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은 생물, 심리, 그리고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고도로 복잡한 경험이다. 세계통증연구학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Pain, IASP)는 통증을 실제 또는 잠재적인 조직 손상과 관련된 감각적 및 정서적인 불쾌한 경험으로 정의하며,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만성 통증으로 분류한다(Nicholas et al., 2019). 전 세계 인구의 약 20%가 만성 통증을 겪고 있으며, 최근 국제질병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 ICD-11)에서는 만성 통증을 하나의 독립적인 질병 범주로 포함하면서 이에 대한 다양한 연구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Nicholas et al., 2019). 만성 통증은 말초 신경계뿐만 아니라, 연수, 중뇌, 피질하, 그리고 대뇌 피질을 포함한 상위 중추신경계의 광범위한 신경 활동과 관련된다(Apkarian et al., 2005; Porreca et al., 2002). 신경영상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중추신경계의 활동을 비침습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며, 통증 처리 과정에 관여하는 다양한 뇌 영역 간의 통합적 작용 기전을 규명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심리적 요인이 만성 통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를 통해, 만성 통증과 인지 처리 과정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전 연구들은 주로 통증이 인지 기능을 저하한다는 서술적 관점에서 접근해 왔으나, 최근에는 통증과 인지 기능이 독립적인 현상이 아니라 공통된 신경 회로와 기전을 기반으로 상호작용을 한다는 통합적 관점으로 연구 초점이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은 통증과 인지 기능 간의 관계를 단순한 인과적 연결이 아닌 양방향적이고 상호의존적인 신경학적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Villemure & Bushnell, 2002). 자세히, 통증은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지 기능의 저하 역시 통증의 지각 및 조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만성 통증 환자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다양한 연구에서 만성 통증 환자의 주의, 학습, 기억, 의사 결정, 집행 기능 등의 여러 인지 처리과정에서의 장애를 보고하였다. 구체적으로, 만성 요통, 섬유근육통, 편두통, 류머티즘성 관절염, 골관절염,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말초 신경병증성 통증, 다발성 경화증과 같은 다양한 만성 통증 질환에서 인지 결손(cognitive deficits)이 관찰되었으며(Chiaravalloti & DeLuca, 2008; Cornali et al., 2006; Hart et al., 2003; Kolb et al, 2012; Meade et al, 2018; Park et al., 2001; Povedano et al., 2007; Vuralli et al., 2018), 이는 통증과 인지 기능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인지행동치료(cognitive-behavior therapy)는 다양한 유형의 통증에서 효과가 입증되어 왔으나(Ehde et al., 2014), 만성 통증과 인지 기능 간의 신경학적 기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는 여전히 연구가 부족하며 보다 심층적인 탐색이 필요하다.
본 개관 논문은 다양한 신경영상 기법을 활용한 만성 통증 관련 최신 연구 동향을 조망하고, 만성 통증과 인지 기능 저하 간의 관계를 신경학적 관점에서 고찰한다. 더불어 이러한 인지적 측면에서의 신경영상 연구가 다양한 치료 전략 개발의 이론적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하며, 만성 통증 치료에서 인지적 접근의 임상적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나아가 신경영상 기반 치료법의 미래 방향과 뇌 기반 바이오마커의 탐구가 어떻게 개인 맞춤형 통증 관리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을지를 논의할 것이다.
만성 통증의 신경생리학적 개념적 틀
급성 통증 및 만성 통증의 기전과 신경 가소성이 만성 통증에 미치는 영향
급성 통증은 유해 자극에 대한 생리적 방어 반응으로, 자극의 감지(Transduction), 신호 전달(Transmission), 통증의 지각(Perception), 그리고 통증 조절(Modulation)로 이루어져 있다(Osterweis et al., 1987). 이처럼 급성 통증은 비교적 예측 가능한 경로를 따라 진행되며, 외부 자극의 해소와 함께 소실된다(Carr & Goudas, 1999; Osterweis et al., 1987).
반면, 만성 통증은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며, 초기 유해 자극이 사라진 이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현상이다(Merskey, 1994). 이 과정에서 척수와 뇌 수준에서의 중추 감작(central sensitization)이 핵심 기전으로 작용한다(Woolf, 2011). 중추 감작은 주로 척수 후각(dorsal horn)에서 시작되며(Li et al., 1999), 감작된 상태에서는 비유해성 자극조차도 통증으로 인식되거나, 유해 자극에 대한 반응이 과도하게 증폭되기도 한다(Latremoliere & Woolf, 2009). 이와 같은 상태는 통증 민감도의 전반적인 증가를 초래하고, 임상적으로는 이질통(allodynia)이나 과민통(hyperalgesia)으로 나타난다(Curatolo et al., 2006; Latremoliere & Woolf, 2009).
급성 통증이 비교적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통각 경로를 통한 선형적 경험이라면, 만성 통증은 다양한 중추 신경 회로와 인지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비선형적 경험으로 확장된다(Osterweis et al., 1987; Yang & Chang, 2019). 이러한 변화는 통증 처리 방식의 재조직화를 포함하는 신경가소성과 밀접히 연관되며, 통증-뇌 네트워크의 구조 및 기능적 변화를 유발한다(Petersen-Felix & Curatolo, 2002). 자세히, 통증이 장기간 지속되면 뇌의 다양한 신경 회로에서 비정상적인 가소적 변화가 발생하며, 이는 통증에 대한 인지적 처리 방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Coderre et al., 1993). 예를 들어, 통증의 만성화 과정에서, 보상 및 동기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편도체의 활동이 과도하게 증가하고, 편도체와 내측 전전두피질 간의 연결이 약해지며, 이는 인지 기능 저하로까지 이어진다(Thompson & Neugebauer, 2017). 또, 피질 영역의 편도체 조절 기능이 약화됨에 따라 편도체는 통증 처리와 관련된 신경가소성 변화를 겪고, 이는 만성 통증의 인지적 측면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Thompson & Neugebauer, 2017).
따라서, 급성 통증에서 만성 통증으로의 전이(pain chronification)과정에서 뇌의 역할을 이해하고, 인지적 요인과의 상호작용을 포함한 통합적 모델을 정립하는 것은 만성 통증의 조기 예방과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에 있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뇌의 변화
다양한 신경영상 연구에서 만성 통증 환자는 대조군과 비교해 회백질(gray matter, GM)과 백질(white matter, WM)에서 뚜렷한 구조적 차이를 보인다. 섬유근육통, 만성 요통,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만성 골반통증 등 여러 만성 통증 질환에서 특정 뇌 영역의 회백질 밀도 및 부피 감소 또는 증가가 반복적으로 보고되었다(Apkarian et al., 2004a; Farmer et al., 2012; Geha et al., 2008; Kuchinad et al., 2007). 예를 들어, 섬유근육통 환자는 상측두회, 시상, 편도체, 수도관주위회색질, 절연피질, 피각 등에서 부피 감소가 나타나는 반면, 안와전두피질, 기저핵, 대상피질, 이차체성감각피질에서는 부피 증가가 관찰되었다(Burgmer et al., 2009; Kuchinad et al., 2007; Lutz et al., 2008; Schmidt-Wilcke et al., 2007).
백질 변화는 다양한 만성 통증 환자에서 일관되게 보고되어 왔다. 백질은 축삭으로 구성되어 뇌 영역 간 정보 전달과 기능적 연결성 유지에 핵심적 역할을 하며(Filley et al., 2016), 만성 통증 환자에서는 백질 무결성 저하가 발견되었다(Mišić et al., 2024). 확산 텐서 영상(Diffusion Tensor Imaging, DTI) 연구에 따르면, 만성 통증 환자의 분획 이방성(Fractional Anisotropy, FA)에 변화가 있었으며(Mansour et al., 2013), 이는 축삭 섬유의 미세구조적 손상이 특정 통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시사하였다.
예를 들어, 섬유근육통 환자에게서는 통증 감각 및 주의 조절 경로의 무결성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으며(Lutz et al., 2008; Sundgren et al., 2007), 이는 환자들의 주의 편향과 선택적 주의 조절 능력 저하와 연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복합부위통증증후군 환자에게서는 감정 처리 및 주의 네트워크의 백질 변화가 보고되었는데(Geha et al., 2008), 해당 경로는 통증 상황에서 감정 조절과 주의 전환에 핵심적 역할을 하므로 손상 시 부정적 정서의 지속과 통증 관련 인지 처리의 왜곡을 유발할 수 있다. 만성 요통 환자에게서는 뇌량과 내포(Kregel et al., 2015)에서 손상이 나타났으며, 이는 뇌 영역 간 정보 통합과 전달 효율 저하를 통해 집행 기능 및 처리 속도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만성 골반통증 환자에게서는 전전두엽, 대상피질, 섬엽, 해마 등 통증 조절 및 인지 처리와 관련된 여러 영역에서 백질의 이상이 보고되었다(Woodworth et al., 2015). 백질 변화가 통증 강도, 지속 기간뿐만 아니라 불안 및 우울과 같은 심리적 요인과도 밀접히 연관된다는 점에서(Ceko et al., 2013; Woodworth et al., 2015), 이러한 변화는 통증 처리 및 관련 인지 기능 저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신경학적 토대를 제공한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은 통증 처리 과정에서의 중추신경계 활성 변화를 규명하는 핵심 기법으로(Apkarian et al., 2005), 열 자극, 기계적 감각 자극, 직장 팽창 자극 등을 활용하여 환자군과 대조군의 감각 자극에 대한 중추신경계 반응을 비교하였다(Bonaz et al., 2002; Burgmer et al., 2009; Cook et al., 2004; Giesecke et al., 2004; Gracely et al., 2002).
섬유근육통 환자에게 압력 통증 자극을 가했을 때, 대조군과 비교해 섬엽, 시상, 편도체, 소뇌 등에서 활성 증가가, 전측 대상피질, 내측 전전두피질, 뇌간에서는 활성 감소가 관찰되었다. 이는 통증을 경험할 때, 통증 예측과 운동 제어 회로의 기능 이상과 중추성 통증 억제 시스템 저하를 시사한다(Burgmer et al., 2009; Gracely et al., 2004; Jensen et al., 2013).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환자에서는 열 통증 자극 시 내인성 오피오이드 경로의 기능 저하가 보고되었으며(Seifert et al., 2009), 공간 인식 및 주의 과제, 신체 표상 과제, 운동 집행 과제 수행 중에는 체성감각 피질의 비정상적 활성 패턴이 나타났다(Halicka et al., 2020). 이는 해당 환자군이 통증 상황에서 감각 정보를 효율적으로 통합하고 신체 표상을 유지하는 능력이 저하되어, 결과적으로 운동 계획 및 집행 과정에서도 기능적 결함이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일차 운동 피질까지의 변화가 관찰되어, 감각 및 운동 시스템 전반의 기능 재조직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Halicka et al., 2020). 만성 요통 환자 연구에서는 온열 자극과 자발성 통증에 따라 내측 전전두피질과 섬엽이 각각 다른 양상의 활동 변화를 보이는 이중 해리 현상이 확인되었으며, 측좌핵과 내측 전전두피질 간 강한 기능적 연결성이 만성 요통 환자와 대조군을 명확히 구별하는 바이오마커로 제시되었다(Baliki et al., 2006; Baliki et al., 2012). 섬유근육통 환자들 역시 열 자극 실험에서 대조군에 비하여 후대상피질, 배외측 전전두피질 등 여러 영역에서 활성 증가를 보였으며, 통증 반응 역치가 낮게 나타났다(Cook et al., 2004; McLoughlin et al., 2011). 이러한 결과는 열 및 기계적 통증 자극뿐 아니라 과제 수행 상황에서도 환자군이 통증 및 관련 인지 처리 전반에서 기능적 이상을 보임을 시사한다.
휴지상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resting-state fMRI) 연구는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의 뇌 네트워크 변화를 규명하는 데 활용된다. 만성 요통 환자에서는 내측 전전두피질, 대상피질, 편도체, 섬엽 등에서 네트워크 활성 증가가 보고되었으며(Baliki et al., 2012; Baliki et al., 2014; Mao et al., 2022; Tagliazucchi et al., 2010), 섬유근육통 환자에서는 측좌핵과 내측 전전두피질 간 연결성, 측좌핵–피각, 시상, 담창구 간 연결성이 모두 감소하였다(Park et al., 2022). 이 영역들이 포함된 뇌 네트워크는 주의 조절, 동기 및 보상 처리 등 핵심 인지 기능에 관여하므로, 해당 영역에서의 연결성 이상은 만성 통증 환자에서 나타나는 인지 처리 저하의 신경학적 기전을 뒷받침한다.
종합하면, 만성 통증 환자는 회백질과 백질의 구조적 변화와 함께, 다양한 자극 조건 및 휴지 상태에서 인지 및 감각-운동 처리와 관련된 뇌 영역의 재조직화를 보인다. 특히 내측 전전두피질, 전측 대상피질, 편도체, 섬엽의 활성 변화와 네트워크 재구성은 이들 영역이 지속적 통증 유지에 관여하는 핵심 메커니즘임을 뒷받침한다(Martucci & Mackey, 2018). 이러한 신경영상 근거는 만성 통증의 중추신경계 기전을 이해하고, 인지적 관점에서 새로운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토대를 제공한다.
만성 통증과 인지 기능 저하: 신경영상 증거
만성 통증 환자들은 주의 및 기억력 저하, 집행 기능 장애 등 다양한 인지 기능의 어려움을 겪으며, 이러한 인지 결손은 환자들의 주관적 보고에 그치지 않고 실제 인지 과제 수행의 저하로도 나타난다(Berryman et al., 2013; Glass et al., 2011; Moriarty et al., 2011). 이는 인간의 인지 자원이 제한되어 있고, 지속적인 통증 자극이 이러한 자원을 소모함으로써 인지 처리 능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점에서 설명되기도 한다(Eccleston & Crombez, 1999). 신경영상 연구는 만성 통증 환자에서 나타나는 인지 기능 결손의 신경생물학적 기전을 규명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을 활용한 연구에서는 통증 처리와 인지 기능 수행 시 활성화되는 뇌 영역 간의 중첩을 반복적으로 보고하며, 이를 바탕으로 통증이 인지 자원의 배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신경학적 설명을 제시하였다(Baliki et al., 2008; Seminowicz & Davis, 2007). 이러한 연구 결과는 만성 통증과 인지 기능 저하가 서로 독립적인 현상이 아니라, 공통된 신경 회로와 기능적 자원의 경쟁 관계 속에서 상호작용하며 발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만성 통증의 평가 및 치료에서는 인지 기능 저하를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다음 세부 절에서는 주의력, 기억 및 학습, 의사결정 및 집행 기능이라는 세 가지 핵심 인지 영역에 초점을 맞추어, 만성 통증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를 신경학적 관점에서 다룰 것이다.
주의력 저하
주의는 외부 자극 중 특정 정보에 선택적으로 집중하고 이를 처리하는 인지 기능으로, 지속적 집중, 주의 전환, 분할된 주의 등의 다양한 하위 영역을 포함한다(Mirsky et al., 1991). 만성 통증 환자에게서 가장 빈번하게 보고되는 인지 기능 저하 중 하나는 주의력 감소이며, 이는 일상생활의 질 저하에 큰 영향을 미친다(Khera & Rangasamy, 2021). 지속적인 통증 자극이 주의 조절 기제를 방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으며(Legrain et al., 2009), 실제로 섬유근육통 환자는 복잡한 주의 처리 과제에서 대조군에 비해 유의미한 수행 저하를 보였다(Moore et al., 2019). 또한 고령의 환자에서는 이러한 주의력 저하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van der Leeuw et al., 2018), 우울이나 불안과 같은 심리적 요인도 통증 지각과 주의 조절 기능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주의력 저하를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Shuchang et al., 2011).
이러한 행동적 결과는 신경영상 연구를 통해 그 신경학적 기반이 뒷받침되고 있다. 주의는 전두엽, 두정엽, 시상, 섬엽 등으로 구성된 광범위한 신경 네트워크 즉, 등쪽 주의 네트워크(dorsal attention networks)에 의해 조절되며(Corbetta et al., 2002), 이는 통증 처리에 관여하는 신경 회로와 부분적으로 중첩된다(Cauda et al., 2002). 휴지기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연구에 따르면, 신체형 통증장애 환자는 좌측 전전두엽과 섬엽 간의 기능적 연결성이 대조군에 비해 유의하게 감소하였고, 이러한 연결성 저하는 주의 과제 수행 능력 저하와 유의한 상관을 보였다(Yoshino et al., 2021). 또한, 섬유근육통 환자는 시각 처리와 주의 조절에 관여하는 외측 후두피질과 하전두회 간의 연결성이 감소되는 양상을 보이며, 보상 기반 주의 처리 메커니즘이 변화되었음을 시사하였다(Park et al., 2025). 이는 통증이 주의 관련 영역들 간의 기능적 상호작용을 방해하고, 결과적으로 주의 집중 및 전환 능력이 저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그림 1).
나아가, 만성 통증 상태에서는 기본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와 주의 관련 네트워크 간의 기능적 연결성에 이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Baliki et al., 2008). 구체적으로, 시각적 주의 과제 수행 중 만성 요통 환자들은 대조군에 비해 DMN의 핵심 영역인 내측 전전두피질, 후대상피질, 편도체에서의 비활성화 수준이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이는 일반적으로 인지 과제 수행 시 비활성화되어야 하는 DMN의 기능 이상을 시사한다. 이러한 변화는 주의 자원이 통증 처리에 과도하게 소모되어 인지 및 행동 수행 저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신경학적 근거를 제공한다(Baliki et al., 2008).
휴지기 상태 뇌전도 검사(electroencephalography, EEG)를 사용하였을 경우에도, 대조군에 비해 섬유 근육통 환자의 전전두엽, 전대상피질, 그리고 중심두정 영역의 주의 관련 주파수 대역에서 비정상적인 전력 증감과 기능적 연결성 변화가 관찰되었다(González-Roldán et al., 2016).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 과민성 장 증후군(IBS), 말초신경병증성 통증 환자군에서도 주의력 저하가 일관되게 보고되었다. 예를 들어, CRPS 환자는 행동 과제 수행에서 주의 집중과 작업기억 능력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통증 부위를 무시하는 ‘neglect-like’ 공간적 주의 결손을 보였다(Halicka et al., 2020). CRPS 환자를 대상으로 한 휴지기 fMRI 연구에서는 섬엽과 전대상피질 간 기능적 연결성이 대조군보다 감소하였고, 이러한 연결성 저하는 통증 민감도와 유의한 상관을 보여 주의 네트워크의 손상 가능성을 시사하였다(Kim et al., 2023).
IBS 환자 역시 부정적 정서와 신체감각 관련 단어에 주의 편향을 보였으며(Lam et al., 2019), 복통 예측 신호가 주어질 때 전두엽 주의 네트워크와 섬엽, 편도체가 과활성화되어 다른 인지 처리에 필요한 주의 자원이 소모되는 경향이 나타났다(Hong et al., 2016).
또한,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군에서도 통증이 있는 경우 주의 집중과 처리 속도가 저하되었고, 전전두엽 등 주의 관련 영역의 회색질 감소가 보고되었다(Palomo-Osuna et al., 2022). 이러한 다양한 만성통증 환자군에서의 연구 결과는 만성 통증이 주의 네트워크의 구조 및 기능 변화를 유발하고, 이는 전반적인 인지 수행 저하로 이어질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종합적으로, 만성 통증 환자의 주의력 저하는 단순한 행동 수행 저하에 그치지 않고 신경학적 메커니즘에 의해 설명되며, 통증과 인지 기능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기억 및 학습 장애
기억은 외부 환경에서 유입된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하며 인출하는 일련의 인지적 처리 과정을 의미하며, 감각 입력을 거쳐 단기 기억에 저장된 정보가 장기 기억으로 전이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Baddeley, 2012). 작업 기억은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 간의 정보 흐름을 조절하고 학습 및 고차원적 인지 기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Baddeley, 2012). 만성 통증 환자들은 기억력 및 학습 능력 저하를 자주 호소하며, 이는 실제 작업 기억 및 일화 기억의 객관적 손상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Berryman et al., 2013; Schnurr & MacDonald, 1995).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의식적인 기억 인출 과제(controlled memory processes)에서 현저한 수행 저하를 보인 반면, 자동화된 기억 처리(automatic processes)는 대조군과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특히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나 과잉 해석 수준이 높을수록 의식적인 기억 수행 능력이 더욱 크게 손상되었으며, 이는 만성 통증이 인지 자원을 과도하게 소모함으로써 의식적인 기억 인출을 방해한다는 신경심리학적 메커니즘으로 해석되었다(Grisart & Van der Linden, 2001).
신경영상 연구는 만성 통증 환자의 기억력 저하가 해마와 편도체의 구조적 및 기능적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준다(그림 1). 해마는 기억의 형성과 저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뇌 영역이다(Scoville & Milner, 1957). 만성 통증 환자와 동물 모델에서 해마의 체적 감소, 회백질 밀도 저하, 그리고 시냅스가소성의 손상이 보고되었으며(Mutso et al., 2012), 특히 만성 요통 및 섬유근육통 환자에게서 해마 체적의 유의한 감소가 관찰되었다(Baliki et al., 2011; McCrae et al., 2015). 해마의 구조적 변화는 스트레스로 인한 글루코코르티코이드의 과다 분비와 관련이 있으며, 만성 통증은 만성 스트레스 반응과 유사한 생리적 경로를 따라 스트레스 축을 활성화하고, 코르티솔 수치를 증가시키며 이로 인해 해마 기능 저하 및 기억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Roozendaal et al., 2006).
편도체는 통증의 정서적 측면을 처리하는 핵심 뇌 구조이지만, 기억 기능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Vachon-Presseau et al., 2016). 특히, 편도체는 해마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통증 경험에 대한 정서적 기억을 형성하고 강화하며, 이는 만성 통증 상태에서 부정적 통증 기억의 고착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구조적으로, 만성 통증 환자에서 편도체 부피 감소가 보고되었고(Chen et al., 2023; Mao et al., 2015), 기능적으로는 만성 요통 환자에서 편도체와 배내측 전전두피질 간의 기능적 연결성이 증가하고 이러한 연결성의 강도는 통증의 주관적 강도와 정적으로 상관되었다. 동적 인과 모델링(dynamic causal modeling) 분석에서는 편도체에서 전전두엽으로의 정보 흐름이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Mao et al., 2022). 이러한 결과는 편도체가 만성 통증 상태에서 기억 회로의 비정상적 상호작용에 관여함을 시사하며, 인지 자원 배분과 회상 과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뇌의 구조 및 기능적 문제와 그에 따른 기억 저하는 장기적인 인지 노화 및 치매 위험 증가와도 관련된다. 대규모 종단 연구에서는 만성 통증이 장기적으로 인지 노화를 촉진하며, 특히 통증 부위가 5개 이상일 경우 치매 발생 위험이 1.5배 이상 증가하고, 인지 기능 저하 속도도 유의하게 빨라진다고 보고하였다(Zhao et al., 2023). 이러한 인지 저하는 해마 체적 감소와도 정적으로 연관되었으며, 만성 통증이 뇌 구조의 퇴행을 가속화하는 주요 요인임을 시사하였다. 동물 연구에서도 만성 통증이 알츠하이머병의 병리적 단백질인 타우(tau)의 비정상적 축적을 유도하고, 해마 신경세포의 퇴행을 촉진하여 기억 장애를 유발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Guerreiro & Guimaraes, 2022).
만성 통증 환자의 기억 저하는 치료적 개입을 통해 부분적으로 회복될 수 있으며, 이는 기억 손상의 신경학적 근거를 뒷받침한다. 예컨대, 만성 삼차신경통 환자에서 통증 완화 후 해마 용적이 회복되는 현상이 보고되었고(Noorani et al., 2022), 이는 통증 관련 기억 손상이 가역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Seminowicz 등(2013)의 fMRI 기반 구조 영상 연구에 따르면, 만성 통증 환자가 11주간 인지행동치료(CBT)를 받은 후 해마 회백질 부피가 유의하게 증가했으며, 이는 기억 형성 및 회상 기능 회복을 시사하는 신경가소성의 구조적 증거로 해석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만성 통증 환자의 기억 기능을 신경영상학적 관점에서 정밀하게 평가하는 것은 초기 인지 저하를 식별하는 데 유용하며, 이를 통한 장기적인 뇌 영상 추적은 기억 손상의 완화 여부와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보조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의사결정 및 집행 기능 손상
집행 기능은 의사 결정을 비롯해 계획 수립, 문제 해결, 자기 조절, 목표 지향적 행동 수행 등과 같은 복잡한 인지 과정을 조절하는 핵심적인 능력 중 하나이다(Diamond, 2013). 만성 통증 환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자기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복잡한 인지 과제를 수행할 때도 어려움을 경험한다(Berryman et al., 2014). 실제로, 이들은 집행 기능 관련 과제에서 유의미한 반응 지연, 집중력 저하, 과제 수행 효율성 감소 등을 보이며 인지적 결손이 행동 수행에 영향을 미침을 보였다(Glass et al., 2011). 더불어, 여성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복잡한 문제 해결 과제에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며, 특히 보상-위험 판단 상황에서는 비정상적인 의사 결정 양상을 보이는 경향이 나타났다(Verdejo-García et al., 2009). Apkarian 등(2004b)은 만성 요통 환자들이 감정적 판단을 요구하는 Iowa Gambling Task에서 대조군보다 불리한 선택을 하는 경향을 보이며, 전반적인 의사 결정 능력의 저하를 보인다고 보고하였다.
이러한 집행 기능 및 의사 결정과 관련된 인지적 결손은 다양한 신경영상 연구를 통해 그 신경학적 메커니즘이 입증되고 있다. 집행 기능이 요구되는 과제를 수행할 때 만성 통증 환자들은 우측 전운동 피질, 보충운동영역, 중대상피질, 섬엽, 전두엽 등 핵심적인 집행 기능 네트워크의 활성 저하를 보였으며, 이는 통증이 고차원적 인지 자원에 간섭한다는 점을 시사한다(Cater et al., 1999; Friedman & Robbins, 2022; Glass et al., 2011; Ong et al., 2019) (그림 1). 예를 들어, 섬유근육통 환자가 반응 억제 과제를 수행할 때는 행동 수행 자체는 대조군과 유사했지만, 뇌 영상에서는 주의 조절 및 억제 통제에 관여하는 전전두 피질과 기저핵에서 뚜렷한 활성 감소가 관찰되었다(Glass et al., 2011). 이와 동시에 시각 처리에 관여하는 방추상회에서는 보상적 활성 증가가 나타났으며, 이는 집행 기능 저하를 보완하기 위한 비전형적 신경 전략이 동원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경가소성의 사례로 해석된다.
만성 통증으로 인한 지속적인 통증 처리는 전두엽의 과도한 인지 자원 소모를 초래하여 집행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Moriarty et al., 2011). 실제로 EEG 연구에서는 만성 통증 환자에서 전두엽의 세타 및 감마 주파수 동기화가 증가하고 네트워크 재구성이 나타났으며(Dinh et al., 2019), 이는 집행 기능 저하와 연관된 전두엽 회로의 비정상적 활동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 나아가 구조적 신경영상 연구에서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에서 전전두엽 피질 두께 감소가 보고되었고, 이러한 변화가 집행 기능 수행 저하와 직접적으로 연결됨이 확인되었다(Lee et al., 2015). 이러한 일련의 결과들은 만성 통증이 전두엽 기반 집행 기능 회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신경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한편, Rischer 등(2022)은 고령 성인을 대상으로 집행 기능과 통증 조절 능력 간의 관계를 구조적 자기공명영상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종합적으로 분석하였다. 집행 기능이 우수한 고령자는 인지 부하가 높은 과제를 수행할 때 섬엽, 시상, 그리고 중대상피질과 같은 통증 관련 영역에서 더 강한 비활성화를 보였고, 동시에 전전두엽 영역에서는 활성 증가가 관찰되었다. 이러한 패턴은 과제 수행에 대한 집중이 통증 지각을 억제하는 주의 기반 조절 메커니즘에 영향을 미치고, 그 효과는 개인의 집행 기능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구조적 자기공명영상 분석에서는 회백질 부피가 직접적인 매개 변수는 아니었지만, 전전두엽 및 대상피질 영역의 구조적 보존 상태가 통증 조절 네트워크의 기능적 효율성과 연관될 가능성이 제시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구조적 퇴행이 덜한 고령자일수록 통증 상황에서 보다 효과적인 기능적 조절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치료적 개입은 이러한 손상을 부분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음이 보고되었다. 특히, 인지행동치료(CBT)를 받은 만성 통증 환자에서는 전전두엽 회백질 용적이 증가하는 변화가 관찰되었는데, 이는 신경가소성이 촉진되었음을 시사하며, 집행 기능의 회복 가능성을 뒷받침한다(Seminowicz et al., 2013). 이러한 결과는 만성 통증 환자의 집행 기능 손상이 전두엽 회로 변화에 의해 매개된다는 점을 보여줄 뿐 아니라, 적절한 인지적 개입을 통해 기능적 회복이 가능하다는 신경영상학적 기반의 근거를 제공한다.
의사결정 및 집행 기능의 저하는 환자의 자기 조절 능력과 일상생활 수행 전반에 실질적인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만성 통증 치료에는 이러한 인지 기능의 평가가 포함된 정밀 진단과 통증 조절과 인지 기능 회복에 초점을 둔 통합적 개입 전략이 요구된다.
만성 통증과 인지 저하의 통합적 신경기전
종합하면, 신경영상 연구들은 만성 통증이 단순한 감각 처리에 국한되지 않고 집행 기능을 비롯한 고차원적 인지 기능에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Patel et al., 2025). 나아가 신경영상 및 신경생물학 연구들은 만성 통증과 인지 기능 저하가 공통된 신경 회로의 변화를 통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밝혔다(Liossi, 2025).
만성 통증 상태에서는 뇌 네트워크 내 기능적 연결성이 변화하고 구조적 이상이 동반되며, 이는 통증 신호와 인지 처리 간 자원 경쟁을 심화시킬 수 있다(Baliki et al., 2012). 특히 전전두엽–섬엽–측좌핵–해마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는 주의 조절, 통증 평가, 기억 형성 등 핵심 인지 과정을 매개하는 주요 경로로 강조된다. 구체적으로, 전전두엽은 주의 전환과 의사결정과 같은 상위 인지 조절을 담당하고, 섬엽은 감각적 통증 신호를 통합하며, 측좌핵은 보상 예측 및 동기 부여를 담당하고, 해마는 기억 형성과 맥락 학습에 관여한다(Baliki et al., 2012; Zhao et al., 2023). 이러한 네트워크 관점은 만성 통증 환자의 인지 저하를 이해하는 통합적 틀을 제공하며, 향후 연구에서 어떤 뇌 영역과 회로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를 시사한다.
이러한 관점의 한 예로 Baliki와 Apkarian (2015)이 제안한 maladaptive learning 개념을 들 수 있다. 지속적인 통증 경험은 보상 및 학습 회로의 가소성을 왜곡시켜, 통증 신호에 대한 과도한 주의와 부정적 정서 반응을 결합한 패턴을 강화한다. 그 결과 전전두엽의 조절 능력은 저하되고, 해마의 맥락 학습은 부정적 기억을 고착화하며, 섬엽과 측좌핵은 통증 회피 행동과 부정적 동기 부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구성된다. 이러한 통합 모델은 만성 통증이 말초 신경의 감각 처리 이상을 넘어, 뇌 회로 전반의 병리적 재조직화를 동반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인지-신경 네트워크를 표적으로 하는 다각적 치료 접근이 통증 완화와 인지 기능 회복 모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만성 통증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 예방 및 치료 전략, 그리고 신경영상 연구의 미래 방향을 논의하고자 한다.
임상적 측면에서 만성 통증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 예방 및 치료
만성 통증에 따른 인지 기능 저하는 환자의 일상 생활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재활과 치료 과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Phelps et al., 2021). 따라서 만성 통증 환자의 인지 기능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은 증상의 전반적인 예후를 개선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장은 만성 통증 환자의 인지 저하를, 조기 진단, 치료적 개입, 개인 맞춤형 전략의 관점에서 논의하며, 그 임상적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조기 진단의 중요성
만성 통증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를 조기에 평가하고 진단하는 것은 예방과 치료 전략을 구상하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통증과 인지 기능 저하 간의 연관성이 밝혀졌으며, 특히 고령의 만성 통증 환자에서 인지 저하가 빠르게 진행될 경우, 치매로 이어지는 경향성이 유의하게 증가하였다(Zhao et al., 2023). 지속적인 통증을 경험한 노인군은 그렇지 않은 노인군에 비해 인지 기능이 급격히 감소하고,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발생 위험이 높아졌다(Whitlock et al., 2017). 이러한 결과는 만성 통증이 단순한 감각 증상을 넘어, 장기적인 인지 기능 저하와 신경퇴행성 질환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신경영상 연구 또한 조기 진단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Baliki 등(2012)의 연구에 따르면, 통증이 만성화되는 과정에서 뇌 네트워크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고, 측좌핵과 내측 전전두엽간의 연결성이 통증의 만성화를 예측하는 데 있어 바이오마커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였다. 또한, 측좌핵에서의 기능적 변화가 비교적 초기 단계부터 나타날 수 있음이 보고되었으며, 이는 해당 영역이 인지, 보상 및 동기 부여에 관여하는 핵심 영역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을 갖는다(Makary et al., 2020). 확산 텐서 영상을 활용한 연구에서도 만성 통증이 지속된 집단에서 전두엽과 변연계 간의 백질 연결성이 만성 통증이 회복된 집단과는 뚜렷하게 다른 양상을 보였으며, 이는 인지, 보상, 그리고 동기와 관련된 신경망의 구조적 특성이 통증의 만성화 경로를 예측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Mansour et al., 2013).
신경영상 기반 바이오마커를 활용하여 통증의 만성화에 관여하는 뇌 영역을 규명하는 동시에, 인지 기능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를 병행하는 것은 보다 효과적인 중재 개입 시점을 판단하는 데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또한 발달장애인을 포함해 통증을 언어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만성 통증 환자 집단에서는, 신경영상이 통증 및 인지 저하의 조기 지표로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조기 진단 접근은 단순한 통증 완화를 넘어 환자의 전반적인 인지 건강과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치료적 접근법
만성 통증은 주의, 기억, 집행 기능 등 다양한 인지 영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주의 전환이나 통증 재해석과 같은 하향식 조절 기제(top-down modulation)는 하행성 억제 경로를 매개로 하여 통증 민감도를 감소시킬 수 있다(Wiech et al., 2008). 구체적으로, 주의 전환은 배외측 전전두피질과 전대상피질을 활성화하여 주의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이로 인해 중뇌수도주위회색질과 후방 시상과의 연결성이 강화되어 오피오이드 매개 척수 억제를 유도함으로써 통증 신호를 감소시킨다(Oliva, 2021; Valet et al., 2004). 통증 재해석은 복외측 전전두피질을 활성화하여 통증의 정서적 의미를 재구성하고, 이로 인해 전대상피질-편도체 간 상호작용이 조절되어 통증이 완화된다(Buhle et al., 2014; Kober et al., 2019). 메타분석 결과에서 통증 재해석 시 배외측 전전두피질과 편도체의 기능적 연결성이 증가하는 것이 확인되었다(Ahmadi Ghomroudi et al., 2024).
이러한 하향식 조절 기제는 통증 신호 억제에 그치지 않고, 통증으로 인해 저하된 주의 조절력, 작업기억, 의사 결정 능력과 같은 인지 기능의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 자세히, 주의 전환 훈련은 전전두피질-두정엽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지속적 주의 및 선택적 주의 능력을 개선하며, 통증 재해석 훈련은 편도체의 과활성을 억제함으로써 통증에 대한 감정 조절과 집행 기능 수행을 지원한다. 이러한 변화는 장기적으로 통증-인지 상호작용의 악순환을 완화하여,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 능력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만성 통증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를 완화하는 방법 중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는 통증에 대한 인식과 대처 방식을 재구성함으로써 인지적 부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CBT를 받은 섬유근육통 환자에게 통증 자극이 제시되었을 때, 전전두엽과 시상 영역의 뇌 활성 증가와 함께 우울 및 불안 정도가 감소되었으며 이는 CBT가 뇌 회로 수준에서 통증 신호 처리 및 조절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중요한 근거로 제시되었다(Jensen et al., 2012).
최근 신경영상 연구들은 CBT가 단순한 증상 완화 수준을 넘어, 뇌 회로의 재구성과 하향식 인지 조절 기능의 회복을 통해 만성 통증 환자의 인지적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Lee 등(2024)의 연구에서는 섬유 근육통 환자들을 대상으로 8주간의 CBT 시행한 결과 통증 재앙화(pain catastrophizing) 수준이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 기본모드 네트워크의 핵심 노드인 배측 후방 대상피질과 체성운동 및 주의 네트워크 영역 간의 기능적 연결성 정상화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또한, 배외측 전전두피질, 안와전두피질, 복외측 전전두피질, 후방대상피질, 편도체 등 인지 기능의 핵심 영역이 CBT 개입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활성화되었고, 개입 전, 후로 해당 영역에서 구조적 변화와 기능 연결성 변화가 관찰되었다(Bao et al., 2022).
CBT 외에도 수용전념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 ACT)와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MBSR)은 만성 통증 환자의 통증 반응성을 낮추고, 전전두엽과 해마의 구조 변화와 주의 조절 회로의 기능 회복 등 광범위한 신경생리학적 효과를 보여주었다(Aytur et al., 2021; Burrowes et al., 2022; Hatchard et al., 2022). 이러한 발견은 다양한 심리, 인지적 치료 접근이 주의 전환, 통증 재해석과 같은 상위 인지 전략을 활성화하여 통증 민감도를 완화하고, 장기적으로 뇌-신체 간 통증 조절 네트워크를 재편성함을 시사한다.
또한 인지 훈련도 사용되는데, 이는 일련의 훈련을 통하여 환자의 인지 능력 향상을 도모하는 접근법이다. 예를 들어, 수 주에 걸친 컴퓨터 기반 인지 훈련을 한 만성 통증 환자는, 대조군에 비해 주의 및 작업기억 수행이 유의하게 향상되었으며, 통증에 대한 대처 능력 또한 일부 개선된 것으로 보고되었다(Baker et al., 2018). 만성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감각 운동 훈련과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한 연구에서는 인지 기능 점수의 전반적 향상과 통증 감소가 관찰되었고, 환자들이 주관적으로 보고한 집중력과 기억력 또한 개선되었다(Wiebking et al., 2022).
인지 기능 회복을 위한 또 다른 접근에는 약물치료와 비침습적 신경조절법이 있다. 특히 마약성 진통제(opioid)는 만성 통증 환자에게 흔히 처방되는 약물로, 일부 연구에서는 오피오이드 사용 환자군이 보상 관련 인지 과제를 수행할 때 비사용 환자군에 비해 대조군과 유사한 뇌 활성 패턴을 보이기도 하였다(Martucci et al., 2019; Park et al., 2025). 그러나 장기 사용 시 중독, 내성 및 부작용의 위험이 보고되고 있어, 신중한 투여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최근 마약성 진통제 처방이 증가면서 만성 통증 환자 중 오피오이드 사용 장애(Opioid Use Disorder, OUD)를 함께 겪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만성 통증 및 OUD 환자를 위한 심리치료 기법 중 하나는 인지행동치료(CBT)로, 이를 통해 환자들이 흔히 겪는 임상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대처 능력을 향상시키고자 한다(Gazzola et al., 2022).
다양한 비침습적 신경조절법 중 경두개 자기자극술(repetitive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 rTMS)과 경두개 직류자극(trans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 tDCS)은 최근 만성 통증과 인지 저하 완화를 위한 효과적인 중재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섬유근육통 환자에게 일차 운동피질이나 배외측 전전두피질에 rTMS를 적용할 경우 통증 완화와 더불어 우울감, 피로, 수면 장애 등의 증상 개선과 함께 간접적인 인지 기능 향상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Velickovic et al., 2024). tDCS 역시 전두엽 및 감각피질 영역에 약한 직류 전류를 가할 시, 통증 강도 감소 및 통증 관련 불안이 감소되었으며 인지 조절 능력이 향상되었다(Zhang et al., 2025). 이러한 다각도의 중재 전략은 통증 조절뿐만 아니라 인지 기능의 회복 및 환자의 전반적인 기능 향상을 목표로 하는 통합적 치료 접근으로 자리잡고 있다.
만성 통증과 인지 신경영상 연구의 미래방향
신경영상 기술의 발전
신경영상 기술의 발전은 만성 통증과 인지 기능 간의 관계를 더욱 정밀하게 탐구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 3테슬라(T)급 Magnetic Resonance Imaging(MRI)를 넘어 7T 초고자장 MRI의 도입은 뇌와 척수의 미세 구조 및 핵심 영역을 고해상도로 관찰할 수 있게 하여, 만성 통증과 관련된 정밀한 신경 네크워크 연구를 가능하게 하였다(Moon et al., 2018). 특히, 척수 기능적 자기공명영상법과 같은 기술은 뇌-척수 통합 경로의 기능적 변화까지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Tinnermann et al., 2021).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 PET)의 발전은 포도당 대사 측정뿐 아니라, translocator protein (TSPO) 계열 방사성 트레이서를 이용하여 신경염증(글리아 활성화)을 시각화하거나, μ opioid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리간드를 사용하여 만성 통증 환자의 뇌에서 분자 수준의 변화를 촬영할 수 있게 하였다(Harris et al., 2007; Loggia et al., 2015).
단일 신경영상 기법은 만성 통증 환자 연구에서 복잡한 뇌-인지 상호작용을 충분히 설명하기에는 제한적인 부분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fMRI는 통증과 인지 네트워크의 공간적 변화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어 특정 뇌 영역의 과활성화나 연결성 변화를 시각화하는 데 유용하지만, 통증 자극에 대한 순간적인 신경 반응을 포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대로 EEG와 뇌자도(magnetoencephalography, MEG)는 높은 시간 해상도로 빠른 신경 반응을 추적할 수 있으나, 깊은 뇌 구조 및 기능의 변화를 정확히 국소화하기는 어렵다. PET은 신경염증이나 수용체 변화와 같은 분자 수준의 기전을 규명하는 데 강점이 있지만, 해상도 제약과 방사선 노출 부담이 존재한다. 이러한 제약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다중모드 영상 접근이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기능적 자기공명영상과 뇌전도 검사 또는 MEG를 병합하면 높은 시간적 및 공간적 해상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으며, MRI와 PET을 융합하면 구조적, 기능적, 그리고 분자적 정보를 통합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Chen et al., 2001; Martucci et al., 2014; Zebhauser et al., 2023). 또한, 척수 fMRI와 대뇌 fMRI를 연계하고, 확산텐서영상과 fMRI를 결합한 커넥톰(connectome) 분석을 통해 만성 통증 환자에서 백질 무결성과 회백질 활성 간의 상호작용을 밝히는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Tinnermann et al., 2021; Zhang et al., 2022).
이처럼 다차원적인 뇌 영상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최근에는 그래프 이론 기반의 네트워크 분석, 기능적 연결성 클러스터링, 그리고 독립 성분 분석 등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Lamichhane et al., 2021). 한 연구에서는 독립 성분 분석(Independent component analysis, ICA)을 활용해 뇌의 기능적 네트워크를 정밀하게 분리 및 분석함으로써, 만성 통증 환자가 보상에 대한 반응 과정에서 운동 네트워크를 비정상적으로 과활성화한다는 점을 밝혀냈다(Park et al., 2024). 이러한 연구는 기존의 단순한 뇌 활성 비교 분석에서 나아가 운동 및 인지, 동기 관련 네트워크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체계적으로 규명할 수 있게 하였다.
신경영상 기술의 발전은 만성 통증의 신경생물학적 메커니즘을 보다 정밀하게 이해하고, 인지 기능과의 연관성을 통합적으로 탐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척수-뇌 경로의 시각화, 다중모드 영상 분석, 그리고 고해상도 시공간 추적 기술은 향후 만성 통증의 정밀 진단과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향후 분석 방법의 체계화와 표준화, 그리고 임상 적용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가 병행된다면, 이러한 연구 결과는 실제 환자 치료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신경영상 기법의 특성과 한계를 고려할 때, 다음 절에서 논의될 기계학습 기반 분석은 서로 다른 영상 데이터를 통합하여 개인별 통증 프로파일과 예후를 보다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잠재적 도구로 주목된다.
인공지능 및 기계학습을 활용한 통증 평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과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ML)은 복잡한 신경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증 및 인지 저하와 관련된 신경학적 패턴을 탐지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Comito et al., 2025; Jenssen et al., 2021; Khan et al., 2024; Meier et al., 2024; Piette et al., 2022). 특히 기능적 자기공명영상과 뇌전도 검사 등에서 추출된 데이터를 ML 알고리즘으로 분석함으로써, 만성 통증 환자와 대조군을 높은 정확도로 분류하거나(Jenssen et al., 2021; Levitt et al., 2020), 통증의 강도 및 통증 간섭을 정밀하게 예측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Tsai et al., 2021).
EEG 기반 연구에서는 알파 밴드 파워가 만성 통증 정량화의 핵심 지표로 반복적으로 보고되었으며, 서포트 백터 머신, 합성곱 신경망 등의 분류 모델이 높은 정확도로 통증 여부와 강도를 예측하였다(Cascella et al., 2023; Nagireddi et al., 2022). fMRI 기반 연구에서는 기능적 연결성 및 피질하 네트워크 변화를 통해 환자군의 통증 강도와 지속 기간을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였고, 일부 연구는 이러한 패턴을 활용해 통증 아형(subtype)을 분류하기도 하였다(Boissoneault et al., 2017; Khan et al., 2024; Santana et al., 2019).
Chatterjee 등(2023)은 만성 골관절염 환자의 구조 MRI 데이터를 합성곱 신경망(CNN) 기반 딥러닝 모델로 분석하여, 후대상피질, 우측 전두극, 측두두정접합부와 같이 통증의 인지적 평가와 주의 조절에 관여하는 영역에서의 구조적 차이가 예측 변수로 작용함을 보고하였다. 또한 Levitt 등(2020)은 EEG에서 저감마 대역의 일시적 뇌파 변화를 활용해, 서포트 벡터 머신(SVM) 모델로 좌골신경병증 환자와 건강인을 82.5%의 정확도로 분류함으로써, 이러한 모델이 통증과 관련된 주의 및 감각-인지 처리 변화를 탐지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와 같은 연구들은 인공지능 및 기계학습을 통해 환자의 인지 기능과 밀접히 관련된 뇌 영역을 식별하고, 이를 통증 및 인지 기능 평가의 예측 변수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더불어 다중모드 접근은 단일 기법에 비해 분류 성능을 향상시키고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 가능성을 확장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예를 들어, 근전도검사와 표정 분석을 결합하거나, 뇌 영상 데이터와 임상 척도를 통합하는 방식은 단일 모드 분석보다 더 높은 예측력을 보이며(Cascella et al., 2023), 기존의 주관적 자기보고에 의존한 통증 평가를 보완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통증의 바이오마커를 규명하기 위한 연구에서도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법이 활용되고 있다(Zhang et al., 2024). fMRI, PET, EEG 등 다양한 영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패턴 인식 알고리즘은 통증 유무의 분류뿐 아니라 통증 강도와 지속 기간의 예측에서도 유용히 사용되며, 딥러닝은 고차원 영상 데이터로부터 복잡한 비선형적 뇌 활동 패턴을 자동으로 학습함으로써, 높은 분류 정확도와 예측 성능을 달성하고 있다(Zhang et al., 2024).
그러나 임상 적용을 위해서는 AI 모델의 설명 가능성 부족, 일반화 한계, 그리고 표준화된 대규모 데이터 확보의 어려움이 여전히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AI와 ML 기반 접근은 기존의 주관적 통증 평가를 보완하고 정량화된 지표를 제공함으로써, 인지 치료, 비침습적 신경자극, 약물치료 등 맞춤형 치료 설계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잠재력이 크다. 향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신경영상 기법(fMRI, PET, EEG, DTI 등)과 행동 및 심리 지표를 통합한 멀티모달 분석, 대규모 코호트 기반 검증을 통해 이러한 AI 모델의 임상적 신뢰성과 예측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신경영상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치료 가능성
만성 통증 환자의 인지 저하는 통증의 양상, 범위, 연령, 신경학적 특성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며, 이러한 개인차를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은 통증의 평가와 인지 조절 전략 수립에 핵심적인 요소이다. 특히 만성 통증은 고령 성인에서 인지 기능 저하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Moriarty et al., 2011), 실제로 고령층 중 심한 만성 통증을 경험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향후 기억력 및 인지 장애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van der Leeuw et al., 2018). 이는 통증의 양상과 연령에 따라 상이한 통증 및 인지 조절 전략이 요구됨을 시사한다. 또한, 섬유근육통 환자와 말초신경병증성 통증 환자의 인지 기능을 비교한 연구에서는, 두 그룹 모두 집행 기능에서 어려움을 보였으나 손상 양상이 상이하다는 점이 밝혀졌다(Jacobsen et al., 2021). 섬유근육통 환자는 반응 시간 등 처리 속도 지표에서 경미한 손상을 보인 반면, 말초신경병증성 통증 환자는 주의 집중과 기억 회상이 요구되는 과제에서 더 뚜렷한 수행 저하를 나타냈다(Jacobsen et al., 2021). 이러한 결과는 만성 통증의 병인에 따라 인지 손상의 양상과 정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하며, 맞춤형 인지 중재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만성 통증에 대한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은 통증 처리 과정에서 나타나는 개인의 뇌 반응 특성을 기반으로 설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Coghill 등(2003)은 통증 민감도가 높은 개인일수록 일차 체감피질, 전대상피질, 그리고 전전두피질의 활성도가 높게 나타난다는 점을 밝혔다. 이러한 결과는 통증 자극에 대한 인지적 평가가 개별적인 신경학적 반응 양상에 의해 조절된다는 점을 보여주며, 개인 간 차이가 뇌 수준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근거를 제공한다. 나아가 이러한 신경 반응 특성은 맞춤형 치료 전략 설계의 핵심적 단서로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활성화된 특정 영역을 표적으로 한 인지행동치료, 주의 재집중 훈련, 또는 경두개자기자극(TMS)과 경두개직류자극(tDCS)과 같은 비침습적 신경자극 기법은 개인의 신경 반응 프로파일을 기반으로 정밀한 중재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단순히 통증 민감도 조절에 그치지 않고, 고차원적 인지 조절 능력의 회복을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만성 통증 관리의 임상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개인차 기반 접근은 최근 딥러닝과 다중 요인 통합 분석 기법을 통해 더욱 정교하게 구현되고 있다. Gim 등(2024)은 인구통계학 및 심리 사회적 요인을 신경 네트워크와 함께 고려한 통합 모델이 개인의 통증 민감도와 그 신경학적 기반을 예측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을 보여주었으며, 이는 인지 조절 능력을 포함한 개인의 신경-심리 프로파일에 따라 맞춤형 진단 및 중재가 가능함을 시사한다. 또한 Letzen 등(2019)은 만성 통증 환자에서 보상 및 동기 관련 회로의 기능이 자기관리 행동에 대한 동기 및 인지적 집행 기능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점을 보고하였다. 이는 환자의 자기 조절 능력과 인지적 참여도를 반영한 치료 설계의 중요성을 시사하며, 통증 치료에 인지적 측면을 적극적으로 통합할 필요성을 강조한다.
한계 및 향후 연구 방향
본 개관 논문은 만성 통증 환자의 뇌 구조 및 기능 변화와 인지 저하 간의 연관성을 다양한 신경영상 연구를 기반으로 종합하고, 해당 분야의 미래 연구 방향을 논의하였으나 몇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본 논문에서 인용한 다수의 연구가 단면적 설계에 의존하고 있어, 시간 경과에 따른 신경학적 변화와 인지 기능 변화 간의 인과 관계를 명확히 규명하는 데 제약이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동일 집단을 장기간 추적하는 종단적 신경영상 연구를 통해 질병의 진행 과정과 인지 저하 간의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상호작용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본 개관 논문은 주로 섬유근육통과 만성 요통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집중하였으며, 말초신경병증성 통증, 복합부위통증증후군, 만성 골반통증 등 다양한 통증 유형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으로 다루어졌다. 각 질환은 병태생리와 신경기전이 상이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통증 유형 간 비교 분석을 통해 질환 특이적 신경 영상학적 패턴을 규명하는 연구가 다수 필요하다. 이러한 접근은 특정 질환군에 특화된 맞춤형 중재 전략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분석 기법은 복잡한 신경영상 데이터를 활용해 예측 성능을 향상시키는 장점이 있으나, 모델 해석의 표준화 및 정량화 부족이 임상 적용을 제약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적된다. 향후 연구에서는 예측 정확도뿐 아니라 해석 가능성까지 확보하여, 연구자와 임상의가 환자 개개인의 신경반응 패턴을 명확히 이해하고 치료 전략 수립에 반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언어 및 인지 표현이 어려운 소아나 중증 인지장애 환자와 같이 기존 평가가 제한적인 집단을 대상으로, AI 기반 신경영상과 행동 통합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종합하면, 향후 연구는 종단적 및 다집단 비교 연구 설계, 해석 가능성과 표준화가 확보된 AI 모델 개발, 평가가 어려운 집단을 위한 측정 도구 확장, 그리고 임상 적용성이 높은 맞춤형 개입 전략의 체계적 검증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또한 정서적 요인 역시 통증과 인지 저하 간 상호작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향후 연구에서는 이를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후속 연구는 만성 통증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신경영상 기반 정밀의학적 치료 접근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결 론
만성 통증과 인지 기능 사이에는 신경생물학적 수준의 밀접한 상호작용이 존재한다. 지속적인 통증 자극은 주의, 기억, 집행 기능을 포함한 고차원 인지 처리에 영향을 미치며, 이는 통증과 인지 기능 간의 신경학적 상호작용과 네트워크 재조직화에 기인한다. 특히 전전두엽, 편도체, 전, 후대상피질, 해마와 같은 통증 및 인지 조절에 있어 뇌의 핵심 영역의 기능 및 구조적 변화는 통증과 인지 처리 과정 간의 교차점을 설명하는 중심 기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만성 통증 환자의 인지 저하는 단순한 통증의 부산물이 아니라, 통증 악화를 매개하는 요인이 되며 이로 인해 통증-인지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신경영상 기술은 이러한 통합적 병리 모델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고있다. fMRI, PET, EEG 등 다양한 영상기법은 만성 통증 환자의 뇌 네트워크 변화와 인지 기능 저하 사이의 연관성을 시각적으로 입증해 왔으며, 초고자장 MRI 및 다중모드 영상 분석의 도입은 미세 구조 및 기능 변화를 정밀하게 탐색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은 향후 대규모 종단 연구 및 AI 기반 예측모델 개발로 이어질 수 있으며, 통증 관련 인지 변화의 조기 진단과 예후 평가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한 만성 통증 환자 개개인이 경험하는 인지적 장애 양상이 상이하다는 점에서, 개인 맞춤형 평가와 치료의 필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통증의 양상, 병인, 환자의 생물학적 및 심리사회적 특성을 반영한 정밀의학적 접근이 요구되며, 이를 위해 신경영상 기반의 바이오마커와 임상 지표를 통합한 다변량 예측 모델의 활용이 필수적일 것으로 예측된다.
결론적으로, 만성 통증과 인지 기능 저하의 신경학적 연관성에 대한 이해는 통증 치료의 범위를 감각 조절을 넘어 인지적 회복까지 확장하는 데 핵심적인 기여를 할 것이다. 신경영상 중심의 다학제적 연구와 임상적 응용은 향후 만성 통증의 조기 진단, 경과 추적, 그리고 개인 맞춤 치료 설계의 실현을 이끌며, 궁극적으로는 환자의 삶의 질 전반을 향상시키는 통합적 치료의 기틀을 마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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