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고 통제하기 위해 세상의 본질에 대한 의미 체계, 즉 내재적 신념(Lay beliefs, 혹은 암묵적 이론)을 형성한다(Dweck & Leggett, 1988; Molden & Dweck, 2006). 내재적 신념은 본인과 세상을 이해하는 인지적 틀로 작용할 뿐 아니라, 인지 과정에 암묵적으로 작용하며 개인의 특정 행동 패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예: Dweck et al., 1995; Hong, 1994). 내재적 신념과 행동은 상호작용하며, 신념이 행동을 유발하고 행동이 신념을 강화하는 순환적 관계를 보이게 된다. 예를 들어, 내재적 신념과 자기 조절의 관계를 살펴본 메타 연구에서 개인의 속성이 변화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자기 조절 과정에서 더 긍정적인 전략을 사용하며 높은 목표 달성 가능성을 보였다(Burnette et al., 2013).
내재적 신념의 효과는 성격(Dweck et al., 1993), 감정(Ben-Artzi & Mikulincer, 1996; Tamir et al., 2007), 도덕성(Chiu et al., 1997), 관계(Knee, 1998) 등 다양한 영역에서 검증되었다. 지능에 대한 내재적 신념이 학업 성취에 미치는 효과를 살펴본 연구에 따르면, 지능이 변할 수 있다고 믿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긍정적인 학습 목표를 설정하여 장기적인 학업 성취 향상을 이루었다(Blackwell et al., 2007). 또 다른 연구에서는 지능에 대한 내재적 신념이 실패에 대한 해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지능을 고정된 것으로 믿는 개인은 자신의 실패를 낮은 지능으로 설명할 가능성이 높았으며, 그 결과 실패에 따른 부정 정서를 더 크게 경험하는 경향이 있었다(Dweck et al., 1995).
내재적 신념과 행복
긍정심리학의 등장과 함께 행복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활발히 수행되면서, 행복에 대한 일반인들의 내재적 신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 오고 있다. 예를 들어, 행복의 원인에 대한 내재적 신념을 살펴본 Furnham과 Cheng(2000)은 사람들이 행복의 원인으로 부모와 친구의 존재, 자존감, 일과 삶의 자유, 낙관성, 현재에 대한 만족감을 중요시하는 반면, 행복하게 태어나는 것과 높은 지능 및 교육 수준은 덜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행복에 대한 내재적 신념은 단순히 행복에 대한 정의나 인식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경험하는 웰빙 수준과도 밀접히 관련된다(Bojanowska & Zalewska, 2016; Busseri & Samani, 2019; Howell et al., 2016; McMahan et al., 2014; Park et al., 2023). 예를 들어, Koo와 Suh(2007)는 세상에 존재하는 행복의 양이 정해져 있으며 개인의 삶에 주어진 행복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믿음(즉, 행복의 양이 한정되어 있다는 믿음)이 웰빙과 부적으로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행복이 시간적 혹은 공간적으로 불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낮은 웰빙을 보고하였으며(Sul et al., 2020), 행복이 유전을 통해 결정되고 불변적이라고 믿는 사람일수록 행복 증진 동기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Choi et al., 2021).
믿음이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경험이 특정한 믿음을 형성하기도 한다. 어린 시절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행복에 대한 믿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환경에서 성장한 개인일수록 행복을 의미 혹은 자아실현과 연관 짓는 것으로 나타났다(Kim & Suh, 2024). 이는 개인의 어린 시절 경험이 행복에 대한 믿음을 형성하는 것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Limeri 등(2020)은 보다 구체적으로 개인의 경험이 내재적 신념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학업의 성공 및 실패 경험과 사고방식(mindset) 간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미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기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응답을 수집하였다. 연구 결과, 학생들의 사고방식은 변화하였으며, 이러한 변화는 그들의 실패 경험과 관련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학생들은 학업 중 경험한 어려움이 사고방식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으며, 이들이 어려움의 경험을 극복했는지에 따라 상이한 사고방식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경험이 믿음에 미치는 영향은 많은 연구를 통해 검증된 사실이다. Lyubomirsky와 Tucker(1998)는 행복하다고 느끼는 개인일수록 불행한 사건을 긍정적이고 적응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음을 밝혔으며, Ommering 등(2021)은 학문적 발표의 성공 경험이 자기 효능감에 대한 믿음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성공 경험에 대한 칭찬이 내재적 신념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능력에 대해 칭찬받은 어린이는 노력에 대해 칭찬받은 어린이보다 지능을 고정된 것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노력에 대해 칭찬받은 어린이는 통제 조건의 어린이보다 지능을 변화할 수 있는 것으로 정의하는 경향을 보였다(Mueller & Dweck, 1998).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자는 행복에 대한 내재적 신념과 웰빙 간의 선후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검증 없이 행복에 대한 내재적 신념을 선행 변수로, 웰빙을 후행 변수로 가정하고 상관 연구의 결과를 해석해 왔다. 그러나 앞서 소개된 일련의 연구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본인 혹은 주변 상황에 대한 내재적 신념을 변화시킴을 알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행복에 대한 내재적 신념과 웰빙 간의 시간적 선후 관계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쾌락주의적/자아실현적 행복 믿음과 웰빙
행복에 대한 정의는 상대적이어서 맥락과 문화뿐 아니라, 개인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McMahan et al., 2014; Ng et al., 2003; Oishi, 2010; Oishi & Diener, 2001; Uchida & Kitayama, 2009). McMahan과 Estes(2011a)는 이러한 행복에 대한 정의의 개인차가 행복의 본질과 경험에 대한 내재적 신념을 반영한다고 주장하면서, 행복에 대한 믿음(Beliefs about well-being)의 개념을 소개하였다. 이들은 개인의 행복 정의, 즉 행복에 대한 믿음이 쾌락적 행복 믿음(Hedonism)과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Eudaimonism)으로 구성되며, 이 둘이 밀접하게 관련되면서도 분명히 구별된다고 설명한다. 강한 쾌락적 행복 믿음을 지닌 개인은 행복을 정서적 웰빙 상태로 정의하며 긍정 정서를 많이 경험할수록, 그리고 부정 정서를 적게 경험할수록 큰 행복 수준을 경험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반면 강한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을 지닌 개인은 자율성, 자기 수용, 삶의 목적과 같은 특정한 욕구가 충족된 상태를 행복으로 정의하며, 의미의 경험, 개인의 강점 개발, 사회에 대한 공헌 활동을 통해 큰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McMahan & Estes, 2011a).
행복에 대한 믿음과 웰빙 간의 관련성은 많은 연구를 통해 반복적으로 검증되어 왔으며(Joshanloo, 2019; McMahan & Estes, 2011b; McMahan & Estes, 2012; McMahan & Renken, 2011), 특히 행복에 대한 믿음과 주관적 안녕감은 정적인 관련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McMahan & Estes, 2011a, 2011b). 이는 쾌락적 행복 믿음 혹은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을 강하게 가지는 사람들이 평소 더 높은 수준의 웰빙을 경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행복에 대한 강한 믿음이 언제나 웰빙과 긍정적 관련성을 맺는 것은 아니다. McMahan 등(2016)의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 행복 신념(즉, 부정 정서의 회피가 행복이라고 여기는 믿음)이 높은 개인은 스트레스가 증가할수록 웰빙이 감소하고 부정 정서와 우울 증상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부정적 행복 신념에 따른 회피 성향이 긍정적인 경험의 기회를 감소시켜 개인의 웰빙을 저해한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Kwon et al., 2024).
실제로 행복에 대한 내재적 신념은 일상적인 사건들을 조직하고 의미를 부여하여, 행복과 관련된 개인의 일관된 행동 패턴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Langston & Sykes, 1997; McMahan et al., 2016). 즉, 개인이 지닌 행복에 대한 믿음은 본인의 웰빙을 평가하는 기준인 동시에, 행복 추구 행동의 지침으로 작동할 수 있다(McMahan et al., 2013). 또한, 행복에 대한 믿음은 개인의 성격 특성보다 웰빙을 잘 예측한다고 알려져 있다(Joshanloo, 2019; McMahan & Estes, 2011b).
그러나 대부분의 선행 연구는 횡단적 수준에서 진행되어 행복에 대한 믿음과 웰빙 간의 선후 관계를 분명히 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갖는다. 또한 대부분의 연구자는 행복에 대한 믿음이 웰빙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가정하고 있지만, 경험이 믿음을 형성할 수 있다는 선행 연구를 고려할 때 웰빙이 행복에 대한 믿음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종단 자료를 활용한 자기회귀 교차 지연 모형을 통해 행복에 대한 믿음과 웰빙 간의 시간적 선후 관계를 확인하고자 한다.
본 연구
많은 연구는 행복에 대한 믿음이 웰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기존 연구의 대부분은 행복에 대한 믿음을 웰빙의 선행 요인으로 가정하고 변인 간의 관계를 한 방향으로 탐색하였다. 실제로 쾌락주의적/자아실현적 행복 믿음과 웰빙 간의 관계를 처음 연구한 McMahan과 Estes(2011b)도 단일 자기 보고식 평가의 사용을 한계점으로 꼽으며, 변인 간의 선후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보다 체계적인 방법론의 사용을 제안하였다. 일부 선행 연구는 실험을 통해 행복에 대한 믿음과 웰빙의 방향성을 밝혀냈지만(예: Kwon et al., 2024), 이는 행복에 대한 믿음이 웰빙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한 것이지, 웰빙이 행복에 대한 믿음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의미하진 않는다. 또한 경험이 믿음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 선행 연구들은 웰빙이 행복에 대한 믿음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예: Bandler et al., 1968; Kim & Suh, 2024; Limeri et al., 2020; Ommering et al., 2021).
본 연구는 행복에 대한 믿음과 웰빙 간의 불분명한 시간적 선후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자기회귀 교차 지연 분석을 수행하였다. 이를 통해 행복에 대한 믿음과 웰빙의 관계가 양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제안하고자 하였다. 이에 따른 연구 가설은 다음과 같다.
방 법
참가자
본 연구는 대학 기관심의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은 서울 소재 대학교의 종단 연구 자료 중 일부를 활용하였다(IRB No. 1903/002-005). 2017년 326명에서 시작하여, 2019년(257명)과 2022년(543명) 조사에 모두 참가한 사람은 210명이었다. 이 중 행복에 대한 믿음, 주관적 안녕감, 심리적 안녕감에 모두 응답한 209명의 자료를 분석에 사용하였다.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2017년 기준 27.09세(SD = 1.81)였으며, 남자 116명(55.5%), 여자 93명(44.5%)이었다. 2017년 기준 참가자들의 직업은 정규직 90명(43.1%), 대학원생 37명(17.7%), 전문 대학원생(예: 로스쿨, 의학전문 대학원) 21명(10.0%), 계약직 15명(7.2%), 대학생 7명(3.3%), 인턴 5명(2.4%), 자영업 4명(1.9%), 회사 창업 2명(1.0%)이었으며, 그 밖에 취업 준비생이 24명(11.5%), 실업자가 4명(1.9%)이었다. 참가자들의 결혼 여부를 살펴본 결과, 2017년 기준 미혼자는 187명(89.5%)이었으며, 기혼자는 22명(10.5%)이었다. 2019년 참가자 중 기혼자는 2017년 대비 29명 증가하였고, 2022년 참가자 중 기혼자는 2019년 대비 49명 증가하였으나, 이혼이 1명 있었다.
다음으로, 전체 종단 연구 참여자 중에 본 연구에 포함된 집단(N = 209)과 제외된 집단(N = 117) 간의 유의하고 체계적인 차이가 있는지 카이제곱 검증을 통해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 두 집단 간에 유의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자세한 결과는 표 1 참고). 본 연구에서는 서술의 편의상 2017년을 T1, 2019년을 T2, 2022년을 T3으로 칭하였다.
측정 도구
행복에 대한 믿음
행복에 대한 믿음을 측정하기 위해 McMahan과 Estes(2011a)가 개발한 행복에 대한 믿음 척도(Beliefs about Well-Being Scale; BWBS)를 사용하였다. 행복에 대한 믿음은 즐거움 경험(예: “즐거운 일이 많은 것”), 부정 정서 회피(예: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지 않는 것”), 자기 개발(예: “나의 장점을 확인하고 개발하는 것”), 타인에 기여(예: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도록 사는 것”)로 구성된다. 해당 척도는 각 하위 요소별로 4문항씩, 총 16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참가자들은 각 문항을 읽고 그것이 행복에 얼마나 중요한지 7점 리커트 척도(1 =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7 = 전적으로 동의한다)로 응답하였다. 이후 각 하위 요소에 해당하는 점수를 시점별로 평균 내고, 즐거움 경험과 부정 정서 회피의 평균 점수를 더하여 쾌락적 행복 믿음 점수를, 자기 개발과 타인에 기여의 평균 점수를 더하여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 점수를 산출하였다. 쾌락적 행복 믿음의 시점별 내적 일치도 계수는 .838, .827, .846이었고,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의 시점별 내적 일치도 계수는 .814, .854, .850이었다.
주관적 안녕감
본 연구는 쾌락적 웰빙의 측정치로 주관적 안녕감(Subjective Well-Being; SWB)을 사용하였다. 주관적 안녕감은 삶에 대한 만족도, 긍정 정서, 부정 정서로 구성된다(Diener, 1984). 먼저 삶에 대한 만족도를 측정하기 위해 Diener 등(1985)의 삶에 대한 만족도 척도(Satisfaction With Life Scale; SWLS)를 사용하였다. 이 척도는 “전반적으로 나의 삶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에 가깝다”, “나의 삶의 조건은 매우 훌륭하다”, “나는 나의 삶에 만족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원했던 것들을 모두 얻었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지금 그대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의 총 5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가자들은 본 척도에 7점 리커트 척도(1 =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7 = 전적으로 동의한다)로 응답하였으며, 시점별로 점수를 평균 내어 삶에 대한 만족도 점수로 사용하였다. 해당 척도의 내적 일치도 계수는 시점별로 .840, .868, .875이었다.
다음으로 참가자들의 긍정 정서와 부정 정서를 측정하기 위해 Watson 등(1988)이 개발하고, Lee 등(2003)이 한국어로 번역 및 타당화한 긍정 정서 및 부정 정서 척도(The Positive and Negative Affect Schedule; PANAS)를 사용하였다. 긍정 정서 및 부정 정서 척도는 긍정 정서를 묻는 형용사 10개(예: “흥미진진한”, “신나는”, “자랑스러운”), 부정 정서를 묻는 형용사 10개(예: “짜증난”, “화난”, “불안한”), 총 20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참가자들은 본 척도에 5점 리커트 척도(1 = 전혀 그렇지 않다, 5 = 매우 그렇다)로 응답하였으며, 각 정서에 해당하는 점수를 시점별로 평균 내어 긍정 및 부정 정서 점수로 사용하였다. 긍정 정서의 시점별 내적 일치도 계수는 .868, .860, .884이었고, 부정 정서는 .865, .879, .889이었다.
이후, 선행 연구(Diener, 1984)를 참고하여 주관적 안녕감 점수를 다음과 같이 산출하였다.
(주관적 안녕감) = (삶에 대한 만족도의 평균) + (긍정 정서의 평균) - (부정 정서의 평균)
주관적 안녕감 점수를 산출할 때, 삶에 대한 만족도 척도와 긍정 정서 및 부정 정서 척도의 리커트 점수가 각각 7점과 5점으로 상이하여, 시점별 평균 점수를 z 점수로 변환한 표준화된 값을 사용하였다.
심리적 안녕감
본 연구는 자아실현적 웰빙을 측정하기 위해 Ryff와 Keyes(1995)가 개발한 심리적 안녕감 척도(Psychological Well-Being Scale; PWB)를 활용하였다. 해당 척도는 긍정적 관계(예: “사람들은 나를 잘 베풀고 나의 시간을 기꺼이 다른 사람과 나누는 사람이라고 여긴다”), 자기 수용(예: “내 성격의 대부분이 마음에 든다”), 자율성(예: “내 생각이 다수의 의견과 다른 경우에도, 나는 나의 생각에 확신을 갖고 고수한다”), 개인적 성장(예: “나의 삶은 끊임없이 배우고, 변화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 환경 통제(예: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목적(예: “인생을 목적 없이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의 총 6개 하위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에서는 하위 요소별로 3문항씩, 총 18문항을 사용해 심리적 안녕감을 측정하였다. 참가자들은 본 척도에 5점 리커트 척도(1 = 전혀 아니다, 5 = 매우 그렇다)로 응답하였으며, 모든 문항의 점수를 시점별로 평균 내어 심리적 안녕감 점수로 사용하였다. 심리적 안녕감의 시점별 내적 일치도 계수는 .797, .800, .819이었다.
분석 방법
본 연구는 행복에 대한 믿음과 웰빙 간의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SPSS 버전 26과 R 버전 4.3.2를 사용하였다. 먼저 쾌락적 행복 믿음,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 주관적 안녕감, 심리적 안녕감의 시점별 평균과 표준편차, 그리고 변인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았다. 다음으로 행복에 대한 믿음과 웰빙 간의 시간적 선후 관계를 살펴보기 위해 자기회귀 교차 지연 모형(Autoregressive Cross-Lagged Model; ACLM)을 분석에 사용하였다(연구 모형은 그림 1 참고).
자기회귀 교차 지연 모형은 최소 두 시점에서 동시에 측정된 두 개 이상의 변인들의 자기회귀 관계(즉, 순위 안정성)를 추정하고, 한 요소가 다른 요소에 미치는 개인 간 효과를 해석하는 방법이다(Berry & Willoughby, 2017; Kenny, 1975; Kenny & Harackiewicz, 1979). 다시 말해, 자기회귀 효과는 이전 시점에서의 동일한 측정치가 이후 시점의 측정치를 예측하는 것을 뜻하며, 교차 지연 효과는 이전 시점에서 측정된 한 구성 요소가 이후 시점에서 측정된 다른 구성 요소에 미치는 영향을 의미한다.
본 연구는 자기회귀 교차 지연 모형을 사용한 이전 연구들(예: Park et al., 2020)과 마찬가지로 복수의 모형을 구성하고, 모형 간의 적합도 비교를 통해 최종 연구 모형을 선정하였다. 먼저 시간에 따라 자기회귀 효과 및 교차 지연 효과가 달라지도록 하는 제약 없는 기준모형(M1)을 검토했다. 그런 다음 교차 지연 경로(M2), 자기회귀 경로(M3), 교차 지연 경로와 자기회귀 경로에 제약 조건을 추가한 모형(M4)을 설정하였다. 표 2는 행복에 대한 믿음(쾌락적 행복 믿음,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과 웰빙(주관적 안녕감, 심리적 안녕감)을 포함하는 네 가지 자기회귀 교차 지연 모형들의 적합도 지수를 보여준다.
표 2.
자기회귀 교차 지연 모형 적합도 지수 비교
| 모형 적합도 지수 | M1과의 비교 | ||||||
|---|---|---|---|---|---|---|---|
| χ²(df) | CFI | TLI | RMSEA | ∆χ²(∆df) | p | ||
| M1 | 기준모형 | 74.777(16) | .953 | .804 | .133 | ||
| M2 | 교차 지연 경로 고정 모형 | 104.476(28) | .938 | .854 | .114 | 29.7(12) | .003 |
| M3 | 자기회귀 경로 고정 모형 | 78.407(20) | .953 | .844 | .118 | 3.63(4) | .458 |
| M4 | M2 + M3 | 107.648(32) | .939 | .874 | .106 | 32.872(16) | .008 |
분석에 사용할 최종 모형을 선택하기 위해 모형 적합도 비교에 자주 사용되는 카이제곱 차이 검증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카이제곱 차이 검증은 표본 크기에 매우 민감하므로(Anderson & Gerbing, 1988; Steenkamp & Baumgartner, 1998), 표본 크기의 영향을 덜 받는 RMSEA(Root Mean Square Error of Approximation), CFI(Comparative Fit Index), TLI (Tucker-Lewis Index)를 추가로 살펴보았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CFI 값과 TLI 값이 .95 이상, RMSEA 값이 .06 이하면 좋은 모형으로 간주한다(Hu & Bentler, 1999). 본 연구에서는 해당 기준을 바탕으로, 모형 적합도 지수가 가장 양호한 M4를 최종 모형으로 선택하였다.
결 과
변인들의 기술통계와 변인 간의 상관 분석 결과를 표 3에 제시하였다.1) 먼저 쾌락적 행복 믿음과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r = -.048 ~ .010). 이는 쾌락적 행복 믿음과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이 서로 구별되는 개념임을 제안한 선행 연구와 맥을 같이 한다(McMahan & Estes, 2011b). 행복에 대한 믿음과 달리, 주관적 안녕감과 심리적 안녕감은 .630 ~ .687의 높은 정적 상관을 보였다. 이는 쾌락적 웰빙과 자아실현적 웰빙의 밀접한 관련성을 확인한 기존 연구를 지지하는 결과이다(Waterman, 1993; Waterman et al., 2008).
표 3.
측정 시점에 따른 주요 변인들의 기술통계와 상관분석 결과
| 변인 | M | SD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
|---|---|---|---|---|---|---|---|---|---|---|---|---|---|---|
| 1 | 쾌락적 행복 믿음 T1 | 10.738 | 1.845 | - | ||||||||||
| 2 | 쾌락적 행복 믿음 T2 | 10.830 | 1.712 | .566*** | - | |||||||||
| 3 | 쾌락적 행복 믿음 T3 | 11.035 | 1.760 | .514*** | .613*** | - | ||||||||
| 4 |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 T1 | 10.803 | 1.576 | -.048 | -.045 | -.089 | - | |||||||
| 5 |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 T2 | 10.542 | 1.726 | -.159* | .010 | -.099 | .651*** | - | ||||||
| 6 |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 T3 | 10.760 | 1.619 | -.111 | .054 | -.014 | .467*** | .601*** | - | |||||
| 7 | 주관적 안녕감 T1 | 0 | 2.353 | -.068 | .120 | .104 | .179** | .230*** | .064 | - | ||||
| 8 | 주관적 안녕감 T2 | 0 | 2.398 | -.019 | .028 | .026 | .144* | .289*** | .040 | .517*** | - | |||
| 9 | 주관적 안녕감 T3 | 0 | 2.367 | .082 | .025 | .036 | .022 | .066 | .010 | .518*** | .577*** | - | ||
| 10 | 심리적 안녕감 T1 | 3.852 | .470 | -.177* | -.042 | -.034 | .313*** | .313*** | .129 | .659*** | .453*** | .462*** | - | |
| 11 | 심리적 안녕감 T2 | 3.780 | .469 | -.120 | -.024 | -.007 | .255*** | .430*** | .172* | .431*** | .630*** | .445*** | .720*** | - |
| 12 | 심리적 안녕감 T3 | 3.846 | .496 | .015 | .023 | .004 | .127 | .203** | .154* | .431*** | .427*** | .687*** | .646*** | .643*** |
행복에 대한 믿음과 웰빙 간의 관계에서 쾌락적 행복 믿음은 주관적 안녕감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r = -.068 ~ .036). 반면,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은 주관적 안녕감(r = .010 ~ .289), 그리고 심리적 안녕감(r = .154 ~ .430)과 유의한 관련성을 보였다. 이는 쾌락적 행복 믿음보다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이 웰빙과 더 밀접하다는 이전의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McMahan & Estes, 2011b).
다음으로, 행복에 대한 믿음과 웰빙 간의 시간적 선후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R 버전 4.3.2의 lavaan 패키지(Rosseel, 2012)를 사용하여 자기회귀 교차 지연 분석을 수행하였다(자세한 분석 결과는 표 4 참고). 모든 자기회귀 경로는 유의했으며, 이로써 모든 변인의 상당한 순위 안정성을 확인하였다. 이는 행복에 대한 믿음과 웰빙이 시간에 따라 안정적이라는 기존 연구와 일치한다(예: Costa et al., 1987).
표 4.
자기회귀 교차 지연 분석 결과
| β | B | SE | p | |||
|---|---|---|---|---|---|---|
| 쾌락적 행복 믿음 | T1 | → 쾌락적 행복 믿음 T2 | .606 | .581 | .038 | <.001 |
| →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 T2 | -.047 | -.042 | .035 | .239 | ||
| → 주관적 안녕감 T2 | .032 | .043 | .053 | .419 | ||
| → 심리적 안녕감 T2 | .033 | .008 | .009 | .381 | ||
| T2 | → 쾌락적 행복 믿음 T3 | .593 | .581 | .038 | <.001 | |
| →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 T3 | -.044 | -.042 | .035 | .239 | ||
| → 주관적 안녕감 T3 | .032 | .043 | .053 | .419 | ||
| → 심리적 안녕감 T3 | .029 | .008 | .009 | .381 | ||
|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 | T1 | →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 T2 | .594 | .617 | .042 | <.001 |
| → 쾌락적 행복 믿음 T2 | -.083 | -.093 | .045 | .036 | ||
| → 주관적 안녕감 T2 | -.072 | -.111 | .062 | .076 | ||
| → 심리적 안녕감 T2 | -.028 | -.008 | .011 | .467 | ||
| T2 | →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 T3 | .611 | .617 | .042 | <.001 | |
| → 쾌락적 행복 믿음 T3 | -.088 | -.093 | .045 | .036 | ||
| → 주관적 안녕감 T3 | -.078 | -.111 | .062 | .076 | ||
| → 심리적 안녕감 T3 | -.027 | -.008 | .011 | .467 | ||
| 주관적 안녕감 | T1 | → 주관적 안녕감 T2 | .415 | .428 | .052 | <.001 |
| → 쾌락적 행복 믿음 T2 | .096 | .072 | .037 | .053 | ||
| →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 T2 | -.024 | -.017 | .035 | .630 | ||
| → 심리적 안녕감 T2 | -.046 | -.009 | .009 | .336 | ||
| T2 | → 주관적 안녕감 T3 | .446 | .428 | .052 | <.001 | |
| → 쾌락적 행복 믿음 T3 | .101 | .072 | .037 | .053 | ||
| →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 T3 | -.025 | -.017 | .035 | .630 | ||
| → 심리적 안녕감 T3 | -.044 | -.009 | .009 | .336 | ||
| 심리적 안녕감 | T1 | → 심리적 안녕감 T2 | .748 | .730 | .050 | <.001 |
| → 쾌락적 행복 믿음 T2 | -.002 | -.006 | .200 | .977 | ||
| →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 T2 | .028 | .099 | .187 | .596 | ||
| → 주관적 안녕감 T2 | .194 | 1.003 | .279 | <.001 | ||
| T2 | → 심리적 안녕감 T3 | .677 | .730 | .050 | <.001 | |
| → 쾌락적 행복 믿음 T3 | -.002 | -.006 | .200 | .977 | ||
| →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 T3 | .027 | .099 | .187 | .596 | ||
| → 주관적 안녕감 T3 | .198 | 1.003 | .279 | <.001 | ||
교차 지연 분석 결과, 이전 시점의 쾌락적 행복 믿음은 이후 시점의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과 관련이 없었다(B = -.042, SE = .035, p = .239). 반면, 이전 시점의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은 이후 시점의 쾌락적 행복 믿음과 유의한 관련성을 보였다(B = -.093, SE = .045, p = .036). 이러한 양상은 웰빙 측면에서도 나타났는데, 이전 시점의 주관적 안녕감은 이후 시점의 심리적 안녕감과 관련이 없었으나(B =-.009, SE = .009, p = .336), 이전 시점의 심리적 안녕감은 이후 시점의 주관적 안녕감과 정적인 관련성을 보였다(B = 1.003, SE = .279, p < .001). 이는 개인이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하고 이를 실현할 때 쾌락적 웰빙과 자아실현적 웰빙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한편(Waterman et al., 2008), 원하는 것을 획득하고 경험하는 것이 반드시 자아실현과 관련되지 않는다는 Waterman(1993)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과이다.
다음으로 연구의 목적인 행복에 대한 믿음과 웰빙 간의 시간적 선후 관계를 살펴보았다.2) 구체적으로, 이전 시점의 행복에 대한 믿음은 이후 시점의 웰빙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쾌락적 행복 믿음 → 주관적 안녕감: B = .043, SE = .053, p = .419;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 → 심리적 안녕감: B = -.008, SE = .011, p = .467). 이는 Joshanloo(2019)의 연구와 상반되는 결과로, 횡단 설계를 사용한 기존 연구와 달리 행복에 대한 믿음과 웰빙 간의 관계를 종단적으로 살펴보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본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결과는 이전 시점의 웰빙이 이후 시점의 행복에 대한 믿음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전 시점의 주관적 안녕감은 이후 시점의 쾌락적 행복 믿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B = .072, SE = .037, p = .053). 이러한 결과는 다수의 선행 연구에서 가정한 행복에 대한 믿음과 웰빙 간의 일방적 관계에서 더 나아가, 개인이 경험하는 웰빙이 행복에 대한 믿음에 선행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이전 시점의 심리적 안녕감은 이후 시점의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과 관련이 없었는데(B = .099, SE = .187, p = .596), 이에 대한 내용은 논의에서 자세히 다루었다.
정리하면, 이전 시점의 행복에 대한 믿음은 이후 시점의 웰빙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가설 1(“이전 시점의 행복에 대한 믿음은 이후 시점의 웰빙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이 기각되었다. 구체적으로, 이전 시점의 쾌락적 행복 믿음과 이후 시점의 주관적 안녕감은 관련이 없었으며(가설 1-1 기각), 이전 시점의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과 이후 시점의 심리적 안녕감 역시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가설 1-2 기각). 이전 시점의 심리적 안녕감과 이후 시점의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도 관련이 없었으나(가설 2-2 기각), 이전 시점의 주관적 안녕감과 이후 시점의 쾌락적 행복 믿음이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가설 2-1 지지). 이에 가설 2(“이전 시점의 웰빙은 이후 시점의 행복에 대한 믿음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가 부분적으로 지지되었다.
논 의
본 연구는 행복에 대한 믿음과 웰빙 간의 시간적 선후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세 시점의 종단 자료를 활용하여 자기회귀 교차 지연 분석을 수행하였다. 분석 결과, 이전 시점의 주관적 안녕감은 이후 시점의 쾌락적 행복 믿음과 관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긍정 정서는 자주 경험하고(반대로, 부정 정서는 덜 경험하고) 본인의 삶에 대한 만족이 클수록, 사람들이 행복을 쾌락적으로 정의하는 경향성이 커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결과는 웰빙이 행복에 대한 믿음에 선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첫 경험적 증거로, 그동안 관습적으로 행복에 대한 내재적 믿음을 선행 변수로 그리고 웰빙을 후행 변수로 가정해 왔던 기존의 관점을 탈피한 새로운 연구 질문들을 제공한다. 먼저, 웰빙을 통한 내재적 신념의 변화가 확인된 만큼 일상 경험이 행복에 대한 믿음에 미치는 효과를 보다 체계적으로 조사해 볼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단순히 웰빙 수준만을 포함했지만, 추후 연구에서는 일상의 주요 경험들, 예를 들어 결혼, 출산, 이별 등이 행복에 대한 믿음에 미치는 효과와 그 파급 영향력을 탐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웰빙이 행복에 대한 믿음의 변화를 통해 웰빙을 더 크게 이끄는 순환적 관계를 가정해 볼 수 있다. 행복에 대한 믿음이 웰빙에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웰빙이 행복에 대한 믿음에 시간상으로 선행한다는 본 연구 결과를 결합해 보면, 일상의 웰빙은 행복에 대한 믿음 변화를 매개로 하여 웰빙을 보다 강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후속 연구를 통해 이러한 순환 관계의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검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행복에 대한 믿음과 웰빙 간의 시간적 선후 관계를 탐색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표였기 때문에, 웰빙이 어떤 심리적 기제를 통해 행복에 대한 믿음에 선행했는지를 밝히는 것은 연구의 범위 밖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관련 이론을 바탕으로 몇 가지 가설적 설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경험과 믿음 간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동기를 통해 설명될 수 있다. Swann과 Bosson(2010)은 자기 동기(Self-motives)로 주체성(Agency), 공동체성(Communion), 일관성(Coherence)을 제안하였다. 특히 일관성은 개인의 정체성과 행동 간의 일치를 유지하려는 강한 동기로서(Swann & Brooks, 2012),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이 특정 방향을 향할 때 경험과 자기(self)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기를 변화시킬 수 있다(Swann & Bosson, 2010). 믿음은 자기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개인의 웰빙은 행복에 대한 믿음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처럼 개인이 일관성의 동기를 통해 믿음을 경험에 맞추어 변화시킨다는 사실은 이전의 태도 연구에서도 여러 차례 밝혀진 바 있다(예: Festinger & Carlsmith, 1959; Freedman & Fraser, 1966).
경험이 믿음에 선행하는 또 다른 기제를 자기 지각 이론(Self-perception theory)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자기 지각 이론에 따르면, 개인은 자신의 외현적 행동과 외부 자극 조건을 통해 신념, 태도, 감정과 같은 내적 상태를 추론한다(Bem, 1972). 예를 들어, 전기 충격에 대한 회피 여부가 개인의 고통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에게 일련의 전기 충격을 받은 후 상자에 들어온 불빛의 색깔에 따라 특정 행동을 할 것을 요청하였다. 이후 해당 자극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평가한 참가자들은 전기 충격을 견뎠던 경우보다 이를 회피했을 때 전기 충격이 더 고통스러웠다고 응답하였다. 즉, 참가자들은 전기 자극을 회피하는 자신의 행동을 통해 해당 자극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판단하였다(Bandler et al., 1968). 보통의 경우 자기 지각 이론은 행동이 태도 형성이나 변화에 미치는 효과를 설명할 때 활용되지만, 본 연구의 경우처럼 경험이 내재적 신념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긍정 정서를 느끼거나 삶을 만족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그때의 내적 상태를 행복이라고 인식하고, 그 경험에 맞춰 본인의 행복을 정의할 수 있다. 즉, 자신의 긍정적 내적 상태를 통해 행복의 조건과 의미를 추론해 볼 수 있다. 후속 연구를 통해 이와 같은 가설적 설명 이외에도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고 검증해 봐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심사 위원의 제안에 따라 참가자들의 사회경제적 지위(SES)3)를 통제 변인으로 포함한 자기회귀 교차 지연 분석을 추가로 수행하였다. 분석 결과, 사회경제적 지위를 통제한 후에도 이전 시점의 주관적 안녕감과 이후 시점의 쾌락적 행복 믿음은 정적인 관련성을 보였다(B = .075, SE = .038, p = .051). 다만, 이들의 관계가 통계적 유의 수준을 약간 상회하고 있으므로(p = .051 ~ .053), 본 연구 결과는 신중하게 해석될 필요가 있다.
한편, 자기회귀 교차 지연 분석에서 행복에 대한 믿음이 웰빙으로 가는 경로는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행복에 대한 믿음이 웰빙에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 연구의 주장과는 상이한 결과이다. 본 연구 결과가 이전과 다른 것은 사용된 자료 형태와 분석 방식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행복에 대한 믿음이 웰빙에 미치는 효과를 탐색한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행복에 대한 믿음과 웰빙을 동일 시점에서 한 번 측정한 횡단 자료를 활용하였다. 이러한 횡단 자료는 시간적 선행성을 확인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동일 방법 편의로 인해 두 변인 간의 관계가 과장될 가능성이 있다(Lindell & Whitney, 2001; Spector, 2019).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횡단 연구의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종단 자료를 활용한 자기회귀 교차 지연 분석을 수행하여 두 변인 간의 시간적 선후 관계를 더욱 분명하게 검증할 수 있었다(Selig & Little, 2012). 또한 교차 지연 분석은 두 개의 시점만 있어도 변인 간의 선후 관계를 확인할 수 있으나(Orth et al., 2024), 두 개의 시점은 한 번의 검증만이 가능하므로 그 증거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본 연구는 세 시점의 자료를 사용하여 변인 간의 시간적 선후 관계를 보다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종단 자료를 활용한 자기회귀 교차 지연 분석 역시 상관 연구의 한 방법으로 두 변인 간의 인과 관계를 규명하는 데는 한계를 갖는다. 또한 자기회귀 교차 지연 분석은 자기회귀 효과를 설명하고 남은 분산을 통해 교차 지연 효과를 설명하므로, 시간적 안정성이 큰 개인차 변인들은 교차 지연 효과의 설명 분산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Orth et al., 2024). 자기회귀 분석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행복에 대한 믿음과 웰빙 모두가 시간상으로 안정적인 심리적 변수임을 고려했을 때, 두 변인 간의 교차 지연 효과가 과소 추정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본 연구 결과만을 가지고 행복에 대한 믿음과 웰빙 간의 선후 관계를 섣불리 결론 내릴 수 없다. 본 연구를 마중물 삼아, 보다 다양한 자료와 방법론을 활용하여 두 변인 간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행복에 대한 믿음과 웰빙 간의 관계에서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었지만, 방법론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본 연구에서 채택한 자기회귀 교차 지연 분석은 원인으로 추정되는 변인을 효과 이전에 측정함으로써 시간적 선행과 교차 지연 효과의 상대적인 강도를 평가하는 유용한 방법이다(Selig & Little, 2012). 또한 작은 데이터 세트로도 안정적인 추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행복에 대한 믿음이나 웰빙처럼 실험실 내 조작이 어려운 경우에는 자기회귀 교차 지연 분석이 변인 간 시간적 선후 관계를 살펴보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기회귀 교차 지연 모형은 개인 내 분산과 개인 간 분산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갖는다(Hamaker et al., 2015; Mulder & Hamaker, 2021). 이에 무선 절편 교차 지연 패널 모형(Random Intercept Cross-lagged Panel Model; RI-CLPM)을 통한 추가 분석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개인 내 수준에서 추정되는 파라미터 수에 비해 본 연구 표본 크기(N = 209)와 측정 시점(T = 3)이 충분하지 않아 모형 수렴에 실패하였다. 추후 연구에서는 더욱 큰 표본의 여러 시점 종단 자료를 활용하여 무선 절편 교차 지연 패널 모형이나 역동적 구조방정식 모형(Dynamic Structural Equation Model) 분석을 통해 개인 간 효과와 개인 내 효과를 구분해 봐야 할 것이다.
최신의 발전된 분석 모형을 통해 행복에 대한 믿음과 웰빙 간의 관계를 더욱 정교하게 살펴볼 수 있지만, 이 역시 상관 연구의 근본적 한계인 인과 관계의 모호함을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추후 연구에서는 개입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웰빙(혹은 행복에 대한 믿음)에 대한 실질적 변화를 만든 후, 이러한 변화가 행복에 대한 믿음(혹은 웰빙)에 유의한 효과를 가지는지 종단적 실험 설계를 통해 검증해 볼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본 연구에서 이전 시점의 웰빙과 이후 시점의 행복에 대한 믿음 간의 관련성은 주관적 안녕감과 쾌락적 행복 믿음 사이에서만 관찰되었다. 심리적 안녕감과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 간에는 의미 있는 관련성을 찾지 못했는데, 이는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 측정 도구가 자아실현적 웰빙의 다면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 설문 도구는 자기 개발과 타인에 기여를 하위 요인으로 포함하고 있는 데 반해, 자아실현적 웰빙 측정치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심리적 안녕감은 긍정적 관계, 자기 수용, 자율성, 개인적 성장, 환경 통제, 삶의 목적을 하위 요인으로 포함하고 있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 측정 도구는 자아실현적 웰빙에 중요한 요소인 자율성과 삶의 의미 등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심리적 안녕감과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 간의 관계가 과소 추정되기 쉽다.
이러한 측정 도구의 한계는 주관적 안녕감과 쾌락적 행복 믿음 간의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주관적 안녕감이 인지적 측면(삶에 대한 만족도)과 정서적 측면(긍정 정서, 부정 정서)을 모두 반영하는 데 반해, 쾌락적 행복 믿음 측정 도구는 정서적 측면(즐거움 경험, 부정 정서 회피)만을 강조한다. 따라서 추후 연구에서는 웰빙의 다면성을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행복 믿음 측정 도구를 활용하여 변인 간의 관계를 다시 검증해 봐야 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연구는 행복에 대한 믿음이 웰빙에 미치는 영향에만 집중해 왔다. 본 연구는 웰빙이 행복에 대한 믿음에 선행할 수 있음을 제안하며, 웰빙과 행복에 대한 믿음이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순환적 관계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관계는 개인의 장기적인 행복 증진을 위한 개입 개발에 토대가 될 수 있기에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이를 위해서 웰빙이 행복에 대한 내재적 신념에 미치는 효과가 향후 더 활발히 연구되길 바란다.
각주
1) 행복에 대한 믿음과 웰빙의 각 하위 요소 간의 관계를 추가로 살펴보았다. 상관 분석 결과, 쾌락적 행복 믿음은 하위 요소인 삶에 대한 만족도(r = -.023 ~ .054), 긍정 정서(r = -.050 ~ -.027), 그리고 부정 정서(r = -.125 ~ .095)와 모든 시점에서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은 각 하위 요소와 시점별로 상이한 관련성을 보였는데, 구체적으로 T1에서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은 하위 요소인 긍정적 관계(r = .192), 자율성(r = .170), 개인적 성장(r = .351), 삶의 목적(r = .334)과 관련이 있었다. T2에서는 모든 하위 요소가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과 정적인 관련성을 보였으며(r = .206 ~ .394), T3에서는 개인적 성장(r = .308)과 삶의 목적(r = .260)만이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 행복에 대한 믿음과 웰빙의 각 하위 요소 간의 관계를 자기회귀 교차 지연 모형을 통해 추가로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 이전 시점의 쾌락적 행복 믿음은 이후 시점의 주관적 안녕감의 각 하위 요소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전 시점의 삶에 대한 만족도와 부정 정서는 이후 시점의 쾌락적 행복 믿음과 관련이 없었으나, 이전 시점의 긍정 정서는 이후 시점의 쾌락적 행복 믿음과 정적인 관련성을 보였다(B = .335, SE = .121, p = .006). 다음으로,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과 심리적 안녕감 간의 관계에서 이전 시점의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은 이후 시점의 자기 수용과 부적인 관련성을 보였다(B = -.046, SE = .020, p = .023). 이는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으나, 효과의 크기가 작은 것을 고려할 때 비일관적인 결과로 판단된다. 자기 수용 이외에 심리적 안녕감의 하위 요소와 자아실현적 행복 믿음 간의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3) 사회경제적 지위는 MacArthur 사다리 척도를 통해 측정되었다(Adler et al., 2000). 한국 사회를 10개의 층으로 나누었을 때 맨 위층은 상류층(예: 10 =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유하고, 가장 교육을 많이 받고, 가장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 맨 아래층은 하류층(예: 1 =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가난하고, 가장 교육을 적게 받고, 가장 나쁜 직업을 가졌거나 직업이 없는 사람)을 나타낸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어느 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지 응답하였으며, 본 연구에서 주관적 사회경제적 지위의 평균은 시점별로 6.71, 6.86, 7.03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