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는 생물․심리․사회적 요인의 변화와 재정립을 겪는 시기이다. 이 변화의 시기는 많은 영역에서 발달적 성숙을 이뤄가는 기회이지만, 어떤 청소년들에게는 그 성숙의 과정이 순탄하지 않아 정서 및 행동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청소년복지 지원법에 따라 가정과 학교를 포함한 다양한 환경에서 적응상의 문제를 겪는 청소년들을 ‘위기청소년’이라고 규정하고 이들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서울 시내 청소년 8,517명을 대상으로 한 2021 서울특별시 청소년 위기 실태조사(서울시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2021)에 의하면 약 17%의 청소년(남자 청소년 중 약 15%, 여자 청소년 중 약 18%)이 위기청소년으로 분류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초등학생의 11.5%, 중학생의 14.4%, 고등학생의 19%가 여러 종류의 위기 경험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청소년기는 많은 변화의 시기로, 현재 구체적인 위기 경험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사회․정서상 많은 혼란과 불안감을 느낄 수 있는 시기여서 발달적인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어려움에 부닥친, 그리고 어려움에 취약한 청소년들에게 적절한 심리․정서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청소년기의 사회․정서 발달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청소년기 사회․정서 발달 개관

청소년기의 사회․정서 발달을 이해하려면 이 시기의 가장 큰 특징인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청소년들은 크게 세 가지 변화를 겪으며 발달한다. 첫 번째는 생물학적 변화이다. 사춘기를 겪으며 이차 성징이 일어나고, 호르몬의 변화와 함께 이로 인한 신체의 급격한 성장, 생식 기능의 성숙, 뇌 발달 등이 일어난다. 청소년기의 생물학적 변화는 직․간접적으로 사회․정서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두 번째는, 인지적 변화이다. 청소년기에는 아동기에 비해 추상적, 고차원적, 정교한 사고가 가능해진다. 이 시기의 중요한 인지적 특성 중 또 하나는 자기중심성이다. 청소년기의 자기중심성은 타인의 관점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아동기의 자기중심성과는 달리, 자기 개념이 확장되면서 자신에게 몰두하는 면을 일컫는다(김인경, 윤진, 1995; Goossens et al., 1992). 세 번째 변화는 사회적 변화로, 청소년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를 일컫는다. 사회적으로 청소년기는 성인기를 준비하는 시기를 일컫는다. 아동기와 비교하여 보다 성숙한 행동이 기대되며 이러한 사회적 기대가 사회․정서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가정 및 가족의 여러 가지 변화(중년으로서 부모의 어려움, 가정의 지출 증가, 경제적 변화 등)와 또래 관계의 변화(학교급의 변화와 발달 시기 변화로 인한 또래 관계의 재편) 등도 청소년기 사회․정서 발달을 설명하는 요인이다. 시대 특정적인 역사적 사건(예, 코로나 팬데믹) 또한 청소년기 사회․정서 발달과 관련이 있다. 청소년기의 사회․정서 발달의 특징은 이와 같은 생물학적․인지적․사회적 변화의 맥락 속에서 이해될 수 있으며, 주요한 발달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self)’의 발달이다. 청소년기에는 자기 개념의 변화와 함께 자아존중감의 변화를 겪는다. 생물학적 변화에서 기인한 신체 성장이 이루어지면서 자기 신체 인식 및 자신에 대한 이미지 등이 달라져 자기 개념의 변화가 일어나고, 이는 청소년들의 자아존중감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Harter, 2012; Steinberg, 2006). 청소년들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도 자기 개념과 자아존중감에 영향을 미친다. 또래 관계가 중요해지면서, 또래의 의견에 따라 자기 개념과 존중감이 긍정적 또는 부정적으로 변화하기도 한다(Gruenenfelder-Steiger et al., 2016). 학업과 성취가 중요해지는 학교에서의 사회 비교, 자신이 속한 문화에서 우세한 이상적인 신체상 및 성역할 또한 자기 개념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기에는 자아 정체감의 형성도 이뤄지는데(Marcia, 1966), 이것이 가능한 것은 앞서 언급한 생물학적 변화, 자기 개념의 변화, 그리고 인지적 성숙으로 인해 자신에 대한 타인과 사회의 평가나 기대치를 인식하게 되고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지적 성숙의 영향으로 자신의 결정에 따른 결과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인 미래 지향적 사고(future orientation)가 보다 더 가능해지고, 자신이 수행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들에 대해서 고려해 볼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하면서 정체감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된다(Seginer, 2003). 사회적인 변화도 정체감 형성에 기여하는데, 예를 들어 자신과 비슷한 관심사와 특성을 가진 패거리 집단(crowd) 등 또래 집단과 어울리면서 자아 정체감을 견고히 세우기도 하고(Cross & Fletcher, 2009; Giletta et al., 2021), 청년기의 자립 기간 등을 결정짓는 사회 구조 또한 정체감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Arnett, 2007).

둘째, 기분의 변동성, 즉 감정 기복 또한 청소년기 사회․정서 발달의 특징 중 하나이다. 청소년기 감정 기복은 하루 중 일어나는 정서 상태의 잦은 변동성과 격렬한 감정으로의 급격한 변화로 특징지어진다. 아동기나 성인기와 비교해, 청소년기에는 전반적으로 감정 기복이 심한데, 특히 초기 청소년기에 가장 심하고 성인기에 가까워질수록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패턴은 행복감, 슬픔, 분노 등 전반적 기분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Larson et al., 2002; Maciejewski et al., 2015). 청소년기 감정 기복은 사춘기 시기의 뇌 변화, 호르몬 변동성 등 생물․신경학적인 변화와 관련이 있다(Somerville et al., 2010; Toenders et al., 2024). 또한 이 시기에는 아직 정서조절능력이 발달하는 중이라 감정 기복에 더 취약할 수 있는데, 앞서 언급한 연령에 따른 변화는 정서 조절 능력이 발달해 나감에 따라 감정의 변동성이 점차 줄어드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박지선, 2014; Zimmermann & Iwanski, 2014). 더 나아가, 청소년기 감정 기복은 일상에서 경험하는 상황 변화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청소년들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부정적인 상황과 마주했을 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쉽게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한다(Schneiders et al., 2006). 따라서 청소년기에는 정서의 불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개인적, 환경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정서를 조절하는 능력이 중요한 발달 과업이다(전지영, 조성제, 2021).

셋째, 청소년기에는 도덕적인 사고 및 추론 능력이 더 정교해진다(Eisenberg & Morris, 2004; Nucci et al., 2017). 예를 들어, 청소년들은 점점 더 타인의 관점과 안녕감을 중시하는 도덕적 추론을 보이며, 도덕적 상황과 관련된 다양한 관점들을 취합하고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을 발달해 나간다. 또한 청소년기에는 도덕적으로 옳은 것이 자기 개념이나 인생의 목표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의미하는 도덕적 정체감이 형성된다(Hardy & Carlo, 2011). 즉, 자아 정체감의 발달과 동시에 도덕성이 자신의 정체감에서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생각을 확립해나간다. 시민적 참여(civic engagement)의 발달도 청소년기의 특징이다. 시민적 참여란 자신이 속한 집단과 사회에 기여하는 여러 활동을 일컫는 것으로(Wray-Lake & Shubert, 2019), 정치 참여, 환경보호 행동, 봉사활동, 사회적 책임감, 시민으로서의 지식 습득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러한 변화들이 가능한 것은, 도덕성, 시민성, 정치적 신념 등과 같이 추상적이고 복잡한 개념들에 대한 사고가 청소년기에 인지적으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부모로부터 정신적 독립을 시도하면서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대해 사유가 가능하게 되고, 사회 인지의 발달로 타인의 관점과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Carlo, 2006; Collins & Steinberg, 2008). 사회적으로 청소년들에게 보다 성숙한 의식과 사고가 요구되는 것도 도덕성 및 시민의식 발달에 기여한다.

넷째, 청소년기에는 여러 관계에서의 변화 및 성숙이 일어난다. 먼저, 가족관계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청소년기에는 신체적, 인지적으로 성숙해지고 또래와 더욱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가족과의 친밀감은 줄어들고, 거리감을 두게 되며, 사생활이 중요해지면서 가족 체계에 큰 변화가 찾아온다. 또한 청소년기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부모-자녀 사이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이다. 부모-청소년 갈등은 대개 보통 수준의 강도로, 대부분의 가정에서, 자주 일어나는 편이며, 주로 일상적인 사안들(예, 방 청소, 옷차림, 여가 시간, 취침 시간, 통금 시간 등)로 인해 일어난다(박영신, 2016; Smetana et al., 2003; Yau & Smetana, 2003). 이러한 부모-자녀 갈등은 정상적 발달 과정의 하나로, 자율성 획득과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이루려는 시도이다. 인지적 성숙을 이룬 청소년들은 부모의 권위나 말을 평가하기 시작하고, 부모의 통제 아래 있었던 것들을 자신의 통제 아래 두려고 한다. 반면, 자녀의 사회화를 목표로 하는 부모들은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안이 아직 부모의 통제권 아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서로의 관점 차이가 바로 청소년기 부모-자녀 갈등에 깔린 기제이다(박영신, 2016; Smetana & Rote, 2019). 청소년기 부모-자녀 갈등은 가족 내의 권력(즉, 누가 결정권을 가졌는가)이 재분배되는 과정을 상징한다. 자녀가 자라남에 따라 부모들은 점점 더 많은 결정권을 자녀에게 넘겨주고, 이 과정을 통해 청소년기 자녀들은 자율성을 기르게 되고 독립된 성인으로 기능하게 된다(박영신, 김의철 2008). 부모-자녀 갈등은 초기 청소년기에 가장 많이 일어나며, 시간이 갈수록 줄어든다. 이 과정 동안 대부분의 가정은 지지적인 관계를 유지한다(Smetana et al., 2006).

청소년기에 가족과의 친밀감은 줄어드는 반면, 또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다. 청소년들은 또래의 의견을 매우 중시하고, 또래 사이에서 통용되는 문화에 편입되려고 한다(Giletta et al., 2021). 이러한 특징은 사회적 뇌라고 불리는 일련의 뇌 부분들에 변화가 오면서 생기는 일들로, 청소년들은 사회적 평가에 민감하고 사회적인 단서를 이전보다 더 잘 읽게 된다(Somerville, 2013; van den Bos et al., 2016). 이러한 발달적 특징은 청소년이 보이는 또래 문화에의 동조와 또래 압력에 대한 취약성을 설명한다.

친밀감의 발달 또한 청소년기의 중요한 발달 과업이다. 청소년들은 몇몇 또래와 지속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관계를 맺으며(즉, 친구 관계를 형성하며) 우정을 쌓고, 이성 교제를 시작하기도 하며 친밀한 관계를 맺는 법을 배워나간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청소년들은 사적인 이야기들을 공유하고, 갈등 상황에서 서로 타협하고 조정하는 능력을 배우며, 관계 내에서의 희생과 공감을 배운다. 이는 마음 이론과 타인 조망 수용 능력 향상 등을 포함한 사회인지 발달로 인해 타인에 대한 이해가 증가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다섯째, 청소년들은 위험 행동에 취약하다. 청소년기 위험 행동의 증가는 청소년기의 여러 발달적 변화와 관련이 있다. 우선, 사춘기의 영향을 받아 변연계가 활성화되고, 특히 보상 시스템과 관련이 있는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에 변연계가 큰 영향을 받으면서, 청소년기에는 아동기나 성인기 때보다 보상과 자극을 더 많이 추구하게 된다. 반면 충동 억제, 주의력과 감정 통제, 자기 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은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가는 과정에서 서서히 발달하며, 성인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성숙한다. 이러한 뇌 영역 발달의 시간 차가, 청소년들을 자극에 반응적이고 자기 조절에 서툴게 만들어 다른 어느 시기보다도 위험 행동이나 문제 행동에 취약하게 만드는 것이다(Duckworth & Steinberg, 2015). 또한 또래 관계의 변화도 청소년기 위험 행동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청소년들은 자연스럽게 또래와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데, 특히나 또래 동조 성향이 심하고 또래 압력에 약하기에 또래와 함께 있을 때 위험 행동에 가담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예, Allen et al., 2006).

청소년기의 발달적 위기

앞서 언급한 변화를 겪으며 청소년들은 자아 정체감 형성, 정서적 안정 및 자기 조절 능력의 습득, 사회적 관계의 확장, 친밀감의 형성, 자율성의 획득, 성인기 준비(직업 준비 및 시민의식 갖추기)를 사회․정서 영역에서의 발달 과업들로 성취해 나간다. 그러나 사회․정서적 발달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 어떤 청소년들은 학교폭력, 자해/자살, 정신 질환, 인터넷 중독, 약물/도박 문제 등 위기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서울시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2021; 한효진, 이정민, 2022). 이는 청소년기 발달 과업을 성취해 나가는 과정의 어려움에서 기인하기도 하며, 반대로 발달 과업 성취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 행동과 적응상의 어려움이 청소년기의 발달적 특징과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를 이해하여야 청소년들을 보다 더 잘 도울 수 있다. 특히, ‘발달 시기적으로’ 이들이 당면한 어려움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

청소년기의 사회․정서적 어려움과 연관되는 청소년기 발달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1) 청소년기를 둘러싼 광범위한 영역에서의 변화, 2) 아동기 및 성인기와 비교하여 여러 심리적 변인이 증가 혹은 감소하는 발달 시기적 특성, 3) 환경적 요인 4) 개인적 성향에서의 취약성.

청소년기를 둘러싼 광범위한 영역에서의 변화

청소년기는 ‘유동성(flux)’과 ‘재협상(renegotiation)’이라는 두 키워드로 표현될 만큼(Cicchetti & Rogosch, 2002) 청소년 개개인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을 둘러싼 외적인 환경에서도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이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청소년기에는 생물학적인 변화와 함께 인지 및 사회정서 등 모든 발달 영역이 재조직화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불안과 혼동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하여 가족 관계의 재편, 복잡한 또래 관계의 대두, 새로운 역할과 성숙을 기대하는 사회적 상황 및 제도 등 청소년을 둘러싼 환경에 구조적인 변화가 있기에 혼란이 더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기는 내면적 갈등과 외적인 갈등 모두를 경험하는 시기이며, 이런 위기 특성은 정상 발달 과정의 일부이다. 심리사회적 발달 단계를 제시한 에릭슨도 자아 정체감의 ‘위기’가 청소년들이 꼭 겪어야 할 발달 과정의 일부이며, 이 위기를 겪어야 성인기로 이행할 수 있다고 하였다(Marcia, 1966). 실제로 대부분의 청소년은 이러한 혼란의 시기를 거치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안정감을 느낀다. 그러나 발달 과업을 이루는 과정 자체가 안정성에서의 이탈을 의미하기에, 추가적인 위험 요인에 노출되거나 지지 체계가 부족할 경우 사회․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할 가능성이 특히나 높아진다.

아동기 및 성인기와 비교하여 여러 심리적 변인이 증가 혹은 감소하는 발달 시기적 특성

전 세계 여러 발달 심리학 문헌들에서 발견된 흥미로운 발달 현상 중 하나는 청소년기에 많은 심리적 변인이 U 곡선(혹은 거꾸로 된 U 곡선)의 발달 모양을 보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아동기와 비교하여 초․중기 청소년기에 어떤 심리적 지표 점수가 향상되거나 하락하다가 성인기(혹은 후기 청소년기)에 이르러 다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다른 시기와는 차별된 특징을 보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했듯이 청소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부모-자녀 간 갈등이 많은 시기이다. 전 세계 연구들에서 아동기에 비해 초기 청소년기에 부모-자녀 갈등이 급격히 증가하고 시간이 지나며 점차 줄어드는 패턴, 즉 거꾸로 된 U자 패턴을 보임이 밝혀졌다(Smetana et al., 2006). 국내에서도 대학생에 비해 고등학생 때 부모-자녀 갈등의 빈도와 강도가 더 높다는 결과가 있다(박영신, 2016). 부모-자녀 관계의 질도 비슷한 패턴(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하락했다 점차 상승하는 패턴)을 보이는데, 청소년이 가지고 있는 문제 행동의 여부 및 양상과 상관없이 대부분의 청소년 가정에서 이러한 경향이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Keijsers et al., 2012).

청소년기의 정서적 반응과 관련하여도 비슷한 예를 찾을 수 있다. 청소년들은 누군가가 자기를 관찰하고 평가한다고 생각할 때 아동이나 성인보다 더 높은 수치심을 보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청소년기 사회적 뇌 부분의 변화로 사회적인 자극과 평가에 굉장히 예민해지는 특성을 반영한다(Somerville, 2013). 이는 청소년들이 또래들에게 크게 좌우되고 또래의 압력에 취약한 특성과 관련이 있다.

도덕성 발달 궤적에서도 U곡선은 여러 문헌에서 나타난 바 있다(Nucci & Turiel, 2009). 예를 들어, Nucci et al. (2017)은 아동기 및 청소년기의 도덕성 발달 궤적을 살펴보는 연구에서 중기 청소년기에 속한 아이들이 아동이나 후기 청소년보다 도덕 규칙의 당위성을 덜 인정하고 이를 개인적인 선택의 영역으로 여기는 경향(예, “나에게는 누군가를 때릴지 말지 결정할 ‘권리’가 있다”)이 있음을 발견했다. Wray-Lake et al. (2016) 또한 청소년기에는 아동기나 성인기에 비해 사회적 책임 가치(사회와 속한 집단을 발전시키기 위해 하는 행동이나 가치)를 덜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음을 밝혀내었다. 이와 같은 경향성은 자아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청소년들의 시도로 인한 것이며, 자신이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개인적 영역의 확대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사회 관습이나 도덕적 가치에도 이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앞서 논의 되었듯이 청소년기 부모-자녀 갈등의 증가도 청소년들이 자신의 결정 영역을 확대해 가는 과정에서 부모와의 주도권 다툼을 벌이며 발현되는데, 이러한 점에서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다.

이렇듯 청소년기는 아동기나 성인기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발달적 특징을 가진다. 앞서 언급한 예시들에 의하면 청소년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 부모-자녀 관계가 소원해질 수 있어 가족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증가, 발달에 필요한 지지 체계의 붕괴, 심리적 위축 등의 위험성이 존재한다. 또래 동조의 증가로 인해 또래와 함께하는 위험 행동이나 비행 행동에의 참여에 취약할 수 있고 위험 행동을 서로 강화할 수 있다는 발달적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개인적 통제 영역의 확대로 인한 도덕적 가치의 상대화와 집단적 가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문제 행동에의 취약성이 더 강화될 수 있다.

환경적 요인

청소년기의 환경적인 위험 요인도 사회․정서 문제와 연관 될 수 있다. 환경적 요인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발달 단계-환경 적합도(stage-environment fit)이다(Eccles et al., 1993). 발달 단계-환경 적합도 이론에 의하면, 특히나 청소년기에는 학교나 사회에서 그 발달적인 필요에 맞는 기회나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고, 발달 단계에 맞는 필요가 잘 채워져야 청소년들이 긍정적인 발달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청소년기는 수많은 변화로 혼란스러운 시기이기에 심리적 안정, 따뜻하고 안정된 지지, 자율성과 독립심의 고취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인데, 이를 제공해야 할 환경들 또한 큰 개편과 변화를 겪기에 청소년기에 필요한 발달적 필요를 채워주기가 어렵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구체적으로 청소년기의 발달적 어려움과 연관될 수 있는 주요한 환경 요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양육상의 문제, 방임, 가정의 불화 등 가정의 문제는 모든 발달 시기에서 위험 요인이겠지만, 특히 청소년기에는 청소년들의 변화와 함께 가족 내 역동이 변화하고 가족 구성원들 간의 힘이 재분배되는 과정을 거치기에 가정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 또한 자녀의 청소년 시기에 부모 세대들도 대개 중년에 접어들어 심리․정서적으로 혼란을 겪거나 많은 지출로 인한 가정의 재정적 어려움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 있다(Steinberg, 2006). 이 시기에 일어나는 가족 내 역동의 변화나 청소년 자녀와의 갈등은 부모의 스트레스를 높이고, 부모가 적절한 양육을 제공하지 못하게 만들거나 청소년 자녀와의 주도권 싸움으로 인해 부모를 더 지치게 만들 수 있다(성경미, 2013; 하영희, 2004). 더불어 이 때 적절하지 않은 부모의 양육 행동이나 대처는 부모-자녀 갈등을 심화시키거나 청소년의 문제 행동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예, 박영신, 2016). 따라서 혼란의 시기를 겪는 청소년 자녀에게 부모가 적절한 지지를 제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대의 청소년들은 발달적 필요와 환경 간 부적합성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 건강 및 영양 상태가 좋아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사춘기의 시작이 빨라지고 있는데, 많은 발달 심리학 문헌들에서 이른 사춘기의 시작이 위험 행동, 외현화 문제, 정서 조절 문제, 정신 질환에의 취약성, 학교폭력의 위험성, 성범죄에의 노출 증가 등 여러 부정적인 결과와 연관이 있다고 밝혀졌다(Baams et al., 2015; Dimler & Natsuaki, 2015; Negriff & Susman, 2011). 이와 더불어 신체적인 성숙은 빨라지는 반면 취업, 재정적 독립, 결혼 등 사회적 독립은 늦어지는 시대적 상황은 미래에 대한 고민과 불확실성을 높이고 청소년들의 의사 결정에 더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Steinberg et al., 2015).

청소년기를 둘러싼 최소 두 번의 학교급 변화(초등→중등, 중등→고등) 또한 청소년들의 적응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우선, 새로운 학교급으로의 진학으로 교육 과정에 변화가 온다. 상급 학교에서는 학업량이 많아지고, 더욱 분화된 교과목을 따라가야 하며, 학업 성취에 대한 부담감이 증가하고, 학업 경쟁이 심화된다(정송 외, 2022). 상급 학교로 진학함에 따라 지켜야 할 규칙들도 늘어난다. 또한 청소년들은 기존의 또래 관계 붕괴와 함께 낯선 곳에서 새로운 또래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과제에 당면하며, 교과목의 분화로 다수의 교사와의 상호작용이 요구되기에 교사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김빛나 외, 2022). 더불어 이 시기에는 앞서 언급했듯이 가족 관계가 변하고 서서히 소원해진다. 따라서 청소년들은 여러 대인 관계 상황에서 어려움과 좌절을 겪기 쉽다. 결국, 청소년기에는 더욱 복잡해진 사회적 관계를 마주해야 하는데, 이는 교과 과정과 환경적 변화로 불안한 청소년들에게 적절한 지지 체계가 부족할 것임을 시사한다. 청소년들은 감정 기복이나 정서 조절의 어려움 등 앞서 언급한 청소년기의 특징으로 인해 학교급 변화와 함께 당면한 이 문제들에 유연하고 적절하게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즉, 학교급의 변화는 환경적 변화로 청소년기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청소년들을 둘러싼 지지체계를 무너뜨려, 생물학적․정서적․인지적 변화로 그 어느 때보다 안정감, 애정, 지지가 필요한 청소년기에 적합하지 않은 발달적 환경을 형성시킨다. 특히 국내 여러 문헌에서도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벌어지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의 진학으로 인해 많은 청소년들이 사회․정서적으로 어려워함이 밝혀져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가는 전환기에 학교 적응 수준이 하락했으며(정송 외, 2022), 초중등학교에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문제 행동이 많이 나타났다(이정미, 양명숙, 2006). 또한 초등에서 중학교로 전환하면서 위축감을 겪는 청소년이 많아지며, 청소년들의 정서적 어려움은 더 분화되고, 내재화․외현화 문제의 공존율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김빛나 외, 2022). 실제로 한국 교육 현장을 다룬 김태은 외(2015)의 연구에 의하면 중학교는 초등학교에 비해 학습량이 많고, 교사의 도움이 적으며, 교사-학생 상호작용이 줄어들고, 모둠 활동 보다는 교사 설명이 수업의 중심이 되는 등의 차이가 있었다. 이는 학업 난이도 상승과 학교 내 지지 체계 형성의 어려움이 실제 한국 청소년이 겪고 있는 문제임을 시사한다.

특정한 시대적 사건이 청소년들의 사회․정서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경험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결과는 국․내외 여러 연구와 문헌에서 잘 나타난 바 있다(예, 김동현, 서동현, 2024; 김신아, 이자영, 2022; 이광현, 권용재, 2024; 최지욱, 2021;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2021; Barendse et al., 2023; Hu & Qian, 2021; Jones et al., 2021; Panchal et al., 2023). 연구가 진행된 장소와 연구 변인에 따라 결과에 차이는 있었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청소년들은 이전보다 높아진 불안, 우울, 스트레스, 자살사고, 품행 문제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팬데믹 이전에 정신 건강 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청소년들, 사회적 약자 집단, 낮은 경제적 지위를 가진 청소년 등 취약층이 더 큰 영향을 받았으나, 그 뿐 아니라 팬데믹 이전에 정신 건강에 어려움이 없었던 청소년들의 심리적 어려움까지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Hu & Qian, 2021). 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염과 건강에 대한 걱정이 높아지고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 조치들과 함께 일상생활에서 많은 변화들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감염병 상황에 대한 불안, 또래 관계 및 학교생활의 제한, 일상 활동의 제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이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위험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실제로, 팬데믹으로 청소년의 신체활동, 또래 활동 등이 감소하고 스마트폰 등 미디어의 사용이 증가하였으며(예, 김성은, 박찬호, 2021), 이에 따라 청소년들이 관계에서의 어려움, 자율성의 감소, 유능감 발휘의 곤란 등을 겪었다는 연구도 있었다(이영애 외, 2023).

청소년이 살고 있는 사회․문화적 환경도 발달적 어려움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청소년의 어려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업 문제의 영향을 살펴보아야 한다. 전 세계 여러 나라와 비교해 한국의 학업 요구도와 부담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한국 청소년들은 높은 학업량을 소화하고 학원 등 많은 사교육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 청소년들의 학업 관련 불안은 다른 OECD국가의 평균보다 높았다는 결과도 있었다(OECD, 2017). 2020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에 의하면 한국 청소년의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은 성적과 진로에 대한 부담감(54.7%)으로 그 다음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인 외모(11.6%), 기타(11.8%), 부모와의 갈등(10.5%)과 수치에서 큰 차이가 있었다(질병관리청, 2020). 학업 스트레스와 부담은 한국 청소년이 학업 소진을 겪을 가능성을 높이고, 행복감을 낮추며, 우울 및 불안 등 정서 문제를 일으키고, 자살 사고를 증가시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발견되었다(예, 김재엽 외, 2015; 신승배, 2015; 신혜진, 유금란, 2014; 원경림, 이희종, 2019; 조혜진 외, 2013; Kim et al., 2024). 따라서 학업 문제가 한국 청소년의 사회․정서적 어려움에 미치는 영향은 문화적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개인적 성향에서의 취약성

특정한 기질적 특성, 신경․발달적 어려움 등 사회․정서 문제에의 취약성(vulnerability)을 가진 청소년들은 특히나 이런 변화의 시기에 적응이 더 어려울 수 있다. 우선, 청소년기의 변화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성향을 더 강화해 문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감각 추구 성향이 높은 아동들은 청소년기에 이르러 보다 더 높은 위험 행동 추구를 보일 수 있다(Safa et al., 2020). 감정의 불안정성이 높았던 아동은 청소년기에 여러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서 감정 변동이 더 심해질 수 있다(Cicchetti & Rogosch, 2002). 또한 특정한 취약성을 가진 청소년들은 청소년기의 발달 과업을 더 어려워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앞서 학교 전환기, 특히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의 전환이 더 큰 적응상 어려움과 관련이 있다고 언급했는데, 특히나 이미 취약성을 가진 상태에서 청소년기에 접어든 경우에는 학교 전환기가 사회․정서상 더 위험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는 학생들, 특성적 불안이 높은 학생들, 회피적 기질이 높은 학생들, 특정한 정서 행동 문제(예, 외현화 정서 행동 문제)를 가진 학생들, 학습에 어려움을 가진 학생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스트레스에 더 취약하고 더 강하게 반응할 수 있으며, 따라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과 행동을 습득해야 하는 청소년기가 이들에게는 발달적으로 더 어려운 시기일 수 있다(예, 김빛나 외, 2022; Neal et al., 2016).

이러한 개인적 취약성과 더불어 아동기에 역경을 겪었거나 사회적인 지지 체계가 없는 청소년들은 사회․정서 문제에 있어 더욱더 높은 위험성을 가진다(Steinberg et al., 2015).

청소년기 사회․정서 문제의 발달적 이해

청소년기에는 다른 발달적 시기와 구별되는 발달 과업과 취약성이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문제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 발달적 접근을 해야 청소년들을 더 잘 도울 수 있다. 본 섹션에서는 구체적인 청소년기 사회정서 문제를 예로 들어, 앞서 논의된 발달적 특성과 위기가 이와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학교폭력

학교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의 사회․정서 발달을 저해하는 문제 행동이다. 교육부(2023)에 따르면 2023년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초등학생의 3.9%, 중학생의 1.3%, 고등학생의 0.4%이며, 가해 응답률은 초등학생의 2.2%, 중학생의 0.6%, 고등학생의 0.1%로 전년도 대비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학교폭력은 학교 적응상의 문제, 자살 사고와 우울, 사회정서 발달에의 어려움 등 청소년기 정신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경은, 이수림, 2015; 남석인 외, 2014; 서윤, 2014). 또한 학교폭력은 청소년들의 친구 관계, 가족 관계, 교사와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관계 속의 지지 체계를 무너뜨린다(박재연, 2017). 소원해진 가족 관계라는 맥락 속에서 자율성 및 정서적 안정을 성취하고 친밀한 관계를 연습하는 것이 청소년기의 발달과업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그리고 청소년기 사회․정서적 어려움에서 기인한 사회적 관계 맺기 어려움이 결국 부적응 문제로 이어짐을 고려할 때(Meeus, 2016), 청소년기 학교폭력 경험은 장기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문헌들을 보면 부모 학대, 방임, 양육 태도, 부모와의 애착 등 가정 및 가족 관련 변인들(예, 박성숙 외, 2015; 이지현, 2016; 조윤오, 2013)과 교사의 지지 결여, 학교 유해 환경, 학교 규칙, 예방 교육의 유무 등 학교 관련 변인들(예, 김은숙, 정현희, 2021; 김진숙 등, 2014)이 학교폭력의 위험 요인으로 주로 연구되어 왔다. 이들은 청소년기에만 국한되는 위험 요인이 아니라 전 발달 시기에 걸쳐 학교폭력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것들로, 올바른 부모 교육과 학교 환경의 구축이 학교폭력 문제의 예방 및 개입에 중요함을 시사한다.

청소년기 학교폭력은 또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발달적 특성과 함께 이해되어야 한다. 학교폭력은 또래 관계라는 맥락 안에서 진행된다. 학교폭력의 가해 행동에는 피해자에게 위력을 행사하여 또래 관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과시하고 또래의 동경을 받고자 하는 심리적 기제가 깔려있다(Caravita et al., 2009; Volk et al., 2014). 또한 비행 친구 접촉과 또래 동조, 학교폭력에 대한 방관적 또래 문화 등이 학교폭력의 위험 요인으로 밝혀졌다(예, 김은숙, 정현희, 2021; 김진숙 외, 2014, 이지현, 2016). 따라서 또래 관계의 확장은 청소년기의 발달적 과업이자, 동시에 학교폭력 문제에의 취약성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청소년기에는 사회 인지의 발달로 타인의 마음과 관점에 대한 이해가 성숙해 가지만, 그와 동시에 개인적 영역의 확대로 도덕 및 관습의 상대화, 집단과 사회의 발전을 위한 관심 등이 떨어지는 시기이다. 즉, 도덕적 사고와 비도덕적 행동(타인에게 해를 가하는 행동) 사이의 관계가 매우 복잡해지는 시기이다. 도덕적 사고에서의 (미)성숙함은 다른 변인의 조절 및 매개 효과를 거쳐 (비)도덕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도덕적 추론력이 미성숙한 청소년들은 또래 동조성이 높을 경우 가해 행동에 더 참여하며, 도덕적 추론은 공감을 향상시켜 가해 행동에 참여하지 않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김보은, 최수미, 2016). 학교폭력 개입 및 예방 프로그램에서 사회인지 능력의 향상이 중요한 요인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바(Bradshaw, 2015), 청소년들의 학교폭력에 대한 판단과 태도, 인권 감수성, 사회․정서적 능력 등이 학교폭력 경험 및 방관 행동과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 향후 더 많은 연구가 수행되어야 효과적인 예방 및 개입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겠다.

청소년기 정신병리

2021 서울특별시 청소년 위기 실태조사(서울시 청소년 상담복지센터, 2021)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은 자해/자살, 인터넷 중독, 약물/도박 등 정신 건강과 관련된 여러 위기 경험을 하고 있다. 또한 아동기와 비교해 청소년기에 주요 정신 질환의 유병률이 증가하기도 하는데, 구체적으로 주요우울장애 및 양극성 장애는 0.6%(아동기)에서 1.5%(청소년기)로, 파괴적 충동 조절 및 품행장애는 2.5%에서 6.2%로, 물질 사용 장애는 0.1%에서 3.1%로, 섭식장애는 1.0%에서 2.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외에서도 이러한 정신 질환의 유병률이 청소년기에 이르러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Steinberg et al., 2015).

청소년기 정신 질환과 발달적 특성 사이의 연관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청소년기의 정서․행동적 취약성이 정신 병리 발달의 위험성을 높인다. 예를 들어, 감정 기복은 청소년기의 정서적 특징 중 하나로, 변동이 심한 정서적 상태를 잘 조절하는 것은 청소년기의 중요한 발달 과업 중 하나이다(박지선, 2014; 전지영, 조성제, 2021). 대부분의 청소년은 감정 기복을 잘 조절하고 안정화된 정서를 확립해 가지만, 정서적 불안정성과 자기 조절의 어려움 자체가 정신 병리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Meeus, 2016). 많은 연구들에서 청소년기의 감정 기복이 우울 및 불안 등 내현화 문제뿐 아니라 비행 행동 등의 외현화 문제, 그리고 부정적 사회적 상호작용과 연관이 있음이 밝혀졌다(예, Maciejewski et al., 2014, 2019; Neumann et al., 2011; Silk et al., 2003). 구체적으로 행복, 불안, 슬픔의 변동성이 모두 향후 내재화 문제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감정 기복은 그것이 긍정적인 감정이든 부정적 감정이든지와 상관없이 정신 병리의 위험요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분노의 변동성은 향후 공격행동의 발달을 설명하는데 있어 다른 기분의 변동성보다 큰 역할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Neumann et al., 2011). 또한 청소년기는 앞서 언급했듯이 또래 관계와 이성 교제 중요성의 대두, 부모와의 갈등 등으로 사회적 관계에서 정서적인 능력 사용이 더욱 중요해지고 환경적인 스트레스가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감정 기복이라는 특징은 이러한 발달적 어려움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둘째, 청소년기의 정신 병리 증상들은 아동기와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Steinberg et al., 2015). 예를 들어, 아동기 우울에서는 정서적인 어려움이 주요 증상이라면, 인지적으로 보다 성숙해진 청소년기에는 인지적인 증상들(예, 무력감, 부정적 사고 패턴)이 주요 기제로 대두된다.

셋째, 청소년기의 내적․외적 변화라는 발달적 특성은 개별적인 정신 건강 문제의 위험 요인들과 서로 다르게 영향을 맺고 있다. 예를 들어, 섭식 장애의 경우, 청소년기 신체 및 인지 발달로 인한 자기 개념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청소년들은 아동기보다 자신의 신체상 평가에 더 몰두하는데, 이는 대중 매체에서 그려지는 이상적인 신체상, 주위 사람들의 평가, 사회문화적 환경(예, 이성 교제에 대한 관심 정도 및 용인 정도)의 영향을 받는다(예, 박윤영, & 이소연, 2019; 이은주, 2009; Gondoli et al., 2011). 또 다른 예로, 청소년기 중독 및 약물/도박 경험은 앞서 언급한 위험 행동 추구의 기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변연계의 활성화로 보상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해지고, 자기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발달은 미성숙하여 중독에 취약한 발달적 특성이 있는 것이다. 또한 또래 동조의 증가로 인해 약물/도박 경험이 있는 또래와 이를 용인하는 또래 문화에의 노출은 특히 청소년기에 주목해야 할 위험 요인이다.

청소년 비행

앞서 발달적 특징에 대한 언급에서 청소년들이 왜 위험 행동에 취약한지는 이미 설명된 바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발달심리학은 청소년기 비행 및 위험 행동의 변화와 궤적을 추적하고 관련 변인을 살펴보면서 청소년기 비행의 위험 및 보호 요인에 관해서 연구해 왔다. Moffitt(1993)은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의 생애를 추적하여 아동기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비행 행동을 보이는 생애 지속형 비행집단과 아동기와 성인기에는 비행 행동을 보이지 않았지만 청소년기에 비행 행동이 증가하는 청소년기 제한적 비행집단을 규명하였는데, 국내외 많은 연구들에서도 비슷한 집단이 도출되었다(예, 정익중, 2009). 생애 지속형 비행 집단은 아동기부터 인지능력, 신경 발달적 요인, 가정환경, 또래 관계 등 전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청소년기 제한적 집단은 청소년기 또래 관계, 특히 비행에 가담하는 또래와의 접촉이 큰 위험 요인으로 밝혀졌다(Moffitt & Caspi, 2001).

청소년들의 비행 행동의 궤적을 추적하는 발달적 접근을 통해 우리는 청소년 비행과 관련된 심리적, 환경적 기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Keijsers et al. (2012)은 청소년 비행의 발달 궤적과 부모-자녀 관계의 질 사이의 연관성을 연구하였다. 503명의 네덜란드 남학생을 만 7세부터 관찰하여 그들의 비행 행동의 궤적을 도출해 본 결과, Moffitt(1993)의 생애 지속형 집단 및 청소년기 제한적 집단과 각각 비슷한 궤적을 보이는 두 집단과 함께 비행 행동에 가담하지 않는 집단, 아동기에는 비행에 가담했으나 청소년기에는 중단한 집단이 나타났다. 모든 집단에서 청소년기에 부모-자녀 관계가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비행에 가담하지 않는 집단은 그 하락 폭이 적었고 전 연령에 거쳐 부모-자녀 관계가 가장 좋았다. 즉, 청소년기의 안정적 부모-자녀 관계는 청소년들의 비행 가담을 막는 보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 외의 다른 집단은 어느 시기에 비행에 가담했든지 상관없이 청소년기에 들어 부모와의 관계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다만 청소년기 제한적 비행 집단은 청소년기에 접어들기 전 부모와의 관계가 매우 양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들 집단에는 비행에 관대한 또래 문화에의 노출, 부모와의 소원한 관계로 인한 지지 체계 붕괴, 부모의 감독 소홀 등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결론 및 제언

청소년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개입과 예방을 위해서는 청소년기의 발달적 특징이 청소년기 사회․정서 문제의 위험 요인과 어떠한 연관성이 있는지 이해해야 한다. 전 영역에 걸쳐 일어나는 청소년기의 변화는 새로운 적응 과제를 제시하고 그동안 적응에 사용되었던 정서․행동적 레퍼토리의 붕괴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사회․정서적 취약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 청소년들은 이러한 발달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사회․정서적 위기를 경험할 수 있으며, 더불어 이 시기의 위기 경험은 청소년기 발달 과업 수행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본 논문은 국내외 주요 이론과 연구를 통합하여 이를 정리하였으며, 그 과정을 통해 발달적 관점으로 청소년기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밝혀내고자 하였다. 더 나아가 구체적인 사회정서 문제를 예시로 들어, 청소년기 사회정서 발달의 전반적 특성을 청소년기 문제 이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또한 본 논문은 전반적인 사회정서 발달 특성을 다루는 데에 있어 국내외 이론과 연구를 개관하여 보편적인 청소년기 발달 문제와 시대적, 문화 특정적 문제 이해에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는 틀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청소년의 발달 과정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하는 학계 및 현장에서 폭넓게 사용되고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청소년기 발달의 특성을 올바로 이해하면 청소년기 위기 실태와 관련 요인에 대한 더 정확한 파악과 함께 위기 위험에 놓인 청소년들을 선별 및 진단하는 예방 및 개입 프로그램과 정책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위기 청소년의 상담 현장에서도 개인에 대한 이해를 돕고 향후 발달상의 어려움을 예측하는 데에 유용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청소년기를 발달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다양한 연구가 더욱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이론적인 틀에서 통합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또한 연구 결과가 실제 현장에서 가지는 함의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청소년의 사회․정서적 문제의 심도 있는 이해와 적용을 위해 다음을 제언한다.

첫째, 청소년기 발달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정상 발달과 이상 심리의 경계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 부모-자녀 사이의 갈등, 감정 기복, 위험 행동의 증가 등은 청소년기에는 정상 발달에서 관찰할 수 있는 현상이나, 다른 발달 시기에서는 정상 발달의 궤도에서 벗어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청소년기의 특성이 사회․정서 문제의 취약성으로 작용할 수 있는 바, 어느 정도가 임상적으로 정서 및 행동 문제를 예측할 수 있는 경계인지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겠다. 예를 들어, Maciejewski et al. (2019)는 기분의 변동성이 적응 문제로 이어지는 데에는 개인차가 존재하여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기분의 변동성이 안정화되고 정서 행동 문제를 보이지 않았지만, 기분의 변동성이 줄어들지 못하고 이것이 적응상 어려움으로 발전된 청소년 집단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한국 청소년을 대상으로도 청소년기의 발달적 특성과 실제 사회․정서 행동의 연결 고리를 심도 있게 연구해야 하겠다.

둘째, 청소년기 특성에 대한 ‘발달적’ 접근을 통해 위험 요인들이 실제 문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발달 경로(pathway)와 발달 궤적(trajectory)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그 연구 결과들을 청소년 문제 예방 및 개입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특히 이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청소년기의 특성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청소년과 환경의 상호작용이 종단적 관점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즉, 아동기의 위험 및 보호 요인이 청소년기 사회․정서 문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와 더불어 청소년기의 사회․정서 문제가 성인기의 적응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등 다른 발달 시기와의 연관성이 더 명확히 파악되어야 한다. 또한 개개인의 정신 병리의 발달에는 서로 다른 원인과 발달적 경로가 작용하기 때문에(Cicchetti & Rogosch, 2002), 청소년기의 전반적 특성과 정신 병리의 다양한 발달 궤적 사이의 관계가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이와 관련하여 관찰 대상 중심적 접근(person-centered approach; Muthén & Muthén, 2000)을 통한 청소년 문제의 이해가 예방과 개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심리적 기제를 집단 전체 수준에서 분석하는 변인 중심적(variable-centered) 방법론을 통해 집단 전체의 전반적인 패턴에 대해 이해할 수 있지만, 개별 사례들의 차이점과 유사점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관찰 대상 중심적 발달 연구 모형은 여러 층위의 표본을 아우르는 집단 프로파일을 도출하여 발달상 단일 궤적이 아닌 여러 발달 궤적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이를 통해 개인차를 집단 수준으로 파악하고, 발달 과정의 복잡성을 이해할 수 있으며, 개인 특성에 맞는 개입과 예방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넷째, 청소년이 가진 문제의 원인 파악과 문제 해결에만 관심을 쏟는 것을 넘어 청소년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성장을 도모하는 긍정적 청소년 발달(Positive youth development) 관점을 더 도모해야 한다. 즉, 청소년들의 강점을 파악하고 성공적인 역량 발휘를 돕는 데에도 힘써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청소년기는 성공적인 사회정서 발달을 위한 지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할 수밖에 없는데, 반면 청소년들을 둘러싼 환경은 그에 충분한 지지를 제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강점 발휘를 도모할 지지 체계 구축에도 힘을 써야 한다. 연구에 의하면 교사의 지지, 학교 활동, 학교 전환기에 대한 지지 등이 청소년들의 사회정서 역량과 연관이 있음이 밝혀졌다(예, Shubert et al., 2020). 실제로 긍정적 청소년 발달 관점의 중요성과 정책 및 현장에서의 시사점은 꾸준히 논의되어 왔고, 청소년의 인성 교육이나 사회정서역량을 증진하는 여러 프로그램의 개발 및 사용에 적용되어 왔다(예, 김윤경, 2017; 김진호, 2006). 그러나 아직 광범위한 적용이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으며, 따라서 앞으로 청소년이 가진 자원과 지지 체계에 대한 보다 더 체계적인 연구 진행과 현장 적용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청소년기 사회정서 발달 및 문제와 관련된 연구 결과들이 실제 상황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학계와 현장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심리학자들은 현장의 어려움을 반영하여 실제 청소년 문제 예방과 개입을 위해 필요한 연구가 무엇인지 현장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청소년 발달 연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이 때, 연구 결과들의 실제 현장 적용이 용이하도록 현장의 언어로 소통하려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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