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전 세계 인구의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55억여 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그중 50억 명 이상이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고 있으며(DataReportal, 2025), 스마트폰 보급률은 세계적으로 80%를 상회한다(GSMA, 2025). 이러한 초연결화는 정보 접근성을 확대해 개인의 균형 잡힌 판단을 돕고 사회를 더욱 합리적으로 만들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했다. 새롭게 부상하는 통신 기술과 소셜 미디어는 정보 확산과 협력, 창의성, 마케팅 발전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지만, 초연결 사회의 이면에서는 부작용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Akram & Kumar, 2017). 오정보 및 허위 정보는 사실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고(Allcott & Gentzkow, 2017; Rathje et al., 2021; Vosoughi et al., 2018), 정보의 흐름은 플랫폼 알고리즘을 통해 조정되며(Bakshy et al., 2015; Bovet & Makse, 2019; Stewart et al., 2019; West & Bergstrom, 2021), 사람들은 자신의 기존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선별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을 보인다(Bail et al., 2018; Bennett & Iyengar, 2008; Knobloch-Westerwick et al., 2020). 이러한 편향적 정보처리는 정치적 입장, 세대, 계층 등 다양한 사회집단 간 갈등을 부추겨,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세태를 반영하듯 세계경제포럼은 2025년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에서 사회 양극화를 주요 글로벌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였다(World Economic Forum, 2025).

‘사회 양극화(social polarization)’1)는 특정 개체군이 두 개 혹은 여러 집단으로 분화하는 현상을 지칭하며, 분화한 집단들은 내적 동질성과 타집단과의 이질성이 높은 특성을 보인다(양극화 관련 용어 설명은 부록 표 1 참조). 여러 사회인구학적 요소를 기준으로 집단이 분화되는 맥락에서 주로 사용된다(Garzón-Velandia et al., 2024). 최근 전개되는 사회 양극화는 집단 간 적대와 혐오가 결합된 정서적 양극화(affective polarization)의 양상이 두드러진다(김기동 & 이재묵, 2021; 신정섭, 2023; 하상응, 2022; Finkel et al., 2020; Garrett et al., 2014; Iyengar & Westwood, 2015; Lee et al., 2022; Taber & Lodge 2006; West & Iyengar, 2022). 이는 정치적 맥락에서 흔히 관찰되며, 정책과 쟁점에 대한 입장 기반의 이념적 양극화와 달리, 지지하는 진영에 대한 애착과 반대하는 진영에 대한 적대감을 갖는 양상으로 나타난다(장승진 & 서정규, 2019; Druckman et al., 2022; Iyengar et al., 2019; Webster & Abramowitz, 2017).

이러한 정서적 형태의 사회 양극화는 전 세계적 현상으로 보이며(Jost et al., 2022; Westwood et al., 2018), 그중에서도 한국과 미국이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집계된다(Pew Research Center, 2022). 국내 집계에 따르면, 성별, 지역, 세대, 경제적 지위, 정치 등 다양한 축을 중심으로 갈등이 심화되고, 특히 정치 갈등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여러 세대에 걸쳐 높게 나타났으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이동한 & 이소연, 2025). 다양한 갈등 유형이 정치라는 창구로 발산된다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점차 증가하는 정치 갈등에 대한 심각성 인식의 배경에는 사회적 갈등의 총체적 증가가 있을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최근의 사회 양극화는 성별, 이러한 정서적 형태의 사회 양극화는 전 세계적 현상으로 보이며(Jost et al., 2022; Westwood et al., 2018), 그중에서도 한국과 미국이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집계된다(Pew Research Center, 2022). 국내 집계에 따르면, 성별, 지역, 세대, 경제적 지위, 정치 등 다양한 축을 중심으로 갈등이 심화되고, 특히 정치 갈등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여러 세대에 걸쳐 높게 나타났으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이동한 & 이소연, 2025). 다양한 갈등 유형이 정치라는 창구로 발산된다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점차 증가하는 정치 갈등에 대한 심각성 인식의 배경에는 사회적 갈등의 총체적 증가가 있을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최근의 사회 양극화는 성별, 세대, 계층, 지역 등 여러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관찰되고 있으며(Chan, 2023; Scala & Johnson, 2017; Silva et al., 2025; Van de Velde, 2024), 이러한 분열들은 정치적 진영의 대립이라는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Enders & Lupton, 2021; Iyengar et al., 2019; Jost et al., 2022; Kozlowski & Murphy, 2021; Neal, 2020; Park, 2018).

사회 양극화는 개인과 사회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이다. 먼저, 사회 양극화는 편견과 차별을 발생시켜 정치적 입장에 따라 구직과 승진 상의 불이익을 초래하고(Gift & Gift, 2015; Iyengar & Westwood, 2015; McConnell et al., 2018), 가족이나 친구 간의 사적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Alford et al., 2011; Chen & Rohla, 2018; Gordon et al., 2025; Iyengar et al., 2018; Nicholson et al., 2016). 거시적으로는, 사회 양극화가 임계점에 도달하면 민주주의의 해체와 붕괴를 초래하고(Kang, 2025; Smith et al., 2024; Van Baar & FeldmanHall, 2022), 범세계적 협력을 방해하여 기후 위기와 팬데믹 등 인류 전체가 당면한 과제에 대응 역량을 저해할 수 있다(Iyengar et al., 2019; Van Bavel et al., 2020).

사회 양극화 현상의 중요성에 비해, 초연결 정보 환경에서 심리적 정보처리 기제와 집단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결합되어 사회 양극화로 발현되는지에 대한 이론적 설명은 아직 불충분한 실정이다(Hatemi & McDermott, 2016; Jost et al., 2022; Van Baar & FeldmanHall, 2022). 기존 심리학 연구들은 통제된 환경에서 개인 수준의 정보처리 특성이 양극화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해 왔다(Jost et al., 2022; Rollwage et al., 2019; Zmigrod, 2020). 이와 같은 접근은 심리적 편향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정교하게 규명하는 데 유용하지만, 정보 환경의 역동적 변화가 개인의 정보 처리 특성과 상호작용하는 역학을 그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한편,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정보 유통 구조 변화나 사회관계망과 같은 거시적 요인의 영향을 규명하나(Bakshy et al., 2015; Iyengar & Hahn, 2009; Messing & Westwood, 2014; Pariser, 2011), 능동적인 정보 탐색과 의사결정 주체로서 인간이 지닌 심리적 특성이 사회 양극화에 기여하는 과정을 간과할 수 있다. 초연결 환경의 특성에 기인한 양극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심리적 처리 과정, 집단 수준의 상호작용, 그리고 정보 환경의 구조적 특성을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개인-사회집단-정보환경의 상호작용을 종합적으로 조망하여 사회 양극화의 형성 기제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제공하고자 한다.

본 논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초연결 미디어 정보환경의 구조적 조건과 특성을 검토한다. 구체적으로 정보 유통 구조의 변화, 소셜 미디어의 확산과 양극화의 관련성, 오정보와 허위 정보의 전파, 알고리즘 개인화와 필터 버블, 미디어 소비 양상을 개괄하고, 오늘날 미디어 환경이 사회 양극화가 전개되는 토대를 어떻게 형성하는지 살펴본다. 둘째, 사회적 관계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일반적 특성이 초연결 미디어 환경의 특성과 상호작용하는 기제를 조망한다. 이를 통해 사회 양극화를 유사성에 기반한 집단적 정보 구조가 초연결 구조에서 증폭되는 측면에서 이해하고자 한다. 셋째, 사회집단 수준의 정체성과 개인 수준의 범주화적 사고가 외집단에 대한 편향적 인식을 강화하는 과정을 검토한다. 초연결 환경에서 사람들은 사회 정체성과 범주화에 기반한 내집단과 외집단의 구도 속에서 정보를 해석하게 되며, 이러한 과정은 객관성 착각, 확증 편향과 같은 심리적 메커니즘을 통해 강화될 수 있다. 넷째, 초연결 미디어 환경이 개인의 일반적인 정보처리 방식과 상호작용하여 미디어 사용 양상의 변화와 사회 양극화에 기여하는 메커니즘을 살펴볼 것이다. 또한, 사회 양극화와 관련된 개인차 요인에 대해 검토할 것이며, 마지막으로, 다학제간 융합적 접근을 시도할 수 있는 새로운 계산적 모델링 기법에 대해 검토하고 사회 양극화 완화 전략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서 향후 연구방향을 논의할 것이다. 그림 1에 제시된 바와 같이, 본 연구는 초연결 사회에서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 현상을 조망하기 위해 개인-사회집단-정보환경 간 상호작용에 관한 기존 연구를 종합적으로 고찰·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해석적 관점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림 1.

사회 양극화의 다수준-다학제적 접근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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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결 미디어 환경의 정보 유통 특성

본 장에서는 초연결 미디어 환경에서 정보가 어떻게 생산, 유통, 노출, 소비되는지 살펴본다. 이를 위해 정보 유통 구조의 변화, 소셜 미디어와 양극화의 관련성, 오정보와 허위 정보의 확산, 알고리즘 개인화와 필터 버블, 미디어 소비 양상과 같은 요인들을 다룬다. 이들 주제는, 초연결 미디어 환경이 이후 장에서 논의할 집단 및 개인의 정보처리 과정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이해하는 출발점을 제공할 것이다.

정보 유통 구조의 초연결화

의사소통 채널의 초연결화와 미디어 플랫폼의 다양화는 사회 양극화의 중요한 조건이다(Allcott & Gentzkow, 2017; Bail et al., 2018; Lee et al., 2022; Rathje et al., 2021; Spohr, 2017; Van Bavel et al., 2021). 여기서 초연결(hyperconnectivity)은 개인이 모바일 기기와 플랫폼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다중적이고 중첩된 디지털 네트워크에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정보가 빠르고 광범위하게 흐르는 상태를 의미한다(Rainie & Wellman, 2012; Van Bavel et al., 2021; van Dijk, 2018; Vorderer et al., 2016). 이는 정보전달이 고정된 장소와 시간에서 이뤄지며, 주요 언론사에 의해 통제되던 전통 미디어의 방식과 대비된다. IT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오늘날 사람들은 뉴스 플랫폼과 소셜 미디어,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정보와 의견을 시공간의 제약 없이 다양한 경로로 동시다발적이고 지속적으로 교환한다(Flaxman et al., 2016; Fletcher & Nielsen, 2018; Schrøder, 2015). 모바일 기기와 소셜 미디어의 확산은 뉴스 소비를 특정 시간대나 매체에 한정된 활동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상시적인 활동으로 변화시켰다(Schrøder, 2015; Tewksbury et al., 2001). 실제로 2016년 Pew Research Center 조사에서는 미국 성인의 62%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고 응답했으며, 18%는 이를 자주 이용한다고 보고했다(Pew Research Center, 2016).

정보 선택의 폭과 미디어 규모 확장으로 인해, 소규모의 “니치(Niche)”한 언론매체들의 형성도 가능해졌다(Pew Research Center, 2015; Prior, 2013; Voigt et al., 2016). 예컨대 미국에서 온라인 기반으로 출발한 뉴스 매체 중 상당수가 교육, 지역사회, 국제 뉴스, 탐사보도 등 특정 보도 영역을 겨냥한 소규모 매체였다고 보고했으며, 2014년 미국 상원 출입기자단 자료에서도 니치 매체 및 웹 기반 매체 소속 기자가 2009년 대비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Pew Research Center, 2015). 비슷한 시기에 실시간 반응 모니터링 기술이 개발되어, 클릭 수와 조회수에 기반한 서비스 경쟁, 그리고 사용자 반응 중심의 정보 배치 방식은 자극적이거나 특정 독자층의 선호에 부합하는 컨텐츠가 더 부각되도록 만들었다(Allcott & Gentzkow, 2017; Kim & Johnson, 2016; Munger & Phillips, 2022).

이용자에게 과적합된 정보는 뉴스 소비를 더욱 개인화, 분절화된 양상으로 이끌 위험성을 띤다(Flaxman et al., 2016; Kim & Johnson, 2016; Prior, 2013). 미국에서는 케이블과 인터넷의 확산으로 이용자가 뉴스와 콘텐츠를 더 쉽게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일부 새로운 매체는 보다 정파적인 메시지를 제공하게 되었다(Prior, 2013). 이러한 변화는 정파적 변화로 이어져, 2020년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가 거의 정반대의 뉴스 미디어 환경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Jurkowitz et al., 2020). 한국에서는 네이버와 같은 온라인 포털이 뉴스 소비의 핵심 경로로 보고되며(Park et al., 2025), 온라인 뉴스 이용이 다수의 뉴스 사이트와 포털, 소셜 미디어를 경유하는 방식으로 분산되면서 뉴스 소비의 분절화가 나타나고 있다(Kim & Johnson, 2016). 더 최근에는 상업화된 정치 Youtube 채널들이 국내에서 주요한 정치 뉴스 소비 매체로 부상하고 있다(남승석, 2025; 조라희 & 임종섭, 2025; Kim et al., 2021).

소셜 미디어와 사회 양극화의 연관성

소셜 미디어는 사회 양극화를 설명하는 데 중요한 정보 환경 요인이다. 오늘날 소셜 미디어는 기존 뉴스 채널을 대체할 정도의 주요 정보 출처로 부상하였다(Barthel, 2019; Shearer, 2018; Shearer & Matsa, 2018). 언론사 편집부의 역할은 상당 부분 사용자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알고리즘으로 분산되었고(Bakshy et al., 2015; Bennett & Iyengar, 2008; Pariser, 2011), 이용자들은 소셜 미디어를 피드, 댓글, 네트워크 구성원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발표되는 연구들은 소셜 미디어가 정보와 의견의 양극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Bail et al., 2018; Lelkes et al., 2017; Levy, 2021; Van Bavel et al., 2021).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양극화 확대 메커니즘은 정치 콘텐츠를 공유할 때 더욱 강력하게 작동한다(Druckman et al., 2018; Kubin & von Sikorski, 2021; Levy, 2021; Van Bavel et al., 2021). 예컨대, Levy(2021)는 Facebook 뉴스 노출을 조작해 이념적으로 편향된 뉴스 노출이 태도의 양극화를 강화할 수 있음을 보고했다. Bail 등(2018)은 Twitter에서 반대 진영 계정을 팔로우하도록 무작위 배정한 결과, 일부 참가자의 정치적 태도가 경우에 따라 기존 입장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극단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Zoizner와 Levy(2025)는 Twitter 이용자들이 정치적 내집단 계정의 공격적이고 모욕적인 언행은 모방하는 데 반해, 동일한 내용에 대한 외집단 계정의 언행에는 반발하거나 거부하는 정서적으로 양극화된 행동을 보임을 제시했다. 유사하게 Rathje 등(2021)은 소셜 미디어 사용이 집단 간 적대감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Facebook과 Twitter 상의 언론 매체 계정과 미국 국회의원 게시물을 분석하였는데, 외집단을 언급한 게시물이 내집단 게시물보다 약 두 배 더 자주 공유되며 분노를 유발한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한국에서도 Youtube가 정치적 동원과 집단 정체성 강화를 촉진하는 주요 채널로 활용되고(Kim et al., 2021), 이념적으로 분리된 정치 콘텐츠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Park & Park, 2024). 다른 국내 설문 연구에 의하면 소셜 미디어를 비롯한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뉴스를 우연히 접하게 될 때, 댓글을 통해 비슷한 의견을 교류하며, 이는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태도를 강화한다는 결과가 제시된 바 있다(Kim et al., 2025). 이러한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소셜 미디어 영향이 정체성 관련 콘텐츠의 반복 노출, 정치 콘텐츠의 선택적 공유, 정서적으로 각성된 상호작용의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주요하게 지적한다.

소셜 미디어의 사회 양극화 증폭 효과는 소셜 미디어 이용을 실험적으로 조작하거나 차단한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Allcott 등(2024)은 Facebook과 Instagram 사용자 중 일부를 무작위로 선정하여 6주 동안 계정을 비활성화하도록 했는데, 소셜 미디어 비활성화 집단이 통제집단과 비교했을 때 이슈 양극화와 정서적 양극화가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Piccardi 등(2025)은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과 대규모 언어모형(Large language model; LLM)을 활용해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10일간 정치적 적대성과 반민주적 태도를 담은 게시물의 노출 빈도를 증가시킨 경우 외집단에 대한 정서적 적대감이 강화되고, 반대로 노출을 줄일 경우 정서적 양극화가 완화되는 효과를 확인하였다. 두 연구는 소셜 미디어 사용이 사회 양극화간 인과관계가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결과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소통의 확장이 외집단과의 교류를 넓히기보다는 내집단 결속과 확증적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면서 사회 양극화를 증폭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Kubin & von Sikorski, 2021; Van Bavel et al., 2021).

반면, 소셜 미디어 효과가 과장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연구들도 존재한다. Bakshy 등(2015)은 Facebook 이용자들의 실제 로그 데이터를 분석하여 이용자들이 이념적으로 다양한 콘텐츠에 노출되어 있음을 보였고, Nyhan 등(2023)은 Facebook에서 동질적 정보 노출이 정치적 태도나 상대 정당에 대한 감정을 유의하게 변화시키지 않는다는 결과를 제시하였다. Prior(2013)의 리뷰논문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에 의한 사회 양극화 현상에 대한 강력한 증거가 부재하다는 결론을 제공한다. 이러한 연구들은 소셜 미디어 효과를 둘러싼 보다 신중한 해석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반론은 소셜 미디어의 영향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기보다는, 그 효과가 제한적이고 조건부적임을 시사하는 것에 가깝다. 또한, 2013년 이전의 연구결과들은 스마트폰의 보급이 진행되고 있던 초창기의 연구들로, 사회 양극화 현상이 이후에 더욱 심각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헌들을 종합하면, 소셜 미디어는 양극화의 단일 원인이기보다 개인 및 사회집단 수준 요인과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사회 양극화를 증폭하는 매개적 정보환경이란 관점이 넓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Kubin & von Sikorski, 2021; Lorenz-Spreen et al., 2023; Van Bavel et al., 2021), 관련 내용은 2장에서 더 자세히 다룰 것이다.

알고리즘 개인화와 필터 버블

방대해진 소통의 양을 조절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를 포함하여 온라인 플랫폼 전반에서 알고리즘이 활용되며, 이는 사회 양극화를 부추길 수 있는 정보환경의 요인으로 작용한다(Kitchens et al., 2020; Pariser, 2011; Ross Arguedas et al., 2022; Spohr, 2017). 선별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선호하지 않거나 관련성이 낮다고 추정되는 정보의 노출을 제한하고 선호할 가능성이 높은 정보는 우선적으로 제시한다(Groshek & Koc-Michalska, 2017; Pariser, 2011). 중요한 점은 알고리즘이 단순히 정보 탐색의 편의를 높이는 기술이 아니라, 정보의 내용과 제시 빈도와 순서 등을 구조적으로 편집하고 통제하는 장치라는 데 있다(Flaxman et al., 2016; Kitchens et al., 2020; Pariser, 2011).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과거 클릭, 검색, ‘좋아요’, 구독 등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예측된 선호도를 바탕으로 정보를 선별하여 제시하는데, 이와 관련해 자주 논의되는 개념이 필터 버블(filter bubble; Pariser, 2011)이다. 국내에서는 Youtube의 개인화된 알고리즘이 정치적 정체성 강화 그리고 감정적 양극화에 기여한다는 결과가 보고된다(남승석, 2025; Kim et al., 2021). Pariser (2011)에 따르면 필터 버블은 개인화된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정보의 필터링으로 인해 사용자를 좁은 시야의 정보 속에 고립시키는 현상을 지칭한다. 그는 온라인 환경으로 인해 정보공유가 더 직접적이고 민주화되었다는 인식에 대한 회의적 입장을 표명하며, 언론 통제의 주체가 전문적인 인간편집자에서 알고리즘으로 이전되었을 뿐이라고 문제를 제기하였다. 특히 언론과 대중의 여론 형성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현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필터 버블이 파편화된 여론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한다(Cinelli et al., 2021; Flaxman et al., 2016; Kitchens et al., 2020; Levy, 2021; Stewart et al., 2019; Rhodes, 2022; Ross Arguedas et al., 2022).

한편, 소셜 미디어에서는 알고리즘 뿐만 아니라 지인과 친구, 즉 동질의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비전문가들이 정보의 편집자 역할을 일부 대체하고 있다(Pariser, 2011). 지인들과 정보를 교환하는 단순한 행위가 온라인 상에서 필터 버블 그리고 무리를 형성하고자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사회적 습성과 상호작용할 때, 집단 간의 정보환경이 더욱 쉽게 분절될 수 있다(Cinelli et al., 2021; Stewart et al., 2019). 이처럼 사회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는 미디어 환경과 집단 수준의 메커니즘은 2장(정보환경 × 사회집단 상호작용)에서 더 자세히 기술할 것이다.

오정보 및 허위 정보의 확산

초연결 미디어 환경의 또 다른 특징은 오정보와 허위 정보가 빠르게 확산된다는 점이다(Van der Linden, 2022; Vosoughi et al., 2018). 여기서 오정보(misinformation)는 기만을 전제로 하지 않은 부정확한 정보를, 허위 정보(disinformation, 또는 그 한 형태로서의 fake news)는 기만(intent to deceive)을 목적으로 조작된 정보를 뜻한다(Van der Linden, 2022). 오정보와 허위 정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사실 판단의 기준이 흐려지고, 이는 미디어 전반에 대한 수용자의 신뢰를 약화시켜 사회 양극화를 더욱 부추긴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O'Connor & Weatherall, 2019; Song et al., 2025). 또한, 정보 확산의 시공간적 제약이 없어진 초연결 환경에서는 미검증된 정보가 대중여론을 쉽게 선동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이는 특히, 진실성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운 알고리즘이 대중의 선호에 따라 정보를 추천할 때 발생할 위험이 있다(Pariser, 2011). 최근 실제와 구분 불가능한 인공지능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기만과 여론 선동 위험성도 점차 커지고 있으며, 딥페이크 생성물이 선거 조작, 여론 공격, 네거티브 여론 형성 등의 목적으로 쓰일 때, 민주적인 집단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Pawelec, 2022). 더불어, 오정보와 허위 정보의 사회적 파급력은 어떤 정체성 단서와 결합하는지, 그리고 정서를 자극하는지 여부에 좌우될 수 있다(Jost et al., 2018; Metzler, 2023). 국내에서는 질 낮은 시사정보를 제공하는 상업화된 정치 Youtube 채널들의 등장으로 오해와 허위 정보의 전파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보고된 바 있으며(조라희 & 임종섭, 2025), 이는 단순히 초연결 환경의 확산적 용이성 이외에도 개인 수준의 사회 정체성 기반 동기와 인지적 편향 메커니즘이 상호작용함을 보여준다. 이 상호작용에 대해서는 3장(사회집단 × 개인 상호작용)에서 더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미디어 이용 양상의 다변화

초연결화는 선택적 노출(selective exposure)이란 형태의 분절화된 미디어 소비 양상이 작동하기 쉬운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Bail et al., 2018; Bakshy et al., 2015; Garrett, 2009; Ksiazek, 2016; Messing & Westwood, 2014). 선택적 노출이란 사람들이 자신의 기존 신념과 불일치하는 정보는 피하고, 일치하는 정보는 선호하며 탐색하는 미디어 소비 성향을 가리킨다(e.g. Hart et al., 2009).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일치하는 미디어에 대한 선택적 노출 역시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시청 습관의 형태로 나타나며, 이러한 노출은 특정 관점에 대한 반복적이고 편향된 정보 환경을 구조적으로 형성할 수 있다(Broockman & Kalla, 2025). 선택적 노출 연구는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오랜 연구 역사가 있지만 초연결 맥락을 통해 다시금 연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Stroud, 2008). 그 배경에는 미디어 채널의 폭발적 증가로 인한 사용자층의 분절화가 사람들을 개인화된 좁은 정보 공간에 가둠으로써 집단 간 공통된 정보 공유의 기반이 사라지고, 상이한 해석과 여론으로 인해 양극화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Ksiazek, 2016).

선택적 노출과 사회 양극화의 관련성을 보여주는 연구가 다수 존재한다(Garrett et al., 2014; Ksiazek, 2016; Levy, 2021; Stroud, 2010). Garrett 등(2014)은 신념 일치 정보와 불일치 정보에 대한 노출 양상이 정서적 양극화와 관련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정보 노출의 방향과 구성 자체가 상대 집단에 대한 감정적 반응을 달리 형성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Stroud (2010)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일치하는 매체를 더 선호하고 반대 성향의 매체를 덜 이용하는 경향이 기존 태도를 강화하고, 이것이 다시 편향된 매체 선택으로 이어지는 강화 루프를 통해 양극화가 심화됨을 실증하였다.

나아가 많은 연구들은 선택적 노출을 발생시키는 심리적 배경에도 주목한다. 기존 연구들은 인간의 의사결정은 단순히 미디어에서 제공한 정보가 암시한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Nickerson, 1998), 단순한 미디어 환경의 조성이 선택적 노출과 사회 양극화로 반드시 직결되기 보다는, 다양한 정보 탐색 및 정보 선택 상황에서 개인수준의 내재된 편향과 인지적 처리 특성이 관여한다는 관점이 존재한다(김효정 & 정우진, 2023; 김효정 등, 2024; Johnson et al., 2021; Kim & Hwang, 2022). 특히 동질적 네트워크 속에서 정보를 교류하는 사회집단적 습성과 개인의 인지적 특성이 상호작용할 때 의견의 편향이 강화될 수 있다(Druckman et al., 2018). 선택적 노출에 관여하는 개인 및 사회집단 수준의 상호작용은 3장에서 구체적으로 다룰 것이다.

한편, 초연결 사회에서는 선택적 노출이 두드러짐과 더불어 미디어 소비가 수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초연결 환경에서는 소셜 미디어의 개인화 알고리즘, 검색 플랫폼의 뉴스 피드, 스마트폰 푸쉬 알람 등을 통해 정보를 우연히 접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능동적으로 시사 정보를 찾는 행위는 감소하는 추세다(incidental news exposure: Fletcher & Nielsen, 2018; Tewksbury et al., 2001). 우연히 접하는 뉴스만으로도 시사 지식 수준을 다소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한 측면이 있다(Feezell, 2018). 하지만, 우연한 뉴스 노출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은 사람들은 실제 사회·정치적 지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으며(Strauß et al., 2021; Gil de Zúñiga & Diehl, 2019; Lee, 2021; Skurka et al., 2026), 충분한 시사 상식을 습득하고 있다는 과한 자신감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를 NFM(news finds me: Gil de Zúñiga & Cheng, 2024) 지각 현상으로 지칭한다. 우연한 뉴스에 의존하는 NFM 성향의 정보 소비자들은 타인들과 상대적으로 지식의 간극이 확대되어 사회 양극화가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Bakshy et al., 2015; Van Bavel & Pereira, 2018). 최근 연구는 이러한 수동적 정보 소비 성향이 초연결 환경에서 제공하는 과도한 정보의 양과 인지적 피로감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을 제공한다(Case et al., 2005; Goyanes et al., 2023; Song et al., 2017). 앞서 논한 선택적 노출 또한 인지적 피로감 발생시에 정보 선택을 더욱 수동적으로 만든다는 분석이 있으며(Jang, 2014), 수동적인 정보 소비와 관련된 정보환경적 요인과 개인의 인지적 요인에 대해서는 4장(정보환경 × 개인 상호작용)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려 한다.

정보환경 × 사회집단 상호작용

초연결 미디어 환경의 구조적 조건은 정보의 생산, 유통, 노출 방식을 재구성할 뿐 아니라, 사용자들이 어떤 집단 속에서 누구와 연결되고 어떤 정보를 반복적으로 공유하는지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앞 장에서 살펴본 환경 수준의 변화는 집단 수준의 네트워크 구조와 결합하면서 정보 흐름의 편향, 내집단 결속과 확신 강화, 집단 간 거리의 확대와 같은 양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정보환경 × 사회집단 상호작용 관점은 초연결 미디어 환경이 사회 양극화에 기여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틀을 제공할 수 있다. 본 장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에코 체임버의 개념을 중심으로 다룬다.

에코 체임버

에코 체임버(echo chamber)란 밀실에서 소리가 메아리치는 현상에 빗대어, 유사성이 높은 무리 속에서 정보와 의견이 반복적으로 공유되면서 집단적 의견이나 신념이 강화되는 사회적 구조를 가리킨다(Bail et al., 2018; Hartmann et al., 2025; Ross Arguedas et al., 2022). 이와 같은 동질적인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비슷한 견해와 특정 입장이 빠르게 강화되어 의견의 양극화가 쉽게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다(Brady et al., 2017, 2019; Cinelli et al., 2021). 에코 체임버는 동질적 네트워크에 대한 선호와 집단 극화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사회적 특성들이 필터 버블과 같은 환경적 요소와 결합하여 강화되며, 이는 집단간 관점의 파편화를 심화시킨다. 또한, 에코 체임버에서는 허위 정보의 급격한 연쇄적 확산이 발생할 수 있으며 사회 양극화로 이어질 위험성이 더욱 커진다(Spohr, 2017; Törnberg, 2018; Van Bavel et al., 2021). 관련된 현상으로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의 일부 집단은 극단적인 집단적 신념에 기반하여 마스크 착용 거부, 미검증 치료법 홍보, 공중보건 전문가 공격 등의 행동을 보였다(Van der Linden, 2022).

이처럼, 에코 체임버는 집단 형성을 선호하는 인간의 사회적 성향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과 유사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경향을 보이며, 초연결 미디어 환경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강화하는 조건을 제공할 수 있다. 예컨대, Barberá 등(2015)은 트위터에서 개인의 이념적 위치를 추정하는 방법을 통해, 미국의 자유주의자와 보수주의자들이 특정 시기나 이슈에 따라 각기 에코 체임버를 형성한다는 것을 보였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유사성이 인상 형성 및 대인관계 발전의 기본 원리로 제시되어 왔으며(Byrne, 1971; Montoya et al., 2008), 이러한 유사성 선호는 사회학과 커뮤니케이션학 연구에서 동류화(homophily)의 개념을 통해 연구되었다(Frey, 1979; McPherson et al., 2001; Tam Cho et al., 2013). 진화적으로 집단의 형성은 생존에 유리한 적응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안정적인 집단소속은 생애에 걸쳐 치명상의 확률을 감소시키고 생존 확률을 높이며(Pavez-Fox et al., 2022), 외로움, 스트레스 및 기타 정신건강 위해요소를 감소시킨다(Greenaway et al., 2015; Haslam et al., 2022; Webster & Kruglanski, 1994). 또한, 내집단 구성원 간의 협력과 자원 공유를 통해 식량과 노동력 결핍을 극복한 고고학적 증거도 발견된 바 있다(Dyble et al., 2016; Singh & Glowacki, 2022). 이는 현대사회에서 유사성을 바탕으로 한 정보 교류로 이어진다. 실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들과 더 자주 연결되고, 정보를 공유하며, 정치적 논의를 이어가는 경향이 있다(Bakshy et al., 2015; Barberá et al., 2015; Gentzkow & Shapiro, 2011; Huckfeldt et al., 2004; Klofstad et al., 2013; Lee & Bearman, 2020).

본 절에서 주목하는 네트워크 동질성(network homogeneity)은 동류화의 경향이 누적되어, 정보와 의견을 주고 받는 사회적 관계망이 정치적 성향, 가치관, 사회 정체성, 사회인구학적 특성 면에서 점점 더 유사한 사람들 중심으로 조직되는 상태를 가리킨다(Bakshy et al., 2015; Barberá et al., 2015; McPherson et al., 2001; Tam Cho et al., 2013). 예를 들어, 사회인구학적 유사성에 따라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경향은 지속적으로 보고되어 왔고(McPherson et al., 2001; Tam Cho et al., 2013), 최근에는 정파적 요인 역시 친구, 동료, 연인 선택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축적되고 있다(Gordon et al., 2025; Huber & Malhotra, 2017; Shafranek, 2021). 또한, 같은 정당 지지자들이 비슷한 지역에 몰려 거주하며, 유사한 취미, 소비 양식, 문화적 취향 등을 공유한다는 연구도 이러한 경향을 뒷받침한다(Brown & Enos, 2021; DellaPosta et al., 2015; Mutz & Rao, 2018; Tam Cho et al., 2013).

동질한 네트워크 집단들은 정보교류의 고립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당적을 지닌 미국 유권자 대부분은 다른 정당 지지자들과 거의 접촉하지 않는 사회 관계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Brown & Enos, 2021). 필터 버블의 사례에서 지적했듯이 소통의 경로에 따라 신념과 정보의 확산 경로가 달라지고, 그 결과 사회적 정보 환경이 불균형하게 형성될 수 있다(Banerjee et al., 2013; Stewart et al., 2019). 즉, 사회적 네트워크의 구조 자체가 사람들이 어떤 정보를 접하고 어떤 태도를 강화하게 되는지를 편향시키는 토대가 될 수 있다(Johnson et al., 2019; Stewart et al., 2019). 물론 모든 온라인 공간이 폐쇄적이거나 동질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사용자들이 예상보다 더 다양한 정보에 노출된다는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Bakshy et al., 2015; Dubois & Blank, 2018; Guess, 2021). 하지만, 실제로는 사용자들이 자신과 유사한 성향과 관심을 지닌 사람들을 비교적 더 쉽게 찾고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Bakshy et al., 2015; Barberá et al., 2015; Boutyline & Willer, 2017; Gentzkow & Shapiro, 2011; Gimpel & Hui, 2015).

집단 극화

동질적 네트워크 안에서 이뤄지는 반복적인 상호작용은 집단 내부의 의견을 더욱 강화하는 조건이 될 수 있다(Boutyline & Willer, 2017). 집단 극화(group polarization)2)란 초기에는 유사한 의견을 가졌던 사람들이 상호 토론을 거치며 초기 입장이 더 극단적인 방향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사회심리학 용어이다(Moscovici & Zavalloni, 1969; Smith et al., 2024). 집단 극화는 동질적인 집단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한 확신과 배타성을 형성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유용하다. 정보환경 × 사회집단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보면, 초연결 미디어 환경에서는 동질적 네트워크가 강화되기 쉬우며, 이때 체임버 내부에서 발생하는 의견과 정보의 교류는 집단 극화를 발생시켜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작용할 수 있다(Jost et al., 2022; Kubin & von Sikorski, 2021).

관련하여 자신의 정치 성향과 일치하는 미디어에서 접한 내용을 동질적인 네트워크에 공유하는 과정이 집단 여론과 정서를 형성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제시된 바 있다(Druckman et al., 2018). 더 나아가, 특정 이슈에 대해 강한 신념과 동기를 가진 사람들이 에코 체임버를 형성하고 의견을 교류하려는 동기가 강하며 집단 극화가 매우 쉽게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Lelkes et al., 2017; Van Bavel et al., 2021). 내부적으로 정보를 교류하고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견해일수록 지지를 받지만 공감을 받지 못하면 묵살되기도 하며, 결과적으로 집단 내 의견이 실제보다 더 견고해지고, 이는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로 이어질 수 있다(Baldassarri & Bearman, 2007; Boutyline & Willer, 2017; Cowan & Baldassarri, 2018). 다원적 무지는 집단 내 규범을 더욱 강화하여 내부의 잠재적 이견과 다양성을 사전에 방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Connors, 2020; Groenendyk & Krupnikov, 2021). 따라서, 동질적 상호작용이 지속될수록 외집단과의 접촉 기회는 줄어들고, 그 결과 외집단에 대한 오해와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심화될 수 있다(Levendusky, 2023; Martin & Webster, 2020).

특히 외집단에 대한 배타성은 실제 상호작용 없이도 발생할 수 있다. Doise(1969)는 상반된 견해를 지닌 경쟁 집단의 존재를 단지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집단 극화가 강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외집단과 실제 접촉 없이도, 추상적 비교만으로 집단 극화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초연결 미디어 환경에서는 이러한 대비 효과가 더욱 증폭되기 쉽다. 외집단의 이질적인 발언과 행동이 실시간으로 가시화되고 확산되면서, 지속적으로 내집단의 정체성을 자극한다. 이 과정에서 집단 내부의 소통은 단순한 상호확인을 넘어, 외집단과의 차이를 과시하고 이를 방어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기 쉬우며(Druckman et al., 2018; Lees & Cikara, 2020), 감정적 대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Druckman & Nelson, 2003; Hart et al., 2015; Hutchens et al., 2019; Klar, 2014). 이는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정서적 양극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정보환경 × 사회집단 상호작용을 종합하면, 초연결 미디어 환경에서 나타나는 사회 양극화는 동질적 집단이 모여있는 에코 체임버에서 동질적 의견과 정보가 메아리치며 극단화되는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동시에 초연결 환경에서는 개인 수준의 심리적 편향 또한 집단 수준의 역동과 맞물려 사회 양극화에 기여할 수 있다. 다음 장에서는 사회 양극화를 사회집단 × 개인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편향의 관점에서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사회집단 × 개인 상호작용

본 장에서는 사회집단 × 개인 상호작용이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과정을 사회 정체성에 의한 집단 편향과 사회 범주화에 기반한 인지 편향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개인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방어하려는 동기 속에서 동일한 정보도 내집단에 유리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내집단과 외집단을 구분하는 범주화적 사고는 여러 인지 편향과 결합하여 집단 간 거리를 더욱 확대하여,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을 검토하고자 한다.

사회 정체성 기반 집단 편향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사회 양극화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보환경과 사회집단 이외에 개인 수준의 정보 처리 과정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회 정체성(social identity: Tajfel & Turner, 2004)이란, 나이, 국적, 가족, 회사 등 자신이 속한 사회적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인식에 기반해 형성되는 자아개념의 일부로, 그 소속에 부여하는 가치와 정서적 의미를 포함한다. 개인은 소속된 집단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사회적 동기를 형성하고 내집단을 향한 애착심(또는 내집단 편애, ingroup favoritism)과 외집단 폄하(outgroup derogation)를 강화한다(Brewer, 1999; Tajfel & Turner, 2004).

이러한 사회 정체성은 무엇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해석할지를 조직하는 사고 프레임으로도 작동한다(Turner et al., 1994; Xiao et al., 2016). 제시된 시각적 정보가 동일해도 정치적 정체성에 따라 상이한 해석과 결론이 도출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예컨대, Cohen (2003)에 의하면 여러 정당이 동일한 정책을 제시해도, 사람들은 지지하는 정당의 정책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Kahan 등(2012a)은 동일한 정치 시위 영상을 제시하고, 진보적 혹은 보수적 시위라는 설명을 제시했을 때, 반대 성향의 참가자들이 경찰의 개입을 더 지지했음을 보여주었다. 심한 경우, 편향된 정체성 기반 해석이 사실을 부정하고 인식 자체를 왜곡하기도 한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민주당원과 공화당원은 기후변화와 같은 객관적인 과학적 사실(Rutjens et al., 2018)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이며 대립하였으며, 트럼프 지지자들은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사진을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사진으로 오인하는 경향을 보였다(Van Bavel & Pereira, 2018).

한편, 사회 정체성 기반의 인식 편향은 지능의 문제로 단순화하기 어렵다. 과학적 소양, 수리 능력, 인지적 성찰 능력과 같은 다양한 정보 처리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이 오히려 자신이 속한 정당의 입장과 일치하는 태도를 더 강하게 표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Drummond & Fischhoff, 2017; Kahan et al., 2012b). 이는 사회 양극화가 객관적 사실과 추론의 정확성보다, 개인이 속한 사회 정체성을 유지하고 방어하려는 동기와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Kunda, 1990).

특히 사회 정체성은 집단 극화와 더불어 정서적 양극화가 두드러지는 최근의 사회 양극화 양상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토대를 제공한다. 정서적 양극화는 정치적 태도 형성의 기반이 객관적 사실과 정책에 대한 효용, 그리고 정치적 신념의 문제에서, 정체성 바탕의 집단 소속감과 충성심, 그리고 승리의 문제로 치환되고 있음을 시사한다(Huddy et al., 2015; Iyengar et al., 2012, 2019; Mason, 2018). 또한 과거에는 사회 정체성의 다양성으로 인해 정치적 반대자와도 일부 정체성을 공유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사회 네트워크의 동류화 현상이 강화됨에 따라 집단 간 공통 기반이 약화되어 양분화된 정치적 진영을 중심으로 사회적 재정렬(social sorting)이 발생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외집단에 대한 이질성이 더욱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Iyengar et al., 2019; Jost et al., 2022; Mason, 2018; Mason & Wronski, 2018).

특히, 초연결 미디어 환경에서 네트워크 동류화는 더욱 가속화되며, 사회 정체성 기반 정보처리 편향을 강화할 수 있다. 선택적으로 노출된 미디어를 통해 유사한 견해를 반복적으로 접하고, 동질적 네트워크 속에서 자신의 입장을 상호 확인할 기회를 자주 갖게 되면, 특정 태도와 해석은 단순한 개인 의견을 넘어 공유된 집단 정체성의 일부로 내면화될 수 있다(Bakshy et al., 2015; Boutyline & Willer, 2017; Postmes et al., 2005). 또한 이런 상호작용은 감정, 신념, 행동에 대한 합의를 촉진하고, 다시금 공유하는 사회 정체성을 강화하면서 사회 양극화를 증폭시킬 수 있다(Doise, 1969; Postmes et al., 2005; Smith et al., 2024).

사회 범주화와 정보처리 편향

내집단 편애와 외집단 폄하 현상에는 사회 정체성 기반의 동기 기반의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단순화하는 범주적 사고에 기반한 인지적 오류도 동반한다. 임의로 집단을 나누는 최소집단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이 내집단을 더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실제 이해관계나 지속적 갈등이 없이 집단 범주화만으로도 내집단 선호가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Tajfel et al., 1971). 또한, 이해관계의 충돌이 없는 무작위 인물에게 단순히 외집단의 라벨만 부여해도, 그 인물의 의견이 자신과 훨씬 더 다를 것이라고 인식하며(McGarty & Penny, 1988), 이는 외집단에 대한 차이 지각이 타인을 범주화하는 인지 과정 자체에서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대로 범주화는 자신과 내집단의 객관성에 대한 과대 추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순박한 사실주의(naïve realism)는 자신의 지각적 경험이 객관적 사실이라고 믿고, 그 경험 역시 해석이 개입된 결과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는 경향을 가리킨다(Ross & Ward, 1996). 객관성 착각(objectivity illusion)은 자신의 직관과 판단이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과대평가하는 경향이며(Vallone et al., 1985), 편향 맹점(bias blind spot)은 자신이 타인보다 편향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고 인식하는 메타인지적 오류를 의미한다(Jones et al., 2018; Pronin et al., 2004; Pronin & Hazel, 2023).

결과적으로 순박한 사실주의, 객관성 착각, 편향 맹점으로 강화된, 외집단 차이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집단간 사회적 거리를 증폭시키고(Lees & Cikara, 2020) 허위 양극화(false polarization)를 촉발하여 더욱 심한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Enders & Armaly, 2019; Fernbach & Van Boven, 2022). 예를 들어, 미국의 공화당원들은 민주당원의 LGBTQ 비율을 실제보다 약 25% 높게 추정했고, 민주당원들은 공화당원의 복음주의 개신교도 비율을 실제보다 20% 높게 추정했다(Ahler & Sood, 2018). 이처럼 외집단에 대한 과장된 고정관념을 형성하는 것은 외집단의 위협을 과대 해석하게 하여 실제보다 더 이념적으로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집단으로 상상하게 만든다(Blatz & Mercier, 2018; Stern & Crawford, 2021).

더욱 심각한 점은, 허위 양극화가 왜곡된 인식에 그치지 않고 실제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왜곡된 인식은 외집단에 대한 부당한 대우나 배타적 행위를 정당화하는 토대를 제공한다(Lees & Cikara, 2020; Moore-Berg et al., 2020). 외집단을 실제보다 더 극단적인 집단으로 인식하면, 사람들은 그 집단을 경계하거나 배제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게 되고, 이는 외집단의 방어적이고 적대적인 반응을 유발하여 집단 간 갈등을 실제로 점화시킬 수 있다(Enders & Armaly, 2019).

외집단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허위 양극화는 확증 편향으로 인해 쉽게 완화되지 않는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란 기존 신념이나 기대를 기반으로 정보를 선택, 수용, 기억하거나 해석하는 경향을 지칭하며,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착각이 커질수록 강화된다(Nickerson, 1998). 확증 편향은 또한 새로운 정보를 자신의 기존 신념을 확인시켜 주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는 편향된 동화(biased assimilation: Lord & Taylor, 2009), 기존 신념과 불일치하는 정보를 불신하거나 무시하는 동기화된 회의주의(motivated skepticism: Ditto & Lopez, 1992; Taber & Lodge, 2006)와 반증 편향(disconfirmation bias: Edwards & Smith, 1996) 경향으로 나타난다. 내집단을 향한 편향이 발생할 때도 확증 편향이 동시에 발생하며, 선택적 노출과 같은 미디어 소비의 편향으로 표면화된다(Knobloch-Westerwick, 2020). 따라서, 확증 편향이 에코 체임버를 더욱 공고화하며, 결과적으로 다시 확증 편향이 강화되는 순환적 메커니즘이 사회 양극화에 기여할 수 있다(Ditto et al., 2019; Knobloch-Westerwick, 2020; Lord et al., 1979).

이상의 사회집단 × 개인 상호작용을 종합하면, 사회 범주화는 자신과 타인을 특정 집단 범주에 따라 구분하게 하며, 내집단과 외집단의 경계를 형성하는 인지적 기반이 된다. 이러한 범주적 구분이 사회 정체성 기반의 동기와 결합하면, 외집단을 더 이질적이고 위협적으로 지각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집단 간 차이는 과장되고, 외집단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과 배타적 태도는 강화된다. 나아가 확증 편향과 선택적 노출은 사회 정체성에 부합하는 정보와 해석을 반복적으로 확인하게 함으로써, 동질적 네트워크와 집단 극화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심리적 기반으로 작용한다. 다음 장에서는 위와 같은 개인 차원의 인지적 편향들이 초연결 정보환경과 상호작용하여 사회 양극화에 기여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살펴본다.

정보환경 × 개인 상호작용

사회 정체성과 인지편향과 같은 주관적 심리적 요인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개입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초연결 정보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본 장에서는 다양한 편향 발생 이유를 자원 합리성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초연결 환경의 정보 과잉으로 인해 의사결정 오류의 축적이 과속화되며 사회 양극화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자 한다.

휴리스틱 의사결정과 자원 합리성

인간의 정보처리는 주관적 경험, 제한된 인지 자원, 시간 제약 등 다양한 현실적 조건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포함한다(e.g., Buschman et al., 2011). 이러한 제약의 차이로 인해 동일한 문제에서도 개인 간 상이한 판단이 나타날 수 있으며(Chung et al., 2015; Kahneman & Tversky, 1979; Sin et al., 2021), 때로는 일관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기도 한다(Mousavi & Gigerenzer, 2014).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Simon, 1956)은 이러한 인간 판단의 특성을 설명하는 대표적 관점이며, 최근에는 제한된 자원 내에서 정보처리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자원 합리성3)(resource rationality: Lieder & Griffiths, 2020)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각종 주관적 인지편향이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제한된 합리성 혹은 자원 합리성을 위한 것으로 간주된다(Tversky & Kahneman, 1974; Knobloch- Westerwick, 2020; Pronin & Hazel, 2023; Stanovich, 2018).

구체적으로 인지 체계는 자원 절약을 위한 이중 정보처리 구조(dual process: Evans & Stanovich, 2013)로 구성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분석적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전두엽, 특히 배외측전전두엽은 정확하지만 두뇌 전체 포도당의 25%를 소모하여 타 부위 대비 월등히 높은 대사율을 보인다(Camerer et al., 2005; Krawczyk, 2002). 이 때문에 전두엽의 활성 수준은 인지적 자원의 가용성에 의해 크게 제약되며(Danziger et al., 2011; Lieder & Griffiths, 2020), 평상시와 인지적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분석적 정보처리 필요시에만 사용하고 (Gigerenzer & Gaissmaier, 2011; Hjeij & Vilks, 2023; Kahneman, 2011; Stanovich, 2018), 연합학습과 정서·습관 기반 처리를 담당하는 편도체, 선조체, 해마와 같은 피질하 구조를 통해 효율적인 휴리스틱 기반 정보처리를 수행한다고 알려져 있다(Ashby & Crossley, 2012; Bechara et al., 1999; Hjeij & Vilks, 2023; O'Doherty et al., 2004). 여기서 휴리스틱4)이란 ‘어려운 문제에 대해 다소 부정확할 수 있지만 충분히 쓸 만한 해답을 제공하는 간단한 절차’로 정의되며, 흔히 정신적 지름길로 언급된다(Kahneman, 2011; Shah & Oppenheimer, 2008). 휴리스틱의 활용은 적절한 상황에서는 큰 오류 없이 효과적일 수 있다(Gigerenzer & Gaissmaier, 2011).

실험적으로도 인지적 자원이 부족할 때 휴리스틱 전략에 더 많이 의존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예를 들어, 도시 규모를 판단하는 인지 과제에서 인지적 부하가 높을 때 분석적 판단 대신 단순한 재인 휴리스틱(recognition heuristic: Gigerenzer & Gaissmaier, 2011 리뷰 참조) 활용을 통해 과제를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다(Pohl et al., 2013).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 역시 휴리스틱 활용 경향을 강화한다(Dickinson & Drummond, 2008; Starcke & Brand, 2012). 또한 인지적 자원이 부족할 때, 사람들은 타인의 행동이나 다수 의견과 같은 사회적 단서를 활용하는 휴리스틱도 증가한다(Gigerenzer & Gaissmaier, 2011). 실제로 판사들의 보석 결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보수적인 기본 선택지로 기울었다가 휴식 후 회복되는데, 이는 인지적 자원 감소로 인해 분석적 처리 대신 단순하고 안전한 선택을 따르는 휴리스틱 전략 사용이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Danziger et al., 2011).

휴리스틱 전략에 대한 의존이 무분별하게 지속될 때, 개인의 의사결정 오류들이 축적되어 사회 양극화에 기여할 우려가 존재한다. 특히, 초연결 정보환경에서는 인지적 자원의 제약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으며, 자원 합리성과 미디어 소비 그리고 초연결 정보환경의 연관성에 대해 이어서 논의하고자 한다.

자원 합리성과 미디어 소비

초연결 정보환경에서는 휴리스틱 사용으로 인해 인지적 오류의 축적이 가속화될 수 있다. 초연결 환경에서는 과도한 양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접하고 해석해야 하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으며 사용자들을 정보 과부하 상태(information overload: Jacoby, 1984; Simon, 1971), 혹은 미디어 소비 맥락에서 뉴스 과부하(news overload) 상태에 빠뜨린다(Bawden & Robinson, 2009, 2020). 지속적인 정보 과부하는 피로, 스트레스, 판단 회피, 번아웃 등 정신적 부담을 유발한다(Baumeister, 2003; Bawden & Robinson, 2009; Jacoby, 1984; Kim & Buzzelli, 2026; Song et al., 2017). 이 과정에서 인지적 자원 보호를 위해 분석적 정보처리 대신 휴리스틱에 장시간 과잉의존하게 될 수 있으며, 이는 인지적 오류가 축적되는 여건을 형성한다. 오류들을 교정하기 위해선 많은 인지적 자원이 추가로 소모되는데(Felin et al., 2017; Stanovich, 2018), 초연결 정보환경에서는 오류들이 교정될 여지가 감소할 수 있고, 결국 사회집단적, 정보환경적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 양극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보 소비의 차원에서 휴리스틱에 대한 의존성은 미디어 소비 양상의 변화로 나타난다. 우선 뉴스 피로는 가장 심한 경우 뉴스 회피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Kim & Hwang, 2022). 설문 연구에 의하면 정보 과부하, 모바일 사용, 온라인 참여도가 높을수록 뉴스 회피가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되며(Song et al., 2017), 이는 인지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대처 전략으로 해석된다(Bai et al., 2025; Case et al., 2005; Goyanes et al., 2023; Guo et al., 2020; Savolainen, 2007). 실제로 간헐적 뉴스 회피는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으나(Mannell & Meese, 2022), 이러한 회피가 고착될 때 중요한 정보교류와 사회적 논의를 저해하여 사회 양극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Goyanes et al., 2023).

뉴스를 완전히 회피하는 대신 선택적 노출 행동이 강화될 수 있으며(Bai et al., 2025), 경우에 따라 사회적 양극화에 기여할 수 있다(Ksiazek, 2016). 선택적 노출은 선호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거나, 비선호 정보를 회피하는 방식으로 나타나는데(Dorison et al., 2019; Hart et al., 2009; Iyengar & Hahn, 2009; Stroud, 2014), 회피 반응이 동반될 경우 신념의 극단화가 강화되는 경향이 보고된다(Ksiazek, 2016). 인지 부조화는 신념이나 행동 간 불일치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불편감이며(Festinger, 1962),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는 정서 조절과 인지적 자원이 요구되며(Colosio et al., 2017; Mandrick et al., 2016), 소비자들은 인지 부조화를 유발할 수 있는 정보 혹은 미디어를 회피하는 경향을 보인다(김효정 등, 2024; Frey & Rosch, 1984; Jonas et al., 2001). 이때, 메시지 전달 스타일과 목소리 톤, 소스에 대한 익숙함 등 부수적인 단서에 의존하는 휴리스틱 전략을 활용한다고 알려져 있으며(Hart, 2009; Masullo et al., 2022; Metzger & Flanagin, 2013; Oeldorf-Hirsch & DeVoss, 2020), 이러한 휴리스틱 의존이 반복될 경우 기존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용되고 상충 정보는 배제될 가능성이 커지며, 그 결과 의견이 더욱 편향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신념과 신념 불일치 정보에 대한 노출 자체보다, 인지적 자원이 부족한 경우 나타나는 회피성 선택적 노출이 사회 양극화와 밀접하게 관련될 수 있음 보여준다.

특히, 개인의 인지적 자원이 부족할 때 수동적인 뉴스 소비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러한 패턴은 뉴스가 수용자를 찾아온다고 인식하는 NFM(뉴스파인즈미)과도 관련 있다. NFM과 같이 소극적인 정보 탐색 태도를 보이는 이들은 뉴스 피로를 경험하고 있으며, 온라인상에서 우연히 접하는 뉴스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Goyanes et al., 2023), 정치·과학과 같은 어려운 뉴스보다 이해하기 쉽고 흥미 중심의 콘텐츠를 선호하는데(이장근 & 강재원, 2020; Skurka et al., 2023), 이들의 소극적인 정보 소비 태도는 이후에 뉴스 회피로 이어진다(Goyanes et al., 2023).

NFM 인식을 보일 때 개인이 능동적으로 정보를 선별하기보다, 에코 체임버화된 미디어 및 사회관계망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인지적 부담을 인위적으로 증가시킨 실험 연구에서는, 선택적 노출이 약화되는 반면 비선별적 수동적 뉴스 소비가 증가하는 경향이 보고 된다(Jang, 2014). 이때, 정보의 신뢰성을 정교하게 평가하기보다 뉴스 내용 자체보다 공유의 주체와 같은 사회적 단서를 기준으로 뉴스의 신뢰도를 판단하는 휴리스틱을 사용한다(Messing & Westwood, 2014; Metzger et al., 2010, 2020; Oeldorf-Hirsch & Sundar, 2015; Sundar et al., 2007; Turcotte et al., 2015). 따라서, 동류화된 에코 체임버 내에서는 정보의 신뢰성을 과추정할 가능성이 커지며, 이는 오정보와 허위정보가 검토 없이 빠르게 확산되는 현상에 대한 설명을 일부 제공한다.

요컨대, 초연결 사회에서는 개인의 인지적 피로도가 증가하고 휴리스틱을 활용한 전략이 만성화 될 수 있다. 이 상황에서 미디어 뉴스에 대한 선택적 노출과 우연한 뉴스 접촉에 의존하는 NFM 지각과 같은 대처 현상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뉴스를 완전히 회피하는 경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선택적 노출 상태에서 발생하는 편향적 정보 소비와, NFM과 같은 수동적 상태에서의 편향된 정보에 대한 무분별한 소비는 극단화된 집단 의견의 발달과 사회 양극화에 기여할 수 있다.

사회 양극화의 심리적 개인차 요인

앞서 초연결 정보환경의 사회 양극화 현상을 자원 합리성 관점에서 휴리스틱에 기반한 의사결정 메커니즘을 통해 설명하였다. 그러나 사회 양극화에 기여하는 개인차 특성 또한 중요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앞 장의 주요 설명 틀과 연결되는 인지적 개인차 요인들을 논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는 위협 민감성,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 인지적 종결 욕구, 지적 겸손 등과 같이 모호성 및 불확실성에 대한 대처 방법과 상반된 정보와 관점에 대한 개방성을 중심적으로 검토한다.

자동적 휴리스틱 관점에서, 편도체 활성과 관련된 개인차는 정서적 가치 및 위협 정보처리 양상에 중요한 요인이다. 편도체는 위협뿐 아니라 긍정적 자극에도 반응하며, 전반적으로 정서적 현저성(emotional salience)을 처리하는 핵심 영역으로 이해된다(Kim et al., 2011). 성격 5요인(Big Five)과 관련해, 신경증 성향이 높은 개인은 부정적 사회적 자극에 대해 더 높은 편도체 반응을 보이는 반면(Harenski et al., 2009), 외향성이 높은 개인은 긍정적 자극에 더 큰 편도체 활성화를 보인다(Canli et al., 2002). 이러한 정서 처리의 개인차는 정치적 태도와도 연결된다. 위협 민감성과 불확실성 회피가 높은 개인은 보수적 태도를, 낮은 개인은 보다 진보적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으며(Feldman & Stenner, 1997; Hibbing et al., 2014), 실제로 보수 성향은 위협 자극에 대한 주의 편향으로도 나타난다(Dodd et al., 2012). 반대로 진보 성향은 외집단에 대한 위협 민감성이 낮고 더 높은 관용과 협력 행동과 연관된다(Amodio et al., 2007; Graham et al., 2009; Kanai et al., 2011; Schreiber et al., 2013; Schwartz, 1992). 정서적·신경학적 개인차는 정치적 태도와 정책 선호에도 영향을 미치며(Jost et al., 2014), 위협 민감성이 높은 보수 성향은 질서·안보 중심 정책과, 진보 성향은 공리적·포용적 정책 선호와 관련이 높다(방준호 등 2023).

후속 연구에 의하면 인지적 스타일에 의한 차이는 보수 대 진보의 구분보다 정치적 극단성의 정도에서 더 두드러질 수 있다는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Rollwage et al., 2018; Van Prooijen & Krouwel, 2019; Zmigrod, 2020). Van 특히 불확실성에 대한 취약성이 정보 처리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Baar 등(2021) 연구에서는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intolerance of uncertainty)가 낮은 경우, 정치적 이념의 방향과 무관하게 보다 극단적인 인지 처리 양상을 보인다는 점을 신경학적 수준에서 보여주었다. 불확실성에 취약한 개인들은 정치적으로 유사한 타인과 더 강한 신경 동기화(neural synchrony)를 보였다. 한편, 정치적으로 상반된 타인과는 분화된 신경 반응 패턴을 보였으며, 높은 패턴 분화성을 통해 이후 참가자들의 판단의 극단성을 예측할 수 있었다. 한편,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가 낮은 개인일수록 정보 과부하 상황에서 정보를 폭 넓게 탐색하기보다는, 자신의 기존 정체성과 일치하는 정보 위주로 선별적으로 축적하는 경향을 보였다(Bai et al., 2025). 이러한 결과는 불확실성 회피 성향이 정보 과잉 맥락에서 폐쇄적인 정보환경에 머무르게 하는 성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나아가, 불확실성에 대한 인내 부족은 정보를 흑백으로 해석하고 중용적 관점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하여 인지적 극단성을 강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는데, 이러한 설명은 인지적 종결 욕구(need for cognitive closure)에 관한 연구와도 맞닿아 있다. 과거 연구에서는 낮은 인지적 유연성이 주로 보수 성향에 관련된 특성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보수와 진보 모두에서 극단에 위치한 사람들에게 공통된 특성으로 보고되고 있다(Van Prooijen & Krouwel, 2019; Zmigrod, 2020).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빠르게 해소하려는 동기는 인지적 종결 욕구와 밀접하게 연결되고, 이런 맥락에서 인지적 종결 욕구가 강한 사람들에게 집단은 해석과 판단에 필요한 규범을 제공하는 효율적인 인식적 도구로 기능한다(Kruglanski et al., 2006). 인지적 종결 욕구가 강한 개인들은 내집단의 규범과 입장을 보다 신속하고 확정적인 해석의 준거로 삼는 반면, 외집단의 행동이나 주장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부정적이거나 위협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을 보인다(Kruglanski et al., 2006).

더불어, 인지적 종결 욕구에 의해 유지되는 신념은 심리적으로 가치화된 대상이 되며, 반대되는 정보나 관점은 인지적 위협으로 경험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지적 유연성이 낮은 개인일수록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정당화하는 정보에 선택적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신념과 불일치하는 증거는 회피하거나 평가 절하하는 동기화된 사고방식을 통해 기존 입장을 강화하는 양상이 나타난다(Bai et al., 2025; Kruglanski et al., 2006; Kunda, 1990). 이처럼 확증편향 및 선택적 노출과 같은 과정이 반복되면, 개인의 신념은 점차 특정 집단에 결속된 관점으로 고착되며, 이후에는 새로운 정보가 주어지더라도 기존의 편향된 인식 틀, 즉 이미 형성된 사전 신념을 통해 해석됨으로써 극단적 평가가 자동적으로 재생산될 수 있다. 이처럼 인지적 종결 욕구와 같은 인지적 개인차는 정보 과부하 환경에서 사회 양극화에 특히 취약한 개인차 특성으로 이해될 수 있다.

반면, 이와 대조적인 개인차 요인으로 지적 겸손(intellectual humility)은 극단성을 완화하는 특성으로 소개되고 있다. 지적 겸손이 높은 개인들은 자신의 신념이 불완전하거나 수정 가능하다는 인식을 유지함으로써, 반대 진영과의 접촉이 불편함이나 불확실성을 동반하더라도 이를 즉각적으로 회피하지 않고 대화와 상호작용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경향을 보였다(Knöchelmann & Cohrs, 2025). 이러한 결과는 불확실성을 신속히 종결하고 일관된 해석을 유지하려는 인지적 종결 욕구와 달리, 지적 겸손이 모호성과 의견 불일치를 인지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심리적 여지를 제공함을 시사한다. 종합적으로 인지적 스타일의 차이는 정보환경과 상호작용하며 사회 양극화를 심화하거나 완화하는 개인차 요인으로 기능할 수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인지적 스타일이 실제 행동 및 신경학적 처리 과정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통합적으로 검증함으로써, 사회 양극화의 메커니즘을 정교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통합적 연구 접근법에 대한 고찰

본 논문에서 살펴보았듯이, 초연결 환경에서의 사회 양극화는 개인 수준의 정보처리, 사회적 상호작용, 그리고 미디어 환경의 특성이 상호작용하는 다층적 현상이다. 이러한 복합적 메커니즘은 다학제적 접근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최근에는 심리·신경·사회 수준을 통합하려는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Amodio, 2014; Jost et al., 2014; Rollwage et al., 2019; Zmigrod & Tsakiris, 2021). 특히 Jost 등(2014)은 정치적인 맥락의 사회 양극화를 설명하는 데 있어, 동기적 수준의 정서적 처리, 위협 반응, 인지적 경직성 등의 심리 및 신경적 메커니즘이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제시하였다. 이는 나아가 정보처리 양상과 사회 정체성 및 집단 담론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제시하여, 개인 및 사회적 수준을 통합하는 이론적 기틀을 마련했다. 또한 Rollwage 등(2018)은 확신의 정도와 신념 경직성(belief rigidity)의 결합이 집단 극화로 연결되는 신경 계산 모델을 수립하여 사회 양극화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였다. 이 모델은 극단적 성향을 보이는 개인일수록 증거의 질에 관계 없이 과도한 확신 혹은 둔화된 정보 갱신을 보인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다만 이러한 융합적 접근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그 한계는 미시적 인지 과정과 거시적 집단 역동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계산 모델과 방법론의 부족에 기인한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 고성능 컴퓨팅, 대규모 데이터 처리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제약을 완화하며, 다수준을 통합하는 계산적·시뮬레이션 기반 연구의 가능성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본 장에서는 베이지안 정보처리 모델, 행위자 기반 모델, 빅데이터 기반 네트워크 분석 등을 중심으로 기존 접근을 검토하고, AI 및 계산 모델링을 활용한 최신 연구 동향과 향후 연구 방향을 논의한다.

베이지안 추론 이론

베이지안 추론 이론에 따르면 인간의 지각과 인식은 대상에 대한 사전 지식과 새로운 감각 정보를 사전지식에 기반한 조건부 확률 규칙에 따라 통합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베이지안 이론은 인식의 통합과정을 수학적으로 형식화함으로써 인간 인식의 합리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 왔다(e.g., Knill & Pouget, 2004). 방위, 움직임, 색, 크기 등 단순한 특질의 지각 과정에 대한 규범적 설명을 위해 발전해 왔던 베이지안 추론 이론(Griffiths et al., 2010)은 정치인에 대한 인식, 타집단에 대한 인식 등 보다 추상적인 사회적 인지 현상에도 적용되고 있다(e.g., Tappin et al., 2020; Zmigrod et al., 2023). 이러한 관점은 동일한 정보에 대해서도 개인의 기존 신념에 따라 상이한 해석과 판단이 형성될 수 있음을 설명함으로써 사회적 양극화 현상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이론적 틀을 제공할 수 있다.

첫째, 베이지안 관점에서 사전 지식 형성의 적실성과 관련 현상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사회 양극화 현상을 조망했을 때, 초연결 미디어 환경에서 개인은 왜곡된 사전 지식을 쉽게 형성하여 의견의 극단화가 발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지각 과정에서의 사전 지식은 비교적 안정적인 매체인 감각기관에서 얻어진 정보를 통해 구성되어 환경의 자극 분포를 충실하게 반영하고, 따라서 사전 지식에 기반한 대상에 대한 추론은 추정 오류를 줄여준다. 그러나, 사회적 대상에 대한 사전 지식은 선택적 노출이나 동류화된 네트워크 등 끊임없이 변화하는 매체를 통해 얻어진 정보를 통해 구성되어 가변적 매체 특성에 대한 제한적인 이해에 기반하게되고 결과적으로 왜곡되기 쉽다(e.g., Cinelli et al., 2021; Hart et al., 2009). 베이지안 이론의 용어로 표현하면, 사회적 정보 환경에서는 관찰된 정보가 실제 대상의 특성을 어떻게 반영하는지, 즉 likelihood 함수 자체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는 뜻이며, 그 결과 합리적인 정보 소비자라 하더라도 왜곡된 사전 지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정보를 해석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Tappin et al., 2020).

둘째, 베이지안 추론 이론은 인식의 내용뿐 아니라 그 인식에 대한 확신의 정도까지 정량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Tappin et al., 2020). 예를 들어 외집단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강하게 확신하는 관찰자를 가정해보자. 베이지안 추론에 따르면 관찰자가 불확실성이 낮은 강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그 결과 새로운 정보가 제시되더라도 기존 신념은 쉽게 수정되지 않으며, 사후 확률 분포의 분산이 작을 것이다. 베이지안 관점은 왜곡된 신념을 고집하는 집단 구성원들의 의견이 변화하지 않는 이유를 수학적으로 설명하며, 인식의 양극화 현상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확률모형적 틀을 제공한다.

셋째, 베이지안 추론은 순차적 학습 모형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인식의 변화와 양극화의 심화 과정을 설명할 때도 유용하다. 베이지안 추론은 단일 시점에서 사전 지식과 새로운 정보를 통합하는 과정에 그치지 않고, 각 시점에서 형성된 사후 확률 분포가 다음 시점의 사전 지식으로 기능하는 반복적 갱신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Kwon et al., 2015).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개인이 자신의 기존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를 지속적으로 접하는 에코 체임버 환경에서는 초기의 왜곡된 신념이 이후 정보 해석의 기준으로 작용하며 점차 강화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사후 분포의 분산은 감소하고 특정 방향에 대한 확신은 점차 커질 수 있다(Tappin et al., 2020). 이는 단기간의 미디어 노출보다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정보 환경이 인식의 왜곡과 양극화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위에서 논의한 세 가지 측면이 보여주듯, 베이지안 이론은 합리적 정보 수용자에 대한 규범적 모형을 제공함으로써 오히려 인식의 양극화를 유발하는 비합리적 정보처리의 특성을 더욱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베이지안 관점은 인식의 양극화 기제를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개입 전략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데에도 유용한 이론적 틀을 제공할 수 있다.

행위자 기반 모델링

베이지안 정보처리 모델은 개인을 주요 연구 단위로 설정하지만,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행위자 기반 모형(Agent-Based Modeling, ABM)을 활용하여 사회집단 수준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접근법을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e.g., Alizadeh & Cioffi-Revilla, 2014; Geschke et al., 2019; Nonnenmacher et al., 2014). ABM은 사회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개별적인 행위자(agent)를 단위로 두고, 이들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모사하는 방법론이다. 집단 역동을 모사하기 위해 다수의 행위자를 설정하고, 간단한 규칙을 설정하고 매 실행 행동을 업데이트한다. 업데이트가 거듭되며, 사회집단 수준에서는 예상치 못한 패턴이나 현상이 창발(emergence)하게 된다. 즉, 미시적 규칙에서 거시적 현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탐구하는 것이 ABM의 핵심 원리다(Macy & Willer, 2002).

예를 들어, Alizadeh와 Cioffi-Revilla(2014)는 유사한 의견을 가진 행위자들 간의 선택적 상호작용과, 상호작용 시 의견을 평균 방향으로 조정하는 단순한 규칙만으로도 극단적 의견을 가진 소수가 형성되고 전체 의견 분포가 왜곡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사회 양극화가 개인의 성향이나 외부 충격의 결과라기보다, 반복적인 상호작용 구조의 누적 효과만으로도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현상임을 시사한다. 유사하게 Nonnenmacher 등(2014)은 행위자의 영향력과 의사소통 빈도를 반영한 모델을 통해, 다수의 온건한 구성원보다 영향력이 높은 소수의 극단적 행위자가 집단의 의견 형성을 주도할 수 있음을 보였다. 또한 Thurner 등(2025)은 네트워크 구조의 단순한 확장만으로도 정치적 양극화가 발생할 수 있음을 제시하여, 상호작용 구조 자체가 사회 양극화의 중요한 기제임을 강조하였다.

한편, Arribas-Bel 등(2016)은 행위자 기반 모델을 활용하여 내집단 선호와 같은 단순한 규칙만으로도 공간적 분리와 집단 간 클러스터링이 자발적으로 형성됨을 보였다. 특히 다양한 집단이 공존할수록 이러한 클러스터링 경향은 더욱 강화되었으며, 이는 사회적 상호작용이 누적될수록 동질적 집단이 분리되는 구조가 강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정보환경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으며, 선택적 상호작용과 내집단 선호가 결합하면 동질적 신념을 공유하는 에코 체임버가 형성됨을 설명한다.

네트워크 빅데이터 분석

한편,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디어 네트워크의 연결 구조와 그 안에서 유통되는 정보(뉴스, 댓글 등)를 분석해 왔다(e.g., Cinelli et al., 2021; Lüders et al., 2024; Olteanu et al., 2019; Vosoughi et al., 2018). 이러한 접근은 네트워크 상의 정보 확산 경로와 플랫폼 구조의 영향을 거시적으로 규명하고, 동시에 그 안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특성을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데 목적을 둔다. 예를 들어, 소셜 네트워크 분석(SNA)은 온라인 상호작용이 빠르게 동질적 네트워크(homophilous clusters)를 형성하고 에코 체임버를 강화한다는 점을 보여주었으며(Cinelli et al., 2021), 대규모 확산 데이터 연구는 허위 정보나 감정적으로 자극적인 콘텐츠가 사실보다 더 빠르고 넓게 확산된다는 점을 제시하였다(Vosoughi et al., 2018). 또한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에게 점차 더 강한 정서적·이념적 콘텐츠를 노출시켜 정보 노출의 비대칭성을 강화할 수 있으며(Bail et al., 2018), 텍스트 마이닝 연구들은 감정적 언어 사용과 혐오 표현의 확산을 추적해 왔다(Olteanu et al., 2019). 나아가,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에 자주 노출된 이용자일수록 이질적 타자와의 연결을 회피하고 유사한 신념 집단과의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경향도 보고되었다(Kim et al., 2022).

이러한 거시적 분석과 앞서 논의한 미시적 인지·행동 모델을 통합할 경우, 사회 양극화의 설명과 예측력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 특히, ABM에서 행위자의 행동을 확률적으로 정의하거나(Arribas-Bel et al., 2016; Nonnenmacher et al., 2014), 각 행위자에게 고유한 사전 신념을 부여하고 불확실한 정보를 확률적으로 해석·갱신하는 베이지안 행위자 모델을 도입하는 접근이 제안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개인 수준의 정보처리와 사회집단 수준의 상호작용을 동시에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망하다. 더 나아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규명된 실제 미디어 환경을 시뮬레이션에 통합할 경우, 높은 생태학적 타당도를 갖춘 모델링이 가능해진다.

AI 기반 접근

최근 고성능 병렬 컴퓨팅과 AI 기술의 발전으로 계산능력의 제약이 점차 완화됨에 따라 향후 다수준 통합 모델링이 핵심 방법론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대규모 언어모델을 개별 행위자로 활용하여, 가상의 사회를 구성하고 그 안에서 상호작용이 전개되는 양상을 시뮬레이션하고 관찰하는 유형의 연구들이 큰 반향을 낳고 있다(Argyle et al., 2023; Park et al., 2023).

예를 들어 Park 등(2023)은 기억과 성격, 관계를 부여받은 AI 행위자들이 가상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상호작용하는 시뮬레이션을 구현한 새로운 실험적 틀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접근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직관적으로 제어하고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 가능성이 크며, 실제로 사회 양극화 완화 전략을 탐색하는 데에도 활용되고 있다(Spina et al., 2023). 다만 AI 기반 시뮬레이션은 아직 인간의 사회적 복잡성과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으며(Ferraro et al., 2024), 결과 해석에 신중함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성능 컴퓨팅과 AI 기술의 발전은 다수준 사회 현상을 통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시뮬레이션 연구의 생태학적 타당성을 크게 개선 시키고 있으며, 향후 개입 전략의 개발과 검증에 있어 중요한 방법론적 도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Walter, 2025).

논 의

종합적으로, 초연결 미디어 환경에서 증폭되는 사회 양극화 현상은 개인-사회집단-정보환경 특성이 상호작용하여 발생하는 다층적 현상이다. 본 논문은 초연결 사회의 정보환경이 개인의 심리적 편향과 집단 수준의 강화적 상호작용을 증폭시키는 구조적 조건으로 작동한다는 점을 논의하였다. 구체적으로, 소셜 미디어의 확산, 알고리즘 개인화, 오정보의 유통, 미디어 소비 양상의 변화 등의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사람들의 정보 노출, 처리, 해석과 교류 양상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기존에 내재한 심리적 편향과 집단적 편향을 증폭시키는 조건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정보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과 정체성에 부합하는 정보를 더 쉽게 접하고, 동질적인 네트워크 안에서 이를 반복적으로 확인하며, 그 과정에서 내집단 중심의 해석과 외집단에 대한 반감이 강화될 수 있다. 동시에 과잉된 정보환경은 인지적 자원의 소모를 누적시켜 보다 정교한 분석보다 휴리스틱과 사회적 단서에 의존한 판단을 증가시키며, 이는 동질적 관계망 안에서 유통되는 정보 구조와 맞물려 사회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결국 초연결 사회의 양극화는 미디어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변화, 집단적 상호작용, 개인의 편향과 자원 합리적 정보처리가 서로 누적되어 발생하는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회 양극화 메커니즘에 대한 심층적 이해는 궁극적으로는 사회 양극화 완화를 위한 실질적 개입 방안을 모색하는 데 이론적, 실용적 토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양극화 완화의 노력

사회 양극화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는 방법에 대해 마지막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첫 번째 완화법으로는 정보환경 구조를 직접 통제하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Balkin, 2021). 하지만 미디어를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도전적인 과제다. 정보환경은 변화가 빠르고, 초국가적인 영향력을 지니며, 본질적으로 자본주의적 이익 추구를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또한, 발언의 자유를 보장하고, 갈등을 용인하고 소통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발전하는 민주주의의 특성상, 인위적인 통제는 발언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며, 따라서 미디어 통제를 활용한 완화법은 충분한 연구 데이터의 축적과 사회적 논의를 통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더 즉각적으로 실효성 있는 방법은 주어진 정보환경에서 효과적인 인간 의사소통 방법의 특징을 연구하여 사회적 양극화 완화를 목적으로 설득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미디어의 차원에서는 실질적인 태도 및 행동 변화를 위한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 방법을 연구할 수 있다. 최근 63개국이 참여한 다국적 연구에서는 기후변화 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 심리적, 미디어적, 정책적 요인 및 방안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결과, 모든 국가와 문화권을 대상으로 기후 변화 행동을 효과적으로 유발할 수 있는 방안은 없었으며, 복잡해진 정보환경 만큼 상황과 맥락에 따라 메시지와 전달방법을 수정해야할 것을 제시하였다(Doell et al., 2024).

집단 수준에서는 외집단과의 상호작용을 이용한 방법을 들 수 있다. 집단 극화가 외부 집단과의 상호작용 없이 발생하는데 반해(Doise, 1969), 오히려 외집단과 상호작용하는 것이 편견, 부정적 태도, 불안, 위협감을 감소시키고, 외집단에 대한 호감, 신뢰, 관용, 이해와 더불어 내집단에 대한 자부심까지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Allport, 1954; Pettigrew & Tropp, 2006). 단, 집단간 접촉 효과가 조건부로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어 적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Pettigrew & Tropp, 2006, 메타분석 참조). 이외에도 최근 25개의 완화법 연구를 분석한 메타분석 논문에 의하면, 공통된 사회 정체성을 강화하고, 외집단원에 대해 공감 가능한 개인적인 사연을 공유하며, 외집단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매력적인 외집단원을 떠올리는 등 다양한 전략들이 외집단에 대한 적대감을 감소시키는 데 일시적이지만 유의미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었다(Holliday et al., 2025; Voelkel et al., 2024 리뷰 참조).

마지막으로, 사회 양극화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완화하기 위해서는 개별 정책이나 단기적 개입을 넘어, 사회 구성원들이 건강하고 안정적인 인지적, 정서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인지 과부하를 조절하는 노력이 개인적, 사회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에코 체임버로 인한 정치적 의견과 태도의 양극화는, 정치적 지식과 개인의 참을성이 높을수록 완화된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Kim et al., 2025), 정서적 조절 능력 확보를 위해 개인의 정신건강을 보호하고 시사 상식에 대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건강한 사회적 여론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개인적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초연결 미디어 환경에서 후퇴하는 디지털 디톡스는 주관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가족과 친구간의 상호작용을 늘리고 장기적으로 소셜 미디어 사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Allcott et al., 2020b).

또한, 사회적인 맥락에서는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높은 공중보건 수준을 제공하는 사회적인 노력은 사회 양극화를 광범위하게 완화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e.g., Allcott et al., 2020a). 아울러 비판적 사고 능력, 미디어 리터러시, 기본적인 사회정치적 지식을 포함하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초연결 정보환경 속에서 과도한 휴리스틱 사용으로 인한 인지적 오류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향후 사회 양극화 연구와 대응 논의는 개인-사회집단-정보환경 수준을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 속에서, 교육과 정신건강을 사회적 맥락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1) Social Polarization의 번역인 사회 양극화는 정치이념 대립, 빈부격차와 같이 두 개의 사회적 집단의 대립을 암시하지만, 다집단 간 대립에도 적용할 수 있다(e.g., Garzón-Velandia et al., 2024). 사회적 극단화로 직역할 수 있지만, 본 논문은 사회 양극화로 번역하는 기존의 국내학술 관행에 따른다(e.g., 김원식, 2013). 양극화 관련 용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부록 표 1에 정리하였다.

2) 집단 간 관계에서 서로 다른 집단 사이의 거리나 간극이 확대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사회 양극화와 달리, 집단 극화는 집단 내부의 상호작용과 그로 인한 태도 변화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polarization’의 의미가 다르게 쓰인다. 즉, 집단 극화에서는 초기에는 비교적 유사한 입장을 공유하던 집단 구성원들이 상호작용을 거친 후, 집단의 평균 입장이 초기 평균보다 더 극단적인 방향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가리킨다는 점에서(Moscovici & Zavalloni, 1969), ‘polarization’을 집단 내 태도의 강화 과정을 의미하는 ‘극화’로 번역하는 것이 적절하다.

3) 유사한 개념으로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 Fiske & Taylor, 1984)가 있다.

4) 본 논문에서 다루고자 하는 자동적 휴리스틱은, 분석적 인지체계가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사용하는 ‘적응형 툴박스’(Gigerenzer & Gaissmaier, 2011)보다는, 분석적 기능을 보조할 수 있는 원초적인 정서, 학습된 습관 등의 기저기능(Keynes, 1937; Knight, 1921)에 초점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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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o. NRF-2020S1A3A2A02097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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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록
표 1.
양극화 관련 주요 용어 정리
용어 정의/설명 측정 예시/논문
사회 양극화
(social polarization)
사회 전반이 서로 대립적인 집단들로 분화되고, 집단 내부의 결속은 강화되는 반면 집단 간 거리, 갈등, 불신이 커지는 포괄적 현상이다. 다양한 영역(계층, 인종, 종교 등)과 여러 유형(정치적, 이념적, 정서적 양극화 등)을 포함할 수 있다. 다른 용어들보다 범위가 가장 넓은 상위 개념이다. Garzón-Velandia 등(2024)은 사회과학 전반에서 사용되는 양극화 개념을 개관하였다.
정치적 양극화
(political polarization)
정치적 태도, 정당 지지, 정치적 정체성을 중심으로 시민과 집단이 대립적 진영으로 나뉘는 현상이다. 사회 양극화보다 범위가 좁고 정치 영역에 초점을 둔다. 이념적 양극화처럼 정책 입장 차이만을 뜻하지 않고, 정당 정체성, 진영 간 대립, 정당 정렬까지 포함할 수 있다. 정당 간 태도 차이, 정파적 정렬, 진영 간 거리 등으로 측정한다. Jost 등(2022)는 커뮤니케이션 맥락에서 인지적-동기적 메커니즘이 작용하는 정치적 양극화를 설명하였고, Iyengar 등(2019)은 정당 정체성과 진영 간 대립의 심화를 중심으로 정치적 양극화를 논의하였다.
이념적 양극화
(ideological polarization)
정책, 이념, 사회 쟁점에 대한 입장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는 현상이다. 사람들이 무엇을 믿는가의 입장과 신념에 따른 거리에 초점을 둔다. 정서적 양극화와 달리 상대 집단에 대한 감정보다 정책 및 이념적 위치 차이가 중심이다. 이념 자기 보고 척도, 정책 선호 차이, 쟁점별 입장 거리, 태도 정렬 정도 등으로 측정한다. Fiorina & Abrams(2008)는 이념적 양극화를 정책 및 이념 분화와 정당별 정렬의 관점에서 논의하였다.
이슈 양극화
(issue polarization)
개별 정책 사안이나 구체적 쟁점에 대한 태도 차이가 집단 간에 확대되는 현상이다. 이념적 양극화가 여러 이슈 입장이 상위의 이념 축을 중심으로 정렬되는 현상이라면, 이슈 양극화는 개별 이슈 수준의 입장 격차에 초점을 둔다. Benson(2024)은 이슈 양극화를 반대 정파 간 정책 선호의 거리로 설명하였다.
정서적 양극화
(affective polarization)
상대 정당이나 상대 집단에 대한 적대감, 혐오, 불신, 감정적 거리감이 커지는 현상이다. 무엇을 믿는가보다 누구를 싫어하고 신뢰하지 않는가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이념적 양극화와 구별된다. 최근 정치적 양극화 연구에서 특히 강조되는 개념이다. 감정 온도계(feeling thermometer), 외집단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 상호교류 및 결혼 의향 등으로 측정한다. Iyengar 등(2012)는 감정 온도계와 사회적 거리 지표를 활용했고, Druckman & Levendusky(2019)는 주요 측정 방식을 비교 정리하였다.
허위 양극화
(false polarization)
실제 의견 차이보다 타인이나 외집단의 의견이 더 극단적으로 다르다고 인식하는 편향을 가리킨다. 집단 간 차이를 과장되게 인식하는 현상에 초점을 둔다. Fernbach & Van Boven(2022)은 허위 양극화를 집단 간 차이에 대한 과장된 인식으로 설명하며, 이러한 인식을 집단 갈 갈등을 심화시키는 메커니즘으로 논의하였다.
집단 극화
(group polarization)
초기에는 유사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집단 토론과 상호확인을 거치면서 더 극단적인 방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다. 다른 양극화가 주로 집단 간 간극의 확대를 가리키는 반면, 집단 극화는 집단 내부 상호작용에 따른 태도 극단화를 뜻한다. 따라서 이는 양극화의 한 유형이라기보다, 양극화를 증폭시키는 집단 내 수준의 과정 또는 메커니즘으로 볼 수 있다. 토론 전후 태도 변화 비교, 집단 의사결정 후 입장 극단화로 측정된다. Moscovici & Zavalloni (1969)는 토론 후 더 극단적인 판단이 나타남을 보여준 고전적 연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