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간 크고 작은 사회적 사건은 국민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을 급격히 증가시켰고, 이러한 관심의 일환으로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총 5개의 심리서비스 관련 법안1)이 발의되었다. 한국심리학회에서 지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1개 법안(심리사 법안, 서정숙 의원 대표 발의)을 포함한 여러 법안들은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양질의 심리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이 5개 법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누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즉, 해당 법안들은 서비스 제공자의 교육 및 수련 기준에 대한 의견에서 차이가 있다.
법안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해당 법안이 통과되어 적용되었을 때 어떤 변화가 기대되는가’이다. 심리서비스와 관련된 법에 적용해본다면, 국민들은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 적절한 서비스를 받고 빠른 기간 내에 건강을 회복할 수 있기를 기대할 것이다. 이론적으로 생각할 때,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는 방안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고의 전문가 양성이다. 그러나 법안의 제정은 정치적인 활동이며, 이를 위한 관련 직역 간의 타협이나 예산을 포함한 현실적인 여건, 그리고 소요 시간이나 절차를 무시할 수 없다. 일례로 2014년에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었고, 2015년부터 시행되었는데, 이 법은 발달장애를 가진 성인의 삶을 보조하고 지지하는 법으로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발달장애인법에 대한 비판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Choi et al., 2016; Shim, 2015), 법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 체제 구축, 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 파악, 지역 간 격차 극복 등을 위한 현실적 지원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Korea Disabled People’s Development Institute, 2011). 현실적으로 법에서 명시한 조처와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위한 제반 여건이 매우 제한된 상태였고, 예산도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이나 기획안도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 법의 실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은 심리서비스 관련 법을 제정할 때 현실적인 측면에서 실행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실행 측면에서 즉각적인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실행 가능한 법안으로 타협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사회적 여건과 여론은 역동적이고 시간에 따라 변하지만, 법은 한번 제정되면 개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법을 개정하는 데에는 매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는 한국의 심리서비스 현황뿐만 아니라 국민의 요구와 필요를 반영하는 법안, 즉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미래를 고려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에 더하여 어느 법이든 그 법안이 통과된 후 가져올 영향 때문에 법안과 관련된 직역의 철학이나 추구하는 바가 반영되지 않을 수 없다. 때로는 이런 이유로 여러 직역 간에 갈등이 초래되기도 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역 간의 타협과 조율이 요구된다. 최근 발의된 5개의 심리서비스 관련 법안은 관련된 직역 간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해당 이슈에 대해서는 2022년 <한국심리학회지: 일반>의 심리사법 특별호에 발표된 4개의 논문(Chey & Lee, 2022; Park et al., 2022; Ro et al., 2022; Won & Chang, 2022), 2023년 9월호에 발표된 3개의 논문(Chung & Lee, 2023; Gahng, 2023; Jo et al., 2023), 그리고 2023년 <한국임상심리학회지: 임상심리 연구와 실제>에 발표된 2개의 논문(Hong et al., 2023; You, 2023) 등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발의된 5개의 심리서비스 관련 법안을 비교한 후, 이 중 한국심리학회에서 지지 입장을 표명하는 심리사법에 포함된 교육과 수련 관련 조항에 대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함으로써 현실과 미래를 모두 중시하는 국민에게 필요한 심리서비스 전문인력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한다.
심리서비스 법안 간 응시자격의 비교
표 1은 발의된 5개의 법안에 명시된 전문가 응시자격과 현재 시행 중인 법안 중 유일하게 심리서비스 제공자에 대해 언급하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2016년 개정, 2017년부터 시행)」2) 제17조(정신건강전문요원의 자격 등) 및 시행령에 포함된 정신건강임상심리사의 응시자격에 대한 시행세칙을 비교해 놓은 것이다3). 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법으로 지정된 심리전문가의 응시자격 기준으로, 발의된 법안에 명시된 응시자격과 비교하기 위해 포함하였다. 응시자격, 즉 전문가의 교육과 수련에 대한 기준은 법안 이외에 시행령 등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하지만, 각 법안에 포함된 응시자격 조항을 보면 각 법안이 어떤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지, 그리고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표 1.
심리상담사 법안 비교
| 구분 | 법안명 | 발의 및 개정 시기 | 세부 내용 | |
|---|---|---|---|---|
| 1 | 심리상담사법안bold(더불어민주당) | 2022년 3월 28일 발의 | 응시자격 | 제10조(응시자격) 1. 대학원, 대학 등에서 상담학, 심리학 등의 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한 자 2. 심리상담 관련 시설에서 5년 이상 심리상담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자 |
| 연수 및 보수교육 | 제35조(심리상담사의 교육) ① 심리상담사 자격이 있는 사람이 심리상담사 업무를 시작하려면 보건복지부장관이 시행하는 실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② 심리상담사는 자질과 업무수행능력 향상을 위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시행하는 연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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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국민 마음건강증진 및 심리상담지원에 관한 법률안 (국민의힘) |
2022년 3월 31일 발의 | 응시자격 | 제8조(응시자격) 1. 대학원에서 상담학, 심리학 등의 과목을 이수하고 졸업한 자 2. 대학에서 상담학, 심리학 등의 과목을 이수 및 졸업 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에서 3년 이상 심리상담사 업무 혹은 유사한 업무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자 |
| 연수 및 보수교육 | 제24조(심리상담사의 교육·연수) ① 심리상담사 자격이 있는 사람이 심리상담 업무를 시작하려면 등록을 하기 전에 실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② 보건복지부장관은 심리상담사의 자질과 업무수행능력 향상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기관·단체 등에 위탁하여 심리상담사에 대한 보수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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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심리사법안 (국민의힘) | 2022년 4월 29일 발의 | 응시자격 | 제5조(심리사 자격) 제1항 1. 고등교육법 제 11조의 2에 따른 인정기관의 심리사 교육과정 인증을 받은 대학 등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심리학 관련 과목을 이수하여 학부 및 석사 또는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년 이상 3,000시간 이상의 수련을 마치거나, 석사와 박사 학위 취득 후 1년 이상 1,000시간 이상의 실무수련을 마친 자 |
| 연수 및 보수교육 | 제5조(심리사 자격) ② 심리학 관련 학문에 대한 정의, 심리사 교육과정 및 심리사 실무수련에 대한 인증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운영 및 세부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제15조(수련심리사) ② 수련심리사는 보건복지부에 수련 심리사로 등록하여야 하며, 심리사는 수련심리사의 직무, 교육, 수련에 대하여 지도하고 감독할 책임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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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 상담사법안 (정의당 外) |
2022년 7월 14일 발의 | 응시자격 | ※1급과 2급으로 구분하고 1급만 국가시험 요구 [1급] 제7조(응시자격) 제1항 2급 상담자 자격을 취득한 후 3년 이상 상담사 업무에 종사한 자 제8조(수련) 제1항 1급 수련은 대학 및 대학원에서 이루어지는 수련시간 및 2급 수련을 포함해 5,000시간 이상 [2급] 제5조(자격) ②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 또는 대학원에서 상담학 및 심리학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과목을 이수 후 졸업하고, 제8조에 따른 수련을 받은 사람 제8조(수련)제1항 2급 수련은 대학 및 대학원에서 이루어지는 수련시간을 포함해 2,000시간 이상 |
| 연수 및 보수교육 | 제23조(보수교육) ① 상담사는 상담사의 전문성과 윤리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실시하는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은 보수교육 업무를 제24조에 따른 한국상담사협회, 상담사 관련 단체 또는 법인에 위탁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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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 국민 마음건강 증진을 위한 상담서비스 지원법안 (더불어민주당 外) |
2023년 9월 18일 발의 | 응시자격 | ※1급과 2급으로 구분하고 둘 다 국가시험 요구 [1급] 제8조(응시자격) 제1항 1. 2급 전문상담사 자격을 취득한 후 3년 이상 전문상담사 업무에 종사하고, 제9조제1항 실무수련을 완료한 자 2.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 및 대학원에서 관련 과목을 이수한 석사 학위 이상 소지자 제9조(실무수련) 제1항 1. 대학 및 대학원 실무수련 및 2급 실무수련을 포함해 5,000시간 이상 [2급] 제8조(응시자격) 제2항 1.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 및 대학원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 상담 관련 과목을 이수하고 제9조제1항 실무수련 완료한 자 제9조(실무수련) 제1항 2. 대학 및 대학원에서 이루어지는 실무수련을 포함해 2,000시간 이상 |
| 연수 및 보수교육 | 제22조(보수교육) ① 전문상담사는 전문성과 윤리의식을 높이기 위해 보건복지부장관이 실시하는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은 보수교육 업무를 제23조에 따른 한국전문상담사협회, 전문상담사 관련 단체 또는 법인에 위탁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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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2조제1항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자격기준’) |
2016년 5월 개정 2017년 5월 시행 |
응시자격 | [1급] 1. 심리학에 대한 석사학위 이상을 소지한 사람(석사 이상 학위 취득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임상심리 관련 과목을 이수한 경우로 한정한다)으로서 법 제17조제1항에 따른 정신건강전문요원 수련기관에서 3년(2급 자격취득을 위한 기간은 포함하지 아니함) 이상 수련을 마친 사람 2. 2급 정신건강심리사 자격 취득 후 정신건강증진시설, 보건소 또는 국가나 지방자체단체로부터 정신건강증진사업등을 위탁받은 기관이나 단체에서 5년 이상 근무한 경력(단순 행정업무 등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업무는 제외)이 있는 사람 3. 국가기술자격법 시행령 제12조의2제1항에 따른 임상심리사 1급 자격을 소지한 사람으로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한 수련기관에서 3년(2급 자격 취득을 위한 기간은 포함하지 아니함)이상 수련을 마친 사람 [2급] 심리학에 대한 학사 학위 이상을 소지한 사람(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임상심리 관련 과목을 이수한 경우로 한정)으로서 수련기관에서 1년(1급 자격취득을 위한 기간 포함) 이상 수련을 마친 사람 국가기술자격법 시행령 제12조의2제1항에 따른 임상심리사 2급 자격을 소지한 사람으로서 수련기관에서 1년(1급 자격취득을 위한 기간을 포함) 이상 수련을 마친 사람 |
| 연수 및 보수교육 | 제13조(정신건강전문요원 보수교육의 위탁) ① 보건복지부장관은 법 제17조제4항에 따라 같은 조 제3항에 따른 정신건강전문요원 보수교육을 다음 각 호의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법 제21조에 따라 국가가 설립한 정신병원 고등교육법제2조에 따른 학교로서 정신건강 관련 학과가 설치되어 있는 학교 정신건강전문요원을 구성원으로 하여 설립된 기관으로서 전국적 조직을 갖추고 있는 기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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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제한적이기는 하나, 법안의 조항 내용만으로 비교했을 때 이 5개의 법안은 응시자격과 관련하여 다음의 3가지 측면에서 서로 차이가 있다. 첫째는 심리서비스 제공자의 전공에 대한 기준이다. 표 1을 보면 5개 법안 중 1번 심리상담사법안과 2번 마음증진 법안, 4번 상담사법안, 그리고 5번의 상담서비스 지원법안(이후 모두 동일 약칭 사용)의 경우, 이수 과목으로 상담학과 심리학을 모두 언급하고 있다. 반면, 3번의 심리사법안은 유일하게 ‘심리학 관련 과목’이수를 기본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과목이 이수 과목으로 인정될지는 시행세칙에 명시되겠으나, 다른 법안과 다르게 심리학에 초점을 두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이는 기술적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학문의 철학적 측면에서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 즉, 전공에 대한 법안 내용의 차이는 국민들에게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 어떤 학문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기본적인 견해의 차이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한국심리학회에서는 우선, 미국, 유럽 등 해외 주요국가에서 심리서비스 제공자의 교육 요건으로 심리학이 기본으로 명시되어 있으며(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2015; Van Broeck & Lietaer, 2008), 둘째, 심리학 영역에서 축적된 정신병리와 심리평가, 심리치료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에 기반해 심리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2015; National Collaborating Centre for Mental Health, 2018)는 사실에 근거하여 심리학이 주요 학문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90년대에 정신건강에 대한 민간 보험 제도의 도입으로 근거기반치료(evidence-based treatment)라는 개념이 심리서비스의 핵심 철학으로 자리 잡으면서, 과학적 연구에 근거한 심리서비스를 강조하는 심리학의 입지가 공고해지게 되었다(McBain et al., 2021; Wainstock, 1993). 영국을 포함한 유럽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NICE(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linical Excellence)4)에서 제공하는 ‘정신장애에 대한 임상지침5)’에서 근거기반평가와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부터 심리학적 지식과 기술의 습득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다만 법안의 내용에서 ‘심리학 과목’이 아닌 ‘심리학 관련 과목’으로 명시된 것은 해당 사항이 민감한 사안임을 보여준다. 한국심리학회 산하 16개 분과학회 중 심리서비스 제공과 관련 있는 산하 학회에는 임상심리학회, 상담심리학회, 건강심리학회, 발달심리학회, 여성 심리학회, 코칭심리학회, 산업 및 조직 심리학회 등이 있다. 이 중 대다수의 분과는 심리학 전공자가 회원의 대부분이지만, 상담심리학회의 경우는 심리학 외 교육학이나 상담학 등 다수의 타 학문 전공자가 포함되어 있다. 2023년 12월 현재 한국심리학회에 보고된 상담심리학회의 회원 수는 약 13,000명으로, 전체 심리학회 회원인 약 27,700명의 47%가량을 차지하며, 해당 인원 중 심리학 전공자의 수는 30%6) 미만에 불과하다. 이러한 회원 구성으로 인해 상담심리학회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타 직역과의 타협과 협상 없이 이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지만, 통과된다고 해도 시행세칙 중 ‘심리학 관련 과목’의 포함 범위를 결정할 때 관련된 심리학 분과, 특히 상담심리학회와의 의견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심리학과 상담학을 포함한 관련 학문 분야의 교육과정을 구체적으로 비교해보면, 공통적으로 상당수의 심리학 과목을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Jo et al. (2015)는 21개 학부 상담학과의 교육과정 현황을 분석했는데, 전체 과목을 전공 교과목 영역(총 6개 영역: 상담학 기초, 상담이론과 기법, 심리평가, 통계 및 연구, 상담실습 및 기타)과 상담학 영역(총 7개: 상담 일반, 상담이론 및 접근, 상담방법 및 도구, 상담대상, 상담내용, 상담현장, 상담기반)으로 분류하였다. 그 결과, 전공 교과목 영역의 경우에는 상담학 기초, 상담이론과 기법이 약 70%(총 710과목 중 각각 210개와 290개)를 차지했고, 그중 가장 빈번하게 개설된 과목명은 매체상담(예: 놀이치료, 미술치료, 사이코드라마 등 54과목), 정신건강(46과목), 상담 실습(35과목), 심리검사(34과목), 연구 방법(31과목) 및 상담이론(30과목) 순이었다. 교과목을 상담학 영역으로 분류한 경우, 상담현장 영역을 제외하고 나머지 6개 영역에 교과목이 고르게 분포하였는데, 그중 가장 많은 과목은 상담 일반으로, 총 704개 과목 중 144개(약 21%)였다. 흥미로운 점은 여러 영역에 걸쳐 개설되는 과목의 상당수가 발달심리, 성격심리, 사회심리, 학습심리, 중독심리, 임상심리, 건강심리, 행동수정, 심리검사, 심리측정, 인지행동치료 등 심리학 과목이라는 점이다. 이 과목들은 Park et al. (2022)이 정리한 국내 심리학과 개설 과목과 동일하다. 다른 영역은 상담학과 교육과정에 빈번하게 개설되는 매체상담 과목(예: 독서치료, 영상치료, 표현예술치료 등)으로, 이 과목들은 대다수의 심리학과에서는 개설되지 않는데 그 이유는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심리학과에서는 학문 특성상 여러 하위 분야(예: 성격심리학, 임상심리학)에 대한 과목이 개설되므로(Norcross et al., 2016) 개별적인 치료법을 다루는 세부 과목이 개설되기 어렵다. 또 다른 이유는 대다수의 매체상담 과목에서 다루는 치료법들은 효과에 대한 근거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리학은 ‘과학적인’ 방법론에 기반하므로, 연구를 통해 효과가 밝혀진 근거기반치료가 아닌 치료 방법에 대한 과목은 상대적으로 개설 빈도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심리상담에 대한 관심의 증가로 학부 수준의 상담학과 수가 크게 증가했음을 고려할 때, 2015년에 조사된 상기 정보가 현시점에도 적용되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본 논문에서는 전국 대학 상담학과 협의회 웹사이트( http://kacd.kr/web/page.php?pcode=8)에 기재된 57개 학과 중 수도권과 지방에 소재한 일반 및 사이버 대학 네 곳을 무선으로 선정하고, 해당 학과의 웹사이트7)를 통해 현재 개설된 교과목 목록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2015년 조사 결과(Jo et al., 2015)와 유사하게 다수의 심리학 과목이 개설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이와 같은 간이 조사의 결과를 근거로 일반적인 결론을 내리기에는 대표성과 정확성에 한계가 있으므로 상담 관련 학과와 심리학과의 교과과정을 철저히 비교․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2015년 조사(Jo et al., 2015)와 일부 웹사이트를 통한 조사는 상담 관련 학과에서 상당수의 심리학 과목이 개설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추후 심리서비스 법안에서 서비스 제공자가 이수해야 하는 전공 과목을 명시할 때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더불어 학문 간 분류에 대한 이슈는 심리학 내에서 심리학 학부 교육과정에 대한 분명한 정의를 요한다. 다른 학문과 비교하려면 ‘심리학’에서 정의하는 교육에 대한 공통된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아쉽게도 심리학 내에서 이를 명시한 자료가 부재하다.
5개 법안의 응시자격에 대한 두 번째 차이점은 학위 수준에 대한 것이다. 전공 영역과 마찬가지로 3번의 심리사법안을 제외하고 나머지 법안들은 모두 학사 학위를 교육 조건으로 인정하고 있다. 2023년 현재 국내 4년제 대학의 졸업학점은 약 120학점이며, 학교마다 차이는 있으나 약 36학점에서 60학점을 전공학점으로 지정하고 있다. 국내 대학 중 심리학과가 있는 곳은 약 27개 내외이며, 학문의 특성상 전공학점에 지각, 인지, 발달, 사회심리 등 인간에 대한 기초적인 심리학 지식을 포함하도록 커리큘럼이 구성되어 있다(Park et al., 2022). 일반적으로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전공자는 대학이 아닌 대학원 전공 선택을 통해 진로를 결정한다. 그리고 대학원 입학의 경우, 심리학 전공자나 부전공자를 선호하나 비전공자라도 최소한 심리학 개론과 통계 과목을 포함한 심리학 기초과목 수강을 기본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대학원에서 학부 과목의 보충 수강을 통해 해당 기준을 충족하도록 지도한다. 이러한 방침의 이유는 대학원 과정이 깊이와 폭을 넓히는 단계인 만큼 학부 수준의 기본적인 지식이 없으면 수학이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학문이 마찬가지이나 사람에 대한 과학적 학문인 심리학의 경우, 심리학적 기초지식이 없이 대학원 수준의 학문 수행은 어렵다. 그런데 어떤 연유에서인지 심리학은 학부 전공과 관계없이 대학원에서 교육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상대적으로 공학이나 이학의 경우에는 수학, 물리학 등의 기초지식 없이 대학원 진학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분명하다. 수학이나 물리학은 문제의 답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생의 수학 능력 수준이 쉽게 평가되므로 비전공자가 교육과정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섣불리 나서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심리학을 포함한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의 경우, 학부에서 전공 공부를 하지 않아도 대학원 수학이 가능하다고 가정하는 경우를 빈번하게 관찰할 수 있다. 국문학 과목을 수강한 이력이 전혀 없는 사람이 글을 잘 쓴다는 이유로 국문학 대학원에 지원한다든지, 경제학 과목을 수강하지 않은 사람이 개인적인 차원에서 경제활동을 잘한다는 이유로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 과정에 지원하는 것이 그 예이다. 글쓰기와 국문학 연구, 그리고 경제활동과 학문으로서의 경제학은 엄연히 다르다.
심리학도 마찬가지이다. 심리학은 사람에 대한 학문이고, 우리는 모두 사람이므로 사람에 대한 이해, 즉 심리학의 기초를 갖추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학문으로서의 심리학은 방법론과 통계 등 연구적 지식을 포함하여 기본적으로 과학적 사고와 학습이 요구된다. 정신건강 서비스는 단순히 심리적 기법을 타인에게 적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에 대해 과학적으로 축적된 지식을 충분히 습득해야 하고,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를 위해 과학적인 방법론과 접근법을 구체적으로 배우고 훈련해야 한다. 3번 심리사법안에서는 이에 근거하여 학사 및 석사 혹은 석사 및 박사 학위 과정에서 다양한 수업을 통한 기초지식의 습득을 자격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그리고 이 기준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에서 명시한 정신건강임상심리사의 교육수준(학사 전공에 관련 없이 석사 수준의 교육을 요함)보다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반면, 나머지 1, 2, 4번 법안에서는 학부 수준의 교육을 허용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상담 관련 학부 과정에서 상담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과목 교육과 수련을 제공한다는 가정에 근거한다. 이 이슈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느냐, 즉 교육 내용과 더불어, 얼마나 많이 가르쳐야 하느냐, 즉 교육 연한과도 관련된다. 교육 내용에 대한 이슈는 앞서 상담 관련 학부의 교과과정을 분석하며 논의하였으므로, 여기서는 교육 연한에 초점을 두려고 한다. 3번의 심리사법안에서는 학사와 석사과정, 혹은 석사와 박사과정에서 심도 있는 교육을 제공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본 논문의 후반에 보다 자세히 논의될 심리서비스에 필수적인 교육영역의 경우, 단기간에 습득되는 지식이 아니므로 다양한 과목을 개수를 늘려 교육하기보다는 교육 초반에는 기초과정(예: 이상심리학), 후반에는 심화과정(예: 고급 이상심리학 혹은 정신병리학)을 통해 단계적인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이런 지식들은 단기간에 축적되기 어렵고, 특히 실제 임상현장에서 실습을 통한 경험적 지식과 연결되어야 효과적으로 체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적으로는 최고의 교육을 받은 전문가가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제한된 예산 내에서 가장 효율적인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현실 상황을 고려할 때, 5번 법안에서 제시하듯 서비스의 수준을 대상자의 심각도에 따라 분류하는 것도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보건, 법률 등 다른 전문 분야에서도 이런 체계(예: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변호사와 법무사)를 적용하고 있다. 이를 심리학에 적용하면, 심각한 정신병리를 가진 집단이나 고위험군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에는 최고 수준의 교육 기준을 요구하고, 경증이나 중등도의 어려움을 경험하는 대상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에게는 높은 기준을 필수로 요구하지 않을 수 있다. 법안 4나 5의 경우, 전문가의 자격 수준을 두 단계로 나누어 제안하고 있는데, 전공 분야와 수련 등 논의되어야 할 이슈는 많으나, 적어도 교육 연한과 관련해 이러한 방식이 직역 간 이견을 줄이는 현실적인 타협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응시자격과 관련하여 5개 법안의 마지막 세 번째 차이점은 수련과 직무 경험에 대한 기준의 차이이다. 수련은 서비스의 질을 통제하고 확보하기 위해, 전문가의 감독하에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된다(Yang et al., 2017). 수련에 대한 전문가 감독은 자격증의 종류나 국가에 따라 조금씩 상이하지만, 미국 심리학자(licensed psychologist) 면허의 경우, 대다수의 주(state)에서 심리서비스를 20시간 제공할 때마다 1시간씩 1:1 감독(수퍼비전)을 받게 되어 있다(예: 뉴욕주, https://www.op.nysed.gov/psychology). 감독자는 한 명 이상일 수 있고, 감독 범위는 서비스 제공 영역(예: 평가, 치료)을 모두 포함한다. 국내의 경우, 수련에 요구되는 감독 시간이나 방법은 덜 구체적이지만, 감독 요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국가자격이나 일부 민간자격(예: 한국심리학회의 임상심리전문가, 상담심리사1급)의 경우, 서비스의 질을 관리 및 감독하기 위해 수련생이 수련 내용(서비스 제공 날짜, 시간, 감독자 이름, 제공한 서비스 종류, 서비스 대상 등)을 자세히 기록하고, 자격증 획득을 위한 심사 시 해당 기록의 제출을 필수 요건으로 삼고 있다. 반면, 실무 경력은 현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한 경험 및 기간을 의미하며, 이때 서비스 제공 내용 및 과정을 감독하는 감독자는 필수가 아니다. 서비스의 내용과 방법은 전적으로 서비스 제공자에게 달려 있으므로 서비스 질에 대한 통제가 불가하다. 따라서 실무 경력이 높아진다고 해서 서비스의 질이 향상된다고 가정하기는 어렵다.
3번 심리사법안과 5번 상담서비스 지원법안의 경우, 일정 수련시간을 필수로 명시하는 반면, 나머지 1, 2, 4의 법안은 실무 경력만을 필수로 지정하고 있다. 수련과 실무 경력은 전문가가 제공하는 심리서비스의 질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감독자의 감독하에 이루어지는 수련은 실제 현장에서 윤리적인, 그리고 법적인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이다. 실제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의 심리사 국가자격은 모두 일정 수련시간을 필수로 지정하고 있다(Chey & Lee, 2022; Ro et al., 2022).
한국심리학회 내 민간자격증 자격요건
심리사법안에서 제안하는 응시자격 요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해당 요건의 근거가 되는, 한국심리학회에서 발급하는 분과별 민간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교육 및 수련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표 2는 한국심리학회 산하 각 분과학회에서 시행 중인 총 11개 1급 자격증의 요건을 정리한 것이다. 이 표를 살펴보면 한국심리학회의 모든 1급 자격증에서 석사 학위 이상을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여성심리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자격 취득 시 일정 시간 이상의 수련이 요구되며, 특히 임상심리전문가, 상담심리사1급, 건강심리전문가 등 정신건강 서비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격에서는 석사 학위 취득을 기준으로 3년(3,000시간) 이상 전문가의 감독하 수련이라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 2.
한국심리학회 내 민간자격증 자격요건
| 자격명 | 전공 및 학위 | 수련 요건 |
|---|---|---|
| 임상심리전문가 | 임상심리학전공 석사/박사 학위 | 석사 취득 시 3년(3,000시간) 이상, 박사 과정은 2년(2,000시간) 이상, 박사 취득 시 1년(1,000시간) 이상 수련 |
| 상담심리사 1급 | 상담관련 전공 석사 학위 이상 또는 상담 비관련학과 석사 학위 취득 후 박사 과정 입학 | 석사 취득 및 상담관련 박사 과정은 3년(3,000시간) 이상 상담 |
| 발달심리사 1급 | 발달심리학 관련 분야 박사 학위 취득 또는 석사 학위 취득 후 전문가/기관 감독하에 3년 이상 경력 | 1년 이상 수련 (상담 및 치료 200회기 이상, 종합심리평가 40사례 이상, 학술대회 참여 64시간 이상, 논문 발표 등) |
| 인사조직심리전문가 | 산업 및 조직심리학 관련 분야 석사/박사 학위 | 석사 취득 시 2년 이상, 박사 취득 시 1년 이상 수련 |
| 범죄심리사 1급 | 법심리/범죄심리학 분야 특수대학원 석사/박사 학위 취득 또는 심리학 전공 학사 또는 석사 재학 이상 | 석사/박사 취득 시 400시간 이상 현장실습 및 200시간 이상 수련, 심리학 전공 석사 학위 또는 재학 시 400시간 이상 현장실습 및 200시간 이상 수련, 심리학 전공 학사 취득 시 600시간 이상 현장실습, 300시간 이상 수련 |
| 건강심리전문가 | 건강심리학 및 관련 분야 석사/박사 학위 | 석사 취득 시 3년(3,000시간) 이상, 박사 과정은 2년(2,000시간) 이상, 박사 취득 시 1년(1,000시간) 이상 수련 |
| 여성심리사 1급 | 여성심리학 관련 분야 박사 학위 또는 석사 학위 및 여성심리학 2급 자격증 취득 후 2년 이상 활동, 심리학 석사 학위 이상 및 3년 이상 경력 | . |
| 인지학습심리사 1급 | 인지학습 분야 전공 석사/박사 학위 또는 인지학습심리사 2급 취득 후 2년 이상 경력 | 인지학습 분야 종사자는 250시간, 심리학 관련 전공자는 200시간 이상 수련 |
| 학교심리사 1급 | 학교심리학 관련 분야 석사/박사 학위 | 1년 이상 수련 (개입 280시간 이상, 심리검사 100사례 및 보고서 작성 10사례 이상, 논문 발표 1편 이상, 사례발표회 참석 및 발표 등) |
| 중독심리전문가 | 중독심리학 관련 분야 박사 학위 또는 석사 학위 취득 후 5년 이상 경력 | 박사 취득 시 3년 이상 실무 경력 및 186시간 수련, 석사 취득 시 2년 이상 실무 경력 및 120시간 수련 |
| 코칭심리사 1급 | 심리학 및 관련 전공 박사 학위 이상 취득 후 코칭 분야 2년 이상 경력 또는 심리학 및 유관 전공 석사 이상 취득 후 3년 이상 경력 | 1년 이상 수련 (코칭 300회, 수퍼비전 20회, 사례연구 모임 10회 이상, 심리평가 20회 이상, 학술 활동 48시간 이상, 논문 발표 등) |
이 기준은 표 1에 포함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명시한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자격기준과 유사한 수준이나, 한국심리학회에서 지지 입장을 표명한 심리사법안에서 제시하는 응시자격 기준과는 교육 내용과 시간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심리사법안에서 제시하는 교육 및 수련제도
심리사법안에서 제시하는 응시자격 기준에 대한 근거와 자세한 설명은 Park et al. (2022)의 논문과 한국심리학회가 보건복지부의 의뢰를 받아 2020년에 수행한 심리서비스 입법 연구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본 논문에서는 구체적인 예시를 통해 제안 내용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
교육제도
심리사법안을 포함하여 발의된 5개의 법안 어느 곳에도 구체적인 교육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법안이 제정되면 시행세칙을 통해 구체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표 1에서 소개한 국내 유일의 정신건강서비스 제공자의 자격을 기술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의 경우, 시행세칙에서 교육에 대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시행세칙에서는 교육 내용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수강해야 하는 과목 수와 과목명을 필수와 선택으로 분류하여 제시한다. 정신건강임상심리사의 경우, 대학원에서는 필수 4과목(정신병리학, 심리평가, 심리치료, 연구방법론), 선택과목으로 총 25과목 중 3과목(상담 및 치료과목 중 1개 선택, 이상 평가 및 측정과목 중 1개 선택, 이상 기초 및 응용과목 중 1개 선택)을 이수하게 되어 있다.
심리사법안에서 제안하는 교육제도는 교육시간과 교육 이수를 확인하는 방법의 측면에서 상기 법률과 다르다. Park et al. (2022)의 논문과 한국심리학회(2020)의 심리서비스 입법 연구에서는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데, 먼저, 교육시간은 학사와 석사를 이수하는 경우는 78학점 이상, 석사와 박사를 이수하는 경우는 54학점 이상을 제안하였다. 이 기준에 의하면 학사와 석사 이수의 경우 대학원 석사과정에서 일반적으로 30학점 이수가 기본이므로 학사에서 48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학사과정에서 전공 이수로 요구되는 36학점보다 많으므로 현실을 감안하여 조절할 필요가 있다.
교육 내용을 확인하는 방법의 경우, Park et al. (2022)의 논문, 그리고 한국심리학회(2020)의 심리서비스 입법 연구에서는 현행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적용하는 것과 다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는 교육 내용을 이수 과목명으로 확인하고 있는데, 이 방법은 운영상 어려움을 초래한다. 교과과정 및 내용이 동일하더라도 과목명이 한 글자라도 틀리게 되면 인정되지 않으므로 해당 과목 이수를 인정받기 위한 운영위원회의 심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National Center for Mental Health, 2022). 정신건강전문요원의 관리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처리해야 하는 안건 중에 이 교과목 인정 건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여러 차례 서류 보완 및 심사로 인한 행정적 부담이 예전부터 문제로 지적되었다(Chae & Lee, 2014). 대학에서 교과목의 운영은 교수자가 결정하며, 동일한 과목명이라도 다른 내용이 포함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격증을 위해 요구되는 과목이 여러 개이고, 각 대학의 학과는 특정 자격증을 위해서만 과목을 개설하는 것이 아니므로, 자격증 획득을 위해 요구되는 모든 과목이 동일한 과목명과 동일한 교과과정을 포함하게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그보다는 필수적인 교육 내용을 모두 포함하게 하되, 각 과목에 융통성을 주는 것이 더 적절하다. 실제로 미국 심리학자 면허증을 위한 교과과정의 경우, 총 교육시간과 9개의 교육영역을 정하고, 해당 영역에서 포함해야 하는 이수시간을 비율로 정하고 있다. 각 교수자는 원하는 영역에서 시간을 자유롭게 조합하여 과목을 개설할 수 있으며, 관리자는 개설되는 전체 과목의 시간이 요구되는 비율에 맞도록 관리한다. 이 시스템은 각 대학 및 학과, 교수자에게 융통성을 부여하고, 각 학과의 특성을 반영하여 과목을 개설하게 해준다.
다음은 Park et al. (2022)과 심리서비스 입법 연구(Korean Psychological Assocation, 2020)의 제안을 참고하여 본 논문에서 제안하는 교육시간과 영역을 정리한 것이다. 교육영역은 기존에 제안된 9개 영역을 수용했고, 교육시간은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학부는 3학점 수업 22과목으로 축소했다. 총 시간을 고려하여 영역별 비율에 따라 분배한 교육시간은 표 3에 정리했고, 이 시스템을 도입했을 때 과목 개설 방법의 예시는 표 4와 표 5에 제시했다.
표 3.
영역별 교육시간
| 교육영역 | 비율(%) | 학사(36학점) + 석사(30학점) | 석사(30학점) + 박사(24학점) | |
|---|---|---|---|---|
| 1 | 행동의 생물학적 기초 | 9~10 | 100시간 | 75시간 |
| 2 | 행동의 인지․정서적 기초 | 9~10 | 100시간 | 75시간 |
| 3 | 행동의 사회․문화적 기초 | 9~10 | 100시간 | 75시간 |
| 4 | 성장과 전생애 발달 | 9~10 | 100시간 | 75시간 |
| 5 | 평가와 진단 | 15~16 | 150시간 | 120시간 |
| 6 | 치료, 개입, 예방 및 감독 | 15~16 | 150시간 | 120시간 |
| 7 | 실험 방법 및 통계 | 11~12 | 120시간 | 90시간 |
| 8 | 윤리/법/전문가 이슈 | 11~12 | 120시간 | 90시간 |
| 9 | 기타 선택 (최신 경향, 다학제 접근 등) | ~11 | 50시간 | 90시간 |
| 총 시간 | 100 | 990 시간 (3학점×22과목×15시간) |
810 시간 (3학점×18과목×15시간) |
|
표 4.
교과목 개설 예시 (학부)
| 과목/교육 영역 | 1 | 2 | 3 | 4 | 5 | 6 | 7 | 8 | 총합 |
|---|---|---|---|---|---|---|---|---|---|
| 심리학개론 | 6 | 6 | 6 | 6 | 6 | 6 | 6 | 3 | 45 |
| 실험심리학 | 42 | 3 | 45 | ||||||
| 심리통계 | 42 | 3 | 45 | ||||||
| 발달심리학 | 39 | 3 | 3 | 45 | |||||
| 지각심리학 | 39 | 3 | 3 | 45 | |||||
| 사회심리학 | 39 | 3 | 3 | 45 | |||||
| 인지심리학 | 39 | 3 | 3 | 45 | |||||
| 임상심리학 | 45 | 45 | |||||||
| … | … | ||||||||
| 총 시간 | 990 |
표 5.
교과목 개설 예시 (대학원)
| 과목/교육 영역 | 1 | 2 | 3 | 4 | 5 | 6 | 7 | 8 | 총합 |
|---|---|---|---|---|---|---|---|---|---|
| 고급 통계 | 45 | 45 | |||||||
| 심리개입/치료 | 42 | 3 | 45 | ||||||
| 심리평가/진단 | 42 | 3 | 45 | ||||||
| 신경심리평가 | 45 | 45 | |||||||
| 인지행동치료 | 42 | 3 | 45 | ||||||
| 지역사회심리학 | 42 | 3 | 45 | ||||||
| 고급발달심리학 | 42 | 3 | 45 | ||||||
| … | … | ||||||||
| 총 시간 | 810 |
이 2개의 표는 학부와 대학원 커리큘럼에 대한 예시로, 각 학과에서는 각각의 요구에 맞게 다양한 조합으로 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한 학과 내에서 교육을 받는 경우, 커리큘럼이 이미 구성되어 있으므로 지정된 과목을 수강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국내 대학의 경우, 대다수 학생이 한 학교에서만 과목을 수강하므로 인정받는 교육시간을 계산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학점 인정제도나 편입 시 여러 학교의 과목을 인정받으려고 할 때 시간을 계산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다.
수련 제도
심리사법안에서 제안하는 수련시간과 제도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명시한 기준, 즉 석사 학위를 받은 수련생의 경우 3,000시간의 전문가 감독하 수련 필수와 동일하다8). 이 3,000시간에는 실제 심리서비스 활동뿐 아니라 대학원 과목 이수, 학술대회 참석 및 발표, 지역사회 활동, 사례 발표, 연구 및 논문 출판 등 다양한 활동이 포함된다. 심리서비스 활동의 경우, 주로 평가와 치료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이 있는데, 평가는 300시간 이상, 치료는 300시간 이상을 충족하되 100시간 이상은 수련생이 주치료자로 활동해야 하고 이 중 50시간 이상을 1:1 혹은 다대일로 감독자에게 지도감독을 받아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수련 시간에는 감독자 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실무 경력은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
심리사법안에서 제안하는 수련제도는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 해외 국가의 법률에서 명시하는 기준(Chey & Lee, 2022; Ro et al., 2022)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와 같은 체계적인 수련 제도는 모두 질 높은 심리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모든 전문가 수련 제도에서 공통적으로 수련생의 수행은 철저하게 감독자의 책임으로, 감독자는 자신이 감독한 수련생이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을지 평가하게 되어 있다.
수련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과 운영을 위해서는 감독자의 자질과 보수교육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감독자는 심리사법안의 자격 기준에 따라 자격증을 획득한 전문가로 한정하되, 지도감독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동시에 지도하는 수련생의 수를 제한하는 것(예: 5명 미만)을 제안한다. 감독자로 활동하기 위한 추가 조건으로는 자격증 획득 후 전일제(full-time)로 3년 이상 활동과 지정된 감독자 교육(예: 8시간 교육)을 이수한 후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감독자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전문가 보수교육 요건을 충족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감독 활동과 윤리 등에 대한 추가적인 교육(예: 각 영역마다 3~5시간/보수교육 기간)을 충족할 필요가 있다.
보수교육
보수교육은 전문가 자격 획득 후 전문가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이다. 표 1에서 확인할 수 있듯, 모든 법안에 보수교육에 대한 조항이 있고, 그 취지와 의무화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본 논문에서는 미국 심리학자 면허 획득을 위해 다수의 주(state)에서 요구되는 기준(예: 뉴욕주, https://www.op.nysed.gov/psychology)에 근거하여 3년 주기로 36시간의 보수교육을 의무화할 것을 제안한다. 보수교육 내용은 교육제도에 포함된 영역과 동일하게 지정하되, 반드시 지도감독 활동(예: 3시간)과 윤리(예: 4시간) 교육을 포함해야 한다는 조건을 두어야 한다.
한 가지 강조할 점은 보수교육 이수 여부에 대한 확실한 조처의 필요성이다. 한국심리학회 발급 자격증의 경우, 보수교육에 대한 기준이 명시되어 있으나 이를 지키지 않은 대상자에 대한 조처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편이다. 미국의 경우, 면허증을 가진 심리학자가 보수교육 요건(주마다 상이하나 대부분 36시간/3년)을 충족하지 못하면 자격증이 정지되며, 이수 여부를 철저하게 추적하고 결과를 공지한다. 효과적인 심리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보수교육을 통해 최신 연구 동향을 지속적으로 살펴야 하며, 심리서비스 제공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해 동료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와 꾸준한 교류 및 훈련이 필요하다. 보수교육의 의무화는 전문가가 전문 정보와 지식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동료들과 교류하게 함으로써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위원회의 운영 및 인증제도의 실행
한국심리학회(2020)의 심리서비스 입법 연구와 Park et al. (2022)의 논문에서는 교육과 수련의 질을 통제하기 위해 인증제도와 위원회 운영을 제안하고 있다. 위원회의 운영과 인증제도의 실행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해당 논문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인증제도는 심리서비스 제공자가 갖추어야 할 교육과 수련의 기준을 명시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교육과 수련 프로그램을 사전 심사제도를 도입하여 인증하는 시스템이다(Park et al., 2022). 실제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심리서비스뿐만 아니라 다른 직역에서도 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인증된 프로그램은 일정 기간마다 재인증을 받아야 하므로 서비스 질의 지속적인 통제가 가능하다. 여기서 가장 어려운 점은 인증의 주체가 누구여야 하는가다. 법안 실시자가 인증을 하기도 하지만, 학회나 협회에 인증을 의뢰하기도 한다. 인증제도는 제도를 마련하고 운영하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지만, 일단 인증된 프로그램은 신뢰할 수 있으므로 법안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한편, 각종 위원회(예: 자격증 관리심의 소위원회, 실무수련인증평가 소위원회, 교육인증평가 소위원회 등 Park et al. (2022) 참조)의 활동에는 서비스의 질 통제를 위한 역할이 포함되는데, 인증된 프로그램이 아닌 교육 및 수련 프로그램에 대한 승인이 그것이다. 인증받지 않은 프로그램에서 교육 및 수련을 받은 대상자의 경우, 각 위원회에서 적합성을 판단하여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인증제도와 위원회 운영은 특히 여러 직역들이 함께 활동해야 하는 심리서비스 관련 법의 실행에 필수적이다. 서로 다른 학문 영역은 서로 다른 기준과 방향을 가지고 있고, 심리서비스와 연관된 학문 영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록 많은 논의와 타협이 필요하겠으나, 실제 법안이 발표되기 이전에 교육과 수련 인증제도의 마련으로 추후 법안 실행에 큰 짐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경과규정에 대한 제언
법안 발의 과정에서 교육과 수련 내용은 가장 민감한 이슈인데, 이는 현재 민간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잠재적인 서비스 제공자의 교육 및 수련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법안에 포함된 응시자격은 전문가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교육과 수련에 대한 기준을 알려주는데, 여기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현재 활동 중인 관련 전문가들이다. 즉, 관련 전문가들은 새로운 법안이 통과되면 자신도 해당 법안에서 명시하는 자격에 포함되길 원하므로, 새로운 자격 기준이 자신이 소지한 자격의 기준과 다르지 않기를 바란다. 만약 다를 경우, 교육이나 수련을 추가로 받아야 하거나, 최악의 경우 서비스 제공 자격을 갖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문제는 전문가의 지속적인 활동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므로, 법안 제정 시 각 직역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론적으로 법 제정 시 고려해야 하는 핵심은 새로운 법으로 인해 국민에게 적절하고 필요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가여야 하지만, 법의 제정은 해당 법과 관련된 여러 집단의 현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정치적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적절한 법의 제정을 보장하면서 현실적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부칙의 경과규정을 이용하는 것이다. 즉, 경과규정에 현재 활동 중인 관련 전문가 중 어떤 사람들이,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지속적으로 새 법안 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명시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경과규정에 대략적인 방향만 기술되므로, 실제 적용 범위와 대상을 명확하게 지정하기가 쉽지 않다. 기존 전문가들로 하여금 자신이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믿음을 가지게 해야 하는데, 현재의 상황을 보면 어느 직역도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대응하기 어렵다.
지역사회에 심리서비스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영국의 IAPT(Improving Access to Psychological Therapies)9) 프로그램은 구체적인 경과규정 수립을 위한 방향을 제시해 준다. 이 프로그램은 근거기반평가와 치료에 근거한 심리서비스의 대중적 보급이라는 목표하에, 2000년도 초반에 시작하여 끊임없이 확대되며 발전하고 있다. 특히 제공되어야 하는 근거기반 서비스를 중심으로 교육과 수련 내용을 체계화함으로써 그 해결책을 찾았다는 특징이 있다. IAPT 프로그램에서는 서비스 제공자를 저강도 서비스 제공자(psychological wellbeing practitioner, PWP)와 고강도 서비스 제공자(high-intensity therapist, HIT)로 분류하여 대상자의 문제의 심각도에 따라 적합한 강도의 서비스를 제공한다(National Collaborating Centre for Mental Health, 2018). 예를 들어 경도에서 중등도 수준의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는 대상자에게는 저강도 서비스 제공자가 자조 기술과 심리교육에 기반한 저강도 개입을 제공하며, 고강도 서비스 제공자는 보다 심각한 심리적 문제를 가진 대상자에게 인지행동치료, 대인관계치료, 마음챙김인지치료와 같은 전문적인 개입을 실시한다. 저강도 서비스 제공자에게는 학사 학위 취득과 IAPT 교육 프로그램 이수가 요구되며, 고강도 서비스 제공자는 IAPT 교육 프로그램에 의한 인지행동치료 석사 학위 또는 그와 동등한 수준의 전문 자격(예: 정신건강간호사, 심리사)을 갖출 것이 요구되는데, 특징은 근거기반치료에 대한 추가적인 교육을 의무화함으로써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근거기반치료에 대한 IAPT 교육 내용은 모두 세부적이고 체계적인 커리큘럼으로 매뉴얼화되어 있으며, 서비스 제공자 훈련은 저강도 서비스를 기준으로 1년의 기간 동안(시간제 지원자의 경우는 2년) 1주일에 하루는 지정된 대학 및 기관에서 교육 이수, 4일은 전문가의 감독하 수련으로 진행된다. 고강도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훈련은 1주일에 2일 교육, 3일 감독하 수련으로 구성된다.
본 논문에서는 위원회(예: 교육인증평가 소위원회)의 통제하에 이 시스템의 국내 적용을 제안한다. 현재 심리상담 분야의 국가 및 민간자격증 소지자의 경우, 이들의 교육 및 수련이 심리사법안에서 명시하는 기준에 충족하는 경우, 서비스 제공자 자격을 갖춘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표 2에서 제시한 한국심리학회 산하 1급 민간자격증, 일부 국가자격증 및 상담자격증이 이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슈는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전문가 신청자에 대한 조치이다. 교육의 경우, 신청자의 교육 내용이 교육제도에서 제안하는 이수 영역의 이수시간을 충족했는지 평가한 후, 경과규정에서 기술한 기간 내에 미충족 이수 영역당 10시간의 보수교육을 의무화할 것을 제안한다. 이때 보수교육은 교육부에서 인정하는 해당 과목의 이수가 될 수도 있고, 해당 위원회에서 승인한 강사가 제공하는 특강의 형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 교육영역이 9개이므로 최대 90시간의 교육을 받게 된다. 신청자는 교육 이수 후 위원회에 이수증을 제출하여 이수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다. 비록 90시간이 적은 시간은 아니지만, 5년 이내에 새로운 자격증 취득을 위한 경과규정으로 큰 부담은 아닐 것이다.
수련의 경우, 신청자의 수련 내용이 법안에서 규정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위원회는 이수에 필요한 수련시간을 신청자에게 통보하고, 신청자는 경과 기간 내에 실무활동을 하되 매 20시간의 실무활동마다 1시간씩 감독자의 지도감독을 받고 이를 문서화해서 제출하면 된다. 전일제 근무자의 1주일 근무시간을 40시간으로 보면, 주 2시간의 감독을 받는 것이고, 앞서 기술했듯이 3,000시간에는 임상 이외 활동이 인정되므로 평균 약 1,000시간의 감독하 수련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1년을 50주로 보고 1주일에 약 40시간을 일한다고 했을 때, 1년간 최대 약 2,000시간의 수련이 가능하고 약 반년에서 1년간 주 2시간의 감독하 수련을 받아야 한다.
상기 제안한 시간과 조치는 예시에 불과하며, 어떤 자격증을 포함할 것인지 등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지만, 경과규정의 구체화는 다수의 기존 자격증 소지자들에게 새로운 법안에 따라 심리서비스 제공 자격을 얻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분명한 단서를 제공한다는 데 그 장점이 있다.
결 론
법안 제정은 정치 활동이다. 그리고 민주 정치는 옳고 그름이 아닌 다수의 뜻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상담 관련 민간자격증이 4,000여개(한국직업능력연구원 민간자격 정보서비스, https://www.pqi.or.kr)가 넘는 현실에서 추측할 수 있듯, 심리서비스는 지난 몇십 년간 무분별하게 제공되어 왔고, 관련 종사자 집단의 교육이나 수련 수준은 매우 상이하다. 이런 현실에서 1개 학문 영역이 지지하는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국민에게 질 높은 심리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교육과 수련에 대한 기본적인 철학을 지키면서, 현재 해당 영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직역의 요구를 어떻게 절충할 것인지에 대한 혜안이 필요하다. 5개의 법안이 발의된 지난해부터 관련 직역들이 모여 논의하고 있으나, 좀처럼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시점에서 이 논의가 직역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치는 것을 막으려면, 본질적인 질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전문가로서 우리의 목적은 국민의 정신건강을 향상시키고 악화를 방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큰 관점에서 보면 누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가 아니라 어떤 자격을 갖춘 사람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본 논문에서는 과학적 연구에 근거한 근거기반 서비스의 제공을 그 기준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근거기반의 개념은 이미 오래전부터 의학에서 사용되어왔고(Guyatt et al., 1992),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정신건강 서비스의 기본 철학으로 채택하고 있다(Rousseau & Gunia, 2016). 특히, 근거기반 서비스의 대중적 확산에 목적을 둔 영국의 IAPT 프로그램은 근거기반 서비스가 국민의 정신건강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임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보여줌으로써(Clark, 2018; Toffolutti et al., 2021) 서비스의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IAPT는 노르웨이, 핀란드, 호주, 홍콩, 일본 등으로 확대되고 있고, 이들 나라에서 효과에 대한 자료가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다(Baigent et al., 2023; Cromarty et al., 2016; Knapstad et al., 2018; Kobori et al., 2014; Lee et al., 2019). 이와 같은 효과적인 제도를 채택하기 위한 충분한 명분이 있고, 그 효과에 대한 증거가 축적되었는데, IAPT의 국내 적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1) 심리상담사법안(2022년 3월 28일, 최종윤 의원 대표 발의), 국민 마음건강 증진 및 심리상담 지원에 관한 법률안(2022년 3월 31일, 전봉민 의원 대표 발의), 심리사법안(2022년 4월 29일, 서정숙 의원 대표 발의), 상담사법안(2022년 7월 14일, 심상정 의원 대표 발의), 국민 마음건강 증진을 위한 상담서비스 지원 법안(2023년 9월 19일, 김민철 의원 대표 발의)
2) 약칭 ‘정신건강복지법’으로, 1995년 12월에 공포되어 1996년부터 시행 중이며, 구 제명은 ‘정신보건법’이었으나 현재 제명으로 전부개정되어 2017년 5월부터 시행 중임. 법률 본문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https://www.law.go.kr/법령/정신건강증진%20및%20정신질환자%20복지서비스%20지원에%20관한%20법률)에서 확인 가능
3)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는 중증 정신장애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으로 1995년부터 심리 간호 및 사회복지의 3개 영역에서 정신건강전문요원을 양성해 옴(Park et al., 2022).
4) 영국의 국가보건의료시스템(NHS)에서 임상진료 지침, 신의료기술 평가 및 공공보건 지침 등을 개발하는 공공기관 ( https://www.nice.org.uk/)
7) 삼육대학교 상담심리학과( https://www.syu.ac.kr/couns/curriculum/introduction-of-subject/?y=2022),원광디지털대학교 상담심리학과( https://www.wdu.ac.kr/dept/CP/info/subject.do?sSubjct=210360&sUnivNo=210300),호남대학교 상담심리학과( http://counsel.honam.ac.kr/DepartmentCurriculumOutline),건양대학교 심리상담치료학과( https://psy.konyang.ac.kr/prog/curriculum/psy/sub01_04_01/view.do)
9) 2008년 시작되었으며 2023년 1월부터 ‘NHS Talking Therapies for anxiety and depression’으로 명칭이 변경됨( https://www.england.nhs.uk/blog/whats-in-a-name-nhs-talking-therapies-for-anxiety-and-depression-the-new-name-for-iapt-services)
참고문헌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2015). Standards of accreditation for health service psychology. Washington, DC: Author. https://www.apa.org/ed/accreditation/standards-of-accreditation.pdf
McBain R. K., Eberhart N. K., Breslau J., Frank L., Burnam M. A., Kareddy V., Simmons M. M. (2021). How to transform the U. S. mental health system: Evidence-based recommendations. RAND. https://www.rand.org/pubs/research_reports/RRA889-1.html
Kobori, O., Nakazato, M., Yoshinaga, N., Shiraishi, T., Takaoka, K., Nakagawa, A., ... & Shimizu, E. (2014). Transporting 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 and the Improving Access to Psychological Therapies (IAPT) project to Japan: Preliminary observations and service evaluation in Chiba. The Journal of Mental Health Training, Education and Practice, 9(3), 155-166.
National Center for Mental Health. (2022). Guidelines for the operation of mental health specialist officer system. https://www.ncmh.go.kr/ncmh/board/boardView.do?no=9557&fno=37&menu_cd=01_01&bn=newsView&search_item=&search_content=&pageIndex=
National Collaborating Centre for Mental Health. (2018). The improving access to psychological therapies manual. UK: NCCMH. https://www.england.nhs.uk/wp-content/uploads/2018/06/the-nhs-talking-therapies-manual-v6.pdf
Shim, S. S. (2015). A critical review on the service delivery system for people with developmental disability: Focused on the clause on the support center of developmental disability in the developmental disability Act. Journal of Critical Social Policy, 48, 187-218.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Id=NODE06507255
Toffolutti, V., Stuckler, D., McKee, M., Wolsey, I., Chapman, J., J Pimm, T., ... & M Clark, D. (2021). The employment and mental health impact of integrated Improving Access to Psychological Therapies: Evidence on secondary health care utilization from a pragmatic trial in three English counties. Journal of Health Services Research & Policy, 26(4), 224-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