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일상적으로 ‘노화’란 단순히 나이 듦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신체 구조나 기능의 쇠약을 포함하는, 부정적 의미를 내포하는 현상으로 이해되곤 한다. 전형적으로 노년기에는 신체 기능과 인지 능력의 감퇴가 관찰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누구나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노화는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을 유발하는 현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신체 기능의 감소는 활동 범위와 사회적 교류의 축소를 야기하고, 개인의 긍정 정서 경험의 범위를 한정시킬 수 있다. 인지 능력의 감퇴 또한 개인의 인지적, 사회적 활동 범위를 제한하며, 이전에는 가능했던 활동이 점차 불가능해짐에 따라 개개인의 유능감을 감소시키거나 상실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특히 병리적 노화로 여겨지는 치매의 경우, 다양한 성격, 행동 및 정서 상태의 변화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개인의 자율성과 존엄성을 해치고, 보호자의 부담과 더불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Kelley et al., 2015).
일반적으로 노년기에는 일화기억, 작업기억, 집행기능, 주의력, 처리속도, 시공간능력, 언어 능력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전반적인 인지기능 저하가 관찰된다(Salthouse, 2010). 횡단연구와 종단연구, 교육이나 코호트 효과, 연습 효과의 보정 여부 등에 따라 연구마다 인지기능 영역별로 보고되는 감퇴 시기에는 차이가 있지만, 일상적 의미로 지칭하는 ‘기억력’과 가장 밀접히 관련되는 일화 기억(episodic memory)의 경우 대체로 60세 정도부터 선형적인 감퇴를 나타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Nyberg et al., 2012; Rönnlund et al., 2005). 다만 모든 인지기능 영역이 노년기 초기부터 감퇴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어휘 지식의 경우 70세 무렵까지 증가하여 안정되게 유지되는 양상이 관찰되기도 한다(Salthouse, 2010). 삶의 경험 및 지식의 축적과 관련되는 의미 지식(semantic knowledge)의 경우 60세 무렵까지 증가하다가, 70세 중반까지는 비교적 잘 보존되고, 이후에도 감퇴 속도가 급격하지는 않은 양상을 보이는 등, 노화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잘 보존되는 인지기능 영역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Rönnlund et al., 2005).
한편 일련의 연구들에서, 어휘나 의미 지식뿐만이 아니라 일화 기억 등 전형적으로는 수행 저하가 예상되는 영역에서도 젊은 성인 수준의 인지 검사 수행을 나타내는 ‘고기능 노인(high-functioning older adults)’ 또는 ‘성공적 노화자(super ager)’들이 보고되어왔다. 한 대규모 종단 연구에서는 신경심리평가에서 중년 집단의 평균 수준 이상의 수행을 나타낸 노인들을 성공적 노화자로 분류하였는데, 70세 이상의 대략 10%가 성공적 노화를 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들은 전형적인 노화를 겪는 이들에 비해 교육 수준이 높고 자신을 실제보다 젊게 지각하는 경향이 있었다(Habib et al., 2007). 만약 노년기의 기능 감퇴를 지연시키거나 보상, 만회할 수 있는 개인, 환경 및 유전적 요소가 있다면, 이에 대해 탐색하고 개입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전형적 노화(typical aging)에서 나아간 최적의(optimal), 적응적(adaptive), 성공적(successful), 또는 건강한 노화(healthy aging)를 도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본고에서는 노화의 부정적 결과를 최소화하고 적응적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의 노화를 지칭하기 위해 ‘건강한 노화’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며, 건강한 노화의 핵심이 될 수 있는 인지예비능(Cognitive Reserve; CR) 개념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흔히 사용되는 ‘성공적 노화’보다 ‘건강한 노화’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개인 및 환경적 요인과 관련된 정상적 노화 과정을‘성공적이지 않은’ 또는 ‘실패한’ 노화로 오인하도록 하지 않기 위함이다. Rowe와 Kahn은 질병의 확률 및 이와 관련된 장애의 가능성이 적고, 양호한 신체 및 인지기능을 유지하고 있으며, 삶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상태를 성공적 노화라고 하였다(Rowe & Kahn, 1997). 이는 개인 내적 요인이나 유전적 요인, 건강 상태와도 관련되지만, 노년기 사회환경적 요인 및 생산적인 활동의 지속 여부, 자기효능감, 가정 및 사회 공동체 속에서 지각하는 자신의 의미 등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CR은 생의 경로에 따른 두뇌 변화나 뇌 병리에서 기대되는 정도보다 더 나은 인지적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신경심리적 속성으로, 교육이나 직업, 사회 활동, 여가 생활 등을 통해 축적 및 형성된다. 이는 뇌 노화나 병리적 노화에도 불구하고 정상적 기능 수준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게 하므로, 건강한 노화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더욱이 CR의 축적과 형성 과정에서는 환경적 요소와의 활발한 상호작용이 요구되며, 생의 경로의 다양한 시점에서 기질적이거나 유전적인 취약성을 보상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외부적 개입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 CR 개념을 간략히 소개하거나 그 기전을 탐색하는 연구들이 있었으나, 아직 이에 대해 포괄적으로 개관하는 논문은 없었다. 본 눈문에서는 CR의 개념과 신경심리학적 기전, 가능한 연구 방법과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한 사항들에 대해 개관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노년기 건강과 관련된 임상적, 정책적 개입에 대해서도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며, 급격한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본 론
예비능 개념
예비능(reserve)이란 실제의 두뇌 병리 정도와 임상적 관찰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되고 정교화되어 온 개념이다(Stern, 2002). Katzman 등은 137명의 연구 대상자 중 사후 부검시 신경반(neuritic plaque)을 통해 추정된 두뇌 병리의 수준이 알츠하이머 치매 양상에 부합함에도 불구하고, 생전의 인지기능 수준은 정상을 유지하였으며, 오히려 병리가 없던 통제 집단을 상회했던 10명의 사례를 보고하였다(Katzman et al., 1988). 저자들은 통제 집단에 비해 이들의 두뇌 무게가 더 무겁고 뉴런의 수가 많았던 것이 앞선 결과를 설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였다. 예비능과 관련된 다른 중요한 초기 연구는 Snowdon 등이 수행하였던 미국 수녀 연구이다. 연구자들은 678명의 수녀들을 대상으로 매년 인지기능 평가를 포함한 종단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수녀들은 사후에 연구를 위해 뇌를 기증하였다. 이중 신경섬유뭉치(neurofibrillary tangle)의 축적에 따라 알츠하이머 치매 병리가 있다고 판단되는 130명의 대상자를 브라크단계(Braak stage; Braak et al., 2003)에 따라 경도, 중등도, 고도로 구분하였는데, 경도 치매로 분류된 수녀의 58%, 중등도로 분류된 수녀의 32%, 고도로 분류된 수녀의 8%는 사망 전 마지막으로 실시된 단기기억 단어회상검사 결과에서 기억 장애가 없다고 분류되었다(Snowdon, 2003). 다른 연구에서도 신경반(senile plaque)의 분포는 알츠하이머 치매 양상에 부합하지만 생전에 치매로 분류되지 않았던 사례가 40%에 이르는 것이 보고되거나(Price et al., 2009), 생전에 정상 수준의 인지기능을 유지했던 75세 노인의 50%가 사후 부검에서 신경병리학적으로 알츠하이머 치매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확인되기도 하였다(O’Brien et al., 2009). 즉 두뇌 병리만으로는 노년기 인지기능이나 적응 수준의 개인차를 충분히 설명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결과들이 지속적으로 보고되었다. 이러한 결과들은, 두뇌의 병리 표현을 늦추거나 이에 대한 예방적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변인들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자들은 두뇌 병리와 실제 인지 및 행동 기능 사이의 개인차를 설명하기 위해 예비능 개념을 고안하였으며, 크게 두뇌예비능(Brain Reserve; BR)과 인지예비능(CR)으로 구분해 논의를 진행하였다.
두뇌 예비능과 역치 모형: 수동적 모형
BR 모형에서는 예비능을 ‘임상적 발현이 나타나기 전까지 견뎌질 수 있는 두뇌 병리의 양’으로 정의한다. BR이란 두뇌의 크기나 시냅스의 양과 같은 뇌구조의 양적인 측면에서의 차이로, 치매와 같은 특정 병리나 신경학적 문제로 인한 기능 손상을 견디는 능력의 개인차를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다(Barulli & Stern, 2013). 유사한 개념으로 Satz는 두뇌예비능용량(Brain Reserve Capacity; BRC)라는 개념과 함께 역치 모형(threshold model)을 제안하였는데, 두뇌 크기나 시냅스의 양과 같은 BRC가 적은 것이 두뇌 병리에 대한 취약성 요인이라고 보았다. 두뇌 손상은 BRC의 양을 감소시키며, BRC가 역치 이하에 다다를 때 병리가 표면적으로 드러나게 된다(Satz, 1993). 초기 연구들 중에서는 간편하게 머리 둘레를 측정하여 BR의 지표로 사용한 연구가 많다. 한 연구는 머리 둘레를 통해 측정한 BRC가 상위 삼분위에 위치한 개인들은 하위 삼분위에 위치한 집단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유의하게 낮으며, 저교육 집단 중 머리 둘레가 작은 개인들은 나머지 집단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4배가량 증가하는 것을 보고하였다(Mortimer et al., 2003). 이는 BRC와 치매 간 유의한 상관이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다른 연구 결과에서는 머리둘레가 아주 작은 극단치 사례를 제외하고는 머리둘레와 치매와의 상관이 유의하지 않았고(Schofield et al., 1997), 머리둘레가 작은 개인 중 ApoE4 유전형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만 치매 발병 위험률이 높아진다는 유전형질에 의한 조절 효과가 보고되기도 하였다(Graves et al., 2001). BR 또는 역치 모형은 수동적 모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이 모형이 병리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일종의 고정점(fixed point)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두 모형은 오직 두뇌 용량의 개인차에 대해서만 기술하고 있으며, 개인마다 다양한 인지 요구나 두뇌 병리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서로 다른 뇌 병리가 어떠한 질적 차이를 나타낼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제공하지 않는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BR은 병리와 기능 수준 간 편차에 대한 설명 및 예비능 개념의 발전에 기여해 왔다. 연구 방법론 및 영상기법의 발전에 따라 최근에는 구조적 영상을 통해 두개골내부피(Intra Cranial Volume; ICV)를 측정하거나 확산텐서영상(Diffuse Tensor Imaging; DIT) 등을 통해 조직의 미세 변화에 대해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졌다(Barulli & Stern, 2013). 이와 같은 측정치를 활용하여, 인지 수행의 개인차를 유발하는 두뇌 자원을 살펴보기 위한 횡단 연구 설계나 종단 연구에서의 변화 추적(예: Caspi et al., 2020), BR 수준에 따른 인지기능의 변화율이나 증상 발현 시점에 대한 추적관찰 등의 연구 설계가 가능할 것이다.
인지예비능: 능동적 모형
인지예비능(CR)이란 동일한 수준의 두뇌 자원이나 신경학적 손상이 가정되는 상황에서, 기대되는 인지적 수행보다 더 나은 수행을 가능하게 하는, 즉 기능 수준의 개인차를 유발하는 두뇌의 속성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연구자들마다 인지예비능, 인지비축, 인지 보존능력 등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본 논문에서는 생의 전반적 경험을 통해 축적되며 두뇌 병리의 표현을 지연시킬 수 있는 ‘축적된 자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하여 인지예비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개념화 초기에 연구자들은 병리 수준과 실제 기능 간의 편차를 설명하기 위해 인지 과정이나 문제 해결 전략 등 인지적 자원에 초점을 맞추었다. 점차 CR은 일상생활에 미치는 노화나 병리의 영향력에 대한 개인차를 설명하기 위해 적응성(adaptability), 탄력성(resilience)의 개념으로 확장되었다(Stern et al., 2020). 적응성이란 인지적 효율성(efficiency), 인지 자원의 용량(capacity) 및 유연성(flexibility)을 포함하는 것으로, 두뇌가 손상을 보상하기 위해 능동적인(active) 시도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CR은 두뇌 크기나 시냅스 양의 차이보다는, 뇌가 생의 경험을 통해 축적된 자원을 통해 주어진 과제나 문제 상황에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BR과 차이가 있다. CR 연구에서는 수동적 모형에서와 달리 기능적 손상이 표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하는 고정된 절단점이나 역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며, 그보다는 주어진, 또는 아직 남아있는 신경상관자(neural correlates)를 통해 노화나 병리에 따른 신경학적 손실에 대해 어떻게 효율적으로, 그리고 탄력적으로 대처하는지가 개인의 기능 수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한다. 즉 CR 연구에서는 무엇을 ‘잃어버렸는지(lost)’보다는 무엇이 ‘남아있는지(left)’에 주목하며(Stern, 2002), 기능적 개인차와 관련되는 ‘현재의’ 신경 활성이 주요 변인이 된다(Barulli & Stern, 2013). 이에 따르면, 두 개인이 동일한 BRC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일한 정도의 손상이 발생한다고 할지라도, 생의 경험을 통해 축적된 자원 및 개개인의 두뇌가 어떻게 능동적으로 대처하는지에 따라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기능 손상에 차이가 관찰될 것이다.
수동적 모형과 능동적 모형의 통합적 이해
수동적 모형과 능동적 모형은 상호배타적이거나 상반되는 것이 아니며, 함께 보완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능동적 모형에서 가정하는 효율적인 자원 활용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두뇌 구조물이 존재해야 하므로, BR과 CR의 경계는 분명하게 구분되기 어렵다(Stern, 2009). 즉, CR의 과정과 기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생리학적 기반이 있어야 하며, CR의 축적과 관련되는 생의 경험은 그 자체로 두뇌 발달이나 병리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인지적 자극이 강화된 환경(enriched environment)은 알츠하이머 치매의 주요 병리 소견으로 여겨지는 두뇌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수준 및 신경반 축적을 직접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음이 동물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Lazarov et al., 2005). 또한, Lövdén 등은 인지 훈련 관련 선행연구 개관을 통해 실제의 가용 자원을 넘어서는 수준의 환경적 요구가 지속되는 경우, 일시적인 기능적 효율성의 증대를 넘어서, 느리지만 구조적인 변화, 즉 가소성(plasticity)이 유발될 수 있다고 하였다(Lövdén et al., 2010).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BR과 CR이 어떻게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는지, 두뇌 구조와 환경적 자극이 실제의 기능 수준을 어떻게 매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인지예비능 관련 임상 양상
CR 이론에 따라 예상 가능한, 그리고 연구를 통해 확인된 특징적인 임상 양상 몇 가지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 더 높은 수준의 CR을 가진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병전의 기능 수준 내지 인지기능 평가에서의 기저선 수행이 더욱 우수할 것이다. 이는 국내외의 수많은 연구에서 일관적으로 보고된 결과로, 풍부한 생의 경험을 통해 높은 수준의 CR을 축적할 수 있는 개인들은 더 높은 인지적 자원을 요구하는 직업이나 생활 장면에 종사하며 일상 문제나 두뇌 병리에 대처할 수 있는 더 효율적이고 유연한 두뇌 자원을 개발해 왔을 것이다. 다만 CR이 낮은 사람의 저조한 수행은 부분적으로 지필 검사나 평가 상황에서의 낯설고 불편한 느낌, 수행에 대한 자신감 부족 등과 관련될 가능성이 있다(Shin & Chey, 2016). 이에 정규 교육 경험이 부족한 특정 세대나 소수 인종 집단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인지 검사가 개인의 능력이나 기능 수준을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지적되며(Ardila et al., 2010), 읽기 능력 등의 대안적 지표를 통한 CR 측정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Manly et al., 2003). CR 이론의 맥락에서, 국내 노인의 경우 저학력 인구의 비율이 높으므로 이들의 저조한 수행이 치매로 오인되지 않도록 교육 수준에 따른 규준이 제공되는 신경심리평가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Kim & Chey, 2010).
둘째, 동일한 병리 수준을 가지고 있는 개인 간에도, CR 수준에 따라 표면적으로 관찰되는 기능 수준에는 차이가 존재할 것이다. 다시 말해, CR 외의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처음으로 병리적 증상이 관찰되는 시점의 개인차가 존재할 것이다. 만약 높은 CR을 가진 개인과 낮은 CR을 가진 개인에게 신경심리평가를 실시하여 치매를 진단한다고 가정한다면, 동일한 두뇌 병리에도 불구하고 낮은 CR을 가진 사람보다 높은 CR을 지닌 사람의 표면적인 검사 수행이 더 우수할 것이므로, 높은 CR을 가진 사람이 치매로 진단되는 시점이 더 늦어질 것이다. Stern은 평행선을 유지하던 인지기능 검사의 점수가 하락하기 시작하는 지점을 굴절지점(point of inflection)이라고 명명하였는데, 결국 높은 CR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굴절지점이 낮은 CR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굴절지점보다 늦게 시작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Stern, 2002). 이러한 양상이 실제로 관찰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종단연구 설계가 필요할 것이다. 이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로, Hall 등은 117명 대상자에 대한 추적 관찰을 통해 인지기능 저하가 급격해지는 시점을 확인하였으며, 이때 교육연한이 1년 증가할수록 굴절지점은 0.21년씩 지연되는 양상을 보고하였다(Hall et al., 2007).
앞선 특징을 다른 관점에서 논의하면, 동일한 시점에서 치매 진단을 받은 두 사람을 비교할 때, 높은 CR을 가진 사람의 두뇌 병리가 낮은 CR을 가진 사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일 것이다. 구체적으로, 병리가 표면적으로 드러나 검사 결과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두뇌 병리가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BR 및 CR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치매 진단 이후에는 높은 CR을 가진 사람들의 인지 감퇴 속도가 더욱 급격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이는 앞선 Hall 등의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되는데, 굴절지점이 확인된 이후에는, 교육연한이 1년 증가할수록 기억감퇴율이 매년 0.1 표준편차씩 증가하는 것이 관찰되었다(Hall et al., 2007). 유사하게 다른 연구에서는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은 대상자들을 추적 관찰했을 때 교육연한이 1년 높을수록 전반적 인지기능에 대한 조합점수가 매년 표준편차의 0.3%씩 감소하였고, 특히 처리속도(매년 0.6% 표준편차), 그리고 기억 영역(매년 0.5% 표준편차)의 감퇴가 급격해지는 양상이 확인되었다(Scarmeas et al., 2006). 영상 연구 결과는 앞선 예측을 보다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국소두뇌혈류량(regional cerebral blood flow; rCBF)은 일반적으로 치매 병리의 진행에 따라 저하되는 경향이 있는데, Stern 그룹은 치매의 전반적인 심각도를 일치시킨 상황에서 교육 수준이 더 높은 집단의 두정측두영역 혈류량 감소가 더 두드러지는 것을 보고하였다(Stern et al., 1992). 여가활동을 통해 CR을 측정한 연구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확인되는데, Helzner 등은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 전에 여가활동에 활발히 참여한 사람일수록, 특히 지적인 여가에 활발히 참여했을수록 치매 진단 이후의 인지기능 저하가 급격해지는 양상을 보고하였다(Helzner et al., 2007).
마지막으로, 굴절지점 이후에는 높은 CR을 가진 사람들의 인지기능 저하가 급격하게 진행됨에 따라, 그 기반이 되는 병리 메커니즘과 함께 최종적인 감퇴 시점(final common endpoint), 즉 사망에 이르는 시기는 CR이 풍부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유사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와 관련되는 결과로, 치매를 진단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종단 연구에서 연령, 성별, 치매 심각도를 통제하더라도 교육연한이 증가할수록 치매 진단 이후 사망률의 상대적 위험도(relative risk)가 증가하는 것이 확인되었다(Stern et al., 1995). 이러한 결과는 높은 수준의 CR을 가진 사람들은 치매 진단을 받는 시점에서 이미 상당한 치매 병리가 진행된 상태일 것이며, 진단 이후 사망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더 짧을 것이라는 예상을 뒷받침한다.
앞선 결과를 이해할 때, 높은 수준의 CR이 치매 진단 이후의 빠른 두뇌 감퇴 속도와 관련이 있다는 식으로 인과관계를 잘못 이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히려 이러한 결과들은 실제의 두뇌 병리 진행되고 있을지라도, 높은 수준의 CR을 축적하는 것은 병리가 겉으로 드러나게 되는 시기, 즉 실제의 기능 감퇴가 나타나는 시기를 늦춰줄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또한, CR의 축적은 그 자체로 인지기능의 유지와 건강한 노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많은 근거가 있다. 예를 들어, CR 관련 초기 연구자들은 지역사회집단에 대한 추적관찰을 통해 저교육 집단이 고교육 집단보다 치매가 발병할 위험이 두 배 이상 높으며, 유사하게 직업적 성취가 낮은 집단에서의 상대적인 치매 발병 위험도가 2.2배 높은 것을 확인하였다. 교육 수준과 직업적 성취도가 낮은 집단의 경우 상대위험도가 2.87로 가장 높았는데(Stern et al., 1994), 이는 CR의 각 지표들이 단순한 가산적 효과가 아닌 상승 효과(synergistic effect)를 유발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저교육 및 무학 인구의 비율이 높은 한국의 치매 발병률이 10.33%로 OECD 평균보다 약 1.3배 높으며, 특히 80세 이상 인구에서는 치매 발병률이 약 20%로 OECD 평균에 두 배 수준에 이르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OECD, 2017). 교육과 직업적 복잡성뿐만 아니라 인지적 생활양식 등 다양한 CR 지표를 살펴본 메타 연구 또한 치매 발병률과 CR 수준 간의 부적 상관을 보고하였으며(Valenzuela et al., 2007), 체계적 문헌 고찰과 메타분석(meta-analysis)을 활용한 연구에서는 교육, 인지적 활동이 체질량지수, 고호모시스테인혈증, 우울, 스트레스, 당뇨, 두부 외상 및 고혈압 등과 더불어 노년기 치매와 가장 강한 상관을 나타내는 요인이라는 것을 보고하였다(Yu et al., 2020). 종합하면, CR은 노화 과정에서 개개인이 더 효율적인 방식의 인지 과정과 대안적 네트워크의 활용을 통해 더 우수한 일상 기능을 유지하도록 도우며, 두뇌의 병리적 노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할지라도 표면적으로 기능 저하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지점을 지연시킴으로써 건강한 노년에 기여할 수 있다고 결론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인지예비능의 기전
Stern에 의하면 CR은 정상적 또는 일반적인 두뇌 자원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능력(optimize or maximize), 또는 일반적 네트워크가 손상되지 않았다면 활용되지 않았을 대안적 네트워크를 동원하는 능력(compensate)과 관련될 수 있다(Stern, 2002). 즉 CR의 기전은 크게 신경학적 예비능(neural reserve)과 신경학적 보상(neural compensation)이라는 두 가지 신경학적 구축(neural implementation)을 통해 가능하다고 개념화되었다(Stern et al., 2005). 우선 신경학적 예비능이란 건강한, 또는 정상적인 두뇌에 내재하는 인지 과정의 개인차를 의미한다. Stern은 어떤 과제에서든 두뇌 네트워크나 인지 패러다임의 기전과 관련되는 개인 간 분산이 존재할 것이라고 보았다. 이는 CR의 개념화 중 효율성, 용량 및 네트워크 유연성의 차이와 관련되는 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두뇌 효율성의 개인차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과제 난이도를 변화시키는 과정에서의 두뇌 활성화 패턴, 그리고 이와 대응되는 과제 수행 결과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Habeck 등은 시각적 작업기억 용량을 요구하는 과제(Delayed Match to Sample task; DMS)를 통해 젊은 성인의 개인 간 두뇌 효율성 편차에 대해 살펴보았다(Habeck et al., 2005). 일반적으로는 과제 난이도 증가에 따라 관련 두뇌 영역과 네트워크의 활성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그 활성화의 정도가 적을수록 읽기 능력 검사의 수행이 우수하고, DMS 수행에서의 반응 속도(reaction time; RT)가 빠른 것이 관찰되었다. 이를 통해 저자들은 더 적은 용량의 두뇌 활성화만으로도 효율적인 과제 수행이 가능한 개인들의 두뇌 효율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두뇌 용량의 차이를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서는 젊은 성인과 노인 집단을 비교하는 연구 설계가 가능할 것이다. 앞선 연구에서는 개인별로 75%의 정확도로 과제 수행이 가능한 조정된 조건(titrated condition)을 설정하고 젊은 성인과 노인 집단을 비교하였는데, 이때, 젊은 성인 집단에서의 평균 자극 목록 개수는 13.9개, 노인 집단의 평균 자극 목록 개수는 7.5개로 약 두 배에 달하는 차이가 관찰되었다. 이는 젊은 성인과 노인 집단의 두뇌 용량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Habeck et al., 2005).
이와 같은 내용을 요약하면, 과제 난이도가 점차 증가하는 상황을 가정할 때, 젊은 성인들은 노인보다 두뇌 효율성이 높으므로 두뇌 영역을 덜 활성화시키더라도 노인들과 비슷한 정도의 수행이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젊은 성인의 두뇌 활성화 정도가 더 완만하게 증가할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 계속적인 두뇌 활성화가 가능할지, 즉 활성 증가를 감당할 수 있는 최대의 두뇌 용량이 어느 정도일지는 개인차 및 집단차가 존재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젊은 성인들은 더 높은 난이도까지 지속적인 두뇌 활성화를 나타내는 반면, 노인들은 더 낮은 난이도부터 추가적인 활성에 실패하는 양상이 관찰될 것으로 예상된다. 활성 증가가 성공적 과제 수행과 관련된다는 가정하에, 점근선(asymptote)에 다다르는 시점(즉, 추가적인 활성이 일어나지 않는 지점)이 더 늦은 개인이나 집단이 두뇌 용량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효율성과 용량에 대한 직관적인 도식화는 Stern, 2009의 논문을 참조). 유연성은 개인차와 밀접한 개념으로, 집단별 차이에 대한 검증이나 실험 설계를 통한 측정에는 아직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어떤 사람들은 남들과는 다르거나 독창적인 방식으로 과제를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독특한 수행 전략을 고안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과제 해결과 네트워크 활용의 유연성이 더 높을 수 있다.
신경학적 보상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사용하지 않았을 두뇌 네트워크나 자원을 활용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높은 수준의 인지적 부하가 발생하는 과제에 대해 기존의 네트워크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면, 이에 대응하여 다른 두뇌 네트워크를 함께 활용하게 될 수 있다. 이는 젊은 성인에서는 물론 정상적인 노화 과정에서 관찰될 수 있는 현상이다. 한편, 병리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능 손상을 보상하기 위해서도 이와 유사한 메커니즘 및 인지 과정의 변화(alterations)가 유발될 수 있다. 다만 이때는 원래 과제 수행을 위해 주로 활성화되었던 두뇌 영역이나 네트워크의 기능이 제한적으로만 작동할 것이라는 점에서 앞선 경우와 차이가 있다. 신경학적 보상은 상향조절(upregulation), 선택(selection), 그리고 추가적인 인지 과정의 동원(recruitment of additional process)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Cabeza et al., 2018). 상향조절은 과제 요구에 따라 신경학적 활성을 증가시키는 경우를 말한다. 만약 노인 집단에서 상향조절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면, 과제 상황에서 동원되는 네트워크 자체는 젊은 성인과 동일하지만, 단지 활성화의 양적인 차이만이 존재할 것이다. 선택에 의한 보상은, 과제와 관련되는 네트워크가 활성화되기는 하지만, 특정 난이도에서 젊은 성인이라면 활성화시키지 않았을 네트워크까지 노인 집단에서 활성화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추가적인 모집에 의한 보상은 두뇌 네트워크의 재조직화에 기반한 과정이다. 뒤에 소개할 HAROLD 모형에서처럼, 노인들은 과제 수행 상황에서 젊은 성인에 비해 양반구, 특히 전두엽 영역 활성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각 보상 과정은 상호배타적이지 않으며, 하나 이상의 과정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보상 메커니즘이 유발됐다고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보상되고 있는지가 분명해야 한다. 즉, 해당 인지 과제의 기반이 되는 일반적인 두뇌 영역이나 네트워크의 활성화만으로는 과제 요구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두뇌 활성이 유발되었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증가된 활성이 실제로 인지 과제 수행 향상과 같은 이득을 가져왔다는 것이 확인되어야 한다(Cabeza et al., 2018). 만약 과제 상황에서 젊은 성인과 노인이 사용하는 네트워크가 서로 다른 것이 확인되었으나 추가적인 네트워크 활성화가 과제 수행의 향상과는 관련되지 않는다면, 보상 과정이 유발됐으나 충분한 정도의 보상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노화에 따라 신경학적 탈분화(neural de-differentiation) 과정이 유발된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 탈분화 모형에서는 특정 과제 수행을 위한 지엽적 네트워크의 활용 패턴이 노화에 따라 불분명해지며, 이것이 기존 네트워크의 통합적 기능 수준 저하나 소음(noise) 때문이라고 가정한다(Rajah & D’Esposito, 2005). 보다 구체적으로, Li 등의 연구자는 계산 모형(computational model)을 통해 노화에 따른 신경조절물질의 변화(도파민 등)에 의해 상향 신경 조절 체계(ascending neuromodulatory systems)의 통합성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개별 뉴런 단위의 신호대잡음(signal-to-noise properties)이 감소하게 되며, 신경학적 표상(neural representations)의 정확도가 감소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Li & Rieckmann, 2014). 특정 인지 과정에 특화된 영역의 신경학적 표상, 내지는 효율성이 감소한다면, 해당 과제의 수행을 위해 원래대로라면 동원되지 않았을 추가적인 영역과 네트워크의 활성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지팡이를 짚는다고 실제 다리만큼 자연스럽게 보행을 하는 것은 어렵듯’, 대안적으로 동원되는 네트워크는 기존의 네트워크보다 효율성이나 유연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탈분화는 노화에 따라 발생하는 일종의 신경학적 취약성으로 이해될 수 있다(Stern, 2009).
그렇다면 보상 메커니즘과 탈분화 과정을 어떻게 구분해서 살펴볼 수 있을까? 보상 과정에서의 추가적인 신경 활성은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수행 향상에 기여할 것이다. 반면 수행이 저조한 집단에서만 관찰되는 추가적인 활성 영역이나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면, 이는 탈분화로 인한 기능 저하와 관련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앞서 살펴본 Stern 등의 2005년 연구에서는 난이도가 낮은 조건에서 조정된 조건(75% 수행 정확도)으로 난이도를 변화시킬 때 전형적으로 활성화되는 기능적 연결 영역(topography)을 확인하였다. 이때 젊은 성인 중 높은 CR을 가진 사람들은 난이도를 상승시킬 때 기능적 영역이 활성이 증가하는 양상을 나타낸 반면, 노인 중 높은 CR을 가진 사람들은 난이도 상승에 따라 기능적 영역의 활성이 감소하는, 서로 반대되는 방향의 패턴이 확인되었다(Stern et al., 2005). 해당 연구에서는 개인별로 과제 난이도가 일치할 수 있도록 수행 정확도를 체계적으로 조정한 이후의 기능적 활성을 관찰한 것이므로 이와 같은 양상은 신경학적 보상(compensation)과 관련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적정 수준으로 과제 난이도를 조절했다 할지라도 그 기반이 되는 두뇌 네트워크의 용량이나 효율성이 동일할 것이라고는 가정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활성 패턴의 차이가 온전히 보상 과정과만 관련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신경학적 탈분화를 살펴보기 위한 연구는,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기능적 분화가 상대적으로 분명하다고 여겨지는 시각, 청각, 운동 영역 등이 노화에 따라 활성 양상이 달라지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이루어져 왔다. 예를 들어 Park 등의 연구자는 사람 얼굴, 풍경, 단어 등을 보여주는 상황에서 두뇌 복측 시각 영역(ventral visual area)의 활성을 관찰하였는데, 노인 집단과 비교할 때 젊은 성인 집단은 범주에 따라 특정 영역의 활성이 우세한(category-specific) 패턴을 나타내는 것이 확인되었다(Park et al., 2004). Eddins 등(2023)의 연구자는 EEG 기법을 통해 노인 집단은 청각 자극에 대한 두뇌 반응성이 더 큼에도 반구 비대칭성은 감소해 있는 양상을 보고하였다(Eddins et al., 2023). 이와 같은 연구들은 노화에 따른 신경학적 탈분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연구 중 하나이다. 앞으로는 영상 기법과 방법론의 발전과 함께, 두뇌 병리의 지표로 볼 수 있는 피질 위축이나 백질병변(WMH) 등을 더 정밀하게 계량화하고, 이들과 두뇌 활성 패턴과의 상관을 살펴봄으로써 보상 및 탈분화 과정의 기전을 더욱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상적 두뇌 활성 관련 모형
앞서 살펴본 두뇌의 재조직화 및 신경학적 보상과 관련하여, 잘 개념화되고 연구되어 온 대표적인 모형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노화에 따라 일반적으로는 두뇌의 효율성과 용량이 감소하게 되며, 수행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두뇌 활성이 유발된다. 특히 동일한 조건에서 젊은 성인과 노인 집단을 비교했을 때 노인은 젊은 성인 집단에 비해 우반구나 좌반구 편재화(lateralization)가 불분명하고 전형적으로 사용되는 반구의 대측(contralateral) 반구까지 활성화되는 것이 관찰되는데, Cabeza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반구 비대칭성 감소(Hemispheric Asymmetry Reduction in Older Adults; HAROLD) 모형을 제안하였다(Cabeza, 2002). 노인 집단에서 과제 수행 시 전두엽 영역의 비대칭적 활성 패턴이 불분명해지는 양상은 일화기억(Grady et al., 2002), 작업기억(Li et al., 2009; Reuter-Lorenz et al., 2000), 지각(Grady et al., 2000) 등을 살펴보는 다양한 과제에서 보고되어 왔으며, 이는 신경학적 탈분화 과정 및 보상적 활성 모두와 관련되는 결과일 수 있다.
또한, 노인들의 경우 젊은 성인 집단과 비교할 때 후두엽 활성이 감소되는 반면 전두엽이 과활성화되는 경향이 관찰되는데, 이는 전두-후두 전치(Posterior-Anterior Shift in Aging; PASA) 모형으로 개념화되었다(Davis et al., 2008). 해당 모형에서는 노년기의 전반적 기능 및 감각 기능 감퇴를 보상하기 위해 전두엽 영역이 과잉 활성화된다고 가정한다. 전두-후두 전치 양상은 일화기억 과제(Gutchess et al., 2005), 시각 지각 과제(Grady et al., 2000), 주의력 과제(Ansado et al., 2012) 등 다양한 과제 영역에서 일관적으로 확인되었다. Davis 등은 PASA 패턴이 과제 난이도와 무관하게 노인들에게서 관찰되며, 전두엽의 활성 증가 및 후두엽의 활성 감소가 성공적인 과제 수행과 유의미한 상관이 있음을 확인하였다(Davis et al., 2008). 이는 PASA 패턴이 보상적 신경 활성과 관련될 수 있다는 것을 지지하는 결과이다. 또한, 디폴트모드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는 휴식 중에 활발하게 작동하는 두뇌 네트워크로, 과제 중에는 DMN 활성이 억제될수록 더 성공적인 과제 수행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된다(Raichle, 2015). 그 기전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는 과제 수행 중 DMN의 활성이 억제됨으로써 과제에 동원할 수 있는 신경학적 자원이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Davis 등의 연구에서는 노인집단에서 DMN 중 후두 중앙피질(posterior midline cortex)의 활성 억제는 감소한 반면 중앙 전두 피질(medial frontal cortex)의 활성 억제는 증가하는 양상이 확인되었다(Davis et al., 2008). 이와 같은 결과들은 PASA 패턴이 다른 과제 상황이나 노화 과정 전반에서 일반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Koch et al., 2010).
한편 신경망의 보상적 사용에 관한 가설(Compensation Related Utilization of Neural Circuits Hypothesis; CRUNCH; Reuter-Lorenz & Cappell, 2008)은 보다 직접적으로 보상 메커니즘에 주목한다. 과제 난이도가 증가하면 일반적으로 두뇌 활성화 정도도 증가하게 된다. 두뇌 활성화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행이 향상되지 않는다면 이는 탈분화 과정 등 신경학적 효율성 저하와 관련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반면 활성 증가가 수행 증가와 관련되는 경우에는 이를 보상적 메커니즘과 관련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CRUNCH 모형에서는 노화에 따라 유발되는 처리 과정의 비효율성을 보상하기 위해 더 많은 신경학적 자원이 동원될 것이라고 가정한다. 즉, 수행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두뇌가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 과제 난이도가 높지 않은 경우에는 노인과 젊은 성인의 수행 결과가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이때 노인의 두뇌는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젊은 성인의 두뇌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제 난이도가 계속 증가하는 경우 일정 난이도 이상부터는 노인 집단에서 추가적 활성 실패 및 점진적인 수행 저하가 관찰될 것이다(Reuter-Lorenz & Cappell, 2008). Cappell 집단은 언어적 작업기억 과제를 수행하는 상황에서 배외측전전두엽(Dorsal lateral prefrontal cortex) 활성을 관찰했을 때, 모형이 예측하는 바를 뒷받침할 수 있는 활성 패턴이 관찰되는 것을 보고하였다(Cappell et al., 2010). 한편 시공간적 작업기억 과제를 수행하는 상황에서 젊은 성인과 노인 집단을 비교했을 때 쐐기소엽(Cuneus)을 제외한 다른 두뇌 영역에서는 오히려 CRUNCH 모형에서 예측하는 결과와 반대되는 패턴의 두뇌 활성 양상이 관찰되기도 하였다(Jamadar, 2020). 해당 연구에서는 CRUNCH 모형의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그 예측을 직접적으로 검증하는 연구가 제한적이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CRUNCH 모형, 그리고 HAROLD와 PASA 모형은 인지 노화에 따른 보상적 두뇌 활성을 설명하기 위한 논의의 토대와 개념화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을 것이며, 이를 타당화, 정교화하기 위한 후속 연구와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인지예비능과 STAC 모형
CR의 기전과 관련하여 STAC(Scaffolding Theory of Aging and Cognition) 모형(Park & Reuter-Lorenz, 2009)에 대해 함께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STAC 모형에서는 두뇌가 인지기능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기관이라고 가정한다. 노화에 따라 처리 속도, 작업기억, 집행적 통제 과정, 감각 기능의 저하 등이 유발됨에 따라 전반적 인지기능 저하가 급격해지고(Salthouse, 2010), 각 구조의 신경학적 특이성(specificity)과 효율성이 감소함에 따라 탈분화 메커니즘이 발생한다. 노화에 따라 구조적으로는 피질 부피와(Scahill et al., 2003) 백질 통합성이 감소하고 백질병변이 증가하며(Madden et al., 2009), 화학적으로는 도파민 수용체 등 신경전달물질 체계의 변화가 유발된다(Bäckman et al., 2006). 전반적으로는 노화에 따른 두뇌 구조 및 기능의 변화와 인지기능 저하 간 상관이 일관적으로 관찰되지만 그 관계는 선형적이지 않으며, 특정 변인에 따라 인지기능 저하의 정도나 속도가 조절되는 것으로 보인다. STAC 모형에서는 그 조절 변인으로써 보상적 메커니즘을 강조한다. 보상적 조절 메커니즘은 앞서 CR 모형의 보상적 두뇌 활성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과제 관련 영역의 과활성, 전전두엽 활성의 편재성 감소 등으로 이루어지며, 이를 통해 노화에 따른 두뇌 구조와 기능의 변화(Buckner, 2004), DMN 활성 감소로 인한 과제 수행 저하(Damoiseaux et al., 2008; Hafkemeijer et al., 2012) 등이 보상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두뇌 구조 및 기능이 변화함에 따라 이를 보상하기 위한 신경학적 메커니즘이 함께 작동하며, 개인의 인지기능 수준은 그 합산적 결과를 통해 드러날 것이다. STAC 모형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노화 특정적인 것이 아니며, ‘도전(challenge)’에 대한 두뇌의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개념화한다(Park & Reuter-Lorenz, 2009). STAC 모형의 ‘S’가 지칭하는 Scaffolding은 우리말로 ‘비계’라고 번역되는데, 이는 건축 현장 등에서 주변 구조물을 지지해주는 보조적 구조물을 말한다. 높은 과제 난이도로 인해, 또는 주 네트워크에 병리나 노화 등으로 인한 손상이 발생하여 주로 사용하던 두뇌 회로만으로는 과제에 대응하기 충분하지 않은 경우, 이전의 기능 수준, 즉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신경망이나 네트워크를 동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보상적 과정은 젊은 성인에서도 나타날 것이며, 오히려 노인에서보다 더욱 활발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노화 및 이와 관련된 두뇌 회로의 손상, 비효율성 증가에 따라 이전에는 가뿐하게 해냈던 과제조차 버겁게 느껴질 수 있다. 어느 정도까지는 보상적 활성을 통해 기능 수준이 유지되겠지만, 추가적으로 활성된 네트워크는 원래 주로 사용되었던 네트워크보다 효율성이 부족하여 어느 순간 한계가 발생할 것이다. 또한, 두뇌 위축이나 치매 병리 등에 의해서도 scaffolding에 한계가 유발될 것이며, 이후부터는 표면적인 기능 저하가 현저하게 관찰될 것이다. 어느 정도까지 보상이 가능할지, 얼마나 효율적인 방식의 보상이 이루어질지는 개인의 유전적 특성(예, APOE4 유전형질의 보유 여부), 질병 여부, 신체 및 인지적 활동의 정도, 사회적 지지 체계와 같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인지 훈련과 같은 생의 후반기 개입을 통해서도 조절될 가능성이 있다(Park & Reuter-Lorenz, 2009). STAC 모형은 생의 경과(life-span)뿐만이 아니라 생의 과정(life-course), 즉 두뇌의 구조와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인의 경험(experience)을 반영할 수 있도록 STAC-R(Revised) 모형으로 정교화되었다. 생의 과정과 관련되는 변인으로 신경 자원의 강화(neural resource enrichment)와 신경 자원의 고갈(neural resource depletion)을 추가하였으며, 횡단적인 시점의 인지기능 수준뿐만이 아니라 종단적 관점으로 인지기능의 변화율까지 포착할 수 있도록 개념화하였다(Reuter-Lorenz & Park, 2014).
STAC 모형과 CR 간의 관련성을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 Park과 Lorenz는 CR의 개인차는 scaffolding의 양과 질, 효율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두 모형이 상호보완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Park & Reuter-Lorenz, 2009). 그 기전에는 보상적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신경학적 자원과 회로들이 존재할 것이며, 이와 관련하여 두 모형 간 상당한 중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CR이란 두뇌 병리나 손상에도 불구하고 증상의 발현과 기능 저하를 지연시켜주는 예비적 자원을 의미하며, 병리나 노화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반면 STAC 모형은 보상적 과정이 전 생애에 거쳐, 도전적 상황에 직면했을 때 발생하는 정상적 반응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CR 모형에서는 병리 발생 이후에도 CR의 축적이나 다른 보상적 과정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 명시적으로 개념화하지 않지만, STAC 모형에서는 인지기능 변화율을 결과 변인으로 함께 포함하고 있으며, 현재의 인지기능 수준, 그리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두뇌 구조와 기능, 보상적 메커니즘 등의 상호상관을 가정한다. 이러한 점에서 STAC 모형이 생의 과정을 포함하는 더 종단적이고 포괄적인 설명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다만 포함된 변인의 다양성 및 경로의 복잡성과 상호상관, 이에 대한 측정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STAC 모형의 실증적 검증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CR 모형과 STAC 모형의 보완적 설명을 이해함으로써 전 생애에 거친 인지 노화의 과정 및 보호, 위험 요인에 대해 폭넓게 조망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인지예비능 연구 방법
CR의 임상 양상, 이를 뒷받침하는 기전 연구들을 볼 때 CR이 건강한 인지 노화에 기여할 수 있는 핵심적 개념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여태까지 연구자들마다 CR을 개념화해 온 방식은 다양하지만, 여기서는 크게 신경학적 측정치의 사용, 대리지표를 통한 측정, 통계적 방법을 통한 측정, 그리고 설문지를 통한 측정 등으로 구분하였다. 우선 신경학적 측정치를 사용하는 방법은 CR의 기반이 되는 두뇌 구조물을 계량화한다. 간편하게는 머리둘레를 측정할 수 있으며, 이외에 영상기법을 통해 대뇌 부피를 측정하거나, 미시적으로 백질 분포, 시냅스의 수, 수상 돌기의 분포 등을 측정하여 CR의 지표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측정치들은 BR과 밀접해 보이지만, 두 개념이 상호배타적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방식으로 CR의 간접적 계량화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두개골내부피(ICV)는 상대적으로 병리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경향이 있으므로, 병전 두뇌 구조나 크기에 대한 지표로 간편하게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Stern et al., 2020).
다음으로, CR 연구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방법은 대리지표(proxy)를 통한 측정이다. 선행연구에서는 교육연한(Meng & D’arcy, 2012), 직업적 성취(Baldivia et al., 2008; Stern et al., 1999), 여가 및 사회적 활동(Verghese et al., 2003; Wang et al., 2002; Zunzunegui et al., 2003), 신체적 활동(Cheng, 2016) 등 생의 경험과 관련되는 지표들을 CR에 대한 대리지표로 사용해 왔다. 교육은 가장 흔히 사용되는 CR의 대리지표이며, 생전 교육 경험을 연속 변수로, 또는 범주화된 변수로 사용한다. 정규 교육만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연구자에 따라 중장년기 이후의 교육이나, 학력 인정 프로그램 이수 등을 인정하기도 한다. 스웨덴에서 진행된 장기 종단 연구인 Betula study와 관련한 보고에서, 건강한 노화를 가장 잘 예측하는 변인은 정규 교육인 것으로 보고되었다(Habib et al., 2007). 직업을 CR의 대리지표로 사용하는 경우 은퇴 이전까지 어떤 직종에 종사했는지를 직종 분류체계에 따라, 또는 인지적 부하를 요구하는 정도에 따라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교육과 직업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높은 인지적 부하를 요구하는 직업이나 고소득 직업에 종사하는 경향이 있을 것이다(Gregorio & Lee, 2002). 따라서 CR 연구를 설계하는 연구자는 두 변인의 공통 분산을 고려한 연구 설계와 분석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문식성 또한 CR의 지표로 보고된다. Manly 등의 연구자는 문식성이 높은 집단일수록 인지기능 저하가 느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다인종집단이나 소수 민족 등 정규 교육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했던 코호트에서는 교육보다 문식성이 CR의 지표로 더 잘 기능할 수 있음을 보고하였다(Manly et al., 2003). 국내 연구에서도 문맹 노인이 저교육 집단과 고교육 집단에 비해 전반적 인지기능 감퇴 속도 및 기억력 감퇴 속도가 빠른 것이 보고되었다(Kown & Kwak 2011). 인지기능 검사 점수에 영향을 미치는 연령의 영향은 문해 노인보다 문맹 노인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기도 하였는데, 이는 글을 안다는 것 자체가 건강한 인지 노화에 중요한 함의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Shin & Chey, 2016). 가능한 경우는 병전 지능의 추정치나 아동기-청소년기 등 생의 초기 지능을 CR의 지표로 사용하기도 한다(Scarmeas et al., 2003). 다만 흔히 교육 수준이 낮은 집단에서는 개념화 능력이 저조하게 측정되는 경향이 있는데(Kim & Chey, 2010; Le Carret et al., 2003), 여러 소검사에서 고차원적 개념화를 요구하는 기존의 지능 검사를 통해서는 저교육 노인에서 바닥 효과 등으로 인해 CR을 적절히 대표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생전 경험 및 인지적 능력과 상관이 높다고 알려져 있는 ‘어휘’ 소검사의 실시 결과만을 CR의 대리지표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의 저교육 노인 집단에서는 어휘 소검사가 일반적 인지기능 저하를 유의미한 예측치가 되지 못한다는 연구 보고가 존재한다(Park et al., 2017). 따라서 인종별, 집단별, 연령별 특성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CR 대리지표의 장점과 한계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읽기 능력은 개인의 문식성, 교육 수준, 어휘 능력 등을 포괄할 수 있기에, 읽기 능력 검사(NART, Nelson & Willison, 1991; Grober et al,. 1991) 결과를 CR의 대리지표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 또한 앞서 언급한 인종이나 문화권, 연령에 따른 한계를 내포한다. 이중언어(bilingual) 또는 다중언어(multilingual) 사용이 CR 관련 변인으로 보고되기도 한다. 두 개 이상의 언어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더 성숙한 집행 조절 체계(executive control system)과 관련될 가능성이 있다(Bialystok & Poarch, 2014). 최근에는 건강한 노화에 있어 사회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으며, 대인관계가 활발한 정도나 그 양적, 질적인 측면을 CR의 대리지표로 사용하기도 한다. 호주에서 진행된 한 종단 연구에서는 여러 인구통계학적 변인과 건강 변수 등을 통제한 후에도, 친구들과의 네트워크 및 활발한 상호작용이 10년 후의 사망률을 예측하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하였다(Giles et al., 2005). 앞서 나열한 대리지표들은 공유하는 설명량이나 중첩되는 신경학적 기제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다만 일부 연구에서 여러 지표 간의 단순한 합산 효과(additive effect)가 아닌 상승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 보고되었는데, 이는 각 지표가 인지 예비능에 차별적, 독립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Evans et al., 1993; Mortel et al., 1995). 각각의 지표들은 CR에 대한 측정치로 잘 기능하는 것으로 보이며, 임상 및 연구 장면에서 개별적 변인을 통해 간편하게 CR을 측정하기에 유용할 것이다. 다만 그 자체가 CR과 동일한 것처럼 취급될 수 없으며 ‘대리’ 지표에 불과하다는 점에 항상 유의할 필요가 있다.
대리지표를 통한 CR 측정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통계학적 모형을 통한 잔차 접근법(residual approach)이다. 이러한 접근법에서는 인지 검사 결과의 변량 중 인구통계학적 변인에 의한 설명량, 그리고 두뇌 병리에 의해 설명되는 변량을 제외한 나머지를 CR의 측정치로 간주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즉, 실제의 병리와 인지기능 수행 간 불일치를 예비능의 효과로 보는 개념적 접근을 반영하여, CR을 일종의 예측오차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Reed 등은 잠재변인모형을 통해 단어목록검사 수행의 분산을 인구통계학적 변인에 의한 부분, 병리에 의해 예측되는 부분, 나머지 잔여 분산-예비능-에 의한 부분으로 구분하였다. 인구통계학적 변인은 성별, 교육, 인종을 포함하였는데, 선행연구를 통해 연령에 의한 분산이 두뇌 부피에 의해 완전 매개되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에(Mungas et al., 2009) 연령은 구성 변인에서 제외되었다. 병리에 의한 부분은 구조적 MRI를 통해 측정하였다. 저자들은 예비능 요인이 실제로 CR의 개념적 정의와 부합하는지를 살펴보았는데, 측정 시점의 CR 수준은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전환되는 비율, 그리고 종단적인 집행기능의 감소를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더 높은 수준의 CR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 낮은 CR 집단에 비해 병리와 인지기능 수준 간의 상관이 낮게 나타나는 등, CR 요인이 두뇌 위축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조절하는 것이 관찰되었다(Reed et al., 2010). 이러한 결과는 잔차 접근법이 CR의 개념적 모형을 적절히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잔차 접근법을 이용하는 경우 어떤 인구통계학적 변인과 두뇌 측정치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동일 시점에도 CR 측정치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측정과 계량화를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해 임상 현장에서 적용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차 접근법은 CR의 축적과 고갈 등 역동적인 변화 양상을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측정치이며, 개인차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Stern et al., 2020). 또한, 잔차 접근법은 특정 변인이 CR 축적에 기여하고 이것이 다시 기능 수준과 활동 양상에 영향을 미치는 순환성 문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통합적 연구 설계와 CR의 기전 탐색에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추후에는 잔차 접근법을 활용하여 종단적 연구 설계를 통한 역동적 예비능(dynamic reserve)의 경로와 효과 탐색, 전반적 인지기능과 세부 인지기능 영역별 잔차 접근법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예: Zahodne et al., 2015).
마지막으로 CR 측정을 위해 사용 가능한 설문지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Nucci 등이 개발한 CRIq(Cognitive Reserve Index quiestionnaire; Nucci et al., 2012)는 20개의 문항을 통해 교육, 직업, 여가시간의 세 영역에 대해 수행 여부를 측정하며, 15분 정도가 소요되는 설문지이다. 연령 및 성별에 따라 층화표집(stratified sampling)된 이탈리아 성인(18-102세) 588명을 통해 제작되었으며, 수행 빈도를 통해 가중치를 부여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직업은 지적 활동량과 책임감 수준에 따라 구분된 다섯 개 직업군에 가중치를 부여하고 종사 기간을 곱한 점수로, 여가시간은 지적, 사회적 활동 중 보통 이상 빈도로 수행하는 활동에 시행 연수를 곱한 점수로 산출한다. 연구 결과에서 CR 점수와 지능 검사의 ‘어휘’ 소검사 간 상관은 중간 정도로만 나타났는데, 이는 지능과 CR이 동일 개념이 아니며, 측정 지표와 산출 방법에 따라 측정 결과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이탈리아 노년 인구는 5년 미만 저교육 노인이 대부분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앞선 결과는 저교육 집단에서는 지능보다 다른 삶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는 것이 CR의 타당한 지표일 수 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CRIq는 한국에서 Choi 등에 의해 번안되었다(Choi et al., 2016). 지역사회 거주 성인(25-85세)를 대상으로 연령, 성별뿐 아니라 교육집단에 대해 고려하여 층화표집하였으며, 노년 집단에서는 MMSE와(Kwon, 1989) MoCA-K(Lee et al., 2008)를 함께 실시하여 공존타당도를 확인하는 등 심리측정적 속성을 더욱 분명히 확인했다는 장점이 있어 보인다. CRIq는 CR 측정을 위해 고안된 설문지 중 한국에서 번안된 유일한 설문지로, CR 개념에 대해 정밀한 평가를 계획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선택 가능한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CR 측정을 위한 다른 설문지로 Valenzuela와 Sachdev가 고안한 Lifetime of Experiences Questionnaire (LEQ)가 있다(Valenzuela & Sachdev, 2007). 42개 문항에 대한 5점 리커트 척도 응답과 함께 활동 강도와 빈도에 대한 개방형 응답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나중에 연구자 또는 임상가에 의해 서열 척도(ordinal scale)로 다시 변환된다. CRIq가 젊은 성인 집단을 대상으로 개발된 것과 달리 LEQ는 60세 이상 노년 집단을 통해 개발되었다. 문항 자체는 젊은 성인기(13-30세), 중년기(30-65세), 노년기(65세 이후) 등 생에 단계에 따라 구분되어 있으며, 젊은 성인기에는 교육 경험과 관련하여, 중년기에는 직업 경험에 대하여, 노년기에는 일상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사회 및 지적 활동에 중점을 두고 질문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LEQ는 개발 과정에서 신뢰도와 타당도, 차원성에 대해 엄밀히 검증하였고 그 심리측정적 속성이 우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LEQ 점수가 인지 기능의 감퇴 여부를 잘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예측 타당도도 우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LEQ는 한국어로 번안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며, 42문항 및 개방형 문항 응답에 30분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고되는 등, 임상 및 연구 장면에서 간편하게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외에 Cognitive Reserve Questionnaire(Rami et al., 2011), Scale of Cognitive Reserve(Leon et al., 2011) 등의 CR 측정을 위한 간결한 설문지를 확인할 수 있고 그 신뢰도와 타당도가 우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었다. 다만 해당 설문지는 영문판의 확인이 어려우며, 예비연구 수준에서 계획된 설문지로 보여 실제 연구 장면에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태로 보인다.
앞서 살펴본 CR의 다양한 측정치들은 신경상관물이나 병리와의 직접적인 관련성, 임상 장면에서의 적용 편의성, 생태학적 타당성 등에서 서로 다른 강점과 한계를 지닌다. 단일 측정치만으로는 CR의 복잡한 측면을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기에, 측정치 종류나 개수의 선택 과정에는 연구자 및 임상과의 선택과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대리지표, 잔차 접근, 설문지 등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간에, 단순히 CR 수준 추정에 그치지 않고 CR의 기전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1) 두뇌 상태나 변화 양상을 드러내기 위한 측정치(두뇌 부피, 백질 경로의 통합성(integrity), 생체표지자(biomarker) 등), 2) 인지 수행에 대한 측정치(신경심리평가 결과 등), 그리고 3) 1과 2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인이 포함되어야 한다. 직접적으로는 3이 1과 2의 관계를 조절(moderate)하는 것을 확인하거나, 간접적으로는 두뇌 병리 등(1)을 통해 예측되는 인지적 수행(2)에 더해, CR의 대리지표 등이 추가적인 예측력이나 설명력을 가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다중회귀 분석 등이 가능할 것이다.
추가적 고려사항: 두뇌 유지 이론
CR 연구를 위해서는, 두뇌 유지(brain maintenance; BM) 이론에 대해 함께 이해하고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뇌 유지란 노화 등에 따른 시간적 경과나 삶의 과정에서 신경학적 자원(neural resources)의 변화나 신경병리적(neuropathologic) 변화가 상대적으로 부재하는 것(relative absence)을 말한다. 이는 노년기 인지기능을 유지하게 하는 기반이 될 수 있으며, 다양한 유전 및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노화 과정에서 모든 노인들의 두뇌 구조나 기능이 동일한 속도로 감퇴하지 않으며, 어떤 노인들은 다른 노인들에 비해 피질 및 피질하 구조물, 그리고 그 기능이 잘 보존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Nyberg et al., 2012; De Godoy et al., 2021). Stern은 예비능 이론이 보상적 메커니즘을 강조한다면, 유지 이론은 신경보호(neuroprotective) 메커니즘을 강조한다고 구분하였다(Barulli & Stern, 2013). 유지는 신경학적 자원에 대한 지속적인 수리(repair)와 보충(replenishment)을 포함하는 능동적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Cabeza 등의 연구자는 예비능이 현재의 수준을 넘어 자원을 증가시키는(augmenting) 방식으로 작용하며 신경학적 용량과 효율성 증가를 통해 수년에 거쳐 이루어진다면, 유지는 이전의 구조와 기능을 회복하는 가소성(plasticity) 메커니즘과 관련되는 것으로, 수 초에서 수 시간 간격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Cabeza et al., 2018).
CR과 BM의 개념화와 관련하여, 최근 몇 년간의 논쟁과 도출된 합의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Stern 등의 대표적 CR 연구자들은 CR과 BM을 구분해서 개념화하였으며, 두 개념의 상호 연관성에서도 불구하고 두 개념을 구분하는 것이 경험적 연구에 유용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Stern et al., 2019). 반면, Cabeza 등의 연구자들은 ‘신경인지적 예비능(neurocognitive reserve)’라는 단일 용어의 사용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그 근거로는, 두 용어의 구분이 BM에 대한 연구를 두뇌 구조 측정에 한정시켜 복잡다단한 두뇌의 화학, 기능적 작용이나, 다차원적 시공간적 척도를 간과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 제시되었다(Cabeza et al., 2019). 두 주장의 또 다른 핵심적 차이로, Stern 등의 연구자는 두뇌의 보상적 활성이 CR의 기전 중 하나라고 설명하였으나, Cabeza 등은 보상적 활성이 반드시 예비능과 유지의 맥락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두뇌 기전에 대한 중요한 개인차를 내포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용어 및 개념화의 혼란과 관련하여, 지난 수년간에 거쳐 CR 및 BM 개념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합의체를 결성하고 기존의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는 과정이 진행되었다(2019-2023 Reserve and Reselience Workshop; https://reserveandresilience.com/). 결과적으로 BR과 CR, BM의 개념화가 유지되었으며, CR과 BM을 보완적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BM이 두뇌의 변화/병리 속도나 경과로 인한 인지적 변화의 개인차를 설명한다면, CR은 BM이 설명되고 난 후, 즉 동일한 수준의 BM이 가정되는 상황에서의 인지적 변화나 병리 과정의 개인차를 설명한다. 연구 방법을 통해 구별해 본다면, 1) 인지적 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두뇌의 구조 및 기능적 특성이나 병리 상태에 대한 측정치, 2) 인지 수행에 대한 측정치가 있을 때, BM 연구를 위해서는 1)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인이 연구 설계에 포함되어야 하는 반면, CR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1)과 2)의 관계를 조절할 수 있는 변인이 포함된 연구 설계가 필요하다. 이와 같은 합의 과정은 예비능 개념이 더욱 정교화되고 기존 연구를 통합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기여한 것으로 여겨진다.
노년기 개입과 인지 훈련
앞서 CR은 생의 경험을 통해 축적되는 것이라고 개념화하였다. 그렇다면 이는 고정적이며, 노년기에는 예비적 자원을 축적하는 것이 불가능할까? 한 전향적 연구에서는 53세 때의 지능 지수를 예측하는 요인들을 살펴보았는데, 아동기의 인지적 개입, 개인의 교육적 성취, 그리고 중년기 이전 성인기의 직업 경험은 각각 53세 IQ에 별개의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인되었다(Richards & Sacker, 2003). 이는 CR이 고정된 것이 아니며, 최소 중장년기까지는 생의 경험을 통해 추가적인 자원의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또한 노년기의 인지적 활동 참여가 병리적 노화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뉴욕에 거주하는 비치매 집단을 대상으로 대상자들이 지적인 활동(독서, 게임, 수업 참가), 사회적 활동(친구나 친지 방문) 등 어떠한 종류의 여가에 참여하는지와 그 효과를 살펴보았을 때, 더 많은 활동에 참여하는 집단에서 치매 발병 위험률이 3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Scarmeas et al., 2001). 다만 참여하는 활동의 종류에 따른 차별적 효과는 관찰되지 않았으며, 활동 종류와 무관하게 활동량의 합산 정도가 높을수록 인지기능이 잘 유지되는 경향이 있었다. 다른 종단연구에서는 6년 동안 세 차례 참여자들의 활동 양식 및 인지기능 변화 양상을 추적하였고, 지적인 활동에 대한 참여 정도가 높을수록 인지기능 감퇴가 더딘 것을 확인하였다(Hultsch et al., 1999). 이와 같은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보면, CR의 축적은 전 생애를 통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젊을 때 고기능을 유지하던 사람들이 노년기에도 지적인 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할 가능성이 있으며, 인지기능 감퇴는 생전에 축적된 예비능과 더 밀접할 수 있다는 대안적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노년기에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인지적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인지 훈련이나 프로그램이 시행되기도 한다. 실생활과 동떨어진 인위적인 방식의 인지 훈련은 해당 과제의 수행 향상에만 효과가 있고 실생활로의 전이 효과(transfer effect)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지만(Noack et al., 2009; Zehnder et al., 2009), 많은 연구 결과들은 최소한 유사한 인지기능이 요구되는 일상생활 기능 증진에는 효과가 있으며, 나아가 전이 효과를 통해 보다 광범위한 기능 증진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한 메타 분석 연구에서는 단일 영역에 대한 훈련(single component training)과 복수 영역에 대한 훈련(multicomponent training)의 효과를 비교하였다. 216개의 무작위대조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s; RCT) 연구를 살펴본 결과, 단일 영역에 대한 훈련만으로도 표적 인지기능 동원을 요구하는 과제에 대한 수행 상승을 유발하는 근접 효과(near transfer effect)뿐만이 아니라 훈련 표적이 아니었던 영역에서의 기능 상승까지 관찰되는 원격 효과(far transfer efffect)가 유의미한 것이 확인되었다. 특히 집행기능 영역에 대한 훈련이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나아가 복수 영역에 대한 훈련은 단일 영역에 대한 훈련보다 근접 효과와 원격 효과에 대한 효과 크기가 더욱 큰 것이 관찰되었다(Basak et al., 2020). 최근 뇌영상 기법을 활용한 연구들은 인지 훈련이 실제 두뇌의 기능적 활용 방식이나 인지 전략을 변화시킴을 보다 직접적으로 보여줌으로써 CR 증진의 기전을 제시하기도 한다(예: Belleville et al., 2023). 이러한 결과는 인지 훈련이 실제의 인지적 자원 축적과 일상생활 기능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여태까지의 연구 결과들은 인지 훈련의 효과성을 보기 위해 동일 집단에 동일한 방식의 개입을 진행한 경우가 많지만,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과제 종류와 난이도를 고려하는 등, 개인 맞춤화된 개입을 통해 훈련의 효과성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두뇌 가소성은 개인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용량이 과제나 환경에 요구를 따라가지 못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Lövdén et al., 2010). 따라서 개인별로 인지적 용량과 효율성, 그리고 다른 가용 자원을 고려하여 인지 프로그램의 난이도나 표적 인지 영역 등을 조절함으로써 최적의 개입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한 국내 논문에서는 노년기에 과도하게 난이도가 높은 인지 과제가 반복적으로, 장기간 제시되는 경우 보상적 자원의 과다 사용으로 인해 오히려 피로감과 집중력 감퇴, 노인의 효능감 저하, 우울감 증가 등의 역기능적인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였다(Kim, 2014). 이는 인지 훈련 및 프로그램의 긍정적 효과뿐만 아니라 부정적 효과에 대해서도 고려하여 개인화된 개입을 시행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인지 훈련의 목적과 방향에 대한 고려가 필요할 수 있다. Kim과 Kim은 인지 훈련을 외부로부터의 자극이라는 관점을 강조하는 방향의 훈련과, 노화를 보상하고 가소성을 촉진하기 위한 훈련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하였다(Kim & Kim, 2014). 기존의 자원에 새로운 것을 추가하기 위한 훈련인지, 또는 손상된 것을 보상하기 위한 훈련인지에 따라 과제 구성과 표적 인지 영역을 구분하는 것이 효과적일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의 연구에서는 CR의 축적과 유지를 위한 노년기 개입 전략, 그리고 이를 보완하는 다른 심리사회적 변인들과 그 기전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논 의
생의 경험을 통해 축적되는 CR은 정상 노화 과정에서 최적의 노화 또는 건강한 노화를 위한 기반이 될 수 있으며, 병리의 표현을 지연시키고, 전반적인 일상생활 기능의 향상과 주관적 삶의 질 및 행복감 증가로 이어지는 가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급격하게 인구 고령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CR의 개념을 이해하고, 그 기전 및 사회적 환경 간의 상호작용에 대해 탐색하며, 생의 단계에 따른 최적의 개입 방안을 고민하는 등의 노력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추후 연구에서는, CR 및 그 기전이 되는 보상적 활성 네트워크 등에 대한 기제가 더 분명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예를 들어, STAC 모형에서는 인지 훈련을 통해 보상적 활성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였다(Park & Reuter-Lorenz, 2009). 다만 이것이 과제 수행 과정에서 원래 주로 활성화되던 네트워크의 기능을 보강하는 것인지, 또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키는지 등 그 기전이 아직 불분명하며, 방향성을 더욱 분명히 하는 것이 최적의 개입 전략 고안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CR의 역할이나 기전에서 성차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한 국내 연구에서, 주의력, 언어 능력, 시공간 능력 등 특정 인지기능 영역에서는 교육 수준을 통해 측정한 CR의 효과가 여성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Lee et al., 2016). Letenneur 등의 연구에서는 낮은 교육 수준이 여성에서만 알츠하이머 치매의 발병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하였는데, CR의 효과가 남녀에서 차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또는 여성이 뇌병리에 더 취약하거나, 병리에 따른 CR 고갈이 여성에서 더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Letenneur et al., 2000). 이와 관련된 논의로, Peterson 등은 MCI의 유병률이 남성에서 더 높게 보고되는 이유는 정상 상태에서 치매로 진행하는 속도가 여성에서 더 빠르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Petersen et al., 2010). CR의 축적과 고갈,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성별의 역할 등에 대해 탐색하는 것은 CR의 뇌기전에 대한 더 심화된 이해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인종과 문화권에 따라 CR이 건강한 노화에 기여하는 정도가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Avila 등은 백질병변(WMH)이 기억 및 언어 능력에 미치는 영향이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감소하지만, 이러한 양상은 백인 집단에서만 유의하였고 흑인과 히스패닉 집단에서는 유의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Avila et al., 2021). 저자들은 이러한 결과가 소수 인종 집단에 대한 교육적 차별, 지역에 따른 불이익과 CR의 효과가 상호작용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의 노인 집단은 6.25 전쟁 및 급격한 사회 변화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교육 과정을 충실히 이수하지 못한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Chey, 2023). 이를 뒷받침하는 결과로, 1950년부터 초등학교 의무교육이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17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무학 인구의 비중은 여전히 24.3%를 차지한다(Korea Institute for Health and Social Affairs, 2020). 따라서 이들에게 교육연한을 통해 CR을 측정한다면 소수 인종 집단의 경우와 유사하게 CR의 속성을 온전히 반영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즉, 6년의 교육을 받은 노인이라도 6년간 드물게만 등교하였거나, 교육연한이 실제의 직업이나 사회적 성취로 이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으로는 글자를 아는 것만으로도 CR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를 고려할 때(Shin & Chey, 2016), 교육 과정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병리 예방과 관련되는 긍정적 효과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교육 수준이 같지만 인지 수행이 유의미하게 다른 두 집단의 한국 노인의 뇌 부피를 살펴본 연구에서, 인지 수행이 높은 집단 노인들이 전체 뇌와 전두엽 부피가 더 큰 것을 확인하였다(Chey et al., 2006). 이러한 연구 결과들을 고려할 때, 한국 노인, 특히 저교육 노인 집단을 포함하는 CR 연구는 그 기전과 효과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Lee 등의 연구는 정규 교육이 무학인 집단에서도 노년기 한글 교실 참여 여부에 따라 개념화 능력을 포함한 신경심리평가 지표의 변화가 유발될 수 있음을 관찰하였다(Lee & Chey, 2024). 나아가, 단일 시점에서의 CR 측정에 그치지 않고 종단적 변화를 측정할 필요가 있다. 선행 대규모 종단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Dekhtyar 등은 10세 전후 학교 성적이 이후의 직업적 복잡성과 무관하게 노년기 치매 위험을 감소시킴을 보고하였다(Dekhtyar et al., 2015). Chan 등의 연구에서는 중년기 활동이 교육, 직업, 노년기 활동과는 독립적으로 노년기 인지 기능에 기여할뿐만 아니라 노년기 인지 능력과 뇌 건강의 관계를 조절함을 보고하였고(Chan et al,. 2018), Gow 등의 연구는 젊은 성인기 후반의 신체 활동 증가나 중년기 여가 활동 참여가 노년기 인지 기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침을 확인하였다(Gow et al,. 2016). 이와 같은 연구들은 CR에 대한 생의과정적 접근(life-course approach)이 필요함을 강력하게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잠재성장모형 및 잔차 접근법을 사용한 연구에서 CR 그 자체보다 CR의 변화 정도가 인지적 감퇴를 더 잘 예측하는 것이 보고되었다(Bettcher et al., 2019). 이는 두뇌 병리와는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예비능의 역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나아가 예비능의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노년기 병리와 기능 변화를 효과적으로 예측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CR과 다른 정신 병리와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가능할 것이다. 여태까지 노인 집단에서의 CR 연구는 주로 치매 등 병리적 인지 노화와의 관련성을 살펴보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한편 저교육 노인 집단에서 우울증의 보고가 더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존재하는데(예, Shin et al., 2015), 우울증은 그 자체로 치매의 위험 요인으로 간주된다. 우울한 노인이 치매로 잘못 진단될 수도 있지만, 실제로 저교육 노인에서의 빈번한 우울 경험이 치매를 촉진하는 원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노년기에 발생 가능한 다른 정신 병리와 CR의 관계를 탐색하는 것이 CR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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