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중요성과 현대 사회의 신뢰 감소 위기
신뢰(trust)는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자발적으로 다양한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협력하도록 이끄는 무형의 동력으로, 건강한 사회가 작동하기 위한 핵심 사회적 자본에 속한다(Fukuyama, 1995; Putnam, 1995). 신뢰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불확실성(uncertainty)이나 위험(risk)이 있는 사회적 상황에서 타인으로부터 긍정적 대우를 받을 것에 대한 기대를 내포하는 개념이다(Foddy et al., 2009; Rousseau et al., 1998; Yamagishi, 2011). 즉, 신뢰는 상호작용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어떤 의도와 행동을 보일지에 대한 심리적 기대를 의미하며 상대가 우호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가 클수록 신뢰 수준이 높은 것을 의미한다.
신뢰는 그 대상이 무엇이냐에 따라 개인, 집단, 기관 등 다양한 유형으로 구분될 수 있다. 선행 연구에서는 가까운 개인적 관계에 기반한 관계적 신뢰(relational trust)와, 불특정 타인에 대한 일반적 신뢰(generalized trust)를 중요하게 구분해 왔다. 이 가운데 특히 활발하게 연구되어 온 신뢰 유형은 ‘일반적 신뢰’로, 이는 특정 인물이나 집단이 아니라 사회 일반의 불특정 다수를 어느 정도 신뢰하는지를 뜻한다(Putnam, 2000).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넘어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는 타인에까지 신뢰가 확장될 때 사회적 자본이 증대된다고 보므로, 일반적 신뢰는 사회자본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자 개인과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신뢰 지표로 간주된다(홍상우, 김동욱, 김화연, 2023; Fukuyama, 1995; Putnam, 1995).
선행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 신뢰는 타인이 특정 사회적 맥락에서 기대되는 규범과 기준에 부합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기대를 강화함으로써, 사회적 상호작용에서의 불확실성과 거래비용을 줄이고 불필요한 감시와 통제의 필요성을 완화한다(Berg et al., 1995; Jachimowicz et al., 2017). 이러한 기대는 사람들 간의 협력 행동을 촉진하고 관계에 대한 헌신과 만족도를 높이고(유희정, 이숙종, 2010; Balliet & Van Lange, 2013; Fitzpatrick & Lafontaine, 2017), 사회적 지지를 확대하여 만성적 경계심과 스트레스를 완화함으로써(Helliwell & Putnam, 2004; Kawachi et al., 1997), 신체적․정신적 건강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한다(Helliwell & Wang, 2010; Schneider et al., 2011). 나아가 일반적 신뢰는 시민적 참여와 집합행동을 촉진하고 사회적 규범과 규칙에 대한 자발적 준수를 강화하며 부패와 정치적 냉소를 완화함으로써(Rothstein & Uslaner, 2005; Schiefer & van der Noll, 2017), 민주주의의 유지, 경제 성장의 촉진, 그리고 사회 전체의 응집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Delhey & Newton, 2005; Fukuyama, 1995; Putnam, 1995; Uslaner & Brown, 2005).
그러나 최근 많은 국가에서 일반적 신뢰 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Uslaner, 2018).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어,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s Survey)자료에 따르면(EVS, 2022; Haerpfer et al., 2022), 지난 40년 동안 ‘대부분의 사람은 믿을 수 있다’라는 진술에 동의한 한국인의 비율은 1981~1984년 38%에서 2017~2022년 32%로 감소하였다. 이는 동일한 기간 동안 일본(41% → 36%)이나, 미국(41% → 40%)보다 하락 폭이 크며, 일반적 신뢰 수준이 매우 높은 스웨덴(57% → 67%)과 비교할 때 한국인의 일반적 신뢰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은 편임을 보여준다(김희삼, 2018). 일반적 신뢰 감소는 사회적 유대와 결속을 저해하고 집단 간 갈등을 증폭시킬 가능성을 높이며, 정치적 불안정과 다양한 공적 활동 참여의 위축 등 불안정한 사회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Putnam, 1995).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신뢰 저하를 유발하는 심리적 요인을 탐색하고자 하며, 특히 지난 반세기 동안 크게 증가한 경제 불평등과 관련된 사회심리적 요인이 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경제 불평등과 신뢰의 관계
경제 불평등이란 소득이나 자산과 같은 경제적 자원이 사회 내 집단 간에 고르게 분포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1) 최근 발표된 세계불평등보고서에 따르면(Chancel et al., 2025), 전 세계 소득 하위 50%가 벌어들이는 소득은 전체 소득의 약 8%에 불과한 반면, 상위 10%는 전체 소득의 53%를 차지하고 있다. 자산 불평등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여 상위 10%가 전체 자산의 약 75%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하위 절반은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는 오늘날 대다수의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심화된 경제적 불평등 환경에 놓여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 불평등이 큰 사회에서는 소득이나 자산과 같은 경제적 자원을 기준으로 사회가 계층화 되는 현상이 강화되는데, 이를 통해 사회 구성원이 분리 및 단절되고 서로 다른 경제적 계층 간 접촉과 상호 소통의 기회가 축소된다(Rothstein & Uslaner, 2005; Wilkinson, 1997). 이러한 과정은 사회적 응집력을 약화시켜, 결과적으로 불특정 다수에 대한 일반적 신뢰를 낮출 수 있다(Buttrick & Oishi, 2017).
이러한 이론적 예측과 부합하게, 경제 불평등이 높을수록 일반적 신뢰 수준이 낮아지는 관계를 보고한 선행 연구 결과가 있다(e.g., Bjørnskov, 2007; Kawachi et al., 1997; Rothstein & Uslaner, 2005). 그러나 동시에 불평등과 일반적 신뢰 간 관계를 탐색한 다른 연구들은 일관되지 않은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e.g., Fairbrother & Martin, 2013; Hastings, 2018; Kim et al., 2022). 특히, 포괄적 대규모 국가조사 자료를 활용한 최근 연구(Kim et al., 2022)는 경제 불평등과 신뢰 간에 유의한 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러한 결과의 불일치는 선행 연구들이 지닌 표본 구성과 분석 맥락의 이질성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기존 연구들은 단일 국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부터(e.g., Fairbrother & Martin, 2013; Hastings, 2018), 다양한 문화를 포함한 다국가 연구까지(e.g., Kim et al., 2022) 매우 다양한 문화권을 포함하고 있다. 가령, 서구 및 상대적으로 부유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된 연구(e.g., Delhey & Steckermeier, 2020; Kawachi et al., 1997), 라틴아메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e.g., García-Sánchez et al., 2025), 동양과 서양 국가를 혼합한 연구(e.g., Delhey et al., 2018), 동․서양 및 아프리카와 남미 국가를 혼합한 연구(e.g., Knack & Keefer, 1997) 등이 혼재되어 있다. 따라서 서로 다른 문화적 특성이 혼재 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경제 불평등이 일반적 신뢰 감소를 항상 예측하지 않는 이유는 불평등이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해석되는 방식의 차이와 관련될 수 있다. 실제로 국가의 제도적 특성과 발전 단계는 불평등과 신뢰 간 관계를 조건화하는 것으로 나타난다(Stavrova et al., 2021). 예를 들어, 개발도상국이나 상대적으로 도시화가 덜 진행된 지역에서는 불평등 증가가 상향 이동 가능성을 시사하며 덜 위협적으로 인식될 수 있는 반면(Cheung, 2016; Kelley & Evans, 2017), 서구 및 선진국에서는 불평등이 사회적 긴장과 불신을 증폭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Delhey & Steckermeier, 2020). 반면, 동유럽이나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이러한 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경우도 보고되었다(Delhey et al., 2018; Kanitsar, 2022).
나아가, 분석의 시공간적 수준이 결과 불일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예컨대, 불평등은 국가 간 비교 수준에서는 일반적 신뢰를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동일 국가 내 분석에서는 이러한 관계가 관찰되지 않았고(Stavrova et al., 2021), 불평등과 신뢰 간 관계는 횡단적 연구에서만 유의한 관계가 확인되고 종단적 분석에서는 그러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Fairbrother & Martin, 2013). 이러한 상이한 연구 결과는 불평등과 신뢰 관계에 대한 추가적이고 더 정교한 연구의 필요성을 시사하며, 본 연구는 이에 대해 세 가지 가능성을 중심으로 탐색을 이어가고자 한다.
지각된 경제 불평등과 신뢰
첫째, 경제 불평등이 신뢰 수준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때에는 객관적 불평등보다 주관적 불평등을 고려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선행 연구는 지니계수와 같은 객관적 소득 분배 지표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이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불평등 정도는 객관적 지표와 항상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두 지표 간 상관은 높지 않으며(e.g., García-Castro et al., 2022), 불평등에 대한 주관적 지각이 다양한 심리 및 행동반응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을 관찰한 연구들이 있다(e.g., Klebl & Jetten, 2024; Schmalor & Heine, 2022; To et al., 2023). 따라서 주관적 경제 불평등이 일반적 신뢰에 의미있는 역할을 할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부 선행 연구는 객관적 불평등 지표보다 주관적 불평등 지각이 신뢰 예측에 더 중요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예를 들어, 경제 불평등 수준을 높게 지각하는 것은 타인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타인의 행동을 적대적으로 귀인하는 경향과 관련이 있다(Cheng et al., 2021). 또한 경제적 위기 지각은 일반적 신뢰의 감소와 관련이 있으며(Navarro-Carrillo, Valor-Segura, Lozano, & Moya, 2018), 소득과 같은 중요한 자원이 부족해 보이는 상황에서는 집단 간 대립이 심화되어 상호 신뢰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Fiske et al., 2012). 나아가 불평등 수준을 점화하여 집단 간 자원 분배의 격차를 지각적으로 두드러지게 만들면, 참여자들 사이의 불신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협력 행동이 감소함을 실험적으로 보여준 연구도 있다(Nishi et al., 2015). 이에 따라 본 연구는 소득 불평등에 대한 주관적 해석에 초점을 맞추어 지각된(perceived) 경제 불평등과 신뢰 간 관계를 검토할 것이다.
소득 수준에 따른 차이
둘째, 지각된 불평등과 신뢰의 관계는 사회 내 다양한 집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경제 불평등 수준이 높은 맥락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집단(예: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더 큰 심리적 타격을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불평등과 신뢰의 관계를 논할 때에는 소득 계층에 따른 조건부(조절) 효과를 체계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자원이 부족하고 다양한 기회 접근이 제한되어 있는 낮은 사회계층에 속한 사람들은 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미래를 예측하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 더 자주 노출된다(Chaudry & Wimer, 2016; Shafir, 2017). 이러한 환경적 특성은 일상적 취약 경험의 빈도를 높이고 통제감의 발달을 저해한다(Kraus et al., 2009; Lachman & Weaver, 1998). 나아가 낮은 사회계층이 처한 생활환경은 상시적 위협에 노출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Evans, 2004; Kraus et al., 2011; Miller et al., 2011). 즉, 낮은 사회계층에 속한 사람들은 외부 위협에 더 빈번하고 강하게 노출되며, 그로 인해 치러야 하는 심리적․물질적 비용도 더 크다. 따라서 높은 소득 집단과 비교해서 낮은 소득 집단은 삶의 불확실성을 더 자주 경험하고 돌발적 사건에 대비할 안전망이 얕아, 경제적 불평등과 같은 구조적 위협으로부터 심리적 타격을 더 크게 받을 가능성이 있다.
신뢰란 본질적으로 취약성(위험)의 수용과 연결되어있다(Rousseau et al. 1998; Yamagishi, 2011). 따라서 불확실한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낯선 타인의 호의적 행동을 기대한다는 것은, 그러한 긍정적 기대가 위반될 경우의 잠재적 손실을 내포하는 태도이다(Bigley & Pearce, 1998; Foddy et al., 2009; Rousseau et al., 1998). 경제 불평등이 높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 놓인 집단인 저소득층은 고소득층에 비해, 낯선 사람과의 부정적 상호작용으로 인한 손실을 감당하거나 이에서 회복할 물질적․재정적 완충 자원이 부족하다(Guiso & Paiella, 2008).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불특정 다수에 대한 신뢰, 즉 일반적 신뢰를 확장하는 것은 추가적 위험 노출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불평등 수준을 높게 지각할수록 일반적 신뢰의 감소 폭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지각된 경제 불평등과 일반적 신뢰의 관계가 소득 수준에 따라 조절될 가능성을 경험적으로 탐색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지각된 경제 불평등과 일반적 신뢰 간 관계는 고소득집단보다 저소득집단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였다.
신뢰 유형의 다양성: 일반적 신뢰와 관계적 신뢰
셋째, 기존 연구는 주로 불특정 다수의 낯선 타인에 대한 일반적 신뢰에 초점을 두어 온 반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관계적 신뢰)를 다룬 연구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불평등과 신뢰의 관계를 보다 정교히 파악하려면 두 유형을 모두 탐색할 필요가 있다.
관계적 신뢰는 가족, 친구, 오랜 지인 등 자신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어온 특정 타인을 향한 신뢰를 의미한다(Navarro-Carrillo, Valor-Segura, & Moya, 2018; Uleman et al., 2000). 잘 알지 못하고 사전 정보가 거의 없는 타인을 전제로 하는 일반적 신뢰와 달리, 관계적 신뢰는 과거부터 반복된 교류에서 축적된 정보에 근거해 상대의 행동을 비교적 잘 예측할 수 있으며, 이러한 예측 가능성은 상호작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결과에 대한 우려를 낮추고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Hayashi et al., 1999; Yamagishi & Yamagishi, 1994). 이 점을 고려하면, 경제 불평등과 관계적 신뢰의 연관성은 일반적 신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으며, 그 강도 역시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불평등이 심화될수록, 소득 수준이 낮은 집단은 경제적․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는 사회적 네트워크의 폭이 더 좁아지고, 이에 따라 사회적 지지와 안전감에 대한 필요가 커진다. 따라서 불확실성을 줄이고 안전감을 확보하기 위해 가까운 타인에 대한 신뢰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Yamagishi & Yamagishi, 1994). 다시 말해, 불평등이 높은 상황에서 외부 위협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저소득집단은 낯선 타인과의 상호작용은 피하고,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 것이 보다 적응적인 반응일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지각된 불확실성을 낮추고 제한된 자원을 보호하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Navarro-Carrillo, Valor-Segura, Lozano, & Moya, 2018).
일부 선행 연구 결과들은 이러한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한다. 예를 들어, 내집단 신뢰는 개인이 불확실성을 경험할 때 부정적 결과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Hogg, 2007). 또한 낮은 사회계층에 속한 사람들은 불확실한 외부 환경적 위협에 적응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관계적 상호의존성을 더 강하게 보이며(Stephens et al., 2007), 사회적 지지망을 구축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Stellar et al., 2012). 따라서 불평등 수준을 높게 지각할수록 낮은 소득 계층에 속한 사람들은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는 낮아지는 반면, 아는 사람에 대한 신뢰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지각된 경제 불평등과 관계적 신뢰 간의 연관성이 소득 수준에 따라 조절되는지를 추가적으로 탐색할 것이다.
정리하면, 물질적․심리적․사회적 자본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은 경제 불평등을 크게 지각할수록 심리적 위축과 불확실성을 더 크게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낮은 소득 집단은 낯선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은 피하고, 검증된 안전한 관계와의 상호작용을 추구하는 경향이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불평등 지각이 높을수록,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들에게서는 일반적 신뢰의 감소와 관계적 신뢰의 증가가 더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결과적으로, 이들의 신뢰 반경 범위(radius of trust)는 더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신뢰의 반경 범위란, 개인이 어느 범위까지의 타인을 신뢰하는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개인을 중심으로 한 동심원 상에서 가족이나 친구 등 긴밀한 연고를 넘어 전혀 모르는 타인에 이르기까지 신뢰가 확장될수록 그 반경이 넓다고 본다(Delhey et al., 2011). 따라서 일반적 신뢰의 저하와 관계적 신뢰의 심화는 좁은 범위의 사람들만 신뢰하고 그 범위를 벗어난 타인에 대한 신뢰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가능성을 경험적으로 검증하고자 한다.
본 연구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여, 본 연구는 지각된 경제 불평등과 신뢰 간 관계에서 소득 수준의 조절 효과를 탐색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지각된 경제 불평등이 일반적 신뢰를 저하를 예측하는 정도는 소득 수준에 따라 다를 것인데,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집단에서 더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나아가, 기존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덜 다루어졌으나 중요한 신뢰 유형인 관계적 신뢰에 대해서도 분석을 확장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지각된 경제 불평등이 관계적 신뢰의 증가를 예측하는 정도 역시 소득이 낮은 집단에서 더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위해 한국(연구 1 & 연구 2)과 미국(연구 3)에서 수집된 자료를 사용하였다. 연구 1은 일반적 신뢰에 대한 지각된 경제 불평등과 소득 수준의 상호작용 효과를 검증하였다. 연구 2는 연구 1의 결과를 재현하고, 관계적 신뢰 측정을 추가하여 연구의 범위를 확장하였다. 연구 3은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 한국인을 대상으로 확인된 연구 결과가 다른 사회적 맥락에서도 재현되는지를 검증하고자 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기존 연구에서 불평등과 신뢰 간의 관계는 연구가 진행된 사회․문화적 맥락에 따라 다소 일관되지 않은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한국 표본에서 관찰된 결과가 다른 문화적 맥락에서도 일반화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경제 불평등 수준이 한국과 유사하게 높은 동시에 서구 문화권을 대표하는 국가인 미국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여, 지각된 경제 불평등과 신뢰 간의 관계가 서로 다른 문화적 맥락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비교해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서울대학교 생명윤리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았다(IRB No. 2311/001-002).
연구 1
방 법
연구대상
연구 1은 2021년에 국내 온라인 조사 기관 중 하나인 엠브레인(Embrain)을 통해 진행하였다. 성별과 연령 집단을 균등 할당하여 200명을 대상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하였다(여성 참가자 50.00%, M연령 = 39.7, SD연령 = 10.77, Range연령: 20~59세). 해당 조사 업체에 패널로 등록된 사람들에게 메일을 통해 조사 링크를 보내어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조사 참여에 대한 보상은 조사 업체 내부 방침에 따라 적립금이 지급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본 연구는 사회계층과 관련된 다른 연구 주제를 위해 수집된 자료이며, 사전에 분석에서 제외할 응답치에 대한 기준을 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응답치를 분석에 포함하였다.
측정도구
일반적 신뢰
일반적 신뢰는 두 개의 문항으로 측정하였다. 기존 연구에서 일반적 신뢰는 주로 ‘대부분의 사람들’을 얼마나 신뢰하는지를 묻는 단일 문항을 통해 측정되어 왔으며(van Hoorn, 2014), 이는 세계가치관조사(WVS), 미국의 종합사회조사(General Social Survey), 한국종합사회조사(Korean General Social Survey)와 같은 대표적인 사회조사에서 널리 사용되어 온 방식이다. 한편 일반적 신뢰 문항에 포함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응답자가 어떤 타인을 상상하는지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Delhey et al., 2011) 그 대상이 모호하다. 이에 따라 일부 선행연구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더불어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구분하여 측정하기도 하였다(Kim et al., 2021). 이를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과 모르는 사람을 각각 어느 정도로 신뢰하는지를 7점 척도로 응답하게 하였다(1 =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7 = 매우 신뢰한다). 두 문항은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였으며(r = .571, p < .001), 평균값을 산출하여 일반적 신뢰 지표로 분석에 사용하였다.
지각된 경제 불평등
지각된 경제 불평등은 선행연구(e.g., Shariff et al., 2016)에서 사용된 단일문항을 참고하여 측정하였다. 참가자들은 “최근 한국 사회의 소득 격차는 매우 크다”라는 진술문에 대해 동의하는 정도를 7점 척도 상에서 응답하였다(1 =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7 = 매우 동의한다).
소득 수준
참가자의 소득 수준은 선행 연구(e.g., Han et al., 2023)에서 사용한 측정 방식을 적용하여 연평균 가계 소득을 8점 척도로 측정 하였다(1 = 1,500만원 미만, 2 = 1,500만원 ~ 2,500만원 미만, 3 = 2,500만원 ~ 3,500만원 미만, 4 = 3,500만원 ~ 5,000만원 미만, 5 = 5,000만원 ~ 7,500만원 미만, 6 = 7,500만원 ~ 1억원 미만, 7 = 1억원 ~ 1억 5,000만원 미만, 8 = 1억 5,000만원 이상).
통제 변인
참가자의 성별, 나이, 주관적 사회경제적 지위(Socioeconomic status; SES), 정치적 성향, 그리고 최종학력을 통제변수로 포함하였다. 주관적 SES를 측정하기 위해, 참가자들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귀하가 속한 사회경제적 지위(소득, 직업, 교육, 재산 등을 고려)는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문항에 대해 6점 척도(1 = 최하위, 6 = 최상위)로 응답하였다. 정치적 성향은 1개 문항을 통해 측정하였으며 참가자는 7점 척도를 사용해 응답하였다(1 = 매우 진보적, 7 = 매우 보수적). 최종학력은 9점 척도로 측정하였다(1 = 무학, 9 = 대학원 재학/휴학/중퇴/졸업 이상).
결과 및 논의
연구에 포함된 주요 변수들의 단순상관분석 결과는 표 1에 제시하였다. 상관 분석 결과, 지각된 경제 불평등과 일반적 신뢰 간에는 유의한 관계가 없었으며, r = -.138, p = .05. 소득과 일반화된 신뢰 간에도 유의한 관계가 없었다, r = .05, p = .48.
표 1.
주요 변수들의 상관관계 및 기술통계(연구 1: N = 200)
| 1 | 2 | 3 | 4 | 5 | 6 | 7 | 8 | |
|---|---|---|---|---|---|---|---|---|
| 1. 일반적 신뢰 | - | |||||||
| 2. 지각된 경제 불평등 | -.138 | - | ||||||
| 3. 소득 | .050 | -.077 | - | |||||
| 4. 성별(1 = 여성, 0 = 남성) | -.077 | .114 | -.076 | - | ||||
| 5. 나이 | .267*** | .041 | -.115 | -.028 | - | |||
| 6. 주관적 SES | .139* | -.214** | .401*** | -.038 | -.198** | - | ||
| 7. 정치적 성향 | .008 | -.171* | .019 | -.036 | -.062 | .019 | - | |
| 8. 최종 학력 | .057 | -.110 | .314*** | -.099 | .020 | .267*** | .111 | - |
| 평균(표준편차) | 2.94 (1.11) | 6.21 (0.88) | 5.01 (1.59) | - | 39.7 (10.77) | 3.11 (0.79) | 3.76 (1.10) | 7.37 (1.37) |
다음으로는 본 연구의 주요 가설을 검정하기 위해 다중 회귀 분석을 실시하였다. 구체적으로, 참가자의 소득 수준과 지각된 경제 불평등, 그리고 둘의 상호작용항을 독립변수로, 일반적 신뢰를 종속변수로 하는 다중 회귀 분석을 실시하였다. 모든 분석 결과의 통계치는 비표준화 회귀계수를 보고하였으며 주요 결과는 표 2(왼쪽 열)에 제시하였다. 분석을 위해서 소득 수준과 지각된 경제 불평등은 평균 중심화하였다.2)
표 2.
회귀 분석 결과
| 연구 1(N = 200) | 연구 2(N = 567) | 연구 3(N = 366) | ||||
|---|---|---|---|---|---|---|
| 일반적 신뢰 | 일반적 신뢰 | 일반적 신뢰 | ||||
| B (SE) | B (SE) | B (SE) | B (SE) | B (SE) | B (SE) | |
| 지각된 경제 불평등 | -0.19* (0.09) | -0.15 (0.09) | -0.12** (0.04) | -0.12** (0.04) | -0.09 (0.08) | -0.12 (0.09) |
| 소득 | 0.04 (0.05) | 0.01 (0.05) | 0.06 (0.03) | 0.03 (0.03) | 0.08** (0.03) | 0.03 (0.03) |
| 지각된 경제 불평등 × 소득 | 0.11* (0.05) | 0.12* (0.05) | 0.06* (0.03) | 0.06* (0.03) | -0.05 (0.03) | -0.04 (0.03) |
| 성별 | -0.11 (0.15) | -0.02 (0.09) | -0.30* (0.13) | |||
| 나이 | 0.03*** (0.01) | 0.01*** (0.003) | 0.01* (0.01) | |||
| 주관적 SES | 0.28* (0.11) | 0.07* (0.03) | 0.09 (0.05) | |||
| 정치적 성향 | 0.01 (0.07) | -0.04 (0.04) | -0.07 (0.04) | |||
| 최종 학력 | -0.01 (0.06) | -0.04 (0.05) | 0.05 (0.04) | |||
분석 결과, 일반적 신뢰에 대한 소득의 주효과는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B = 0.04, SE = 0.05, ηp² = .004, p = .40, 95% CI = [-0.06, 0.14], 지각된 경제 불평등의 주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즉, 한국 사회의 경제 불평등 수준을 높게 지각할수록, 일반적 신뢰는 낮아지는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 = -0.19, SE = 0.09, ηp² = .02, p = .037, 95% CI = [-0.36, -0.01].
더 중요하게, 참가자의 소득 수준과 지각된 경제 불평등의 상호작용 효과가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B = 0.11, SE = 0.05, ηp² = .03, p = .026, 95% CI = [0.01, 0.22]. 참여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지각된 경제 불평등이 일반적 신뢰를 예측할 때의 단순 기울기(simple slope) 유의성 검증을 실시한 결과,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저소득자(-1 SD)의 경우에, 지각된 경제 불평등이 높아질수록 일반적 신뢰가 낮아지는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 = -0.37, SE = 0.13, p = .004, 95% CI = [-0.62, -0.12](그림 1). 반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고소득자(+1 SD)의 경우, 지각된 경제 불평등은 일반적 신뢰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B = -0.003, SE = 0.12, p = .98, 95% CI = [-0.23, 0.23](그림 1). 즉, 한국 사회의 소득 불평등 수준을 크게 지각할수록 모르는 타인에 대한 신뢰가 감소하는 경향은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더 크게 나타났다. 이러한 관계 패턴은 통제변수를 포함한 모형에서도 유지되었다(표 2). 따라서 일반적 신뢰에 대한 본 연구의 가설을 지지하는 첫 번째 결과를 얻었다.
연구 2는 연구 1의 결과를 재검증하는 동시에 관계적 신뢰를 추가로 측정하여, 신뢰 유형에 따라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영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연구 2
방 법
연구대상
연구 2는 2023년에 국내 온라인 조사 기관 중 하나인 엠브레인을 통해 한국인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연구 1에서 관찰된 상호작용 효과가 과대추정되었을 가능성을 고려하여 보수적인 작은 효과크기(f² ≈ .02)를 탐지하기 위한 사전 검정력 분석 결과, 8개의 예측변수를 포함한 다중회귀 분석에서 유의수준 α = .05, 검정력 90%를 기준으로 528명의 표본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성실 응답을 고려해 약 5%를 더 모으기로 하여 목표 표본수를 550명으로 설정하였으며 최종적으로 567명(여성 290명, M연령 = 43.18, SD연령 = 13.87, Range연령: 20~69세)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참여자들은 온라인 설문 링크에 접속하여 일련의 문항에 순차적으로 응답하였으며, 모든 응답을 마친 후 조사 업체의 규정에 따라 적립금을 지급받았다.
측정도구
일반적 신뢰
일반적 신뢰는 Yamagishi와 Yamagishi(1994)의 척도를 참고하여 3개 문항으로 측정하였다. 구체적으로, 참가자들은 다음의 진술문에 대해 7점 척도(1 =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7 = 매우 동의한다)로 응답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믿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선하고 친절하다”, “기본적으로 정직하다”. 세 개 문항의 평균 값을 산출하여 분석에 사용하였으며(Cronbach’s α = .85) 점수가 높을수록 일반적 신뢰 수준이 높은 것으로 해석한다.
관계적 신뢰
연구 2에서는 일반적 신뢰뿐만 아니라 관계적 신뢰도 측정하였다. 이를 위해, 일반적 신뢰와 동일한 형식으로 3개 문항에 대해 응답하도록 하였다: “내가 개인적으로 잘 알고 지내는 사람들(가족이나 친구들)은...” “믿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선하고 친절하다”, “기본적으로 정직하다”. 참가자들은 각 문항에 대해 7점 척도(1 =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7 = 매우 동의한다)로 응답하였다. 세 개 문항의 평균 값을 산출하여 분석에 사용하였으며(Cronbach’s α = .85) 점수가 높을수록 관계적 신뢰 수준이 높은 것으로 해석한다.
지각된 경제 불평등과 소득 수준
참가자들의 지각된 경제 불평등을 측정하기 위해, 선행연구(e.g., Klebl & Jetten, 2024)에서 사용한 단일 문항을 참고하여 다음의 진술문에 대해 동의 하는 정도를 7점 척도(1 =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7 = 매우 동의한다)로 측정하였다: “우리 사회에는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 사이에 큰 격차가 존재한다”. 참가자의 소득 수준은 연구 1에서 사용한 문항과 척도를 동일하게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통제 변인
연구 1과 동일하게 성별, 나이, 주관적 SES, 정치적 성향, 그리고 최종학력을 측정하여 통제변수로 포함하였다. 주관적 SES는 MacArthur의 척도를 사용했다(Adler et al., 2000). 이 도구는 10단계 사다리 그림을 통해 개인의 주관적 사회경제적 지위를 측정한다. 사다리의 꼭대기(10)는 최상위 사회경제적 위치를, 사다리 맨 아래(1)는 최하위 사회경제적 위치를 의미하며, 참가자들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자신의 위치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곳의 번호를 선택했다. 정치적 성향은 연구 1과 동일한 문항을 사용하여 측정하였으며, 최종학력은 8점 척도로 측정하였다(1 = 무학, 8 = 대학원[박사과정]).
결과 및 논의
연구 2에 포함된 주요 변수들의 단순상관분석 결과는 표 3에 제시하였다. 상관 분석 결과, 지각된 경제 불평등은 일반적 신뢰와 유의한 부적 관계가 있는 반면, r = -.105, p = .012, 관계적 신뢰와는 유의한 관계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r = .038, p = .373. 소득 수준은 일반적 신뢰와 유의한 정적 관계가 있었고, r = .098, p = .020, 관계적 신뢰와의 상관은 유의하지 않았다, r = .082, p = .05.
표 3.
주요 변수들의 상관관계 및 기술통계(연구 2: N = 567)
| 1 | 2 | 3 | 4 | 5 | 6 | 7 | 8 | 9 | |
|---|---|---|---|---|---|---|---|---|---|
| 1. 일반적 신뢰 | - | ||||||||
| 2. 관계적 신뢰 | .319*** | - | |||||||
| 3. 지각된 경제 불평등 | -.105* | .038 | - | ||||||
| 4. 소득 | .098* | .082 | -.070 | - | |||||
| 5. 성별 | -.023 | .062 | .066 | -.028 | - | ||||
| 6. 나이 | .177*** | .001 | .058 | .034 | -.035 | - | |||
| 7. 주관적 SES | .147*** | .166*** | -.120** | .431*** | -.037 | .086* | - | ||
| 8. 정치적 성향 | -.012 | .036 | -.119** | .005 | -.111** | .072 | .041 | - | |
| 9. 최종 학력 | .020 | .040 | -.007 | .257*** | -.120** | .005 | .274*** | -.079 | - |
| 평균(표준편차) | 3.43 (1.13) | 5.44 (0.91) | 6.11 (1.10) | 4.83 (1.61) | - | 43.18 (13.87) | 5.13 (1.66) | 3.85 (1.11) | 5.77 (0.94) |
일반적 신뢰
다음으로는 연구 1의 결과를 재확인하기 위해 동일한 다중 회귀 분석을 실시하였다. 구체적인 방식은 연구 1과 동일하며 주요 결과는 표 2(가운데 열)에 제시하였다.3)
분석 결과, 연구 1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반적 신뢰에 대한 소득의 주효과는 유의하지 않았고, B = 0.06, SE = 0.03, ηp² = .01, p = .06, 95% CI = [-0.002, 0.12], 지각된 경제 불평등의 유의한 주효과가 있었다, B = -0.12, SE = 0.04, ηp² = .01, p = .007, 95% CI = [-0.20, -0.03]. 즉, 한국 사회의 경제 불평등 수준을 높게 지각할수록, 일반적 신뢰는 낮아지는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중요하게, 참가자의 소득 수준과 지각된 경제 불평등의 상호작용 효과가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B = 0.06, SE = 0.03, ηp² = .01, p = .027, 95% CI = [0.01, 0.12]. 참여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지각된 경제 불평등이 일반적 신뢰를 예측할 때의 단순 기울기 유의성 검증을 실시한 결과, 저소득계층(-1 SD)에서, 지각된 경제 불평등이 높아질수록 일반적 신뢰가 낮아지는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 = -0.22, SE = 0.07, p = .001, 95% CI = [-0.36, -0.09](그림 1). 반면, 고소득계층(+1 SD)의 경우, 지각된 경제 불평등은 일반적 신뢰와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B = -0.02, SE = 0.06, p = .79, 95% CI = [-0.13, 0.10](그림 1). 즉 연구 1과 동일하게, 경제적 불평등을 크게 지각할수록 일반적 신뢰가 감소하는 경향은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 계층에서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관계 패턴은 통제변수를 포함한 모형에서도 유지되었다(표 2). 따라서 연구 1의 결과를 재확인하였다.
관계적 신뢰
다음으로는, 관계적 신뢰를 종속변인으로 하는 동일한 다중 회귀 분석을 실시하였다(표 5, 왼쪽 열).4) 우선, 소득의 주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을 확인하였다. 즉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관계적 신뢰가 높아지는 정적 관계가 있었다, B = 0.05, SE = 0.02, ηp² = .01, p = .022, 95% CI = [0.01, 0.10]. 반면, 지각된 경제 불평등의 주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 B = 0.05, SE = 0.04, ηp² = .004, p = .15, 95% CI = [-0.02, 0.12].
나아가, 참가자의 소득 수준과 지각된 경제 불평등의 상호작용 효과가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B = -0.06, SE = 0.02, ηp² = .01, p = .013, 95% CI = [-0.10, -0.01]. 참여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지각된 경제 불평등이 관계적 신뢰를 예측할 때의 단순 기울기 유의성 검증을 실시한 결과, 저소득자(-1 SD)의 경우에 지각된 경제 불평등이 높아질수록 관계적 신뢰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B = 0.14, SE = 0.06, p = .01, 95% CI = [0.03, 0.25](그림 2). 반면 고소득자(+1 SD)의 경우에는 지각된 경제 불평등 수준과 관계적 신뢰 간에 유의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B = -0.04, SE = 0.05, p = .36, 95% CI = [-0.13, 0.05](그림 2). 이러한 결과는 통제변수를 포함한 모형에서도 유지되었다(표 5).
정리하면, 경제 불평등에 대한 지각과 신뢰 간 관계는 소득 계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경제 불평등 수준을 크게 지각할수록 낯선 타인에 대한 신뢰의 하락과 가까운 사람에 대한 신뢰의 증가는 모두 저소득층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지각된 경제 불평등이 모르는 사람과 아는 사람에 대한 신뢰에 미치는 영향이 사회경제적 계층에 따라 상이함을 보여준다. 다음으로 연구 3에서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수집된 자료를 사용하여 지각된 경제 불평등과 신뢰 관계에서 나타나는 소득 수준의 조절 효과가 서구 문화에서도 관찰되는지 탐색적으로 확인하고자 하였다.
연구 3
방 법
연구대상
연구 3은 2024년에 프롤리픽(Prolific)을 통해 미국에 거주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연구 2와 동일한 기준에서 작은 효과크기(f² ≈ .03)를 탐지하기 위해 353명의 표본이 요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불성실 응답을 고려하여 약 5%를 추가한 370명을 목표 표본수로 설정하였으며, 핵심 변수 문항에 응답하지 않은 4명을 제외한 총 366명의 응답이 분석에 포함되었다(여성 183명, M연령 = 41.08, SD연령 = 12.12, Range연령: 19~69세). 연구 참여자들은 온라인 설문 링크에 접속하여 일련의 문항에 순차적으로 응답했으며, 모든 응답을 마친 후 보상으로 2.25파운드(GBP)를 지급받았다.
측정도구
일반적 신뢰와 관계적 신뢰
일반적 신뢰와 관계적 신뢰는 연구 2에서 사용한 총 6개 문항과 척도를 영어로 번역하여 측정하였다.5) 각 신뢰 문항의 평균 값을 산출하여 분석에 사용하였다(일반적 신뢰: Cronbach’s α = .86 & 관계적 신뢰: Cronbach’s α = .87).
지각된 경제 불평등
지각된 경제 불평등은 연구 1과 2에서 사용한 단일 문항 측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선행 연구에서 사용된 문항들을 바탕으로 총 5개 문항으로 구성하였다(Social Well-being Survey in Asia 2015-2017; Sommet et al., 2023). 구체적으로, 다음 문항들을 사용하여 미국 사회의 경제 불평등에 대한 지각을 측정하였다: “현재 소득 격차는 매우 크다”, “소득 격차는 향후 10년 내 더 커질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부유한 가정과 가난한 가정 간에 매우 큰 격차가 존재한다”, “우리 사회에는 상위 20% 가정과 나머지 가정 간의 차이가 크다”, “우리 사회에서 상층 계층과 하층 계층 가정 간의 자산 격차는 크다”.6) 참가자들은 각 문항에 대해 동의하는 정도를 7점 척도로 응답하였다(1 =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7 = 매우 동의한다). 5개의 문항의 평균 값을 산출하여 분석에 사용하였으며(Cronbach’s α = .85), 점수가 높을수록 경제 불평등을 높게 지각함을 의미한다.
소득 수준
참가자의 소득 수준은 미국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에서 사용되는 가계 소득 구간을 참고하여, 세전 연평균 가계 소득을 10점 척도로 측정하였다(1 = $15,000 미만, 2 = $15,000 ~ $24,999, 3 = $25,000 ~ $34,999, 4 = $35,000 ~ $44,999, 5 = $45,000 ~ $59,999, 6 = $60,000 ~ $74,999, 7 = $75,000 ~ $99,999 , 8 = $100,000 ~ $129,999, 9 = $130,000 ~ $184,999, 10 = $185,000 이상).
통제 변인
연구 2에서 사용한 방법과 동일하게 성별, 나이, 주관적 SES, 정치적 성향, 최종 학력을 측정하여 통제변수로 포함하였다(정치적 성향: 1 = 매우 진보적, 7 = 매우 보수적; 최종 학력: 1 = 고등학교 졸업 미만, 8 = 박사학위 이상).
결과 및 논의
연구 3에 포함된 주요 변수들의 단순상관분석 결과는 표 4에 제시하였다. 상관 분석 결과, 지각된 경제 불평등은 일반적 신뢰와는 유의한 관계가 없는 반면, r = -.070, p = .18, 관계적 신뢰와는 유의한 정적 상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 = .139, p = .008. 소득 수준은 일반적 신뢰 및 관계적 신뢰를 모두 정적으로 예측하는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일반적 신뢰: r = .172, p = .001 & 관계적 신뢰: r = .147, p = .005). 또한, 소득 수준과 지각된 경제 불평등 간에는 유의한 부적 관계가 있었다, r = -.109, p = .037.
표 4.
주요 변수들의 상관관계 및 기술통계(연구 3: N = 366)
| 1 | 2 | 3 | 4 | 5 | 6 | 7 | 8 | 9 | |
|---|---|---|---|---|---|---|---|---|---|
| 1. 일반적 신뢰 | - | ||||||||
| 2. 관계적 신뢰 | .573*** | - | |||||||
| 3. 지각된 경제 불평등 | -.070 | .139** | - | ||||||
| 4. 소득 | .172** | .147** | -.109* | - | |||||
| 5. 성별 | -.108* | .003 | .057 | -.070 | - | ||||
| 6. 나이 | .130* | .018 | -.146** | .117* | .100 | - | |||
| 7. 주관적 SES | .198*** | .164** | -.211*** | .582*** | -.036 | .132* | - | ||
| 8. 정치적 성향 | -.016 | -.094 | -.489*** | .120* | -.123* | .091 | .126* | - | |
| 9. 최종 학력 | .145** | .084 | .121* | .415*** | .048 | .137** | .367*** | -.070 | - |
| 평균(표준편차) | 4.08 (1.27) | 5.32 (1.01) | 6.12 (0.82) | 6.21 (2.58) | - | 41.08 (12.12) | 5.32 (1.76) | 3.43 (1.69) | 5.27 (1.84) |
일반적 신뢰
다음으로는 본 연구의 주요 가설을 검정하기 위해 다중 회귀 분석을 실시하였다. 구체적인 방식은 연구 1 & 2와 동일하며, 결과는 표 2(오른쪽 열)에 제시하였다.7)
분석 결과, 일반적 신뢰에 대한 소득의 주효과가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B = 0.08, SE = 0.03, ηp² = .03, p = .002, 95% CI = [0.03, 0.13]. 즉,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일반적 신뢰 수준이 높아지는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각된 경제 불평등의 주효과는 유의하지 않았다, B = -0.09, SE = 0.08, ηp² = .003, p = .28, 95% CI = [-0.25, 0.07].
반면, 연구 1 & 2와 다르게 참가자의 소득 수준과 지각된 경제 불평등의 상호작용 효과는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B = -0.05, SE = 0.03, ηp² = .01, p = .15, 95% CI = [-0.11, 0.02]. 즉 미국 사회의 소득 불평등에 대한 지각과 모르는 대다수 타인에 대한 신뢰 간 관계에서 소득 수준의 조절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관계적 신뢰
다음으로는, 관계적 신뢰를 종속변인으로 하는 동일한 다중 회귀 분석을 실시하였다(표 5, 오른쪽 열).8) 우선, 소득과 지각된 경제 불평등의 주효과가 모두 유의한 것을 확인하였다. 즉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그리고 지각된 경제 불평등 수준이 높을수록 잘 아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소득 수준: B = 0.06, SE = 0.02, ηp² = .02, p = .003, 95% CI = [0.02, 0.10] & 지각된 경제 불평등: B = 0.19, SE = 0.06, ηp² = .02, p = .004, 95% CI = [0.06, 0.31].
표 5.
회귀 분석 결과
| 연구 2(N = 567) | 연구 3(N = 366) | |||
|---|---|---|---|---|
| 관계적 신뢰 | 관계적 신뢰 | |||
| B (SE) | B (SE) | B (SE) | B (SE) | |
| 지각된 경제 불평등 | 0.05 (0.04) | 0.07 (0.04) | 0.19** (0.06) | 0.20** (0.08) |
| 소득 | 0.05* (0.02) | 0.01 (0.03) | 0.06** (0.02) | 0.03 (0.03) |
| 지각된 경제 불평등 × 소득 | -0.06* (0.02) | -0.06** (0.02) | -0.07** (0.02) | -0.07** (0.02) |
| 성별 | 0.11 (0.08) | 0.01 (0.10) | ||
| 나이 | -0.001 (0.003) | 0.001 (0.004) | ||
| 주관적 SES | 0.10*** (0.03) | 0.10* (0.04) | ||
| 정치적 성향 | 0.03 (0.03) | -0.03 (0.04) | ||
| 최종 학력 | 0.01 (0.04) | -0.02 (0.03) | ||
나아가, 연구 2와 동일하게 참가자의 소득 수준과 지각된 경제 불평등의 상호작용 효과가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B = -0.07, SE = 0.02, ηp² = .02, p = .008, 95% CI = [-0.11, -0.02]. 참여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지각된 경제 불평등이 관계적 신뢰를 예측할 때의 단순 기울기 유의성 검증을 실시한 결과, 저소득자(-1 SD)의 경우에, 지각된 경제 불평등이 높아질수록 관계적 신뢰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B = 0.36, SE = 0.09, p < .001, 95% CI = [0.18, 0.53](그림 2). 반면 고소득자(+1 SD)의 경우, 지각된 경제 불평등과 관계적 신뢰 간에는 유의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B = 0.02, SE = 0.09, p = .87, 95% CI = [-0.17, 0.20](그림 2). 이러한 결과는 통제변수를 포함한 모형에서도 유지되었다(표 5). 따라서 연구 2에서 한국인 피험자를 통해 얻은 결과와 동일한 패턴의 결과를 관찰할 수 있었다.
정리하면, 미국인 표본에서는 일반적 신뢰(낯선 다수에 대한 신뢰)에 대한 경제 불평등 지각과 소득 수준의 상호작용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관계적 신뢰(가까운 타인에 대한 신뢰)에서는 지각된 경제 불평등과 소득 수준의 상호작용 효과가 관찰되었으며,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 집단에서 불평등을 높게 지각할수록 관계적 신뢰가 더 높게 보고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이는 한국 자료(연구 2)에서 나타난 패턴과 부분적으로 일치하는 결과다.
종합 논의
경제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불평등이 개인의 삶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하는연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그 영향의 강도는 집단별로 동일하지 않다. 특히 경제 불평등이 심화한 맥락에서 상대적으로 이득을 얻는 집단(고소득층)과, 불리한 위치에 놓인 집단(저소득층)은 불평등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지각하고 해석할 수 있으며, 이는 각 집단 구성원이 사회와 타인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차이를 낳을 수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 본 연구는 경제 불평등에 대한 주관적 인식이 중요한 사회적 자본인 신뢰에 미치는 영향이 사회계층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날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구체적으로, 지각된 경제 불평등이 사회 구성원 전반에 대한 신뢰(일반적 신뢰)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타인에 대한 신뢰(관계적 신뢰)와 맺는 관계가 소득 집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을 검토하였다. 이를 위해 경제 불평등 수준이 높은 한국과 미국에서 수집된 설문자료를 활용하여, 소득이나 부의 불평등에 대한 주관적 지각이 서로 다른 신뢰 유형을 예측하는 정도가 참가자의 소득 수준에 의해 조절되는지를 분석했고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첫째, 지각된 경제 불평등과 일반적 신뢰 간의 부적 관계는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 계층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한국 사회의 소득 불평등을 크게 지각할수록 대다수 타인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는 경향은 저소득 집단에서만 관찰되었으며, 고소득 참가자에게서는 지각된 불평등 수준에 따른 신뢰의 유의한 감소가 나타나지 않았다(연구 1 & 연구 2). 반면, 이러한 경향은 미국인 참가자에게서는 나타나지 않았다(연구 3).
둘째, 지각된 경제 불평등과 관계적 신뢰 간의 정적 관계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 계층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즉 사회의 소득 불평등을 크게 지각할수록 관계적 신뢰가 높아지는 경향은 저소득 집단에서만 관찰되었고, 고소득 참가자에게서는 지각된 불평등 수준에 따른 신뢰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패턴은 한국(연구 2)과 미국(연구 3)에서 일관되게 확인되었다. 정리하면, 경제 불평등에 대한 주관적 지각이 두 유형의 신뢰에 미치는 영향은 소득 계층에 따라 다르며, 특히 낮은 소득 계층에서 타인에 대한 신뢰 수준이 더 민감하게 변동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 결과는 개인의 사회경제적 맥락에 따라 불평등의 심리적 효과가 달라질 가능성,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게서 그 영향이 더욱 강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을 크게 지각할수록 저소득층 등 취약 집단에서 신뢰의 반경 범위가 좁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신뢰 반경의 축소는 취약계층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고, 어려운 상황을 개선할 외부 개입의 기회를 약화시켜 사회 양극화를 유지 및 강화하는 심리적 기제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경제적 불안정이 높은 환경에서 가까운 사람들을 더 신뢰하고 이들과의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전략은 예상치 못한 손실을 최소화하는 적응적 대응일 수도 있다. 물질적․심리적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제적 취약계층은 불평등과 같은 사회적 위협에서 심리적 위축을 경험하기 쉽다. 그 결과, 낯선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회피하고 가까운 사람을 신뢰하는 선택이 안정감과 확실성을 제공하는 적응적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시도와 외부 연결의 확장이 필요한 상황에서 안전한 관계에만 머무는 전략은, 기회 탐색과 네트워크 확장을 제약하여 불리한 환경의 고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 신뢰가 낮을수록 새로운 시도와 위험 감수가 줄고 개인적․사회적 활동을 확장하기 어려워 성장 기회를 얻기 힘들어질 수 있다(Yamagishi et al., 1998). 또한 관계적 신뢰가 높을수록 신뢰가 ‘아는 사람’에게 한정되어, 유사한 사람들끼리의 시민적 활동에만 참여하거나 아예 참여하지 않는 경향과도 관련될 수 있다(Uslaner & Conley, 2003). 경제적 위기 속에서 낯선 타인을 덜 신뢰하고 불필요한 상호작용을 회피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이로울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외부 기회를 차단해 불리한 조건의 지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일반적 신뢰와 관계적 신뢰는 기능이 다르다(Igarashi et al., 2008). 관계적 신뢰는 이미 형성된 관계의 결속과 유지에 유리하며 이에 수반되는 정서적 유대는 안정성과 관계에의 헌신을 높인다. 반면 일반적 신뢰는 새로운 사람에게 다가가 관계를 형성하도록 촉진하여 친족과 친구의 울타리를 넘어 관계망을 확장하고, 그 과정에서 경제적․사회적 기회와 성장의 경로를 열어준다(Hayashi, & Yamagishi, 1998; Van Lange, 2015; Yamagishi et al., 1998). 따라서 지각된 경제 불평등이 저소득 계층에게서 일반적 신뢰를 낮추고 관계적 신뢰를 높이는 경향은 신뢰 반경의 축소로 이어져, 기존의 계층 간 격차를 재생산 및 유지하는 심리적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향후 연구는 이러한 파급효과를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하고, 신뢰 반경 축소를 완화하는 개입적 효과를 탐색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선행 연구에서 경제 불평등이 신뢰를 저해하는 과정에는 공정성 지각이 중요한 심리적 메커니즘으로 작용하였다(García-Sánchez et al., 2025). 즉 경제 불평등이 클수록 사람들은 사회의 자원 분배를 덜 공정하다고 인식하며, 이러한 공정성 인식의 저하가 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불평등이 그 자체로 문제라기 보다, 불공정한 분배를 신호할 때 신뢰를 약화시킨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불평등 완화를 위한 노력과 함께 사회 전반의 공정성에 대한 인식을 회복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신뢰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종단 연구에 따르면 소득 증가와 같은 경제 여건의 개선이 일반적 신뢰 수준의 증가를 인과적으로 예측하였다(Brandt et al., 2015). 이는 신뢰 회복을 위해 심리적 접근뿐 아니라 경제적 불안이나 결핍을 완화하는 제도적 개입이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현금지원(Cash Transfer) 프로그램과 같은 정책적 개입이 공동체 수준의 신뢰를 증진시킬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검증한 연구도 보고되었다(Evans & Kosec, 2023). 따라서 향후 연구와 정책 논의에서는 취약계층의 경제적 불확실성을 실질적으로 완화하는 제도적 개입을 신뢰 회복 전략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 지각된 경제 불평등과 신뢰 간 관계는 고소득 집단에서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불평등이 소득이 높은 사람들의 심리적 반응이나 사회적 관계에 작동하지 않아서라기보다, 이들이 보유한 상대적으로 풍부한 자원이 불평등 지각에서 비롯되는 심리적 위협을 완충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선행연구에서도 불평등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위협(예: 팬데믹, 금융위기 등)의 심리적 비용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에 집중되는 반면 특권적 집단에서는 그 영향이 제한적임이 반복적으로 보고되어 왔다(e.g., Ryff, 2024). 이러한 결과는 불평등의 심리적 영향이 모든 집단에 일관되기 보다는 개인이 보유한 자원에 따라 조건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본 연구에서는 일반적 신뢰와 관계적 신뢰를 각각 별도의 종속변인으로 분석하였기 때문에 신뢰 반경의 축소를 직접적으로 검증했다고 보기는 제한적이다. 이에 추각적으로 소득 수준, 지각된 경제 불평등, 그리고 신뢰 유형(일반적 신뢰 = 0, 관계적 신뢰 = 1)을 하나의 모형에 동시에 투입하여, 불평등 지각이 두 신뢰 유형 간 차이에 미치는 영향이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지는지를 검증하였다. 두 유형의 신뢰가 모두 측정되고 상호작용 효과가 모두 관찰된 연구 2의 자료를 활용하여 신뢰 유형을 개인 내 요인으로 설정한 삼원상호작용 분석을 실시한 결과, 신뢰 유형 × 소득 수준 × 지각된 경제 불평등의 상호작용 효과가 유의하였다, B = -0.12, SE = 0.04, p = .001, 95% CI = [-0.19, -0.05]. 구체적으로, 지각된 경제 불평등이 높은 수준(+1 SD)에서 일반적 신뢰와 관계적 신뢰 간의 차이는 고소득 집단(+1 SD; 1.96점)보다 저소득 집단(-1 SD; 2.39점)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9) 이러한 결과는 불평등 지각이 신뢰의 유형 간 격차를 확대하는 경향이 소득이 낮은 집단에서 두드러짐을 시사하며, 불평등 상황에서 신뢰가 더 가까운 관계로 수축되는 경향을 보여주는 간접적인 증거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추가 분석 역시 신뢰 반경의 축소를 직접적으로 검증한 것은 아니므로, 향후 연구에서는 신뢰의 범위를 보다 직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설계를 통해, 소득 수준과 불평등 맥락에 따른 신뢰 범위의 변화 양상을 정교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부가적으로 진행한 분석으로서 주관적 SES 및 학력 수준과 지각된 경제 불평등 간의 상호작용 효과를 추가적으로 검토한 결과, 연구 1에서는 소득 수준을 중심으로 진행된 주요 분석 결과와 유사한 패턴의 유의한 상호작용이 관찰되었으나 연구 2와 연구 3에서는 두 유형의 신뢰에 대해 주관적 SES와 학력 수준 모두에서 유의한 상호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해당 결과는 각 연구의 각주에 보고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경제 불평등이 신뢰 수준에 영향을 미칠 때 사회계층의 다양한 지표를 동일하게 자극하기보다, 소득이라는 경제적 자원의 심리적 영향을 더 일관되게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론적으로 볼 때, 경제 불평등은 경제적 자원인 소득 범주의 가시성과 중요성을 증폭시키는 특성을 지니며(Peters & Jetten, 2023), 이로 인해 사회경제적 지위의 여러 지표 중에서도 소득이 개인의 심리 과정과 사회적 판단에 보다 직접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즉 경제 불평등은 본질적으로 소득과 자산 분포에 대한 개념이므로, 학력․직업 지위․주관적 사회계층 인식 등 비-경제적(non-economic) 지표보다 소득과의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연구 3(미국 표본)에서는 일반적 신뢰에 대한 소득 수준의 조절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본 결과는 단일 연구에 기반하므로 문화적 차이에 대한 해석에 신중함이 필요하지만, 미국 사회에서 소득과 인종 집단이 사회인지 과정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맥락을 부분적으로 반영한 결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Cohen 등(2017)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지난 40여 년간 미국 사회에서 소득의 영향력은 전반적으로 증가해 왔으나 그 심리적 효과는 인종 집단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난다. 예컨대, 고소득-흑인 집단은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기대되는 심리적 이득이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으며, 저소득-백인 집단은 소득이 낮은 다른 인종 집단(예: 흑인, 라틴계)보다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더 낮게 인식하는 경향을 보였다(Cohen et al., 2017). 이러한 선행 연구를 고려할 때, 미국 사회에서 지각된 경제 불평등이 일반적 신뢰와 같은 광범위한 사회 인식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소득 수준보다는 소득과 인종의 복합적 조합 속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다양한 문화권을 대상으로, 각 사회에서 의미 있는 사회계층 지표를 포괄하는 연구 설계를 통해 이러한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한계점과 향후 연구 방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는 소득 불평등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두 국가에서 수행되었다. 따라서 유사한 수준으로 불평등이 심화된 다른 사회뿐 아니라, 불평등 수준이 낮은 문화권에서도 연구를 수행해 결과의 일반화 가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는 일반적 신뢰와 관계적 신뢰 이외의 다른 유형의 신뢰는 포함하지 않았다. 사회의 다양한 기관(정부, 교육 기관, 언론 등)에 대한 신뢰를 의미하는 제도적 신뢰(institutional trust) 역시 중요한 사회적 자본으로서 다양한 사회․정치적 행동을 예측하는 만큼(e.g., Devine, 2024), 향후 연구에서 이를 별도 지표로 측정하여 결과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셋째, 본 연구는 모두 상관관계 기반 자료에 의존하므로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 없다. 향후에는 실험 연구(불평등 지각의 조작 등)나 종단 연구를 통해 시간적 선행과 매개경로를 정교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넷째, 불평등의 효과가 소득 수준에 따라 조건적으로 나타난다는 본 연구 결과는 소득 집단(사회계층)에 따라 다르게 분포하는 가치나 이데올로기적 성향의 차이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에 향후 연구에서는 개인의 동기, 규범, 가치와 같은 심리적 요인들의 역할을 분석하여 경제 불평등이 개인의 태도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1) 사회과학에서 다루는 많은 개념들과 마찬가지로 ‘불평등(inequality)’은 그 자체로 명확하게 합의된 단일한 정의를 갖는 개념은 아니다(Cowell, 2011). 어떤 기준을 중심으로 불평등을 바라보는지, 그리고 소득, 자산, 기회 등 어떤 측면을 문제의 핵심으로 강조하는지에 따라 불평등의 정의는 달라질 수 있다.
2) 소득 수준 대신 주관적 SES와 최종 학력을 각각 사회계층 지표로 투입하여, 지각된 경제 불평등과의 상호작용 효과를 검증하는 다중 회귀 분석을 추가로 실시하였다. 그 결과, 일반적 신뢰에 대한 주관적 SES와 지각된 경제 불평등의 상호작용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였으며(B = 0.24, SE = 0.11, p = .035), 최종 학력과 지각된 경제 불평등의 상호작용 효과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B = 0.19, SE = 0.07, p = .007).
3) 연구 1에서와 마찬가지로, 소득 수준 대신 주관적 SES와 최종 학력을 각각 사회계층 지표로 투입하여, 지각된 경제 불평등과의 상호작용 효과를 검증하는 다중 회귀 분석을 추가로 실시하였다. 그 결과, 일반적 신뢰에 대한 주관적 SES와 지각된 경제 불평등의 상호작용 효과(B = 0.01, SE = 0.02, p = .741), 그리고 최종 학력과 지각된 경제 불평등의 상호작용 효과는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B = 0.04, SE = 0.04, p = .389).
4) 관계적 신뢰에 대한 주관적 SES와 지각된 경제 불평등의 상호작용 효과(B = -0.02, SE = 0.02, p = .422), 최종 학력과 지각된 경제 불평등의 상호작용 효과는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B = 0.03, SE = 0.04, p = .326).
5) 실제로 사용된 문항은 다음과 같다. 일반적 신뢰: “Most people can be trusted”, “Most people are basically good and kind”, “Most people are basically honest” & 관계적 신뢰: “People I know personally can be trust”, “People I know personally are basically good and kind”, “People I know personally are basically honest”(1 = strongly disagree, 7 = strongly agree).
6) 실제로 사용된 문항은 다음과 같다: “The income gap is currently too big”, “The income gap will likely be greater in 10 years”, “In our society, there is a huge gap between rich and poor families”, “In our society, there is a big difference between the richest 20% of families and the others”, “In our society, the wealth disparity between upper-class and lower-class families is large”(1 = strongly disagree, 7 = strongly agree).
7) 연구 1&2에서와 마찬가지로, 소득 수준 대신 주관적 SES와 최종 학력을 각각 사회계층 지표로 투입하여, 지각된 경제 불평등과의 상호작용 효과를 검증하는 다중 회귀 분석을 추가로 실시하였다. 그 결과, 일반적 신뢰에 대한 주관적 SES와 지각된 경제 불평등의 상호작용 효과(B = -0.04, SE = 0.05, p = .37), 그리고 최종 학력과 지각된 경제 불평등의 상호작용 효과는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B = -0.07, SE = 0.04, p = .09).
8) 관계적 신뢰에 대한 주관적 SES와 지각된 경제 불평등의 상호작용 효과(B = -0.04, SE = 0.04, p = .24), 최종 학력과 지각된 경제 불평등의 상호작용 효과는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B = -0.03, SE = 0.04, p = .36).
9) 소득 수준 × 지각된 불평등 조건별로 일반적 신뢰와 관계적 신뢰 간 평균 차이의 구체적인 결과는 다음과 같다. 고소득&고불평등지각 조건: 평균차이 = 1.96, F = 418.60, p < .001; 고소득&저불평등지각 조건: 평균차이 = 2.02, F = 423.55, p < .001; 저소득&고불평등지각 조건: 평균차이 = 2.39, F = 457.68, p < .001; 저소득&저불평등지각 조건: 평균차이 = 1.59, F = 136.34, p < .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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