 높으나 이에 대응한 심리서비스가 미흡한 실태를 지적하며, 병원 병동 외 클리닉 및 지역사회에서 시행할 수 있는 근거-기반의 심리서비스의 보급을 강하게 권고하였다. 특히 경중등도의 정신건강 문제는 조현병 등 중증 정신질환만큼 자살사망과 연관이 깊기에(Chesney, 2014) 병동 밖에서의 꾸준한 치료 및 심리서비스를 통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위험도를 낮추어야 한다(Bandelow et al., 2017; Park & Zarate, 2019). 그러나 OECD의 권고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지금, 최근 추산된 국내의 심리전문가의 수는 1000명당 0.02명으로 세계 평균(1000명당 0.53명)의 1/30가량으로 드러나(OECD, 2021b) 심리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OECD에서 제시한 국가별 자살률과 10만명당 심리사(psychologist) 수를 재구성하여 나타낸 그림 1을 보면 1000명당 심리사의 수가 많은 호주, 노르웨이 등에 비해 한국을 비롯하여 심리서비스 제공인력이 부족한 국가 대다수의 전반적인 자살사망률이 높은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은 심리서비스 인프라의 결핍과 자살위험이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잘 알려진 것처럼 현재 한국의 자살률은 18년 동안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고(OECD, 2023), 가임기 여성 1인당 출생하는 아동의 수를 계산한 합계출산율의 경우 한국은 2021년 기준 0.81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하였다(통계청, 2023). 한국은 말 그대로 ‘살아남기도, 태어나기도 어려운 곳’이 되었고, 관리 받지 못하는 국민의 심리적 건강은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림 1.

주요 국가별 심리사 및 자살사망자 수(OECD(2021b)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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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논문에서는 경중등도의 정신건강 문제를 책임지는 정신건강서비스 영역 중 의료, 복지부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심리서비스를 중심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우선 지역사회의 공공 및 민간영역에서 제공되는 심리서비스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검토해보고자 하며, 과학적 심리서비스의 기본 틀인 근거-기반 실천(evidence-based practice)을 소개하며 효과적인 심리서비스 수행을 위해서는 근거-기반 실천 중심의 서비스가 수행되어야 함을 강조할 것이다. 또한 근거-기반 실천을 바탕으로 심리서비스 정책을 성공적으로 실시한 해외의 사례를 소개한 후, 국내의 근거-기반 심리서비스 정책을 위한 청사진을 제안하고자 한다.

한국의 심리서비스 현황1)

본 논문에서는 우선적으로 국내의 심리서비스가 효과적으로 국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는지 전달 양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해보고자 한다. 먼저 국내의 심리서비스 보급 현황을 공공과 민간 영역으로 나누어 심리서비스의 대상, 대략적인 내용, 수행하는 인력 등을 분석하여 공공 및 민간차원에서의 심리서비스 사업의 특징 및 한계를 제시하고자 한다.

공공영역에서의 심리서비스 현황

국내의 경우, 각 정부 부처와 지자체가 독립적으로 각 기관의 목적에 맞는 심리서비스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국민에게 제공한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 및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하 자살예방법)을 중심으로 정신건강복지센터, 자살예방센터 등을 구성하여 정신건강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으며, 타 부처의 경우 범죄피해자를 위한 법무부의 스마일센터, 학생의 정신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교육부의 WEE센터 등 각 부처가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대상군에 특화된 심리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다 보니 각 기관 및 정책의 방향성에 따라 소관 부처와 관련된 특정한 집단에 속한 국민에 한정하여 심리서비스가 제공되는 경향이 보인다. 이는 서비스 대상에 특화된 심리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이러한 형태의 독립적인 서비스 제공은 유사한 심리서비스를 제공하는 타 기관 및 부서와의 연계를 어렵게 하고 체계적인 관리의 어려움을 높인다. 서비스 대상의 입장애서 볼 때에도 서비스의 전달이 효율적이지 못하며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아 비효율적인 상황을 초래한다. 또한 현재 공공 정신건강서비스를 통한 저강도 개입(정신과 연계, 조기 선별 및 단기의 위기상담, 사례관리 등)과 병의원 진료는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으나, 경중등도의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국민을 위한 심리서비스는 각 기관에 산재되어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둘째, 현재 공공 심리서비스는 단기간이며 지지 상담을 중심으로 수행되어 경중등도의 정신건강 문제에 필요한 중장기의 강도높은 심리적 개입을 찾아보기 어렵다. 경중등도 정신건강 문제의 경우 자살이나 심각한 정신장애로의 이환을 막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심리서비스가 필요하지만, 제한된 예산과 서비스 제공자의 낮은 전문성으로 인해 이러한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실정이다. 가령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경우 재난사건 후 심리적 응급조치뿐만 아니라 외상기억을 처리하고 사회적, 심리적으로 재통합되기 위한 약 1-2년의 심리적 개입이 필수적이다(Al Jowf et al., 2023; Cloitre et al., 2012). 10.29 참사 직후 정부는 심리 및 상담전문가를 생존자 및 유족에게 연결해 주었으나, 1주기가 지나기 전 시점에서 전체 522명 중 95%가량은 이미 상담을 종결한 상태로 확인되었다(뉴스데스크, 2023). 이는 장기적인 개입이 필요한 외상 후 심리서비스가 정책 현장에서 효과적인 방식으로 수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심리서비스의 제공자를 중심으로 보았을 때, 근거-기반의 심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가 공공영역 내에 부족하며, 전문가가 장기간 종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정신건강임상심리사를 비롯한 정신건강 전문요원은 다년간 교육과 훈련을 받은 전문인력이나, 공공기관에서 그에 합당한 처우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으며 불안정적인 고용형태가 이어지고 있다(이상훈, 2020). 특히 정신건강임상심리사의 경우 석사 졸업 이후 병원에서의 3년간 수련 기간을 거쳐야 하지만, 지역사회 정신건강 복지센터와 같은 공공기관에서 장기간의 전문가 교육과 수련을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여 급여에 있어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다. 고용 후에도 다른 업무 요구로 인해 심리평가나 심리치료 등 임상심리사 전문 고유영역을 전담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정신건강 기관(정신의료기관, 정신요양시설, 정신재활시설,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상근인력 중 심리서비스 전문가인 정신건강임상심리사는 5.12%에 불과하다(Lee & Choi, 2023). 지역사회 정신건강 기관에 근무하는 정신건강임상심리사 1급의 부족은 지역사회에서 전문성을 쌓고자 하는 차 세대가 지역사회에서 수퍼비젼을 받을 기회를 박탈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져, 전문가의 부족 현상이 장기화되고, 공공영역에서 전문 심리서비스의 제공을 더욱 어렵게 한다. 또한 지자체 주민들의 심리서비스 접근성 확대를 위해 민간인력을 고용하거나 민간 서비스와 연계하여 제공하는 바우처 제도가 수행되고 있는데(보건복지부, 2023), 수행 인력 중 상당수가 심리평가나 심리적 개입에 대한 적정한 훈련을 받지 않은 비전문 인력으로 보고되었다(Yoo, 2023). 공공기관에서는 고강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가(한국심리학회 상담심리사 1급, 임상심리전문가, 정신건강임상심리사 1급 등)를 모집하고자 하지만, 현재는 심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인력이 공공기관에서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적절한 인프라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요약하면, 현재 국민에게 심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사업들이 국내 중앙정부 및 지자체를 중심으로 수행되고 있으며 서비스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상당수의 국민이 경험하는 우울 등 경중등도 정신건강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재 다양한 서비스가 불균등하게 산재하여 사실상 공백 상태인 심리서비스 영역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그림 2). 공공에서 통합된 심리서비스 전달 주체를 확립하여 근거-기반의 심리서비스를 모든 국민에게 프로그램 제공할 수 있는 포괄적인 서비스체계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림 2.
개입 강도별 국내 정신건강서비스 제공현황 및 심리서비스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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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영역에서의 심리서비스 현황

현재 국내 지역사회 심리서비스 제공자의 대부분은 민간단체에서 발급하는 자격을 가지고 심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심리전문가는 전문지식, 실천, 윤리의식에 있어서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 선발/양성되어야 하기에, 심리서비스 선진 국가의 경우 엄격한 기준으로 심리전문가에게 자격을 부여하며 비자격자의 심리서비스 제공을 금하고 있다(Kim et al., 2022). 한국의 경우 현재 3,000건이 넘는 심리서비스 관련 민간자격이 존재하는데, 그 중 연 50명 이상의 자격을 발급하는 심리서비스 관련 134건의 민간자격을 심층 분석한 결과 약 83%(101건)의 자격증은 심리학 관련 학위를 요구하지 않았고, 그 중 대다수는 30시간 미만의 교육만을 요구하였으며, 2건의 민간자격만이 국제 심리전문가의 엄격한 자격요건(석사학위 및 심리서비스 관련 필수 과목 수강, 인증기관에서의 수련, 시험, 지속적인 보수교육)을 충족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Hong et al., 2023).

심리서비스 관련 민간자격이 별다른 규제 없이 난립하는 국내의 상황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초래한다. 첫째, 민간자격자들이 법적 위반 소지가 있는 심리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를 규제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민간자격 금지분야 공고를 통해 정신질환자, 아동, 장애인 등의 상담 및 치료에 대한 민간자격 신설을 금지하는 시행령을 발표하였으나 Hong 외(2023)에 따르면 그 이후에도 정신질환이 있는 대상자에게 심리평가를 포함한 심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직무내용을 서술한 민간자격이 등록되었다.

적정한 자격을 갖추지 않은 자격자의 심리서비스 제공 행위는 고스란히 국민의 정신 건강과 안전을 위협한다. 심리 관련 민간자격의 수는 2010년 이래로 증가하는 추세이며(Choi & Lee, 2022), 2023년 기준 총합 연 50,000여 명에 가까운(중복 포함) 민간자격자가 배출되고 있으나 그 중 대다수는 적정한 자격요건을 요구하지 않는 자격증 소지자이다(권선미, 2023). 이는 증상 악화뿐만 아니라 내담자에 대한 성희롱, 사이비 종교 포교 등 2차 가해로 이어진다(김지은, 정세진, 2023; 손성원, 2023). 자격기본법 제4장 17조에 따르면 “국민의 생명․건강․안전 및 국방에 직결되는 분야”에서는 민간자격을 신설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무분별한 민간자격의 등록 및 난립에 대한 규제는 아직 소원하다. 이와 같은 문제로 이미 상당수의 의료/상담기관과 지자체에서는 자격요건이 엄격한 심리서비스 자격자를 중심으로 채용하고자 노력하지만, 관련 규제나 제도가 없거나 검증절차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곳에서는 여전히 국민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강창욱 외, 2022). 심리서비스 자격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국민의 경우 비전문가와 전문가를 구분하기 어렵기에 부적격 자격자로 인한 폐해는 오롯이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소결

국내의 민간영역과 공공영역에서의 심리서비스 현황을 살펴본 결과 다양한 심리서비스 정책이 구성되고 다수의 민간자격자가 배출되고 있으나, 심리서비스의 질과 윤리성에 대한 정책 차원에서의 고려는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즉 국가 차원에서 국민을 위한 심리서비스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와 규정이 마련되어야 할 뿐 아니라 효과적인 심리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다음 장에서는 윤리적이고 효과적인 심리서비스를 규정하는 데에 보편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근거-기반 실천’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며, 근거-기반 실천을 근간으로 한 심리서비스를 정책적으로 도입한 영국 및 노르웨이의 사례를 소개한 후 한국에서의 대규모 근거-기반의 심리서비스 정책을 적용할 가능성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근거-기반 실천의 정책적용 사례

근거-기반 실천의 구성요소

근거-기반 실천(evidence-based practice, EBP)이란 심리서비스 장면에서 서비스 대상자에게 적용할 치료를 결정할 때, 과학적 연구로 근거가 확보된 치료를 충분한 훈련과 교육을 받은 전문가가 대상자의 욕구와 가치, 선호 등의 특성을 고려하여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APA, 2006). 근거기반실천은 총 세 가지 요소인 최상의 연구 근거(best research evidence), 임상가(서비스 제공자)의 임상적 전문성(clinical expertise), 내담자/환자(서비스 대상자)의 선호 및 가치(patient’s value)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Lim et al., 2013).

우선적으로, 서비스 제공자는 적용하고자 하는 개입 전략, 평가, 환자의 증상에 대한 정보가 최상의 연구 근거를 기반으로 하는지 고려하여야 한다. 서비스 제공자는 특정 기법에 대한 다양한 방법론(초점인터뷰, 무선할당통제, 메타분석 등)의 과학적 연구를 참고하여 근거의 장단점을 인식하여야 하기에(Greenberg, 2007) 심리학 및 과학적 연구방법론에 대한 기본적인 전문성을 지녀야 한다.

둘째로, 서비스 제공자는 서비스 대상자에 대한 정확한 평가, 의사결정, 자기성찰, 치료기술 역량, 치료 자원, 최신 기술 및 이론 등 최선의 요소를 유기적으로 통합하여 활용할 수 있는 임상적 전문성을 띠어야 한다. 이러한 서비스 제공자의 전문성은, 치료 현장에서 ‘최상의 연구근거’와 ‘서비스 대상자의 선호 및 가치’를 통합하여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전제 조건이라 할 수 있기에 가장 핵심적인 가치이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제공자는 대상자 개인의 선호, 특성 및 선택을 고려하여야 한다. 동일한 심리 치료기법이어도 서비스 대상자의 문화적, 인구학적 특성뿐 아니라 대상자의 걱정 및 기대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서비스 대상자는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내담자의 가치를 고려하여 치료를 진행하여야 한다.

근거-기반 실천의 세 가지 요소 중 심리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어느 한 가지라도 충족되지 않는다면 이는 근거-기반 실천에 해당하지 않는다(그림 3). 특히 서비스 제공자의 임상적 전문성은 나머지 두 요소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기에, 근거-기반 실천에 있어 제공자의 전문성은 효과적인 심리서비스 보급을 위하여 반드시 확립되어야 한다. 전문가에 의해 과학적 근거가 있는 심리서비스를 대상자의 특성에 맞게 제공하는 근거-기반 실천은 다양한 배경과 국가에서 그 효능이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Barkham et al., 2021; Fonagy & Higgitt, 2005; Lambert, 2013; Öst et al., 2023).

그림 3.
근거-기반 실천의 3요소(Lim et al. (2013)의 도표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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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기반 실천의 정책적용 사례: 영국

영국은 지역사회의 경중등도 우울 및 불안장애에 개입하는 대규모 근거-기반 심리서비스 정책인 IAPT(Improving Access to Psychological Treatments, 현재는 NHS Talking Therapies로 명칭 변경됨)을 도입하여 성공한 대표적인 국가이다. IAPT가 도입되기 이전 영국에서는 우울, 불안 등 경중증도 심리적 문제 경험자 중 25% 정도만이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으며(Layard et al., 2007), 5% 미만의 우울장애 환자만이 근거-기반의 심리적 지원을 받는 등(Clark & Layard, 2014), 지역사회에 만연한 경중증도 정신건강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개입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영국의 국립보건임상연구소(The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NICE)는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에 효과적인 개입을 위해 경증에서 중등도의 정신건강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치료연구 고찰을 진행하였으며, 그 결과 우울 불안 등 경중등도의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근거-기반의 인지행동치료가 일차적으로 권장된다는 결론을 도출하였고 해당 가이드라인을 지역사회 서비스 일선에 강력하게 권고하였다(NICE, 2004a; NICE, 2004b).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실제적인 정책 및 예산 배정을 수반하지 않아 본격적인 근거-기반의 심리서비스 보급까지 연결되지 못하였다. 이에 경제학자 Layard 및 Clark 등의 심리전문가 집단은 정책 토론회, 언론 보도, 대중 팜플렛 등을 통해 전국민과 사회가 우울 및 불안장애로 인한 경제적이고 실제적인 악영향을 받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효과성과 비용효율성이 입증된 근거-기반 실천이 최선임을 홍보하였다(Bird, 2006; Layard et al., 2006). 이러한 노력은 2006년 영국 보건부(Department of Health)가 근거-기반 심리서비스의 효과성을 지역사회에서 직접 검증하기 위한 시범사업을 계획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두 지역(Newham과 Doncaster)에서 3,500여명의 환자들에게 근거-기반 개입인 인지행동치료(CBT)를 적용하는 예비 시행을 한 결과, 인지행동치료가 치료에 참여한 지역 주민 절반 이상의 우울 및 불안증세를 임상적 수준 이하로 낮추는 데 효과가 있었으며 취업률을 4%가량 개선하는 등 지역경제에도 효과를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Richards & Suckling, 2009). 시범사업의 성공을 기반으로, 2007년 정신건강의 날(10월 10일), 영국의 보건국 사무총장 Alan Johnson은 17만 파운드(한화 약 29억원)를 심리치료에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하였고, 2008년 NHS는 내담자 중심의 정확한 평가 및 치료, 증상별로 알맞은 근거-기반의 NICE 추천 심리서비스, 치료자의 전문성 보장 등 IAPT의 핵심 원칙을 중심으로 정책을 수행하였다.

영국의 IAPT는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타당도 높으며 간편한 우울/불안 측정 도구를 통해 치료의 회복 양상을 정확하게 측정하는 대규모 치료효과 데이터를 확보하였다. 또한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고강도의 근거-기반 심리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를 훈련하는 커리큘럼을 개발하여 시행하고 있다. IAPT 치료자는 국가에서 지정한 학회(예, 심리학회, 인지행동치료학회 등)에서 인증을 받은 자여야 하며 IAPT에서 정한 교육과 훈련을 인증된 기관에서 이수하여야 할 뿐 아니라 공인 전문가의 수퍼비전을 받으며 보수교육을 이수하는 등 서비스 전문성을 유지하여야 할 책임을 진다. 이와 동시에 서비스 관리자는 심리서비스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치료자의 근무 강도 및 적정한 복지수준을 보장한다(NCCMH, 2018). 또한 NICE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사회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에 적합한 일차적 근거-기반치료 추천 매뉴얼을 최신화하여 제공되는 치료가 최상의 연구근거를 유지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IAPT의 흐름은 영국 노동당에서 보수당으로의 정권교체 시기에도 꾸준히 이어졌을 뿐 아니라 예산과 그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장하여 현재는 매년 100만여명의 시민이 서비스를 받는 매우 성공적인 대규모 정신건강 사업이 되었다(NCCMH, 2018).

현재 IAPT는 NHS Talking therapies for anxiety & depression이라는 보다 친숙한 명칭으로 바뀌어 수행되고 있으며, 시행 초반 기대했던 50%의 회복률을 상회하는 수치를 매년 유지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축적되는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근거-기반 치료인 인지행동치료가 일반적인 지지상담과 비교했을 때 유의하게 큰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였으며(그림 4)(Barkham et al., 2021; Gyani et al., 2013), 이는 우울 및 불안에 대한 인지행동치료의 효과가 타 심리개입에 비해 효과적임을 나타낸 메타분석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Tolin, 2010). 수집된 데이터에서 지역 및 인종에 따른 치료 접근성의 불평등 또한 확인할 수 있었으며(Faheem, 2023; Saunders et al., 2020), 인종 집단 간 접근성과 회복률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다(Beck et al., 2019).

그림 4.
근거-기반 서비스(인지행동치료)와 일반 상담의 치료 후 우울 수준 비교(Barkham et al. (2021)의 자료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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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사례

노르웨이의 경우에도 불안과 우울 등 경증등도의 정신건강 문제가 만연하였으나 그 중 대다수가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Torvik et al., 2018). OECD에서도 노르웨이의 불안 및 우울 문제에 대한 개입 서비스의 태부족을 지적하였으며, 경중등도 정신건강 문제에 특화된 서비스 접근성 향상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하였다 (Hewlett & Moran, 2014). 이에 노르웨이는 경중등도 정신건강문제에 대한 접근성 높으며 비용-효율적인 정책적 전략을 도모하였고, 근거-기반 심리서비스를 지역사회에 보급하여 높은 비용-효율성과 선호도를 보여주고 있었던 영국과 그 선례를 따른 호주와 뉴질랜드의 성공사례를 참고로 정책을 수립하였다. 2012년 노르웨이 보건당국은 영국의 NHS Talking Therapies (IAPT)를 모델로 삼아 PMHC(Prompt Mental Health Care)를 12개의 지역에서 시범시행하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하였고 그 결과 PMHC는 IAPT와 유사하게 57%의 참여자가 회복수준에 도달하는 성과를 거두었고 전국적인 정신건강서비스 정책으로 자리잡았다(NAPHA, 2022). 대조군을 대상으로 한 무선통제시험(RCT) 역시 PMHC의 치료가 불안과 우울 개선에 효과가 있음을 보고하였으며, 직업 및 사회적 적응과 같은 기능 향상에도 영향을 미침을 확인하였다(Smith et al., 2016; Knapstad et al., 2020).

PMHC는 다학제 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심리학자가 감독을 맡아 심리학적 방법론을 활용하여 평가와 치료를 총괄한다. 모든 치료사는 인지행동치료 교육을 수료하였고, 보건 및 사회과학 분야에서 최소 학사학위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대다수는 석사 학위자로서 전문적인 책임을 가지고 치료에 참여한다. 또한 영국의 선례를 따라 지속적인 데이터 수집 및 평가를 통해, 정책의 효과성을 모니터링함과 동시에 향후 치료 효과가 보증되며 지역 및 개인 증상에 특화된 치료를 개발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고 있다(NAPHA, 2022).

소결: 외국의 근거-기반 실천 정책에서의 참고 요소

영국과 노르웨이의 심리서비스 보급의 근거-기반 실천 정책을 정리하며 다음 두 가지 요소에 주목하고자 한다. 첫째, 두 국가 모두 국민의 정신건강 위기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근거-기반 실천의 원칙을 기반으로 정책을 수행하였다는 점이다. 즉 영국과 노르웨이의 심리서비스 정책 모두 철저한 문헌조사 및 다양한 연구를 근간으로 지역사회에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정리하였고(최상의 연구근거) 체계적인 훈련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실행하여 검증된 인력을 양성하였다(서비스 제공자의 전문성). 또한 서비스 이용자가 다른 전문가에 의해서 뿐만 아니라 직접 치료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사회경제적 집단 간 접근 및 회복 불평등이 데이터를 통해 확인되자 기존의 정책을 보완 및 발전시켜 소수자 집단의 서비스 대상자 역시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서비스 대상자의 가치) 정책을 구성하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근거-기반 실천의 원칙을 기반으로, 전문적인 심리서비스 제공자를 채용하여 근거가 확립된 심리서비스를 국민의 선호에 맞게 접근성을 고려하여 제공한다면, 질이 보장되며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정책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치료와 함께 대규모 프로그램에서 타당한 선별도구로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개입의 효과성을 전수 측정하는 대규모 체계를 구성하였다는 점이다. 영국의 경우 웹사이트를 통해 매월 인구집단 특성별로 NHS Talking Therapies(IAPT)의 성과를 시각화한 데이터에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다(그림 5). 이는 근거-기반 실천의 효과성을 양적으로 확인 가능하여 공공서비스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서비스의 사각지대를 발굴하여 접근성 향상을 위한 전략 수립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국내에서도 대규모 심리서비스 정책이 실행되어 영국과 노르웨이의 사례처럼 주기적으로 표준화된 대규모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면, 첨단 기술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별 특성에 맞는 심리적 개입을 공공에서 제공하는 전략을 연구하는 데에도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5.
월별로 업데이트되는 IAPT 치료 건수 및 회복률 대시보드(2023년 6월)(Diigital NHS,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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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대상으로 한 근거-기반 심리서비스는 비용-효율적인가?

중앙정부 및 지자체에서 근거-기반의 심리서비스를 지역사회에서 대규모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메뉴얼 및 커리큘럼 개발, 치료를 진행할 전문가 양성 및 고용, 연구에 상당한 비용이 투자되어야 한다. 따라서 해당 비용이 정신질환의 사회경제적 비용에 비교해 보았을 때 의미가 있는 지출인지 확인하는 비용효율성 평가가 필요하다. 비록 영국, 노르웨이, 호주 등 다양한 국가에서 근거-기반 심리서비스 프로그램이 비용-효율적이며 지역사회에 적용 가능함이 증명되었으나, 공공 기반 심리서비스의 국내 적용을 위해서는 국내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비용효율성 추산이 필요하다.

정신건강 문제는 개인의 고통에 국한되지 않으며 사회 전체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진다. 해외의 경우 정신질환으로 인한 직간접적인 사회경제적 비용이 평균적으로 국가 GDP의 4%에 달한다고 추산한다(OECD & European Commission, 2018).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김태종(2023)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인한 자살 등 조기사망으로 인한 비용손실, 실업 증가로 인한 손실, 노동의 생산성 저하로 인한 손실, 의료 및 복지비용의 증가 등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추산한 결과, 22~46조 원의 손실이 발생하며 이는 우리나라 GDP의 1.1~2.3%가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는 불안, 공황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을 제외한 우울증 단독에 대한 계산이며 주변인의 비공식적 돌봄부담등을 제외한 비용추산이라는 점에서 과소추정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더해, 위 연구에서는 우울증이 있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 정책을 수행했을 때의 비용효율성을 추정하였다. 영국 NHS Talking Therapies(IAPT)에서의 추산을 도입해 전문가 훈련 및 운용 등에 1인당 100만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된다고 가정하였으며, 국내 30~60세의 우울증 유병률인 4.5%을 통해 110만명을 서비스 대상자로 추정하였다. 이를 통해 계산한 총 소요 예산은 약 1조원으로 추산되며, 이는 큰 규모의 금액이기는 하나 우울증의 사회경제적 손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금액이다. 대규모 심리서비스 정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순편익은 10조가량으로 추산되었다(김태종, 2023).

위 연구에 근거하여, 국가 혹은 지자체 차원에서 소수의 지역에 근거-기반의 심리서비스 프로그램을 시범 도입하고 그 효과의 비용-효율성을 평가하는 파일럿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국내 지역사회에서도 다른 정신건강 선진국들과 유사한 효과성과 비용효율성을 보이는지 검증할 수 있을 것이며, 궁극적으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가 차원의 근거-기반 심리서비스를 타당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제언: 한국형 근거-기반 심리서비스 보급 모델 제안

국민이 겪는 정신건강 문제 중 상당수는 우울 및 불안과 같은 경중등도의 정신건강문제와 연관되어 있으며 대다수는 그로 인한 어려움을 장기간 호소한다. 우울, 불안 등 경중등도의 정신건강 문제에 초점을 둔 근거-기반의 심리서비스는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있어 일차적인 개입으로 분류되며 개선 지속기간도 상대적으로 길기에 비용-효율적이다(Hollon et al., 2006; Wiles et al., 2016). 또한 일반 시민이 정신건강 개입으로서 약물치료보다 심리상담 형식의 서비스를 3배가량 높게 선호한다는 메타연구 결과는(McHugh et al., 2013), 일반 시민들에게 상담 형식의 심리서비스 제공이 정신건강서비스 접근성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영국 및 노르웨이의 사례처럼, 심리서비스의 근거-기반 실천 원칙을 중심으로 한 국가 혹은 지자체 단위의 정책이 선도적으로 계획 및 수립될 필요가 있다.

우울, 불안 등 경중등도의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근거-기반의 심리서비스를 보급하는 정책을 다음과 같은 보급 모델로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적으로, 심리서비스 관련 연구들을 체계적 문헌 고찰과 메타분석 방법을 활용하여 분석함으로써, 근거-기반 심리 기법을 도출해 내는 연구를 수행한 후 이를 기반으로 주요 정신건강 문제에 적합한 일차적 치료(first-line treatment)를 선정하여 보고하는 작업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둘째, 근거-기반 실천을 바탕으로 보급모델의 핵심 원칙을 지정하는 것이다. 영국의 NHS Talking Therapies(IAPT)의 경우 초기에 표 1과 같은 핵심 특징(key features)을 지정하여 원칙에 따라 근거-기반 실천의 주요 요소를 바탕으로 모델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였다. 최상의 연구근거, 서비스 제공자의 전문성, 이용자의 선호를 고려한 핵심 원칙을 사업 초기에 지정한다면 제공하는 서비스의 전문성과 효과성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표 1.

근거-기반 실천 3요소로 구분한 IAPT 서비스의 핵심요소(Clark(2018) 재구성)

핵심 요소 근거-기반 실천
NICE가 추천하는 심리치료(인지행동치료, 행동활성화, 대인관계치료 등)이 제공되어야 한다. 최상의 연구 근거
내담자의 상태는 회기별로 측정되어야 하며, 데이터는 최소 90%의 온전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최상의 연구 근거
적합한 경우에, 치료는 단계적인 돌봄 모델을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최상의 연구 근거
서비스에 고용된 치료자는 치료 전달 방법에 대해 완벽하게 훈련된 전문가이거나 IAPT가 인증한 교육과정에서 수련을 받아야 한다. 임상적 전문성
모든 치료자는 매주 결과와 함께 정기적으로 슈퍼비전을 받아야 하며, 환자가 저강도 치료에서 진전이 없을 시, 적절한 시간 내에 고강도 치료로 단계를 높일지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임상적 전문성
환자(내담자)는 전문적이고 인간-중심의 평가를 받아야 하며, 평가를 통해 치료가 필요한 핵심 문제를 확인하고, 내담자의 목표를 명확하게 하며 위험도를 평가하며, 치료과정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임상적 전문성/내담자의 가치
특정한 질환 내에서 NICE가 효과적이라고 확인한 치료의 종류가 복수일시, 환자는 치료의 종류를 선택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가능한 경우에는, 환자는 그들이 치료받을 장소와 시간을 선택할 권리를 가져야 한다. 내담자의 가치
서비스는 스스로 위탁(self-referral)하는 환자를 받아들이며, 가정 주치의와 기타 건강전문가의 위탁도 수용한다. 내담자의 가치
서비스는 Hub and spoke 모델에 따라 작동한다: 중앙에서는 임상디렉터와 행정가가 수퍼비전, 교육, 환자기록을 담당하며, 환자 거주지와 가까운 각 지역에서 대부분의 면대면 치료가 이루어진다. 임상적 전문성/내담자의 가치

셋째, 핵심 원칙에 적합하게, 근거-기반의 실천을 할 수 있는 전문 심리서비스 제공자를 중앙 부처 혹은 지자체에서 선별 및 양성하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기존 심리서비스 제공자 간 자격요건 및 숙련도에 있어 격차가 심하기에 심리서비스의 질을 표준화하기 어렵다. 효과적인 심리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는 전문가의 최소 기준(예: 정신건강 관련 분야 석사 이상, 심리서비스를 위한 핵심 교육 이수 및 인증된 기관에서의 1년 이상의 수련 등)을 마련한 후 그 기준에 맞추어 서비스 인력을 선발하며, 정해진 근거-기반 치료(예: 인지행동치료, 대인관계치료, 행동활성화 등)를 훈련할 수 있는 필수교육과정이 구성될 필요가 있다.

넷째, 지역사회에서 근거-기반 심리서비스 보급이 한국의 현실에 적합한지, 심리서비스 보급 모델을 시행하여 그 효과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는 표준화된 한국형 정신건강 평가 도구를 탑재한 국가 모니터링 플랫폼이 구축되어야 한다. 플랫폼에서 치료의 사전, 회기별, 사후 간의 평가도구 점수 변화를 통해 치료의 회복률 추이를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프로그램의 효과성 및 비용효율성 뿐 아니라 보급 및 수행 개선 방향성까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전반적인 모델은 그림 6과 같으며, 일부 선도 지자체를 통해 예비시행되어 그 효과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

그림 6.

한국형 근거-기반 심리서비스 모형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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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언급한 전국민 대상 근거-기반 심리서비스 정책이 시행된다면 기대효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국민 근거-기반 심리서비스 정책은 심리서비스가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의 한 축으로서 민간과 공공의 영역에서 온전하게 기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현재 국내 상황에서 효과적이고 윤리적인 근거-기반 심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를 만나는 일은 개인의 충분한 사전지식과 도움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전국민 대상 근거-기반 심리서비스 정책은 국민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경중등도의 정신건강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둘째, 전국민 근거-기반 심리서비스 정책은 정신건강서비스의 보편화에 기여할 것이다. 현재 국내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 수준은 국내의 정신건강 심각도에 비해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접근으로 의료적 방법보다 상담방식의 치료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에, 심리서비스의 보편화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 영역에서 정신건강서비스의 관리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창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의학적 치료 및 복지서비스가 가장 시급한 내담자의 경우에도, 비교적 문턱이 낮은 심리서비스 현장을 먼저 방문한 후 평가에 따라 타 서비스 영역으로 연계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국민 근거-기반 심리서비스 정책은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정신질환의 사회경제적 부담 및 심리서비스의 비용효율성에 대한 정책연구(김태종, 2023)는, 국내에도 정신질환으로 인한 상당한 규모의 경제적 손실이 관측되며 대규모 심리서비스 정책이 도입된다면 효용성 있게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구체화하였다.

궁극적으로 전국민 근거-기반 심리서비스 정책은 경중등도의 정신건강 문제로 인한 실질적인 부담뿐 아니라, 정신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한 사람이 겪는 불편감과 삶의 질 하락, 자아실현 실패, 사회적 관계의 단절과 고립, 주위 가족과 지역사회의 부담감 등 양화할 수 없는 개인과 사회의 부담을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우울 및 불안장애는 전세계 인구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정신건강 문제 중 하나이며, 특히 한국에 만연한 경중등도의 정신건강문제는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사망률과 가장 낮은 출생률로 이어지고 있다. 수많은 연구에서 증명하듯, 지역사회에서 전문가가 수행하는 근거-기반의 심리서비스는 경중등도의 정신질환이 있는 국민의 정신건강수준 향상에 큰 도움을 줄 것이고, 사회기능 개선, 활력 및 행복감 증가 등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민 누구든지 우울, 불안의 문제, 원치 않는 외상사건으로 인한 정신건강 악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근거-기반 심리서비스 프로그램이 체계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정책을 통해 곧 제도화되어, 국민 전반의 정신건강수준과 삶의 질 개선에 큰 도움을 제공하길 희망한다.

1) “공공영역에서의 심리서비스 현황” 부분은 Yoo (2023)의 “한국의 공공 정신건강서비스 현황 및 심리사법안의 방향성 고찰”을, “민간영역에서의 심리서비스 현황” 부분은 Hong 외(2023)의 “국내 심리서비스 관련 민간자격 현황 연구”를 재구성하여 작성하였음.

Ack

본 연구는 2020학년도 고려대학교 문과대학특별연구비에 의하여 수행되었음(This study was supported by a faculty research grant from the College of Liberal Arts at Korea University in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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