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초 처음 발표된 Stanley Milgram (1963, 1965, 1974/2009)의 “권위에 대한 복종” 연구는 심리학 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과 비판을 낳은 연구 중 하나이며, 이는 동시에 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Burger, 2009; Miller, 2016), 그것은 연구주제인 복종이 2차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저지른 인종학살이라는 반인륜적, 집단적 범죄행위의 원인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Milgram의 복종연구가 발표되기 얼마 전인 1961년 나치전범 Adolf Eichmann의 재판이 있었다. 나치 친위대 소속으로 유대인 학살의 실무 책임자였던 Eichmann은 법정에서 자신은 상부의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재판을 참관했던 정치철학자 Hannah Arendt는 그가 괴물도 악인도 정신질환자도 아니었다고 언급하면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Arendt, 1963/2006). 이는 인종학살이라는 반인륜적 범죄가 단지 상부의 명령에 복종한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권위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가하라고 할 때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Milgram은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파고들었다. 그의 연구는 행위의 원인을 각 개인이 가진 동기 혹은 무의식적 욕망에서 찾는 개인심리적 접근, 정신역동적 관점이 아니라 특정한 행위를 조장하는 상황, 사회적 관계와 집단심리가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Benjamin & Simpson, 2009). 이러한 그의 연구는 연구윤리에 관한 논란을 일으키고, Mischel(1968)의 연구와 더불어 “개인 대 상황” 논쟁을 가속화하고, 스탠포드 감옥실험 등 많은 사회심리학 연구들에 영향을 미쳤다(Benjamin & Simpson, 2009; Zimbardo, 2015).

Milgram의 복종연구와 관련된 후속 연구들을 이슈별로 구분해보면, 연구윤리, 연구결과의 일반화, 재현, 이론적 설명 등에 대한 연구들로 나눌 수 있으며, 이를 다시 시기별로 살펴보면 양적 변화가 드러난다. Milgram(1963)의 학술지 인용횟수는 2004년에 15건이었다가 2005년 30여건, 2010년 50여건, 2020년에는 110여건으로 증가했다(Kaposi, 2022). Kaposi(2022)는 이를 세 시기로 나누고, Milgram의 복종연구가 처음 발표된 1963년 이후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를 “1차 비판과 논쟁의 시기”, 1980년대 중반부터 2005-2010년까지를 “합의와 공고화의 시기”, 그 뒤부터 현재까지를 “2차 비판과 논쟁의 시기”라고 명명했다.

구체적으로 첫 번째 시기에는 Milgram의 복종연구를 재현하거나 연구윤리, 일반화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연구들(Baumrind, 1964; Helm & Morelli, 1979; Kaufmann, 1967; Mantell, 1971; Orne & Holland, 1968)이 많았고, 다음으로 두 번째 시기에는 이론적 이슈들에 대한 논쟁이 계속 진행되는 가운데(Blass, 1992; Modigliani & Rochat, 1995), 그동안 축적된 비판과 검증을 거쳐 주요 이슈와 함께 Milgram 복종연구가 차지하는 위상과 의미, 중요성에 대한 어느 정도 인정과 합의가 이루어졌다(Blass, 2004; Miller, 1986).

이러한 분위기는 2005-2010년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세 번째 시기는 관련 연구들이 폭증한 2005-2010년부터 현재까지를 말한다. 이같이 관련 연구들이 폭증한 이유는 몇 가지로 볼 수 있는데(Haslam & Reicher, 2017; Kaposi, 2022; Reicher, Haslam, & Miller, 2014), 첫째, Milgram 복종연구의 비윤리적 요소를 수정, 보완하여 이를 재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들이 제기되었고(Burger, 2009; Slater et al., 2006), 이러한 방식을 사용한 연구들은 1960년대 Milgram 복종연구에서 나타난 비윤리적 명령에 대한 복종이 2010년대에도 그대로 재현될 가능성을 드러냄으로써 Milgram 연구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둘째, 예일 대학교에 보관 중인 스탠리 밀그램 자료(SMP: Stanley Milgram Papers)를 활용한 연구들이 발표되기 시작했다. 이 자료는 Milgram(1963) 복종연구의 기본절차를 포함한 23개의 실험에 대한 양적 데이터뿐만 아니라 실험진행상황을 녹음한 600시간분량의 오디오 테이프를 포함하고 있으며(Kaplan, 1996), 이로 인해 복종기제에 대한 이론적 측면뿐만 아니라 연구의 방법론적, 윤리적 측면을 새롭게 조명하는 연구들이 나타났다(Haslam et al., 2015; Perry, 2013). 또한 2007년 미국 ABC 방송사의 “악의 과학”이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에서 Milgram 복종연구에 관한 내용이 아부 그라이브 수용소의 포로학대사건과 함께 소개되었고(Borge, 2007, 1, 3), 2010년 프랑스 다큐멘터리 “죽음의 게임(Christophe et al., 2010)”, 2015년 호주 다큐멘터리 “쇼크 룸: 밀그램의 실험(Millard, 2015)” 등 미디어상의 노출도 관련연구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Haslam & Reicher, 2017).

Milgram 복종연구(1963, 1965, 1974/2009)는 이 연구가 갖는 학문적 중요성과 사회적 영향력에 힘입어 6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지속적인 관심을 받으며 관련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이 연구의 성과와 한계를 종합적으로 개관하고 평가하는 연구들이 있었으며, 각 연구는 서로 다른 관점과 이슈를 중점으로 진행되었다. Milgram의 전기(Blass, 2004)를 쓴 심리학자 Thomas Blass(1999)는 35년간의 관련연구들을 개관하면서 비윤리적 복종행위를 야기한 권위의 본질, 복종률의 성별차이 및 시간에 따른 변화 등에 초점을 두었고, Benjamin과 Simpson(2009)는 복종연구가 성격심리학과 사회심리학에 미친 영향을 중심으로 개관했다. Reicher 등(2014)은 주로 최근 연구들을 중심으로 Milgram 복종연구의 중요성과 관련 논쟁과 이슈들을 살펴보았고, Haslam과 Reicher(2017)는 저자들이 복종의 심리적 기제라고 주장하는 “참여적 팔로워십(engaged followership)”을 중점으로 관련연구와 증거들을 개관했다.

국외 심리학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러한 관심과 연구에 비해 국내 심리학계에서 Milgram 복종연구에 대한 개관 연구를 포함한 이론적 연구나 경험적 연구 모두 찾아보기 어려우며, 이를 인용한 연구들도 주로 연구의 이론적 배경에서 단편적으로 언급하거나 권위주의성격과 같이 복종과 관련있는 개인차 요인으로 다루고 있을 뿐이다(예: Kim & Park, 2018; Lee & Park, 2009; Yang, 2009; Yoon & Han, 2008).

본 연구는 Milgram 복종연구의 주요 이슈들에 관한 논의가 최근까지 어떻게 변화, 발전하였는지 분석하고 그것들이 오늘날 현대사회에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기존 개관 연구들이 주로 집단학살과 같은 특정주제나 사회정체성 등 이론적 측면에서 시사점을 논의한 반면, 본 연구는 경험적 측면에서 현대사회가 직면한 팬데믹과 기후위기를 중심으로 시사점을 논의했다는 데 차별적인 의의가 있다. 논문의 구성은 먼저 Milgram 복종연구의 기본적인 실험절차와 결과, 이에 대한 학계의 초기 반응을 분석하고, 둘째, 연구윤리, 연구결과의 일반화, 이론적 설명 등 주요 이슈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셋째, 2010년대 이후 새롭게 등장한 재현방법과 스탠리 밀그램 자료(SMP)를 이용한 연구들을 중심으로 주요 이슈에 대한 논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팬데믹과 기후위기를 중심으로 현대사회에서의 시사점을 논의했다.

Milgram 복종연구와 초기 반응

Milgram 복종연구는 1963년 처음 발표된 실험조건을 비롯하여 총 23개의 서로 다른 조건들을 포함하고 있으며(Haslam, Loughnan, & Perry, 2014), 이 중 18개 실험조건에 대한 결과가 1974년 출판된 책에 보고되어 있다(Milgram, 1974/2009). 1963년 발표된 Milgram 복종연구의 실험절차와 결과는 다음과 같다.

실험은 교사 역할을 맡은 실험참여자가 학생 역할을 맡은 사람에게 전기충격이라는 처벌을 주도록 설계되었다. 실험실에 들어서면 실험참여자는 다른 한 사람과 짝을 이루어 제비뽑기를 해서 누가 교사가 되고 누가 학생이 될지를 결정하게 된다. 교사는 주어진 문제를 불러주고 학생이 잘못된 응답을 할 때마다 전기충격을 주기로 되어 있다. 15-450V까지 표시되어있는 전기충격기의 스위치를 하나씩 눌러 점점 더 높은 전기충격을 가하게 된다. 전기충격기의 숫자 스위치 밑에는 ‘약한 충격’부터 ‘극심한 충격’, ‘위험: 심각한 층격’까지 표지가 붙어있다. 실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교사 역할을 맡은 실험참여자는 다른 방에 있는 학생 역할을 맡은 사람에게 문제는 낸다. 답을 제대로 못하면 전기충격을 주게 되는데, 전기충격은 300V 이전까지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가 300V에 이르면 전기충격을 받은 사람이 벽을 꽝꽝 두드리는 소리가 실험참여자에게 들린다. 만약 실험참여자가 전기충격 주기를 주저하려 하면, 그때마다 실험자는 굳은 목소리로 계속 하기를 종용한다. 또한 실험참여자가 전기충격의 영향에 대해 물을 경우, 실험자는 전기충격이 고통스러울 수는 있으나 신체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히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실험은 속임수를 포함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짜여진 각본에 따라 제비뽑기는 반드시 실험참여자가 교사가 되게 조작되어 있었고, 학생 역할을 맡은 사람은 실험동조자이고 전기충격도 받지 않았다. 모든 절차는 교사 역할을 맡은 실험참여자가 얼마까지 전기충격을 가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실험결과, 총 40명 중 26명, 즉 65%의 실험참여자가 최고수준인 450V의 전기충격을 주었다(Milgram, 1963, p. 376). 이와 비슷한 실험조건에서 음성조건이 포함된 경우, 즉 학생 역할을 맡은 사람이 자신에게 경미한 심장문제가 있음을 언급하고 또 전기충격 단계가 올라갈수록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내고 150V부터는 자신의 심장문제를 다시 언급하며 실험실에서 나가게 해달라고 하는 경우 역시 65%의 실험참여자가 최고수준인 450V의 전기충격을 주었다(Milgram, 1974/2009, 표 3).

이런 결과는 실험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대학생, 정신과 의사, 중산층 성인)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Milgram, 1963, p. 375; Milgram, 1974/2009, 표 1). 실제 결과를 밝히지 않은 채 실험절차를 설명하고 만약 자신이라면 어떻게 반응하겠냐고 물었을 때, 450V까지 전기충격을 주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시 말해서, 복종률은 0%였다. 이와 함께, 질문을 바꾸어 만약 일반적인 미국인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물었을 때의 예상하는 복종률 역시 0.125%로 매우 낮았다.

Milgram 복종연구(1963)는 처음에 학술지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성격심리학 저널 편집위원회는 이 연구가 과학적 실험이라기보다 “실연(demonstration)”에 가깝고, “복종에 대한 어떤 결론을 이끌어내기보다 어떤 맥락에서 주어진 상황의 놀라운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Parker, 2000). 이상 및 사회심리학 저널도 비슷한 심사평을 하며 처음에는 게재불가를 판정했다가 몇 달 뒤에 게재를 허가했다(De Vos, 2009).

심리학계에서의 초기 반응은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하나는 Milgram 복종연구(1963)에 대한 비판적인 연구, 특히 윤리적 측면과 속임수를 사용한 방법론적인 측면에 대한 비판연구(Baumrind, 1964; Kaufmann, 1967)들이 등장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Milgram 복종연구(1963)에서 보여준 결과를 재현하려는 연구들(Mantell, 1971; Rosenhan, 1969)이 출판된 것이다. 이러한 논쟁에 부분적으로 영향을 받아 1973년 미국 심리학회(APA: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위한 윤리규정을 수정, 공표했고(Blass, 2009), 다른 한편으로 그동안 Milgram 복종연구에 대한 연구자금을 지원했던 미국 국립과학재단은 더 이상의 실험에 대한 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Parker, 2000). Milgram 복종연구에 대한 비판과 논란은 그가 1984년 51세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하기 전까지 계속되었으며, 그의 연구의 학문적 영향력과 함께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Smeulers, 2020).

주요 이슈

Milgram 복종연구를 둘러싼 논의는 크게 세 가지, 1) 연구윤리와 방법론적 측면, 2) 연구결과의 일반화, 3) 이론적 설명으로 나눌 수 있다(Haslam & Reicher, 2017; Kaposi, 2022). 첫 번째는 연구윤리와 연구절차상의 문제점에 관한 것이며,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이 같은 결함에도 불구하고 연구 자체의 타당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전제하에 연구결과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가설을 제기하는 연구와 논의를 포함한다.

연구윤리와 방법론적 측면

Milgram 복종연구가 1963년 처음 출판된 후, 가장 먼저 나타난 학계의 반응 중 하나는 연구윤리에 대한 것이었으며, 이를 둘러싸고 Baumrind(1964)와 Milgram(1964)의 논쟁이 있었다. 관련 쟁점은 연구자는 자신의 실험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피해를 예상하고 이를 미리 막거나 최소화하려는 조치를 취했는가, 연구자는 실험 전 실험참여자에게 필요한 정보(잠재적 위험)를 충분히 제공하고 실험참여에 대한 동의를 얻었는가, 실험 후 사후보고는 적절하게 시행되었는가 등이었다.

Baumrind(1964)는 Milgram 복종연구(1963)에 참여한 실험참여자들이 경험한 심리적 고통과 손상이 영구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을 제기했으며, 그녀의 비판은 주로 Milgram 스스로 논문에서 밝힌 내용을 기초로 했다. 그녀는 신경질적 웃음 등 이상한 반응이 다수의 실험참여자들에게서 관찰되었고, 발작이 심해서 실험을 멈출 수밖에 없었던 한 실험참여자의 사례를 들면서, 이같은 수준의 심리적 문제가 사후보고에서 모두 해소되었다는 Milgram의 말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Milgram(1964)은 반박논문에서 자신도 다른 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실험결과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전에 실험의 잠재적 위험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참여자들이 경험했을지 모르는 심리적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실험이 끝난 후 진행된 사후보고에서 충분히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응답했다(Milgram, 1964, p. 849). 또한 그는 실험 후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대부분의 실험참여자가 실험참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오직 1.3%만이 부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실험참여자 40명을 대상으로 실험이 끝난 뒤 1년이 지나 실시한 추적연구에서 정신건강전문가가 실험참여자 중 누구도 실험으로 인한 트라우마 증후를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했음을 강조했다(Milgram, 1964, p. 850).

이러한 답변에 대해 Patten(1977)은 Milgram이 실험참여자들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예상할 수 있었으며, 따라서 필요한 조치를 미리 준비할 수 있었음을 논박했다. Patten은 1963년 이후 출판된 Milgram(1965, 1974/2009) 연구들을 근거로 Milgram이 수차례 사전실험을 행했으며 이를 통해 실험참여자가 겪은 심리적 스트레스를 인지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그는 Milgram 스스로 그러한 심리적 스트레스가 자신의 실험이 드러내고자 하는 바, 즉 외부의 명령과 자신의 양심 사이에서의 심리적 갈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Milgram이 그러한 심리적 갈등이 실제로 심리적 스트레스를 발생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인지했을 뿐만 아니라 사전실험을 통해 의도적으로 심리적 갈등을 일으키기 위한 실험조건을 고안했다고 주장했다(p. 355). 또한 Patten(1977)은 실험자가 실험참여자가 주는 전기충격으로 인한 (고통은 있을지언정) 심각한 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렇다면 실험결과에 따라 Milgram이 내린 결론, 즉 실험참여자가 다른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비윤리적인 행위를 했다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p. 357).

연구윤리뿐만 아니라 속임수의 사용 등 방법론상의 문제점도 제기되었고, 이는 연구의 내적타당도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간주되었다. Orne과 Holland(1968)는 Milgram이 사용한 속임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험이 최소한 불법적인 것이 아니라면, 실험자가 가만히 앉아서 실험참여자에게 명령해서 다른 사람에게 심각한 해를 입힐 수 있는 전기충격을 계속하라고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전기충격을 실제로 받고 응급상황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도 상상하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험참여자들이 실험자의 지시에 따른 것은 실험실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요구 특성(demand characteristics)”, 즉 실험참여자들이 실험자의 의도나 지시와 상관없이 실험에 대한 자신의 해석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려는 특성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서 실험의 종속변인인 전기충격을 주는 행위가 Milgram이 독립변인이라고 가정하는 실험자의 명령, 지시에 따른 복종 때문이 아니라 그저 실험실 상황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려는 요구 특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Milgram(1972)은 속임수가 대체로 작동했다고 답했다. 실험이 끝난 뒤 행해진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응답자가 자신이 준 전기충격이 진짜라고 믿었다고 답했으며, 믿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를 제외한 자료를 분석했을 때도 복종률은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실험실 상황을 녹음한 녹취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실험참여자들은 자신이 전기충격을 주어야한다는 사실에 심리적 갈등을 느꼈으며, 이는 복종하거나 저항한 모든 실험참여자에게서 발견되었다고 말했다(Milgram, 1974/2009, p. 243).

연구윤리와 방법론적인 측면에 대한 비판들이 Milgram 연구 자체를 금지하거나 연구의 핵심논리를 부정하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또 다른 연구자들은 Milgram 연구가 가지는 문제점과 위험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하는 전제 하에 과연 이 연구결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연구의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와 논쟁을 이어갔다.

연구결과의 일반화

Milgram 복종연구(1963, 1965, 1974/2009)에 대한 비판, 논쟁과 더불어 그 연구결과를 재현하려는 연구들이 이어졌다. 이러한 연구들이 증명하고자 했던 쟁점은 Milgram 복종실험 결과가 서로 다른 나라, 문화에서도 발견되는지, 남녀 간 차이는 없는지, 시간에 따른 차이는 없는지 등에 관한 것이었다. 이같은 재현연구들은 대부분 1963년 이후부터 1980년대까지 행해졌는데, 1973년 APA가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 대한 포괄적인 윤리규정을 발표하고, 1974년 미국연방정부가 국가연구법을 제정하여 기관생명윤리위원회가 제도화되면서 미국에서는 1970년대 중반 이전까지 진행되었으며, 그 밖의 다른 나라에서는 1980년대까지 진행되었다(Blass, 1992, 2009).

이러한 재현연구들을 개관한 Blass(1992, 2009)에 따르면, Milgram 복종연구의 기본적인 절차를 따른 실험들이 미국, 독일,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요르단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실시되었으며, 비슷한 결과가 산출되었다. 성별차이를 살펴본 결과, 대부분의 연구에서 복종률에서의 큰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Blass, 1999; Milgram, 1974/2009). 또한 시기에 따른 복종률의 차이를 살펴본 결과, 복종률이 점차 낮아질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와는 달리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Blass, 1999, 2004). 1963년부터 1985년까지 Milgram 복종연구의 기본적인 절차를 따른 연구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연구의 출판년도와 복종률간의 상관계수는 .002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Blass, 1999).

생태학적 타당도

Milgram 복종연구가 처음부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이유 중 하나는 복종실험에서 드러난 현상이 현실세계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얼마나 깊은 관련을 갖는지, 즉 생태학적 타당도에 관한 것이었다. 관련 논쟁은 찬반양론으로 나누어 전개되었다. 지지하는 연구자들은 Milgram 연구결과가 개인적 요인을 압도하는 상황적 요인의 영향력, 평범한 사람들이 유대인 학살, 미라이 학살 등 집단학살과 같은 극악무도한 집단행위에 개입하게 되는 심리적 과정을 이해하는 데 기여했다고 주장했다(Bauman, 1989; Berger, 1983; Darley, 1992; Kelman & Lawrence, 1972; Miller, 1986; Miller et al., 1995). Milgram 자신은 “전체 인간의 행동은 분절화되어 있어서 누구도 사악한 행동의 수행을 결정하지 않으며 그 결과를 직면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면서 이것이 현대사회 조직화된 악의 실체라고 주장했다(Milgram, 1974/2009, p. 37). Kelman과 Lawrence(1972)는 Milgram 복종연구와 베트남전쟁에서 발생했던 미라이 학살사건에 공통적인 심리기제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 전쟁의 대의에 내키지 않으면서도 상부의 명령에 따라 학살행위에 참여했던 군인들과 상대방에게 전기충격을 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실험자의 계속하라는 지시에 따라 수행했던 실험참여자들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p. 210).

다른 한편으로, 반대하는 연구자들은 Milgram 복종연구와 집단학살과의 차이점에 주목하면서 연구결과의 일반화에 문제를 제기했다(Baumrind, 1964; Helm & Morelli 1979).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나치 독일 군인들이 Milgram의 실험참여자들과는 다르게 도덕적, 심리적 갈등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이들 대부분이 히틀러의 명령에 수동적으로 복종하거나 처벌을 피할 수 없어 억지로 복종한 것이 아니라 유대인을 혐오하고 인간이하로 취급하는 반유대주의의 영향을 받아 자발적 혹은 기꺼이 학살행위에 가담했으며, 따라서 양심의 가책이나 도덕적 갈등을 느끼지 않았다는 주장이다(Baumrind, 1964).

Russell과 Gregory(2015)에 따르면,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는 일부 비판적인 시각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연구자들이 Milgram 복종연구의 일반화가능성을 지지했으나 1990년대 중반 벌어진 Goldhagen 논쟁 이후부터는 비판적인 연구가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보았다. 101예비경찰대대 대원들의 전후기록을 근거로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학살을 집행하게 되는지를 연구한 Browning(1998)의 저서 “아주 평범한 사람들”에 대비하여, Goldhagen은 그의 저서 “히틀러의 자발적 사형집행자들(1996)”에서 수많은 잔혹행위사례를 언급하면서 그들은 단순히 명령에 복종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비판적 시각의 연구들은 2010년대 이후 Milgram 복종실험을 설명하는 대안적 이론들을 통해 이론적 근거를 확보하게 되었다.

이론적 설명

1963년 처음 발표된 Milgram의 연구는 실험참여자들이 실험자의 명령, 지시에 순응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는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는 현상을 보여줬지만 그들이 왜 복종했는가, 어떻게 그렇게 행동했는가에 대한 이론적 설명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Blass, 1992; Mandel, 1998). 그 뒤 1974년에 출판한 책에서 Milgram은 자율적 심리상태와 대비되는 “대리자적 상태(agentic state)”이라는 개념을 통해, 개인이 어떤 위계 구조 속으로 편입되고 통합되면서 그 구조 안에서 요구되는 대로 기능하게 되는 것이 복종의 심리적 기제라고 설명했다(Milgram, 1974/2009, p. 195). 이러한 설명은 Hannah Arendt(1963/2006)의 “악의 평범성” 개념, 홀로코스트는 자신의 직무에 충실했던 수많은 관료들 없이 불가능했다는 Raul Hilberg(1980)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고 여겨졌다(Blass, 1993).

Milgram의 대리자적 상태 이론은 곧 많은 비판과 논쟁을 야기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설명이 뉘른베르크 재판에 회부된 나치 고위급 관료들과 아이히만이 자신들은 명령에 따랐을 뿐 죄가 없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Mandel(1998)은 Milgram의 개념이 나치전범들에게 면죄부를 줄 뿐 아니라 피해자에게 모욕적일 수 있음을 지적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은 자신들이 짐승처럼 취급당하고 잔인하게 고문당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으며 그것은 분명히 주어진 일을 하는 것 이상이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여러 연구자들이 나치 독일 군인들은 Milgram의 실험참여자들과는 다르게 히틀러의 명령에 수동적으로 복종하거나 처벌을 피할 수 없어 억지로 복종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했다고 주장했다(Baumrind, 1964; Fenigstein, 1998). 많은 나치 독일 군인들이 유대인을 혐오하고 인간이하로 취급하는 반유대주의의 영향을 받아 자발적으로 혹은 기꺼이 학살행위에 가담했으며, 따라서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이 옳은 일을 한다고 여겼다는 것이다. Milgram 복종실험결과가 나치전범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제기된 일부 주장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잣대로 과학적 실험을 판단하는 것이므로, 이는 과학적 논쟁의 범주를 벗어난다는 심사위원의 지적이 있었음을 밝힌다.1)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주로 홀로코스트 생존자 혹은 나치독일 관련자 등의 증언을 근거로 하고 있어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더욱이 도덕적 논란이 과학적 논쟁을 왜곡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ilgram이 자신의 이론을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설계한 것이 아니라 실험을 한 뒤 그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이론을 제시했다는 사실은 그의 이론적 설명이 동어반복(tautology) 혹은 사후 설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한다(De Vos, 2009).

2010년대 이후 주요 이슈의 변화

2005-2010년부터 Milgram 복종연구에 관한 논의는 변화하기 시작하는데,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Milgram 복종실험을 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방법과 예일 대학교가 소장하고 있던 SMP자료가 있었다. 이러한 방법과 자료를 기반으로 기존 이슈에 대해 새로운 질문과 관점을 제시하는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예: Gibson, 2013; Nicholson, 2011; Perry, 2013; Russell, 2014).

새로운 방법의 재현연구와 질적 연구

2005-2010년 시기에 Milgram 복종실험을 재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사용한 연구들이 발표되었다(예: Beauvois, Courbet, & Oberle, 2012; Burger, 2009; Slater et al., 2006). Burger (2009)는 윤리규정을 통과하기 위해 몇 가지 새로운 절차를 실험에 포함시켰는데, 먼저 스크리닝 검사를 통한 심리적 스트레스에 취약한 집단을 선별하여 제외시키고, 다음으로 실험참여 동의시 실험참여자가 원하면 언제든 실험을 중단할 수 있음을 명시했다. 또한 최대 전기충격 수준을 450V에서 150V로 낮추어 실험참여자가 경험할지 모르는 잠재적인 심리적 부담을 완화시켰는데,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기존 실험결과들을 분석한 결과 일단 150V를 누른 실험참여자들의 대부분(79%)이 450V까지 계속해서 누른다는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실험자는 150V를 누른 실험참여자의 반응을 살펴서 실험참여자가 계속하려는지, 멈추려는 지를 확인한 후 실험을 끝내게 되며, 계속하려는 의향을 보인 실험참여자는 가장 높은 단계인 450V까지 누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러한 절차를 사용하여 실시한 2006년의 실험결과, 복종률은 70%였으며, 동일한 절차를 사용하여 또 다른 연구자(Doliński et al., 2017)가 실시한 2015년의 실험결과, 복종률은 90%였다. 이러한 결과들은 Milgram(1974/2009)의 실험결과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어 Milgram 연구에서 드러난 복종경향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가상현실, 몰입형 환경 등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Milgram 복종실험을 재현한 연구들이 나타났다(예: Cheetham et al., 2009; Dambrun & Vatine, 2010; Haslam, Reicher, & Millard, 2015; Slater et al., 2006). Slater 등(2006)은 가상환경을 이용해 Milgram 복종실험을 재현했는데, 실험참여자들은 가상현실 속의 인물에게 전기충격을 주도록 지시받았으며, 사람들이 가상현실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와 같이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는 기존 연구들의 결과를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실험결과, 실험참여자들이 가상현실 속 인물이 전기충격을 받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실제에서와 비슷한 생리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 관찰되었으며, 복종률은 74%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가상현실이 실제가 아니라는 명시적 지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험참여자들이 가상현실에서 경험하는 감각의 총합이 그것이 마치 현실처럼 느끼도록 암묵적 지식으로 작용하였다고 해석했다.

다른 한편으로, SMP자료를 이용한 연구들도 늘어났다(Brannigan, Nicholson, & Cherry, 2015; Nicholson, 2011; Perry, 2013). 오디오 테이프 등 질적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들은 2000년대 이전에도 있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Modigliani & Rochat, 1995). Modigliani와 Rochat(1995)는 예일 대학교가 아닌 브리지포트의 허름한 빌딩사무실에서 실시한 실험조건에 참여한 총 40명 중 자료가 확보된 36명의 오디오 테이프 자료를 활용하여 실험자와 실험참여자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실험참여자가 실험자에게 더 빨리 실험상황에 대한 의문과 설명요청, 내키지 않음, 불만족 등 저항 의사의 표현이 빠를수록 더 빨리 전기충격을 중단한 가능성이 높았다. 연구자는 실험참여자가 실험중단에 대한 확고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이고 저항 의사표시도 즉흥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그 타이밍이 빠를수록 그러한 일련의 행위를 통해 내면의 모순과 갈등을 완화하고 실험중단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p. 120).

2010년대 이후 질적 데이터에 관심이 커졌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연구들이 많아졌다(예: Gibson, 2019; Hollander, 2015; Hollander & Turowetz, 2017; Hollander & Maynard, 2016). Perry(2013)는 실험참여자 한 명에 50분가량이 소요되는 140명의 오디오 테이프 자료를 분석했으며, 실험진행상황에 대한 자료뿐만 아니라 실험 후 실시된 후속설문조사와 이에 포함된 개방형질문에 대한 응답을 분석한 연구(Nicholson, 2011)도 있었다. 질적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들은 주로 연구윤리에 대한 새로운 사실과 비판을 제기하거나(Brannigan et al., 2015; Nicholson, 2011; Perry, 2013), 실험진행상황에서 일어난 집단상호작용에 초점을 두어 복종의 심리적 기제와 과정에 관한 새로운 접근과 이론적 설명을 제시하는 데 기여했다(Gibson, 2022; Hollander & Turowetz, 2017).

연구윤리의 재조명

SMP자료를 기반으로 연구윤리에 관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는데, 그 중 하나는 사후보고에 대한 것이었다. 몇몇 연구자들(Nicholson, 2011; Perry, 2013)에 따르면 Milgram 복종실험에 참여한 모든 실험참여자가 실험이 끝난 직후 사후보고를 받았다는 Milgram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사후보고를 받은 경우에도 전기충격이 가짜였다는 중요한 내용이 빠져있었다. SMP자료와 Milgram의 실험조교와의 인터뷰를 통해 Perry(2013)는 Milgram이 의도적으로 이같은 내용을 숨겼으며, 이는 실험에 참여할지 모르는 잠재적 실험참여자들이 실험의 진짜 목적을 알게 될 경우 제대로 된 실험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서였다고 추정했다. 실험참여자들이 실험의 진짜 목적에 대해 알게 된 것은 Milgram이 계획한 모든 실험이 끝난 뒤 추후 설문지와 함께 받은 문서로 된 보고서로부터였다.

이러한 불충분한 혹은 부적절한 사후보고는 실험참여자가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받은 심리적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완화시키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SMP자료를 근거로 Nicholson(2011)은 몇몇 심각한 사례들을 찾아냈는데, 그 중 한 실험참여자는 자신이 다른 사람을 전기충격으로 죽였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으로 인해 무척 괴로웠다고 말했으며, 또 다른 실험참여자는 실험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미한 심장마비를 경험했다고 언급했다. 자료를 분석한 연구자들은 실험참여자들이 경험한 스트레스가 심각하지 않으며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는 Milgram의 주장과는 다르게 많은 실험참여자들이 심리적 트라우마를 경험했으며,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되기도 했음을 밝혔다(Brannigan et al., 2015; Nicholson, 2011; Perry, 2013).

이와 같은 연구윤리적인 측면 외에도 그동안 미출판되었던 자료 등을 분석한 여러 연구자들(Gibson, 2013; Perry, 2013; Russell & Gregory, 2011)은 Milgram 복종실험이 잘 계획되고 통제된 과학적 실험이 아니라 높은 복종률이라는 연구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그때그때 다르게 대처하며 정해진 절차를 바꾸는 등, 방법론적 측면에서의 중요한 오류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실험참여자가 실험을 그만두기를 원할 경우 “계속 진행하십시오.” 등 4번의 정해진 멘트를 한 뒤, 그래도 중단을 원할 경우 실험을 중단하게 되어있는데, 실제로는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응답하거나 4번이 아니라 25번까지 전기충격을 부추기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SMP자료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Perry(2013)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실험내용과 실제 실험진행상황을 녹음한 내용과는 큰 차이가 있으며, 연구자가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실험절차 곳곳에 개입했다고 결론지었다.

대안적 이론과 접근

SMP자료와 새로운 재현연구방법을 이용하여 연구자들이 Milgram 복종연구를 재현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가설을 설정하고 검증할 수 있게 되었다. Haslam, Reicher와 동료들(Haslam, Reicher, & Birney, 2014; Haslam, Reicher, & Millard, 2015; Haslam et al., 2015)은 Milgram 복종실험의 실험참여자들이 맹목적으로 혹은 무분별하게 실험자의 권위에 복종한 것이 아니라 실험의 목적과 실험자의 리더십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심리적 과정, 즉 “참여적 팔로워십”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이들 연구자는 사회정체성이론(Tajfel & Turner, 1979; Turner, 1975)에 기반하여 복종기제의 주된 동력이 실험자 혹은 실험자로 대표되는 과학의 권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험참여자에게 있으며, 실험참여자 내면에서 상충하는 두 가지 힘, 즉 실험자로 대표되는 과학의 권위와 고통 받는 타인으로 대표되는 도덕 공동체 중 어느 쪽에 자신을 동일시하는가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내세운 주장의 근거 중 하나는 실험자가 실험참여자를 부추기는 데 사용한 네 가지 멘트 중 가장 명령에 가깝다고 여겨지는 멘트(“당신에게는 선택권이 없습니다. 반드시 계속해야합니다.”)가 실제로 실험참여자로 하여금 전기충격스위치를 계속 누르게 하는 데 효과가 없었던 반면, 실험의 대의를 일깨우는 멘트(“실험이 진행되려면 당신이 계속해야합니다.”)가 더 효과적이었다는 것이다(Caspar et al., 2018; Haslam et al., 2014). 또 다른 근거는 Milgram 복종실험이 끝난 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실시된 설문조사와 응답을 분석한 결과, 실험참여자들 대부분이 “실험에 참여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매우 흥미롭고 가치있는 실험이었다.” 등 실험참여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하고 실험의 과학적 목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이와 같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동일시가 심리적 갈등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역할을 했으며, 이러한 증거가 상황적 압력, 권위자의 명령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수동적인 대리인(agent)이 아닌 상황을 어떻게든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받아들이려는 참여적 추종자(engaged follower)에 더 부합하다고 주장했다(Haslam et al., 2015).

참여적 팔로워십에 대한 비판적인 연구도 등장했다(Hollander & Turowetz, 2017, 2018). Hollander와 Turowetz(2017)는 실험직후 실시된 인터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참여적 팔로워십 이론에서 예측하는 바와 같이 실험참여자가 자신의 행위를 과학의 대의와 동일시해서 설명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반면, 복종했던 실험참여자 중 72%가 자신이 준 전기충격으로 상대방이 해를 입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했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상대방이 해를 입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다양했는데, 실험참여자는 1) 누구도 해를 입지 않는다는 실험자의 말을 신뢰하거나 2) 전기충격을 받은 사람이 과잉반응했다고 생각하거나 3) 실험자체에 의문이 들어서 그렇게 생각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증거를 기반하여 이들 연구자들은 참여적 팔로워십 이론 외에도 다양한 심리적 기제와 과정이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Hollander & Turowetz, 2017, 2018).

여러 가지 비판에도 불구하고 참여적 팔로워십은 현재 Milgram의 대리자적 상태 이론을 대체하는 가장 우세한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다(Gibson, 2019). 권위에 대한 복종이라는 하나의 프레임으로 보는 대리자적 상태 이론과 달리 두 가지 프레임간의 대립구조, 즉 실험과 실험자가 대표하는 과학적 대의에 대한 동일시와 무고하게 고통받는 타인에 대한 동일시로 현상을 설명함으로써 좀 더 확장성있고 설득력있는 이론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론적 모델 외에도 주요 개념(권위, 복종, 책임 등)에 대한 연구도 증가했다(예: Burger, 2014; Caspar et al., 2018; Gibson, 2013). Gibson(2013)은 권위 개념을 사회구조적 맥락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기충격을 주는 복종행위를 이끌어내는 데 실험자의 네 가지 멘트 중 직접적인 명령이 비효과적이었다는 점, 실험자의 직접적인 개입과 명령은 실험참여자가 아무런 저항없이 복종했을 경우에는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권위 개념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Milgram 복종실험의 실험참여자들이 전기충격을 가한 행위를 실험자의 직접적인 명령이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보다 과학, 과학자, 예일 대학교 등 실험상황을 둘러싼 더 복잡한 사회구조적 맥락 속에서 파악해야한다는 것이다. 또한 Russell과 Gregory (2015)는 전기충격기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여, 전기충격기가 관료주의와 과학기술이 결합된 현대사회의 시스템을 표상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연구자는 전기충격기가 실험참여자로 하여금 자신과 자신의 행위와 분리시키면서 자신의 행위의 결과, 즉 자신이 타인에게 해를 입힌다는 사실로부터 발생하는 긴장을 감소시켰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 대안적인 접근과 다양한 분석기법이 제시되었다. 몇몇 연구자(Gibson, 2014, 2019; Hollander & Maynard, 2016)는 Milgram 복종실험 관련 논의의 대부분이 복종률, 즉 복종했는지의 여부에 초점을 두고 단일차원으로 편향되어있음을 지적하면서 그동안 간과됐던 저항, 불복종의 차원에서 접근해야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Gibson(2019)은 복종실험은 권위에 복종하는 것과 동시에 권위에 저항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며, 실험자와 실험참여자의 상호작용은 강압이라기보다 설득과 논쟁의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전제하에 그는 사회구성주의 관점에서 수사심리학(rhetorical psychology: Billig, 1996) 기법을 제안했다.

Hollander와 Maynard(2016)는 언어적, 비언어적 행동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대화분석(conversation analysis: Maynard, 2013)을 통해 복종과 저항행위가 구체화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분석결과 효과적으로 저항했던 실험참여자들은 두 가지 논지를 사용했다. 첫째, 실험참여자는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의 논지로 전기충격을 받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을 표현하며 이를 이용해 저항행위를 구체화했으며, 둘째 전기충격을 받는 사람의 결정권을 존중하는 논지를 이용하여 실험자로 하여금 전기충격을 받는 사람이 실험을 계속하기를 원하는 지를 확인하기를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방식으로 실험중단을 정당화했다.

Caspar 등(2016)은 의도결합효과(intentional binding effect: Haggard et al., 2002)를 이용한 암묵적 측정방식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기충격을 줘야하는 강압적 조건에서 실험참여자가 자신의 행위를 어떻게 경험하는지 살펴보았다. 분석결과, 그와 같은 조건에서 실험참여자는 자신이 행위를 하고 있다는 감각, 즉 자기 행위 감각(sense of agency) 혹은 자발적인 행위의식이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실험직후 자신이 한 행위에 대한 책임감을 묻는 설문조사 분석결과, 강압적 조건의 실험참여자들이 자신의 선택권이 있었던 조건의 실험참여자들에 비해 자신의 행위에 대한 더 낮은 책임감을 보고했다. 이들 연구자는 이러한 결과가 Milgram의 대리자적 상태 이론을 지지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소결

2010년대 이후 SMP자료를 활용한 연구들(Nicholson, 2011; Perry, 2013)로 인해 새로운 증거가 드러나면서 연구윤리에 관한 논란은 줄어들기보다 오히려 커졌다. 실험참여자 중 일부가 그로 인해 장기간 트라우마를 겪었고, 실험자가 실험에 과도하게 개입한 사례가 발견되면서, 연구윤리의 문제는 연구결과의 신뢰성 문제로까지 확대되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새로운 재현방법을 활용한 연구들이 1960년대 실시한 Milgram 실험에서의 복종률과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는 결과를 보여주었고, 이는 연구윤리 논란과는 별도로 Milgram 실험결과 자체는 신뢰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Milgram 실험에 관한 최근 연구는 어떤 새로운 정보를 제시하는가? 양적, 질적 자료를 토대로 새로운 이론적 설명과 분석이 제시되었다. 대표적으로, 참여적 팔로워십 이론이 제안되었으며, 권위와 같은 주요 개념과 요인을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해석하고 확장하는 연구들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이론과 주장은 주로 SMP 자료 등 Milgram 실험자료에 근거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새로운 재현방법을 이용하여 충분한 경험적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의 시사점

현재까지 지속되는 비판과 논란에도 불구하고 Milgram 복종연구에 대한 논의는 관련연구들에 의해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 특히 최근 연구들에 의한 이론적, 경험적 성과는 Milgram 복종연구에서 드러난 현상이 단순한 명령에 따른 복종이라기보다 사회구조적 맥락과 권위자와의 관계, 공감, 책임감의 분산 등 다양한 심리적 요인과 기제가 복합적으로 개입되어 나타난 것임을 보여주었고, 이는 복종현상이 강력한 명령체계 혹은 권위주의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위계가 존재하는 사회구조, 즉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팬데믹과 기후위기와 같은 집단적 위기상황에서 복종 현상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집단적 위기는 집단적 행동을 요구하고, 사람들은 정부나 전문가의 권위, 리더십에 의존하게 된다.

팬데믹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심리적 요인 중 하나는 불확실성이다(Levine et al., 2023; Nitschke et al., 2021; Wu et al., 2022).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흔히 권위에 의존하여 행동을 결정하며, 여기서 권위는 자신이 동일시하는 내집단에서 인정하는 권위를 의미한다. 그러한 권위 혹은 리더십이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때의 문제점을 Milgram은 지적했으나, 합법적이고 정당한 권위, 리더십에 따르는 복종행위는 오히려 바람직하다(Ent & Baumeister, 2014). 특히 집단차원에서의 복종은 집단 내 조화와 통합에 기여하며 어떤 집단행동이 요구될 때 불필요한 희생과 혼란을 줄이는 데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Reicher와 Stott(2020)는 복종에 관한 참여적 팔로워십 모델을 이용하여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여러 나라에서 벌어진 질서 혹은 무질서의 사례를 설명했다. Milgram 복종연구의 권위의 개념을 확장하여 리더십의 특성, 절차적 정의, 역사적 맥락, 세 가지 요인을 제시하고, 이러한 요인들이 위기상황에서 공유된 정체성을 형성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데 중요하며, 다른 한편으로 이런 요인들이 결핍되었을 때 정부조치에 대한 거부, 반대시위 등 무질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 Donald Trump 대통령을 잘못된 리더십의 예로 들면서,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이 연방정부의 조치와는 별개로 자신들의 주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조치를 취한 것에 반발하는 시위가 일어났을 때, Trump 대통령이 시위자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행위가 혼란과 무질서를 가중시켰다고 주장했다. 즉 국민전체를 아우르는 포용적, 통합적 리더십이 발휘되지 못하고 대통령의 리더십과 주지사의 리더십이 충돌하면서 사회혼란이 심화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Milgram 복종실험상황에 비해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다수, 다층의 권위와 리더십이 공존하며, 정당한 리더십과 그렇지 못한 리더십이 공존한다. 또한 Milgram 복종연구에서 비합리적 권위와 도덕 공동체가 단일차원에서 존재했지만, 현실에서는 각각의 차원에서 존재할 수 있다. Stevenson 등(2021)은 영국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코로나상황에서 지역사회 공동체와의 동일시가 코로나 정부정책 순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였는데, 분석결과 자신을 지역사회 일원으로 더 강하게 동일시할수록 코로나 기간 중 사회적 거리두기 등 봉쇄지침을 더 철저하게 지켰다고 응답했다.

그렇다면 만약 사람들이 위기상황에서 어떠한 리더십, 어떠한 공동체도 동일시하지 않게 되면 어떻게 될까? 즉 어떠한 권위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 어떠한 집단규범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각자가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게 될까? 그런 진공적인 상태를 설정하기는 어렵지만 짐작해볼 수 있는 근거가 있다. Wu 등(2022)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과 연관된 불확실성을 상기시킨 실험참여자들의 경우 장기적이면서 더 큰 이익과 즉각적이면서 더 작은 이익 중에서 후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자신의 행위가 타인의 고통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Milgram 복종실험에서와 달리 자신의 행위의 결과가 어떻게 내집단 또는 공공의 이익과 연결되는지, 자신의 속한 집단구성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개인은 미래 공공의 이익보다는 현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집단적, 사회적 차원에서 무질서와 혼란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관련해서 정부의 리더십과 함께 주목해야할 요인은 과학자, 전문가의 역할이다. 실험자로 대표되는 과학의 권위에 대한 복종경향은 1963년 발표된 Milgram 실험에서도 알 수 있지만, 1974년 출간된 책에 포함된 18개 실험조건 중 하나에서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Milgram, 1974/2009, p. 146). 해당 조건에서 실험자는 하얀색 가운을 입은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이었고 복종률은 20%로 낮아졌다. 최근의 연구(Birney et al., 2023)는 과학의 권위를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신경과학(더 전형적인 과학)과 사회과학(덜 전형적인 과학)으로 구분하여 실험했는데, 결과는 더 전형적인 과학 조건에서 복종률이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정부와 보건 당국은 대중이 정치지도자, 과학자 등 권위적인 위치에 있는 인물의 권고를 복종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이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따라 권고의 시기와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또한, 국민은 그들의 판단과 의사결정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필요한 절차적 정의와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

이처럼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드러난 리더십과 권위의 역학은 기후위기에도 적용될 수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커져감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대응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이 기휘위기를 대응하는 데도 불확실성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기후위기가 다른 위기(예: 전쟁, 테러, 자연재해)에 비해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인지가 어렵고, 다른 사회적, 환경적 요인들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Burrows et al., 2023: Constantino & Weber, 2021).

Worthy(2014)는 기후위기와 Milgram 복종연구의 유사성을 지적하면서, 잘 알려져 있지 않는 Milgram의 실험조건 몇 가지를 언급했다. 하나는 사전실험으로 실시되었는데, 이는 전기충격을 받는 사람으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는 조건이었으며, 실험결과 거의 100%의 실험참여자가 최대수준의 전기충격을 주었다. 또 하나는 전기충격을 받는 사람이 자신의 친구인 조건이었는데, 이 경우 15%의 실험참여자가 최대수준의 전기충격을 주겠다고 동의했다. 이러한 결과들을 토대로 고통받는 타인이 직접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때, 즉 자신의 행위결과가 물리적, 심리적으로 인지되지 않을 경우 복종률이 높아진다고 추론하면서, 기후위기의 최대 피해자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 멀리 떨어져 있는 미래세대임을 지적했다. Worthy는 이를 ‘현상적 분리(phenomenal dissociation)’라고 일컬으며 사람들이 자신이 하는 일상행동의 결과에 대한 즉각적이고 감각적인 교감이 결여된 삶을 살고 있으며, 그로 인해 자연과 사회를 체계적으로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Russell과 Bolton(2019)은 Milgram 실험의 실험자와 화석연료 업계, 실험의 과학적 대의와 화석연료가 기여하는 경제성장의 이념, 전기충격받는 희생자와 기후위기의 희생자 간의 유사점을 지적했다. 또한 15-450V까지 표시되어있는 전기충격기의 스위치로 상징되는 관료주의와 과학기술이 책임의 모호성을 증대시키고, 각각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맡은 역할과 기능을 기계적으로 수행하도록 부추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어떤 해결책이 존재할까? 다수의 연구자들이 국가와 민족을 초월하는 상위차원의 포괄적 집단정체성 또는 친환경 태도와 행동과 밀접한 집단정체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예: Batalha & Reynolds, 2012; Fielding & Hornsey, 2016). Batalha와 Reynolds(2012)는 지구시민과 같은 상위차원의 집단정체성이 형성되고 효과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미 강력하게 형성되어 있는 국가나 민족정체성과 같은 하위차원의 집단정체성을 포괄하는 것이 중요하며, 하위 집단정체성이 온전하게 유지되는 상태에서 상위 집단정체성이 형성돼야한다고 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한 국가가 다른 국가보다 더 강한 목소리를 가져서는 안되며, 모든 국가가 의사결정과정에 평등한 자격으로 참여하는 절차적 정의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상위차원의 집단정체성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기후정의, 기후불평등, 취약집단, 인권 등의 이슈가 함께 다루어져야하며, 이와 관련된 다양한 학제적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Fielding과 Hornsey(2016)는 이러한 상위차원의 집단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전통적 형태의 집단행동인 집회나 시위를 통해 자신과 동일한 신념과 가치를 가진 사람들과 직접 접촉하면서 연대감과 정체성을 키웠다면, 디지털 미디어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조직되고 물리적 접촉 없이 활동하면서 때로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의 청중들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전달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형성되는 집단정체성이 전통적 형태의 집단정체성과 어떻게 다른지, 기후위기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결론: 한계와 방향

Milgram의 복종연구는 Kurt Lewin(1947)의 전통 하에서 Asch의 동조실험, Zimbardo의 스탠포드 감옥실험, Janis의 집단사고연구 등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들 연구자들은 개인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강조하며, 특히 변화를 중시했는데, 변화의 초점은 개인보다 환경이었다. Asch(1951)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을 경우 동조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발견했고, Janis(1972)는 집단토론에서 반대의견을 내는 사람을 포함시키면 편향과 오류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Milgram (1974/2009) 역시 우리에게 잘 알려진 65% 복종률의 실험 외에도 기본 실험조건을 다양하게 변형시키면서 복종률 0-100%로 달라지는 것을 관찰했다.

최근 연구들은 복종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확장시켰지만, 주로 개인심리적 차원에 집중되어 있다. 우리는 여전히 복종을 유발하는 상황과 조건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다. 더 중요한 것은 Milgram 복종실험에 대한 새로운 연구들이 늘어가고 있으나, 역설적으로 Milgram으로 하여금 복종실험을 잉태시킨 연구자로서의 자세와 정신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홀로코스트의 발생원인으로서 복종이라는 심리적 기제에 주목하고, 자신이 생각한 복종의 핵심요인들로 짜여진 실험실상황을 창의적으로 설계했다. 이는 Asch의 실험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었지만, 그보다 더 큰 영감은 현실에서 얻은 것이었다. 앞으로 Milgram의 다양한 실험조건과 상황적 요인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그가 고안한 실험조건 외에 새로운 조건을 포함한 연구, 더 나아가 자신만의 이론에 기초한 변인들로 구성된 실험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연구자들이 필요하다.

본 논문은 Milgram 복종연구에 관해 상당한 양의 연구를 개관하였으나, 주로 사회심리학 분야에 국한되어 있으며, 복종과 관련이 있는 다른 학문분야(예: 조직심리학, 조직행동학, 사회학, 정치학 등)의 연구를 거의 반영하지 못했다. 특히 최근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관련된 디지털 권위주의, 기술관료주의 등에 관한 연구들은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제한하는 사회구조적 요인에 대한 통찰과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와 관련된 사회심리학 연구들이 필요하다.

1) Milgram 복종실험결과가 나치전범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관점에서 제기된 일부 주장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의 잣대로 과학적 실험을 판단하는 것이므로, 이는 과학적 논쟁의 범주를 벗어난다는 심사위원의 지적이 있었음을 밝힌다.

Ack

이 논문은 2023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23S1A5B5A16077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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