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표현은 개인의 내면세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사회적 상호작용을 조율하는 핵심 기능을 한다. 정서는 단순한 생리적 반응이 아니라 개인의 욕구와 가치, 경험의 본질을 반영하는 중요한 정보원이기 때문에, 이를 정확히 인식하고 표현하며 수용할 수 있을 때 심리적 회복이 촉진되며(Greenberg, 2011) 정신건강의 기반을 형성한다.

그러나 정서를 표현하는 능력에는 개인차가 존재하며, 이러한 차이는 발달 과정에서의 정서 사회화 경험에 크게 영향받는다. 부모나 또래로부터 정서를 어떻게 인식하고 조절하며 표현하는지를 학습하는 과정은 개인의 감정 표현 방식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며(Denham et al., 2007), 이러한 학습은 문화적 규범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Matsumoto et al., 2008). 특히 최근의 연구들은 정서표현 능력이 단순한 의사소통 기술이 아니라, 정서표현의 필요성과 그 결과에 대한 개인의 신념에 의해 복합적으로 형성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컨대 강렬한 슬픔이나 분노를 경험했을 때, 이를 타인에게 표현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은 상대가 공감하고 지지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반면, 상대가 정서표현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거나, 정서표현이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믿는다면, 표현은 억제될 가능성이 크다.

정서표현신념은 정서표현의 기능과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해 개인이 지닌 신념을 의미한다(최해연 & 민경환, 2005). 정서표현신념은 개인이 정서를 어떻게 인식하고 표현하는지를 결정짓는 심리적 기반으로, 정서조절의 방식과 능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심리적 요인으로 간주되며(Manser et al., 2012), 이는 심리적 적응뿐만 아니라 신체적 적응에도 폭넓은 영향을 미친다. 정서표현에 대해 부정적인 신념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정서를 적절하게 수용하거나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경험하기 쉽고, 이로 인하여 정서를 억제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정서 억제는 자기에 대한 자각과 정서적 이해를 지연시키며, 결과적으로 조절 과정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서표현에 대한 부정적 신념은 정서 인식 저하, 정서조절 곤란과 연관되어 우울과 불안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최해연 & 민경환, 2005). 부정적인 감정이 수용될 수 없다는 신념은 감정 표현에 대한 회피 전략을 강화하고 자기연민을 감소시켜 심리적 부적응과 관련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Brooks et al., 2017). 또한 임상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부정적 정서신념이 높은 프로파일에서 정서조절 곤란과 정서적 고통이 높고, 스트레스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Mazidi et al., 2025).

정서표현신념은 개인의 심리적 적응뿐 아니라 신체적 건강에도 밀접한 관련성을 나타내었다. 만성피로증후군을 경험하는 개인은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거나 표현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믿는 경향을 보였으며(Brooks et al., 2017), 과민성대장증후군을 가진 집단에서도 또한 감정을 억누르고 표현하지 않는 특성을 나타냈다. 이들은 감정 표현이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믿음, 타인의 거절에 대한 두려움, 또는 타인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감정을 억제한다고 보고되었다(Sibelli et al., 2017). 나아가 정서를 언어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개인은 부적절한 정서조절 전략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며, 이러한 조절의 실패는 약물중독, 섭식장애, 신체화 증상 등 다양한 심리적․신체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이 보고되었다(Dolhanty & Greenberg, 2009; Giardini & Frese, 2006).

정서표현신념이 심리적․신체적으로 복합적인 영향을 미쳐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이 신체화일 수 있다. 즉, 정서가 적절히 인식되거나 표현되지 못하고 내적 긴장이 축적되면서, 그 결과가 신체적 증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신체화는 의학적으로는 원인을 알기 어려운 신체 불편감과 증상들을 경험하고 그것을 타인에게 호소하는 경향 즉, 자신의 정서적 어려움이나 사회․심리적 갈등을 신체 증상으로 경험하고 표현하며 의사소통하는 방식이다(Kirmayer, 2001; Lipowski, 1988). 일반적으로 신체화의 증상은 만성피로, 두통, 소화 장애, 어지러움, 성기능 장애, 불면증, 심혈관계 증상 등 다양하고 광범위한 형태로 나타난다(민성길, 2015).

신체화에 관한 연구는 정서나 인지적 특성, 스트레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다양한 요인과 함께 이루어져 왔고, 그중에서도 부정적 정서와의 관련성은 핵심 변수로 꾸준히 주목받아 왔다(강혜자, 2000; 신현균, 2006; 최성일 외, 2001; Garber et al., 1991). 이후 단순한 부정적 정서의 존재보다 자신의 감정을 과도하게 억제하는 경향이 신체화 증상을 더 빈번하게 경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이해되었고(Singer, 1995), 최근 연구들은 정서에 대한 부정적 신념이 정서조절 전략의 선택과 실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이러한 정서조절의 어려움이 신체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박가현 외, 2020; 서성민 & 권석만, 2016; 신재은, 2021; Leahy, 2002; Manser et al., 2012; Rimes & Chalder, 2010; Surawy et al., 1995; Woolfolk & Allen, 2007). 신체화는 단순히 ‘신체에 문제가 없는데 아프다’라는 것이 아니라 심리와 신체의 상호작용 속에서 발생하는 복합적인 증상으로, 정서표현신념, 정서표현양식, 정서조절 등의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작용하는 구조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신체화는 신체적 증상을 통해 정서를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정서의 경험과 표현이 사회․문화적 맥락에 깊이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인의 정서표현신념이 신체화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의의를 지닌다. 현대 한국 사회는 산업화, 세계화, 개인주의적 가치의 유입 등으로 인해 문화 및 정서표현 양식의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문화심리학적 연구들은 정서표현에 관한 전통적 규범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양정은 & 이재원, 2020). 비서구권의 집단주의 문화에서는 심리적 문제보다 신체적 문제에 대해 사회적 허용성이 더 높은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문화적 특성은 심리적 고통을 신체 증상으로 표현하는 경향성으로 이어진다(Gopalkrishnan, 2018; Mumford, 1993). 즉, 개인이 자신의 감정을 직접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거나 사회적으로 수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 속에서, 경험한 정서를 그대로 표현하기보다 그와 동반되는 생리적 반응을 신체화 증상으로 드러내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신현균, 2003). 정서표현신념과 신체화의 관련성은 학술적․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므로, 이에 관한 실증적 연구가 축적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아가, 정서표현신념이 신체화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어떠한 심리적 요인들이 작용하는지를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규명할 필요가 있다.

우선, 정서표현신념이 즉각적으로 유발하는 반응의 특성을 더욱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 선행연구에서는 부정적인 정서표현신념이 감정의 억제와 회피를 증가시키며, 이러한 과도한 감정 억제가 신체화 증상과 관련된다고 보고하고 있다(서성민 & 권석만, 2016; Rimes & Chalder, 2010; Singer, 1995). 본 연구는 정서표현신념이 초래하는 억제의 특성을 보다 명료하게 밝히고자 한다. 즉, 정서표현에 대한 부정적 신념이 단순히 정서를 억제하는 수준을 넘어, 정서표현 자체를 갈등적으로 경험하며 억제하게 만드는 특성을 유발하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정서표현의 부정적 결과가 학습되어 형성된 이러한 신념은 정서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와 억제하려는 욕구 간의 충돌인 내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King과 Emmons(1990)는 정서표현양가성으로 설명하였다. 이는 정서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와 사회적 기준이나 내면화된 목표에 따라 이를 억제하려는 욕구 사이의 갈등을 의미한다. 여러 연구자는 단순한 정서표현 억제보다 이와 같은 내적인 갈등상태가 더 심각한 심리적 긴장과 고통을 초래한다고 보았다. 정서표현 욕구를 억누르는 내적 갈등 과정은 자율신경계의 각성 반응을 초래하고 이와 같은 상태가 만성적으로 유지될 경우 면역력 저하, 근육 긴장 지속 등의 신체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이승미 & 오경자, 2006; 이지수 외, 2018; Pennebaker, 1985). 실제로 정서 경험과 표현에 대해 경직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은 사회적 상황에서 표현 욕구와 내면화된 신념 사이의 불일치로 인해 갈등 수준이 높아지며, 이로 인한 심리적 및 신체적 부적응을 겪는다(노지영 & 정윤경, 2010; 최해연 외, 2008). 정서표현신념이 부정적일수록, 개인은 정서를 표현해야 한다는 욕구와 표현에 대한 두려움 또는 거부감 사이에서 갈등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정서표현양가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서표현양가성은 정서의 인식과 표현을 방해함으로써 그 결과 정서적 긴장이 해소되지 못하며, 오히려 갈등으로 인해 고조된 신체 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 이렇게 심리적 관점에서 명료하게 인식되고, 해석되지 못한 강렬한 신체 반응은 신체화(somatization)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요컨대, 본 연구에서는 정서표현신념은 단순한 정서의 억제가 아니라 정서표현양가성을 초래할 것이며, 정서표현에 대한 갈등과 억제는 신체화로 이어진다는 매개 가설을 제안한다.

더불어 본 연구에서는 정서표현신념과 정서표현양가성의 관계에서, 주의력조절의 역할을 함께 검토하고자 한다. 정서표현신념이 부정적일 경우, 개인은 정서표현에 대해 갈등하고 억제하며, 이는 부정정서를 더욱 강렬하게 경험할 수 있다(신재은 & 현명호, 2019; 최해연 외, 2008; Rimes & Chalder, 2010). 또한 강도 높은 부정적 정서는 신체화의 선행변인으로 알려져 있다(신현균, 2006; Garber et al., 1991). 이처럼 정서적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주의력조절은 핵심적 정서조절 과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의력조절은 자기조절의 한 측면으로, 필요에 따라 주의를 전환하거나 집중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이는 정서 자극에 대한 민감성과 반응 강도를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부정적 정서와 관련된 신경생리학적 반응을 조절하는 데에도 기여한다(문영경, 2022; Gross, 1998; Joormann & D'Avanzato, 2010). 실제로 주의력조절이 행동 억제 및 불안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되었다(Saulnier et al., 2021; White et al., 2011). 이러한 능력은 부정적 정서로 인한 고통을 완화시키고,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도 목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즉, 주의력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 부정적 정서를 경험하더라도 이에 압도되지 않고, 목표 지향적 행동을 지속할 수 있다. 주의력조절이 높은 개인은 부정적 자극에 주의가 고착되지 않게 긍정적 자극으로 주의를 전환하여 부정적 정서를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다(이강희 외, 2009; Bardeen et al., 2020; Morillas-Romero et al., 2015). 반면, 주의를 비효율적으로 조절하는 개인은 부정적인 정보에 대한 주의 억제나 새로운 정보로의 주의 전환에 어려움을 겪으며(육근영, 2016), 이로 인해 심리적 고통이 증가할 수 있다(김효주 & 이주영, 2020). 정서적 고통 상황에서 주의를 적절히 전환하여 고통을 완화하고, 상황에 맞게 대처하는 것은 정서조절의 핵심적 요소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주의력조절은 정서조절의 핵심 요소로서 정서표현신념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서표현신념으로 인해 정서적 자극을 적절히 처리하지 못하는 개인이 주의력조절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면, 정서적 고통을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해 신체화와 같은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부정적인 정서표현신념으로 인해 자신의 경험에 충분히 접촉하지 못하는 동시에, 정서조절과 문제해결에 필요한 주의 배분 능력까지 저하되어 있다면, 정서적 상황을 회피하거나 부정적 자극 및 내적 경험에 과도하게 주의를 고정하게 되어 정서표현양가성과 신체화에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 반면, 유연한 주의력조절은 정서조절을 촉진하여 정서표현신념이 초래하는 정서표현과 관련된 내적 갈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실제로 부정적 상위인지 신념은 주의 집중과 부적 상관을 보였으며(Spada et al., 2010), 특정한 부적응적 사고 패턴이 우울, 불안, 스트레스에 영향을 미칠 때 주의력조절이 이러한 경향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Fergus et al., 2012).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정서표현신념과 주의력조절 간의 상호작용은 정서적 취약성과 신체화 경향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러한 관점은 상위인지이론(Metacognitive Theory)의 틀에서 더욱 체계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 이론은 심리적 문제의 근원을 개인의 사고 과정에서 찾으며, 정서 경험을 좌우하는 역동적인 인지 과정을 살펴볼 것을 제안한다(Fisher & Wells, 2009). 상위인지는 상위인지지식(metacognitive knowledge)과 상위인지조절(metacognitive regulation)로 구분되는데(임경희, 2003), 전자는 개인이 자신의 인지, 내부 상태, 대처 전략에 대해 갖는 신념과 평가로서 정서적 취약성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반면 후자는 주의 이동이나 배분과 같은 실행 기능을 포함하며, 부정적 정서 반응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Matthews et al., 1999; Wells & Papageorgiou, 1998). 주의력조절은 최근 연구에서 부적응적 정서 반응을 완화하는 보호요인으로 제시되고 있다(Reinholdt-Dunne et al., 2019; Saulnier et al., 2021). 상위인지치료에서는 정서문제 개선을 위하여 부적응적인 상위인지 신념을 수정하고 조절 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김헌수, 2006). 상위인지이론이 임상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위인지지식과 상위인지조절이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는 정서표현신념이 정서표현양가성을 매개로 신체화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고, 이 과정에서 주의력조절이 완충적 역할을 하는지 검토하고자 한다. 즉, 정서표현에 대한 부정적 신념이 강할수록 정서를 표현하려는 욕구와 이를 억제하려는 경향 간의 갈등이 심화되어 신체화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며, 주의력조절 능력이 높을 경우 이러한 부정적 영향이 완화될 수 있다는 가설을 설정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정서표현신념, 정서표현양가성, 주의력조절, 신체화 간의 관계를 경험적으로 검토함으로써, 신체화의 선행 심리과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방 법

연구참가자 및 절차

본 연구는 국내 만 20세 이상 59세 이하의 성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실시되었다. 연구는 대학의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22-1-R-11) 후 진행되었으며, 연구참가자들은 연구에 대한 설명을 읽고 동의서 작성 후 자발적으로 참여하였다. 조절된 매개모형의 표본수에 관한 선행 연구(Ng et al., 2024)에서 제시한 권장 범위에 따라 총 300명의 온라인 설문자료를 수집하였다. 이 중 불성실 응답으로 판단된 4명의 자료를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296명의 자료가 분석되었다. 연구참가자는 남성 149명(50.3%), 여성 147명(49.7%)이었다. 평균 연령은 40.46세(SD=10.14)로 20대 60명(20.3%), 30대 67명(22.6%), 40대 101명(34.1%), 50대 68명(23.0%)이었다. 결혼 상태는 미혼 135명(45.6%), 기혼 148명(50.0%), 기타(이혼, 사별 등) 13명(4.4%)이었다.

측정도구

정서표현신념(Belief about Emotional Expression)

최해연과 민경환(2005)이 개발한 척도로 정서표현의 기능 또는 표현의 결과에 대한 부정적인 기대나 믿음을 측정한다. 척도는 총 11문항이며 도구․관습적 신념 요인 6문항과 관계․정서적 신념 요인 5문항으로 구성되었다. 도구․관습적 신념은 정서를 표현하는 것이 나약하거나 합리적이지 않다는 사회적 관습적 기대를 반영, 관계․정서적 신념은 정서표현이 대인관계에서 부정적인 작용을 할 것이라는 기대 및 정서표현을 통한 정서적 보상은 얻지 못한다는 기대를 반영한다. 두 하위차원 간의 상관은 (r=.75, p<.01)이며, 전체 점수가 높을수록 정서를 표현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신념이 강한 것을 의미한다. 각 문항은 5점 Likert 척도(1=전혀 그렇지 않다, 5=매우 그렇다)로 응답하며, 척도 총점은 11문항의 평균으로 산출하였다. 최해연과 민경환(2005)의 연구에서 전체 내적 합치도(Cronbach’s α)는 .91이었고, 본 연구에서는 .89이었다.

정서표현양가성(Ambivalence over Emotional Expressiveness Questionnaire-Korean version)

King과 Emmons(1990)가 개발하였고, 최해연과 민경환(2007)이 번안 및 타당화한 척도로, 정서표현에 대하여 갈등하고 억압하는 성향을 측정한다. 척도는 총 21문항이며 정서표현에 대한 불능감 및 정서표현의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반영하는 자기방어적 요인 13문항과 인상관리 및 관계적 측면을 고려한 행동 통제를 반영한 관계관여적 요인 8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하위차원 간의 상관은 (r=.69, p<.01)이며, 전체 점수가 높을수록 정서표현에 대한 양가성 정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 문항은 5점 Likert 척도(1=전혀 그렇지 않다, 5=매우 그렇다)로 응답하고, 척도 총점은 21문항의 평균으로 산출하였다. 최해연과 민경환(2007)의 연구에서는 전체 내적 합치도 계수(Cronbach’s α)가 .90이었고, 본 연구에서는 .93이었다.

신체화(Symptom Checklist-90-Revised)

김광일, 김재환과 원호택(1984)이 제작한 자기 보고 척도인 간이 정신진단 검사 수정판(SCL-90-R) 총 90문항에서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고 경험하는 신체 증상의 정도를 측정하는 신체화 척도 12문항을 발췌하여 사용하였다. 신체화 차원은 자율신경계의 영향 아래에 있는 소화기, 순환기, 호흡기 및 기타 기관의 장애 또는 두통 등 신체적인 기능 이상과 관련하여 주관적으로 호소하는 증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문항은 5점 Likert 척도(1=전혀 그렇지 않다, 5=매우 그렇다)로 응답하고, 총점이 높을수록 신체화 증상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광일 외(1984)의 연구에서 전체 내적 합치도 계수(Cronbach’s α)는 .72였고, 본 연구에서는 .93이었다.

주의력조절 (Attentional Control Questionnaire)

Derryberry와 Reed(2002)가 개발하고 이후 윤선아, 김현택과 최준식(2007)이 이를 타당화한 ACQ를 사용하여 주의력조절의 수준을 측정하였다. 본 척도는 총 20문항이고, 주의력 집중 요인 12문항, 주의력 이동 요인 8문항으로 구성되었다. 주의력 집중은 방해를 받더라도 집중하기 위해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반영하고, 주의력 이동은 여러 과제를 번갈아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반영한다. 각 문항은 4점 Likert 척도(1=전혀 그렇지 않다, 4=매우 그렇다)로 응답하고, 부정문항 11개를 역채점하였다. 척도의 총점은 20문항의 평균으로 산출했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주의력조절 정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윤선아 외(2007)의 연구에서 내적 합치도 계수(Cronbach’s α)는 .84이었고, 본 연구에서는 .82였다.

자료분석

본 연구는 조절된 매개모형 분석의 타당성과 경로 해석의 명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Hayes(2017)가 제시한 절차에 따라 매개효과, 조절효과, 조절된 매개효과의 순으로 분석을 실시하였으며, 모든 분석은 SPSS 21.0과 Hayes (2017)의 PROCESS Macro를 활용하여 수행하였다. 먼저 변인별 평균과 표준편차를 확인하기 위해 기술통계치를 산출하고, 변인 간 상관을 파악하기 위해 Pearson 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정서표현신념과 신체화의 관계에서 정서표현양가성의 매개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Baron과 Kenny(1986)의 3단계 절차에 따라 다중회귀분석과 PROCESS Macro의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을 활용하였다. 이어 정서표현신념과 정서표현양가성 간 관계에서 주의력조절의 조절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위계적 회귀분석과 PROCESS Macro를 사용하여 조건별 단순기울기(Simple Slope)를 검증하였다. 마지막으로 PROCESS Macro의 부트스트래핑을 통해 조절된 매개지수(Index of moderated mediation)의 유의성을 확인하였다.

결 과

기술통계 및 상관분석

주요 변인인 정서표현신념, 정서표현양가성, 주의력조절, 신체화에 대한 기술통계 및 상관분석을 실시하여 표 1에 제시하였다. 변인들의 왜도는 -.51 ~ .78, 첨도는 -.41 ~ 1.04 로, 정규성을 가정할 수 있었다(Curran et al., 1996).

표 1.
주요 변인의 기술통계 및 상관분석
1 2 3 4
1. 정서표현신념 1      
2. 주의력조절 -.25*** 1    
3. 정서표현양가성 .58*** -.35*** 1  
4. 신체화 .28*** -.27*** .32*** 1
평균 3.25 2.53 3.28 1.99
표준편차 .64 .38 .60 .80
왜도 -.23 -.32 -.51 .78
첨도 .57 .79 1.04 -.41
[i]

주. *** p<.001

다음으로 변인들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하여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정서표현신념은 주의력조절(r=-.25, p<.001)과 유의한 부적 상관으로 나타났으며, 정서표현양가성(r=.58, p< .001), 신체화(r=.28, p<.001)와 유의한 정적 상관이 나타났다. 주의력조절은 정서표현양가성(r=-.35, p<.001), 신체화(r=-.27, p<.001)와 유의한 부적 상관으로 나타났다. 정서표현양가성과 신체화는 유의한 정적 상관(r=.32, p< .001)으로 나타났다.

조절된 매개효과의 기본 가정

조절된 매개효과는 독립변인과 종속변인의 직접적 관계에서 조절변인의 효과가 유의하지 않더라도, 매개변인을 통해 종속변인으로 가는 간접효과가 조절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Muller et al., 2005). 이러한 모형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독립변인 정서표현신념과 종속변인 신체화 간의 관계에서 조절변인 주의력조절의 조절효과가 유의하지 않아야 한다는 기본 가정을 충족할 필요가 있다(Muller et al., 2005). 이에 본 연구에서는 조절된 매개모형을 검증하기에 앞서, 정서표현신념과 신체화의 관계에서 주의력조절의 조절효과를 확인하였으며, 상호작용항의 효과는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B=–.029, p>.05). 이러한 결과는 정서표현신념과 신체화 간의 관계가 주의력조절에 의해 조절되지 않음을 의미하며, 따라서 조절된 매개효과 검증을 위한 기본 가정이 충족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정서표현신념과 신체화의 관계에서 정서표현양가성의 매개효과 분석

정서표현신념과 신체화의 관계에서 정서표현양가성의 단순매개 모형에 대한 회귀분석 결과는 표 2에 제시된 바와 같다. 1단계에서 독립변인인 정서표현신념은 종속변인 신체화에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쳤다(B=.349, p< .001). 2단계에서 독립변인인 정서표현신념이 매개변인인 정서표현양가성에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치고(B=.547, p<.001), 3단계에서 독립변인인 정서표현신념을 통제한 상태에서 매개변인인 정서표현양가성은 신체화에 유의한 영향을 미쳤다(B=.308, p<.01). 즉, 정서표현양가성이 정서표현신념과 신체화 사이를 매개하였다.

표 2.
정서표현신념과 신체화 간에 정서표현양가성의 매개효과
단계 경로 B SE β t R2 F
1 정서표현신념 → 신체화 .349 .070 .279 4.973*** .078 24.729***
2 정서표현신념 → 정서표현양가성 .547 .045 .578 12.149*** .334 147.593***
3 정서표현신념 → 신체화 .181 .085 .144 2.141* .113 18.749***
정서표현양가성 → .308 .089 .232 3.443**
매개효과 B SE 95%신뢰구간
BootLLCI BootULCI
.168 .052 .071 .274
[i]

주. * p<.05, ** p<.01, *** p<.001

이어서 정서표현양가성의 매개효과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을 검증하기 위하여 Hayes(2017)가 제안한 PROCESS Macro Model 4를 이용하여 부트스트래핑 검증을 실시하였다. 표 2에 제시된 바와 같이, 정서표현신념이 정서표현양가성을 매개하여 신체화로 가는 매개효과 크기(B=.168, SE=.052, BootLLCI=.071, BootULCI=.274)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또한 정서표현신념이 신체화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유의하므로(B=.181, p<.05), 정서표현양가성은 정서표현신념과 신체화의 관계를 부분 매개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정서표현신념과 정서표현양가성의 관계에서 주의력조절의 조절효과 분석

정서표현신념이 정서표현양가성에 영향을 미치는 데 있어 주의력조절이 조절 역할을 하는지 검증하기 위하여 위계적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1단계에서 독립변수인 정서표현신념과 조절변수인 주의력조절을 투입하였고, 2단계에서는 이들 변인의 상호작용항(정서표현신념 × 주의력조절)을 추가하였다. 그 결과, 표 3에 제시한 바와 같이 2단계 모형의 설명력(R²)이 1.7% 증가하였으며, 상호작용항의 회귀계수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B=.292, p< .01). 즉, 정서표현신념이 정서표현양가성에 미치는 영향이 주의력조절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 조절효과가 확인되었다.

표 3.
정서표현신념과 정서표현양가성의 관계에서 주의력조절의 조절효과
단계 독립변인 B SE β t R2 F ∆R2
1 정서표현신념 .497 .045 .525 11.055*** .374 89.194*** -
주의력조절 -.340 .075 -.217 -4.565***
2 정서표현신념 .505 .045 .534 11.351*** .395 63.533*** .017
주의력조절 -.396 .076 -.252 -5.191***
정서표현신념 ×주의력조절 .292 .103 .134 2.823**
[i]

주. ** p<.01, *** p<.001

나아가 조절효과 양상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PROCESS Macro를 활용하여 조절변인의 조건 값(평균±1SD)에서의 단순기울기의 유의성 검증(Simple slope analysis)을 실시하였으며, 상호작용효과 그래프를 그림 1에 제시하였다. 표 4에 제시된 바와 같이, 주의력조절의 낮은 수준(-1SD), 평균 수준(M), 높은 수준(+1SD)에서 정서표현신념의 단순기울기는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그림 1.
정서표현신념과 주의력조절의 상호작용효과 그래프

주. 그래프의 기울기가 단순기울기의 부호와 반대로 나타난 것은, 해석의 용이성을 위해 정서표현신념의 축 방향을 역으로 설정하였기 때문임.

KJP_2025_v44n4_405_f001.jpg
표 4.
주의력조절 조건 값에 따른 단순회귀선의 유의성 검증결과
주의력조절 B SE t 95% 신뢰구간
LLCI ULCI
M - 1SD .394 .058 6.841*** .280 .507
M .505 .045 11.351*** .418 .593
M + 1SD .617 .062 10.027*** .496 .738
[i]

주. *** p<.001

그림 1에 제시된 정서표현신념과 주의력조절 수준의 상호작용효과 그래프를 살펴보면, 주의력조절이 높은 집단은 주의력조절이 낮은 집단에 비해 전반적으로 정서표현양가성이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서표현신념이 감소할 때, 주의력조절이 높은 집단의 기울기가 낮은 집단보다 더 가파르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정서표현신념, 정서표현양가성, 신체화의 관계에서 주의력조절의 조절된 매개효과 분석

앞서 조절효과와 매개효과가 확인되었으므로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포함하는 조절된 매개효과를 분석하였다. 이를 위하여 Hayes (2017)가 제시한 PROCESS Macro Model 7을 활용하였으며, 회귀계수의 분석 결과는 표 5에 제시하였다. 정서표현신념은 정서표현양가성에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쳤고, 정서표현양가성은 신체화에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때, 정서표현신념과 주의력조절의 상호작용항은 정서표현양가성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B=.292, SE=.103, t=2.823, p<.01). 이러한 결과는 정서표현신념이 정서표현양가성을 매개로 신체화에 미치는 간접효과가 주의력조절의 수준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표 5.
연구모형의 조건부 과정 분석의 회귀계수
독립변인  종속변인
정서표현양가성 신체화
B SE t B SE t
정서표현신념 .505 .045 11.351*** .181 .085 2.141*
정서표현양가성 - - - .308 .089 3.443**
주의력조절 -.396 .076 -5.191*** - - -
정서표현신념×주의력조절 .292 .103 2.823** - - -
R2 =.395 F=63.533*** R2 =.113 F=18.749***
[i]

주. * p<.05, ** p<.01, *** p<.001

Hayes(2017)가 제안한 조절된 매개효과의 공식적 검정 지수인 조절된 매개지수(Index of moderated mediation)의 유의성을 검증한 결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Index= .090, BootSE=.049, BootLLCI=.004, BootULCI= .199). 이에 따라 정서표현신념이 정서표현양가성을 통해 신체화에 미치는 간접효과가 조절변수인 주의력조절 수준에 따라 유의하게 달라지는 조절된 매개효과가 통계적으로 검증되었다.

주의력조절의 수준에 따라 간접효과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파악하기 위하여 조절변수의 특정 값, 즉 평균±1SD 세 수준에서의 조건부 간접효과를 분석하였다. 표 6에 제시된 바와 같이 주의력조절이 증가할수록 양의 조건부 간접효과는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세 수준 모두에서 매개효과가 존재하며, 주의력조절 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간접효과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표 6.
주의력조절 수준에 따른 조건부 간접효과의 유의성 검증
주의력조절 B BootSE 95%신뢰구간
BootLLCI BootULCI
M - 1SD .121 .047 .044 .223
M .156 .047 .067 .251
M + 1SD .190 .055 .085 .300

논 의

본 연구에서는 국내 성인을 대상으로 정서표현신념이 정서표현양가성을 매개로 신체화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주의력조절의 역할을, 조절된 매개모형 검증(Muller et al., 2005)을 통해 확인하였다. 연구의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서표현양가성이 정서표현신념과 신체화 간의 관계를 부분적으로 매개한다는 결과가 확인되었다. 이는 정서표현신념이 정서표현양가성을 통해 신체화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정서표현에 대한 부정적인 신념은 단순히 정서를 억제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정서를 표현하려는 욕구와 이를 억제하려는 경향 사이의 내적 갈등을 유발하며, 이로 인해 정서처리가 어려워지고 신체화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정서에 대한 부정적인 신념이 신체화(박가현 외, 2020; 서성민 & 권석만, 2016; Rimes & Chalder, 2010) 그리고 정서적 고통 및 심리적 안녕 저하와 관련 있다는 선행연구(노고은 & 안도연, 2020; 최해연 외, 2008; Moreno-Jiménez et al., 2009)와 일치하며, 정서표현양가성과 신체화 간의 관련성을 밝힌 연구(이경화 & 장유진, 2019; Pennebaker, 1985)를 보다 포괄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즉, 정서표현에 대한 부정적인 신념은 개인의 정서처리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정서표현양가성을 증가시켜 원활한 정서처리를 방해하고, 신체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둘째, 본 연구는 정서처리 과정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정서조절 전략의 영향을 살펴보았다. 특히, 정서조절의 첫 단계로 알려진 주의력조절의 조절효과를 검증하였다. 분석 결과, 주의력조절 수준이 높은 경우, 정서표현양가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였으며, 주의력조절이 높은 집단에서는 정서표현신념이 정서표현양가성에 미치는 영향이 더 급격하게 나타났다. 다시 말해, 주의력조절이 낮은 집단에서는 정서표현에 대한 부정적 신념이 감소할 때 정서표현양가성이 서서히 낮아지지만, 주의력조절이 높은 집단에서는 같은 신념 변화가 있을 때 정서표현양가성이 보다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주의력조절의 조절효과는 신체화로 이어지는 경로에서도 나타났다. 주의력조절 수준이 높을수록, 정서표현신념의 변화가 정서표현양가성의 감소와 함께 신체화 증상의 완화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이 결과는 주의력조절을 통해 부정적 감정에서 주의를 전환하고 정서 반응을 조절할 수 있다는 선행연구들(이강희 외, 2009; Bardeen et al., 2020; Barry et al., 2013; Morillas-Romero et al., 2015)의 이해를 확장하는 데 기여한다. 즉, 주의력조절이 높은 개인은 정서표현에 대한 갈등이 적고, 정서표현에 대한 신념의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여 정서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반면, 주의력조절이 낮은 개인은 정서표현신념의 변화가 정서표현양가성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경향을 보인다. 이는 주의력조절이 신념 변화의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본 연구의 결과는 부정적인 정서표현신념을 지니고 있을수록 정서표현에 대한 갈등이 증가하여 신체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존의 설명에 더해, 주의력조절 수준이 높을수록 이러한 신념의 변화 효과를 보다 민감하게 경험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즉, 주의력조절은 단순히 정서표현신념으로 인한 정서표현양가성을 낮추는 보호요인으로 작용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서표현신념의 변화가 신체화로 이어지는 전체 경로를 조절하는 핵심 요인임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주의력조절 훈련을 포함하는 치료적 접근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을 것이다. 주의력조절은 주의를 전환하거나 집중하는 능력으로, 정서적으로는 부정적이거나 불필요한 정서 자극으로부터 주의를 유연하게 전환하고, 현재 순간이나 관계 등 목표 관련 자극에 집중함으로써 정서 반응성을 낮추어 정서조절을 돕는다. 실제로 부정적 정서 자극 상황에서 주의를 적절히 전환하거나 억제하는 능력이 정서적 고통을 완화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이강희 외, 2009; Morillas-Romero et al., 2015).

주의력조절은 개인차가 존재하지만, 체계적인 훈련과 반복적 연습을 통해 향상될 수 있는 중요한 심리적 자원이다(Wadlinger & Isaacowitz, 2010). 이러한 점에서 최근 다양한 치료법이 주의의 정향․재정향․전환 과정을 핵심 기제로 다루고 있다는 사실은 본 연구의 함의를 강화한다. 예를 들어, 감각운동심리치료는 신체감각에 주의를 기울이고 이를 안전한 감각 자극으로 재배치함으로써 위협 단서에 과도하게 고착된 주의를 완화하고 정서 및 신체 반응을 조절하도록 돕는다(Ogden & Fisher, 2015). 안정화 기법 또한 불안이나 해리 상황에서 내담자가 시각․청각․촉각과 같은 감각적 단서를 활용하여 현재의 안전한 환경에 주의를 집중하도록 돕고 정서적 각성의 진정과 자기조절 능력의 회복을 촉진한다(Demierre Berberat, 2023). 마음챙김 기반 훈련은 호흡이나 신체감각에 주의를 정향하고, 산만한 생각이 떠오를 때 이를 다시 현재로 재정향하는 반복 훈련을 통해 주의조절 능력을 강화한다(Malinowski, 2013; Zainal et al., 2023). 변증법행동치료 역시 마음챙김 등을 통해 내담자가 정서적 반응성에 압도되지 않고 상황을 재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킨다(Linehan, 2015). 이러한 개입들은 공통적으로 주의조절을 매개로 정서조절 능력을 증진시키는 데 초점을 둔다. 정서조절이 정보처리 과정의 초기 주의 선택 단계와 후기 의미 해석 단계 모두에서 개입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Ochsner & Gross, 2005), 주의력조절은 정서조절의 기초 자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주의력조절이 어떠한 기전으로 효과를 발휘하는지에 대한 국내의 실증적 연구가 드물었던 현황에서, 주의력조절이 정서표현신념이 유발하는 내적 갈등을 조정하고, 그로 인한 신체화로의 이행을 완충하는 심리적 자원임을 실증적으로 확인한 결과는 중요한 의의를 가질 것이다. 주의력조절은 다양한 치료적 접근에서 공통으로 주목되는 개입 전략의 기전으로, 정서 경험을 다루는 과정에서 작동하는 필수적 조절 기능임이 확인된다. 따라서 신체화와 같이 정서처리 과정에서 문제를 호소하는 내담자에게는 정서표현신념을 탐색․재구조화하는 개입과 더불어 주의조절 능력 향상을 위한 훈련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한편, 본 연구의 결과를 해석함에 있어 고려할 제한점과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본 연구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수행되었기 때문에 연구의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서표현신념과 정서표현 방식은 문화적 규범과 정서 사회화 과정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한국 사회는 집단주의적 전통과 함께 정서 억제를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적 규범이 강하게 작동해왔으며(신현균, 2003; Gopalkrishnan, 2018), 이러한 특성이 정서표현신념이 신체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강화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본 연구의 결과는 서구권 개인주의 문화에서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후속 연구에서는 다양한 문화권을 비교하여 정서표현신념과 신체화 간의 관계가 문화적 배경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탐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임상 및 비임상 집단을 모두 포함하는 폭넓은 표본을 활용할 경우, 정서표현신념이 신체화에 미치는 영향 경로의 보편성과 문화적 특수성을 동시에 검증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횡단적 연구설계를 기반으로 하였기 때문에 변인 간 인과적 방향성을 명확히 해석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서표현신념, 정서표현양가성, 주의력조절, 신체화 간의 관련성이 확인되었으나, 시간적 선후 관계를 직접 검증하지 못하였기에 인과적 추론에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향후 연구에서는 실험설계나 반복측정을 통해 변인의 변화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정서표현 관련 요인들이 신체화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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