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기반 정신건강 서비스 전달 체계의 형성: 미국과 영국의 사례
심리학은 학문의 특성상 개인의 심리적 기능과 행동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고, 그 결과를 과학적 지식으로 체계적으로 축적해 온 학문이다. 지난 약 150년간 축적된 심리학적 연구 성과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데 크게 기여해 왔으며, 이러한 흐름은 정신건강을 다루는 심리평가와 심리치료 영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왔다.
특히 1990년대 미국에서 민간보험회사가 정신건강서비스에 대해 보험 적용을 시작하면서, 의학의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과학적 연구 결과에 근거한 치료, 즉 근거기반치료(Evidence-Based Treatment)의 개념이 정신건강 영역에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Chambless & Hollon, 1998). 이로 인해 심리치료의 선택과 제공에 있어 전문가의 개인적 선호나 이론적 배경보다는 경험적 근거를 핵심 기준으로 삼는 방향으로 전환되었으며, 보험 체계 또한 근거기반치료를 우선 보장하는 구조로 재편되었다(Austad & Berman, 1991).
이러한 제도적 변화는 기존에 전문가 개인이 선호하는 이론적 지향에 따라 심리 치료를 제공해오던 관행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심리치료 제공 방식 전반에 실질적인 변화를 초래하였고, 2000년대 중반까지 서로 다른 이론적 지향을 가진 전문가들 사이의 갈등이 첨예하게 이어졌다. 그러나 근거기반치료 철학 하에 교육받은 전문가들이 양성됨에 따라 갈등은 점차 줄어들었고, 이론적 지향이 아닌 경험적 근거를 중심에 두는 근거기반실천(Evidence-Based Practice; EBP) 모델이 정신건강 분야에서 효과적인 심리치료 제공을 위한 주된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았다(Kazdin, 2008).
미국심리학회는 EBP를 ‘환자의 특성, 문화, 선호의 맥락 안에서 최상의 가용한 연구 근거(best available research)와 임상적 전문성(clinical expertise)을 통합하는 것’으로 정의하며 (APA Presidential Task Force on Evidence-Based Practice, 2006), 이를 통해 EBP가 1) 연구 근거, 2) 심리치료 제공자의 전문성, 4) 대상자의 선호와 가치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의 상호작용 위에서 작동함을 명시한다. 미국에서는 EBP 패러다임이 연방 및 주 단위 정신건강 정책과 사업에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미국 보훈처(Department of Veterans Affairs)는 2006년부터 외상후스트레스장애에 대한 인지처리치료와 지속노출치료를 포함한 다수의 근거기반치료를 전국 단위로 보급하는 사업을 운영해 왔으며(Karlin & Cross, 2014), 연방 약물남용·정신건강서비스국(SAMHSA)과 다수 주 정부 또한 근거기반 프로그램 자료 센터(Evidence-Based Practices Resource Center)운영과 메디케이드(Medicaid) 환급을 통해 근거기반치료의 보급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EBP의 원리가 국가 차원의 정신건강 정책으로 구체화된 또 다른 사례는 영국의 ‘Improving Access to Psychological Therapies(IAPT, 현 NHS Talking Therapies)’이다. IAPT는 2008년 영국의 심리학자 David Clark과 경제학자 Lord Richard Layard가 근거기반 심리치료의 임상적·경제적 가치를 정치권에 피력하면서 도입된 대국민 심리 서비스 프로그램으로(Clark, 2011), 도입 이후 지속적인 효과성 평가를 통해 국민 정신건강 개선 뿐 아니라 실업률 감소와 경제활동 조기 복귀 등 사회경제적 지표의 개선을 함께 입증해 왔다(Layard & Clark, 2015; Toffolutti et al., 2021). IAPT 프로그램은 2023–2024년 기준 연간 약 180만 건의 의뢰가 접수되는 영국 공공 정신건강 서비스의 핵심 전달 체계로 자리잡았으며(NHS, 2024), 근거기반 심리 서비스의 성공적인 정책 적용 사례로서 노르웨이의 Prompt Mental Health Care(PMHC) 등 다른 국가의 공공 심리 서비스 정책에 참조 모델이 되어 왔다(Knapstad et al., 2020).
IAPT의 주목할 만한 점은 EBP의 세 가지 핵심 요소를 프로그램 운영 원리로 체계화하였다는 데 있다(National Collaborating Centre for Mental Health, 2018).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and Care Excellence, NICE)은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해 효과성이 입증된 치료만이 사업 내에서 제공되도록 함으로써 연구 근거를 담보하였고, 모든 서비스 제공자가 인증된 교육과 정기 슈퍼비전을 이수하도록 의무화하여 임상적 전문성을 확보하였다. 또한 대상자의 증상 심각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개입을 조정하는 단계적 돌봄(stepped care) 모델을 도입함으로써 대상자의 상태와 선호에 부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아울러 IAPT는 매 회기 표준화된 척도로 증상 변화를 측정하는 상시적 효과성 모니터링(routine outcome monitoring) 체계를 운영해 왔다. 이는 임상 현장에서 제공자가 환자의 진전을 추적하여 개입을 조정할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축적된 자료를 통해 사업 전반의 효과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다.
앞서 살펴본 미국과 영국의 사례는 제도적 맥락과 실행 방식에 차이가 있기는 있기는 하나, 근거기반실천의 확산이 심리학 내부의 자발적 변화보다는 정신건강 서비스 전달 체계의 재편이라는 외부적 요구에 의해 촉진되었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이는 근거기반실천이 임상 현장에 정착되는 과정에서 학문적 합의뿐 아니라, 이를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와 서비스 전달 체계의 역할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국내 근거기반실천 확립의 제도적 난점과 심리학 전문가의 역할
2026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근거기반실천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합의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심리학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고 있는데, 이러한 논쟁 양상은 1990년대 미국에서 심리 서비스에 대한 보험 적용이 본격화되던 시기의 찬반 논의와 유사한 측면을 보인다. 그러나 이미 심리 서비스 관련 면허제도가 정립되어 있던 당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심리 서비스의 질과 전문성을 체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자격 관련 법제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문제의 구조적 심각성이 더욱 크다.
실제로 지난 20–30년간 국내에서는 전문적인 심리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자격 관리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산하 산업인력관리공단,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 여러 부처에 의해 통합된 기준 없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이에 더해 민간자격정보시스템에 등록된 심리 서비스 제공 관련 자격증 역시 3,000개 이상에 이르는 실정이다(홍은택 등, 2023). 이러한 자격 체계의 장기적인 난립은 심리 서비스 제공에 요구되는 전문성의 기준을 명확히 하기보다는, 자격 발급 주체 간의 이해관계가 우선되는 구조를 고착화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이상민, 2020; 정경미 & 이승아, 2023). 한국심리학회 역시 지난 30여년 간 심리 서비스의 질 관리를 위한 법과 자격제도 확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는데 일조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OECD, 2024), 낮은 주관적 행복도(Helliwell et al., 2025), 그리고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출산율(OECD, 2024)은 우리 사회에서 국민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부담과 정신건강 문제의 심각성을 반영하는 지표로 논의되어왔다. 이러한 추세의 장기화는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대응이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적 수준에서 마련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심리학회가 서울시 용역사업으로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근거기반실무를 지역사회로 확산하고자 하는 실천적 시도이자, 그간 공공 정신건강 영역에서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심리학 전문가들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미 의학, 간호, 사회복지 분야의 전문가들은 정신건강센터의 설립과 운영을 통해 공공 정신건강 서비스 전달 체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반면, 국가 수준에서 심리학적 전문성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심리지원 기관은 부재하며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심리학자의 수도 제한적이다. 이러한 상황은 이제 심리학 전문가의 역할을 공공 영역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확장해 나갈 필요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의 설립 목적과 주요 업무
한국심리학회는 2024년부터 서울시 용역과제로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를 수탁운영하고 있다. 센터의 궁극적인 설립 목적은 서울시에서 제공되는 심리 서비스를 지원하고, 그 질과 체계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 타워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나, 설립 초기 단계에서는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전국민마음투자사업(현 정신건강 심리상담 바우처 사업)의 안정적 정착과 서울시 기존 정신건강 사업의 지원 및 연계를 핵심 과제로 삼았다.
전국민마음투자사업 관련 업무
전국민마음투자사업은 정신건강상의 어려움을 경험하는 개인을 대상으로 연간 최대 8회까지 1:1 전문 심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도모하는 국가 단위 사업이다 (보건복지부, 2024). 대상 범위와 예산 규모 측면에서 기존에 전례가 없는 대규모 사업으로, 사업의 구조와 운영 방식은 상이하나, 장기적으로는 영국의 IAPT와 유사한 수준의 공중보건적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그러나 사업 준비 및 홍보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던 탓에, 서비스 제공 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슈퍼비전, 행정적 지원, 그리고 서비스 효과성을 검증할 수 있는 평가 체계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이 시작되었다는 구조적 한계도 있었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단기간 내 서비스 제공의 양적 확대는 가능하나, 개입의 질 관리와 사업 성과에 대한 체계적 점검에는 불가피한 제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높은 인구 분포로 인해 전국민마음투자사업 전체 예산에서 큰 비중의 사업비가 배정되는 단일 지자체로, 기존 타 사업 경험에 근거하여 비교적 단기간 내 사업 운영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행정적 기반을 갖추고 있었다. 동시에 국가사업의 틀 안에서 지자체 권한에 기반한 일정 수준의 관리와 조정이 가능한 구조적 조건도 함께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는 전국민마음투자사업의 서울시 사업 관리 주체로서 심리 서비스 제공의 안정성 확보와 질 관리를 핵심 과제로 설정하였으며, 단기적인 사업 관리에 그치기보다 근거기반 심리평가와 치료가 지역사회 공공 서비스 체계 안에 정착 및 확산되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운영의 초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센터가 수행한 다양한 업무 가운데, 근거기반 심리 서비스의 확산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주요 업무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심리 서비스 효과성 모니터링을 통해 서비스 제공 결과를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이를 사업 운영에 환류하는 것이며, 둘째, 심리 서비스 제공 인력을 대상으로 한 교육 및 슈퍼비전 지원을 통해 현장 개입의 질을 제고하는 것이다.
심리 서비스 효과성 모니터링.
서울시는 찾아가는 마음안심버스(서울특별시, 2025), 마음건강검진 및 상담지원(서울특별시, 2025), 청년 마음건강 지원 사업(서울특별시, 2026) 등 다양한 공공 심리 서비스를 운영해 왔다. 이 중 일부 사업에서는 대상자의 증상 변화에 기반한 효과성 평가가 도입된 바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사업 성과를 평가하기 위한 지표로 이용자의 주관적 만족도가 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공공 심리 서비스 사업은 개입의 대상과 목표가 명확히 설정된 만큼, 사업 성과 평가는 개입 이후의 증상 수준이나 기능 상태의 변화, 즉 효과성을 중심으로 구성될 필요가 있다 (Clark et al., 2018). 효과성에 대한 체계적 평가는 사업 개선과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필수 조건일 뿐 아니라 공공 재원이 투입되는 사업의 지속 가능성과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로 기능한다.
앞 절에서 살펴본 영국 IAPT의 사례는 이러한 효과성 평가가 어떻게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IAPT에서는 매 심리 서비스 회기마다 검증된 심리평가도구(예, Patient Health Questionnaire-9, Generalized Anxiety Disorder-7 등)를 활용하여 대상자의 증상 변화를 체계적으로 입증하고, 실업률 감소와 경제활동 참여 증가 등 사회경제적 지표를 함께 제시함으로써, 심리 서비스 개입이 개인 수준의 증상 완화를 넘어 사회적 비용 절감과 생산성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다층적 평가 체계는 IAPT 사업이 정책적으로 유지 및 확대될 수 있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였다 (Clark, 2018; Wakefield et al., 2021). 노르웨이 PMHC 또한 이러한 모니터링 구조를 차용함으로써 사업 효과를 실증적으로 입증한 바 있다(Knapstad et al., 2020).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는 이러한 모델을 한국적 맥락에 맞게 구현하는 것을 효과성 모니터링 사업의 기본 방향으로 삼았다.
지역사회 차원에서 수행되는 대규모 심리 서비스 사업에서 효과성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작업은 개별 기관이나 서비스 제공자의 자발적 노력만으로는 지속되기 어렵다. 현장에서는 제한된 인력과 시간, 행정 업무 부담 등으로 인해 자료수집과 관리가 일관되게 이루어지기에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여 센터는 심리 서비스의 효과성을 다각도로 평가할 수 있는 핵심 지표를 수립하고, 현장 여건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병행이 가능한 자료 수집 체계 구축하였다. 아울러 전국민마음투자사업에 참여하는 서비스 제공자를 대상으로 효과성 모니터링의 목적과 중요성, 활용 방식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기관 홍보 지원, 모니터링 결과 리포트 제공, 교육 및 슈퍼비전 프로그램에 대한 우선 참여 기회 등을 연계함으로써 모니터링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참여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고자 하였다.
2024-2025년 동안 총 90개 서비스 제공기관이 모니터링 사업에 참여하였으며, 831 명의 대상자 사례의 자료가 수집되었다. 이는 전체 서비스 이용자 규모를 감안하면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지만, 공공 심리 서비스 영역에서 효과성 자료를 체계적으로 축적하기 위한 초기 시도라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향후 해당 자료를 활용하여 영국의 IAPT 사례와 유사한 방식으로 사업의 내용과 운영 구조를 소개하고, 사업 효과성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를 정리하여 학술 출판물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한 연구 목적의 자료 활용과 관련하여 기관생명윤리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 심사가 진행 중이다.
심리 서비스 제공자 역량강화교육 및 집단 슈퍼비전 지원.
EBP 모델에서 강조되는 바와 같이, 근거기반치료의 지역사회 확산에서 서비스 제공자의 임상적 전문성은 개입의 효과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다. 동일한 매뉴얼에 기반한 개입이라 하더라도 제공자의 훈련 수준과 치료 충실도(treatment fidelity)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McHugh & Barlow, 2010), 이에 따라 일찍이 근거기반실천이 자리 잡은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근국내와 같이 심리 서비스 제공자의 자격 체계가 분절되어 있고, 통합된 역량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는 서비스 제공자 간 훈련 배경의 편차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이러한 조건은 전국민마음투자사업과 같은 대규모 사업에서 일관된 서비스 품질을 확보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는 이러한 국내 실정을 고려하여 다양한 배경의 심리 서비스 제공 인력을 아우르는 근거기반 평가 및 치료 교육 과정을 개발 및 운영하고 집단 슈퍼비전 프로그램을 지원해 왔다. 이는 제공자 간 역량의 편차를 보완하고 근거기반치료가 현장에서 일관된 수준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뒷받침하기 위한 시도라 볼 수 있다.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는 교육 과정 개발에 앞서 심리 서비스 제공 인력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교육 주제에 대한 요구를 파악하였으며, 해당 자료를 근거로 교육 주제와 회기를 확정하되 교육 내용은 효과성이 검증된 근거기반 평가 및 치료로 한정하였다. 교육의 전문성과 현장 적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 교육 주제별로 한국임상심리학회, 한국상담심리학회, 한국상담학회,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대한간호협회 정신간호사회 등 관련 전문 단체에 교육 내용 개발과 실제 운영을 의뢰하였다. 그 결과 2025년까지 ‘지역 서비스 연계와 다문화 및 사각지대 개입’, ‘우울 및 불안에 대한 근거기반 개입’, ‘위기 사례에 대한 근거기반 개입’ 등을 포함한 총 5개의 교육 과정이 개발 및 대면으로 운영되었다.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의 역량강화교육 사업은 통합된 역량 기준이 부재한 국내 심리서비스 환경에서 자격 체계의 분절성을 사후적으로 보완하는 실용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특히 각 교육 주제를 관련 학·협회에 분산 의뢰함으로써 다학제 인력을 고르게 포괄하는 협력 구조를 마련하였으며, 현장의 교육 요구도 조사와 근거기반치료 한정이라는 두 원칙을 함께 적용함으로써 현장 적합성과 학술적 정당성의 균형을 추구하였다는 점도 본 사업의 주요한 성과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단기·대면 중심의 현행 운영 방식은 폭넓은 인력 양성과 심화적 역량 강화 모두를 충분히 담아내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는바, 향후에는 비대면 형식으로의 확장과 단계별 교육 트랙 도입 등을 통해 접근성과 심화 학습의 기회를 함께 확보해 나가는 방안이 검토될 만하다.
집단 슈퍼비전 프로그램의 경우, 사전에 심리 서비스 제공 인력을 대상으로 희망 주제에 대한 요구도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여 ‘우울’, ‘불안’, ‘트라우마’, ‘중독’, ‘자살 및 자해 위기’, ‘성소수자 대상 개입’, ‘변증법적 행동치료’, ‘정서중심치료’의 8개 주제를 선정하였다. 각 주제별로 1개 집단을 구성하고, 집단당 최대 4인이 참여하는 소규모 폐쇄 집단 형태로 총 4회기의 슈퍼비전을 실시함으로써, 회기 운영의 효율성과 심도 있는 논의를 동시에 확보하고자 하였다.
2025년도에 운영된 총 8개의 집단 슈퍼비전에는 각 집단당 4명, 총 31명의 서비스 제공자가 참여하였다(중복 참여 1인 포함). 이는 프로그램이 초기 기획 단계부터 소규모 집중형 슈퍼비전 제공을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당초의 운영 취지에 부합하는 규모라 할 수 있다. 다만, 서울시 내 공공 및 민간 심리 서비스 제공 인력의 전체 규모를 감안할 때, 현행 운영 방식만으로는 지원 범위가 제한될 수 있으므로 향후에는 집단 수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회기 구성과 운영 방식을 보다 유연하게 조정함으로써 프로그램의 접근성과 적용 범위를 함께 제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아울러 참여자의 경력 단계와 숙련도에 따라 슈퍼비전에서 다루어지는 논의의 깊이와 초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주제 중심의 집단 구성에 더하여 참여자의 경력과 역량 발달 수준을 함께 반영한 프로그램 기획이 요구된다. 이를 통해 단순한 규모의 확대를 넘어 현장 서비스 제공자가 직면하는 실제적 요구에 보다 부합하는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 정신건강 사업 지원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는 개소 전부터 정신건강복지센터, 국가 트라우마센터, 자살예방센터 등 관련 기관들과의 역할 중첩 가능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어왔다. 이에 따라 타 기관과 중복되지 않는 고유의 기능을 확립할 필요가 있었고, 추가적으로 기존 체계에서 충분히 포착되지 못한 영역, 즉 제도적 회색지대를 보완하는 역할이 기대되었다. 광역심리지원센터는 이러한 보완적 역할을 서울시 공공 심리 서비스 전달 체계의 인프라를 보강하는 형태로 구체화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근거기반실천의 원리를 지역사회 단위로 확산하는 거점 기능을 수행하고자 노력해 왔다.
그 대표적 사례가 서울형 재난심리대응팀(Seoul Disaster Psychological Assistance Team, SDPAT) 및 국가트라우마센터와의 협력을 통한 재난 트라우마 대응 체계의 보완이다. 기존 재난 심리지원 체계는 급성기 현장 대응을 중심으로 인력이 운영되어 왔으며, 그 결과 급성기 이후에도 심리적 어려움이 지속되는 사례를 지원할 수 있는 민간 전문 인력풀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한계를 지녀 왔다. 이에 광역심리지원센터는 SDPAT 및 국가트라우마센터와 협력하여 2025년 트라우마 대응 역량을 갖춘 민간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리커버리 지원단' 89명을 양성하였다. 양성 과정에서는 재난 상황의 유형과 회복 단계에 따라 효과성이 검증된 근거기반치료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향후 트라우마 사건 발생 시 현장 중심의 심리적 응급처치뿐 아니라, 아급성기와 만성기에 이르는 회복 과정 전반에서 1:1 맞춤형 심리지원이 제공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나아가 광역심리지원센터는 재난 대응 인력 자체가 경험하는 심리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단기 동료지원(peer support) 매뉴얼을 개발하였다. 재난 대응 요원은 직무 특성상 외상 사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의 위험이 높은 집단으로 알려져 있으며, 매뉴얼화된 단기 동료지원 프로그램이 그 위험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음이 선행 연구에서 보고되어 왔다(Castellano, 2021; Feuer, 2021). 광역심리지원센터가 개발한 매뉴얼은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국내 현장에 적용 가능한 형태로 구성된 것으로, 향후 재난 대응 인력의 심리적 회복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사례는 근거기반치료 매뉴얼의 개발과 보급을 통한 서울시 내 민간 및 공공 심리 서비스의 실무 지원 및 서비스 품질 제고이다. 광역심리지원센터는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실무 중심의 근거기반치료 매뉴얼을 단계적으로 개발하고 이를 심리 서비스 제공기관에 보급함으로써, 서울시민에게 양질의 심리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그 첫 단계로 광역심리지원센터는 2024년 10월부터 12월까지 계명대학교 산학협력단과 공동으로 「서울형 트라우마 회복 심리 서비스 매뉴얼」을 개발하였다. 트라우마 영역이 우선 개발 대상으로 선정된 데에는 서울시의 환경적 맥락이 작용하였다. 도시 밀집 환경에서 발생하는 사고성 재난과 감염병, 환경 요인 등 다양한 외상 위험에 시민이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트라우마 경험자를 위한 표준화된 심리적 개입 자원의 마련이 우선 과제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개발된 매뉴얼은 회기별로 평가, 안정화 및 과제 점검, 주제별 활동, 안정화 및 과제 제시, 마무리에 이르는 진행 구조가 표준화되어 있어, 다양한 배경의 서비스 제공자가 현장에서 일관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2025년에는 개발된 매뉴얼의 시범 운영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매뉴얼의 현장 적용 가능성과 초기 효과성을 확인한 바 있다. 광역심리지원센터는 트라우마 매뉴얼 개발과 시범운영의 경험을 토대로 자살, 스트레스 등 다른 영역으로 근거기반 매뉴얼의 개발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근거기반치료 매뉴얼의 축적과 보급은 서울시 공공·민간 심리 서비스의 질적 일관성을 확보하는 실질적 기반으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책 환경 변화에 따른 운영 방향 제언
2026년을 기점으로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는 서울시의 조직 개편 그리고 보건복지부의 정신건강 심리 서비스 방향 전환에 따라 업무 범위의 확장과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광역심리지원센터를 둘러싼 정책 환경의 주요한 변화를 짚고, 각 변화에 대응하여 검토될 수 있는 운영 방향을 함께 제언한다.
첫 번째 변화는 서울시의 조직 개편에 따라 그간 재난 발생 시 심리적 응급처치와 초기 상담을 담당해 온 서울형 재난심리대응팀(SDPAT)이 광역심리지원센터로 이관된 것이다. 이는 업무의 효율성 향상을 위한 서울시의 정책적 결정에 따른 것으로, 재난 심리지원과 관련한 자원을 한데 모아 통합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광역심리지원센터는 이번 이관에 앞서 정신건강복지센터, 자치구 마음상담소, 소방재난본부 등 트라우마 유관 기관과의 협력회의를 통해 재난 발생 시 기관별 역할 정립과 아급성기 재난 경험자에 대한 연계 체계를 마련해 왔으며, 회복 단계별 대응이 가능한 리커버리 지원단의 인력풀 또한 확보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 논의가 결실을 맺고 확보된 자원이 실제 재난 상황에서 유효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재난 발생 시 인력 투입의 순서와 사례의 단계별 의뢰 및 추적 경로를 명시한 단계별 대응 프로토콜의 정립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그간의 협의 결과를 토대로 프로토콜의 초안을 작성하고, 모의 시나리오를 활용한 시범 운영을 통해 그 실제 적용 가능성을 점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재난 심리지원 영역에서 광역심리지원센터가 본격적으로 다루어 나갈 또 다른 축은 재난 대응 인력 자체에 대한 심리지원이다. 소방관, 경찰관 등 재난 대응 요원은 직무 특성상 외상 사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의 위험이 높은 집단으로 보고되어 왔으나(Arena et al., 2025), 국내에서 이들에 대한 체계적 심리지원은 상대적으로 미비
한 실정이다. 광역심리지원센터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재난 대응 인력의 외상 후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동료지원 매뉴얼을 개발한 바 있으나, 매뉴얼 개발 자체가 그 효과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매뉴얼이 실제 현장에 안정적으로 보급되고 대응 인력의 심리적 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동료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할 대응 인력의 양성이 요구되며, 양성된 인력을 매개로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보급될 수 있도록 소방·경찰 등 유관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 체계가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보급된 프로그램이 실제 대응 인력의 심리적 회복에 기여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효과성 검증 체계가 함께 갖추어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두 번째 변화는 보건복지부의 전국민마음투자사업이 2026년 ‘정신건강 심리상담 바우처 사업’으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서비스 대상 범위가 재난 피해자 및 유가족까지 확대된 것이다. 광역심리지원센터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재난 및 외상 경험자를 주된 대상으로 '서울형 트라우마 회복 심리 서비스 매뉴얼'을 개발하고 시범운영을 통해 초기 효과성을 확인한 바 있다. 해당 매뉴얼은 바우처 사업의 신규 대상 집단에 제공될 수 있는 표준화된 개입 자원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다만 시범운영 단계의 매뉴얼이 바우처 사업이라는 보다 확장된 운영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작업이 함께 검토될 만하다. 우선 바우처 사업에는 다양한 훈련 배경을 지닌 서비스 제공자가 참여하는 만큼, 매뉴얼이 일관된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서비스 제공자를 위한 교육과 슈퍼비전이 함께 제공될 필요가 있다. 또한 시범운영과는 다른 운영 조건에서 매뉴얼이 의도된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는지를 점검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가 함께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이러한 과정에서 축적되는 자료는 매뉴얼의 지속적 보완과 개선을 위한 실증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변화는 서울시에서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마음상담소’의 전 자치구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서울특별시, 2024). 마음상담소는 자치구 단위에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스크리닝과 단기 심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 심리지원 기관으로, 현재 15개 자치구에 18개소가 운영되고 있다(2026년 4월 기준). 마음상담소는 접근성이 높은 만큼 일선에서 시민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대표적인 공공 심리지원 자원으로 기능하며, 전 자치구 확대가 이루어질 경우 그 역할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마음상담소는 자치구 단위로 운영되는 만큼 운영 방식과 조직 구조 등에서 자치구별 편차가 존재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시민이 제공받는 서비스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자치구 운영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자치구 간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 품질이 확보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광역심리지원센터의 역할이 보다 중요하게 부각된다.
이와 관련하여, 광역심리지원센터는 마음상담소를 비롯한 공공 심리지원 기관의 운영을 지원하기 위한 작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왔으며, 그 일환으로 2025년 「서울형 심리지원서비스 운영지침」을 발간한 바 있다. 해당 지침은 상담실 환경 기준, 서비스 제공자의 안전과 소진 예방, 위기 대응 절차, 기관 간 연계 체계 등 공공 심리지원 기관이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실무적 과제를 다루고 있으며, 자치구 마음상담소를 비롯한 공공 심리지원 기관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향후 과제는 발간된 운영지침이 자치구별 마음상담소의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되고 정착되어 갈 수 있도록 후속 작업을 이어 가는 데에 있다. 구체적으로는 적극적 운영 의지를 지닌 마음상담소를 대상으로 한 시범 운영을 통해 지침이 현장에 적용되는 양상을 점검하고, 자치구별 여건에 부합하는 개선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작업이 검토될 만하다. 이러한 시범 운영의 경험은 지침을 점진적으로 정교화하고 향후 마음상담소 운영 모델을 발전시켜 나가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의 장기적 발전 방향
한국 공공 심리 서비스 영역은 그간 서비스 제공의 양적 확대와 자격 체계의 분절성 사이에서 일관된 품질 관리 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채 발전해 왔다. 2024년 출범한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는 이러한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공공 심리 서비스의 운영을 지원하고 그 질적 수준을 관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 왔다. 이는 시민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 온 기존의 공공 심리 서비스 전달 체계와는 구별되는 시도로, 심리 서비스가 심리학적 전문성에 근거하여 운영되도록 관리 및 지원하는 데에 그 핵심이 있다.
2026년을 기점으로 SDPAT의 조직 통합과 정신건강 심리상담 바우처 사업 대상 집단의 변화등이 이루어지면서 센터가 관여하는 심리 서비스의 범위는 보다 다양한 위험 수준과 개입 유형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공공 심리 서비스 체계 내에서 센터의 기능과 역할이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센터의 고유한 책무와 책임 범위가 충분히 정리되지 않을 경우, 타 기관과의 역할 중첩이나 전달 체계 상의 혼선으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향후 센터의 운영 방향은 기능의 단순한 확장보다는, 설립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는 핵심 역할을 중심으로 보다 명확히 정립될 필요가 있다. 아래에서는 향후 중점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는 운영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는 공공 심리 서비스 전반에 적용 가능한 효과성 모니터링의 표준 구조를 정립하는 기능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현재 효과성 모니터링은 전국민마음투자사업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으나, 향후에는 개별 사업의 성과 확인을 넘어 서비스 유형과 대상 집단이 달라지더라도 공통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지표와 분석 틀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표준화는 개별 기관이나 단일 사업 차원에서는 수행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여러 공공 심리 서비스를 동시에 조망하고 조정할 수 있는 광역 단위 조직인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의 역할과 직접적으로 부합한다. 효과성 모니터링의 표준 체계가 구축될 경우, 서울시 공공 심리 서비스 전반의 운영 현황을 일관된 기준에서 점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앞서 살펴본 영국 IAPT의 사례에서 표준화된 효과성 모니터링이 사업의 정책적 지속성과 서비스 질 관리의 핵심 기반으로 작동한 양상과도 부합한다(Clark et al., 2018).
나아가, 센터는 효과성 모니터링을 통해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서울시 심리 서비스의 기획과 운영에 대해 근거에 기반한 정책적, 실무적 판단을 지원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효과성 모니터링 자료의 핵심적 가치는 개별 사업의 성과를 단순히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비스가 실제 현장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구조적으로 파악하는 데 있다. 이러한 관점은 최근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도 강조되어 왔는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 for Disease Control)와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는 정신건강 서비스 모니터링이 증상 경감과 같은 성과 지표뿐 아니라 서비스 실행 역량, 투입 자원, 인력 전문성 등 실행 과정 전반을 함께 포괄해야 함을 권고하고 있다(Kidder, 2024; WHO, 2024). 이러한 다차원적 모니터링은 특정 개입의 효과 여부뿐 아니라 대상 집단의 특성, 제공 방식, 서비스 연계 구조 등이 결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함께 검토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이러한 자료가 다양한 심리 서비스 영역에 걸쳐 축적될 경우, 개별 사업의 개선을 넘어 서비스 간 기능 분담의 적절성, 중복 또는 공백 영역의 존재, 향후 보완이 필요한 개입 영역을 식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이와 같은 판단 기반이 축적될 경우, 센터는 단순히 개별 사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넘어, 서울시 공공 심리 서비스 전반의 운영 방향과 우선순위 설정에 대해 근거에 기반한 제언을 제시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공공 심리 서비스의 질 관리 기준을 실제 현장에 적용 및 검증할 수 있는 핵심 거점으로서 마음상담소의 운영을 지원하고 협력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에는 영국의 IAPT와 같이 근거기반 심리 서비스를 제도적으로 제공하는 공식적인 기관이 부재하며, 공공 심리 서비스 전달 체계 또한 충분히 정립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서울시 25개 자치구 전체에 마음상담소가 설치되고 그 운영 체계가 정비될 경우, 접근성이 높은 공공 심리 서비스 제공 창구로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역심리지원센터가 2025년 발간한 「서울형 심리지원서비스 운영지침」은 마음상담소 운영의 기준을 정비한 첫 단계로 볼 수 있다. 다만 마음상담소가 근거기반 심리치료의 실행 거점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운영 기준의 마련을 넘어, 근거기반 단기치료 매뉴얼의 보급, 매뉴얼에 기반한 서비스 제공자 교육과 슈퍼비전, 효과성 모니터링이 하나의 흐름 안에서 결합되어 작동하는 지원 체계가 함께 갖추어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원이 단계적으로 축적된다면, 마음상담소가 서울형, 더 나아가 한국형 근거기반 심리치료가 공공 영역에서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확산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실행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공공 심리 서비스 전달 체계가 보다 일관되게 작동할 수 있도록 유관 기관 간 소통과 협력을 촉진하는 중간 조정자적 역할이 요구된다. 이는 개별 기관의 고유한 기능과 권한을 전제로, 공통의 운영 기준과 질 관리 원칙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고 기관 간 협력과 연계가 현장에서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을 의미한다. 정신건강 서비스가 여러 기관에 분산되어 제공되는 환경에서 기관 간 협력의 부재는 중복 개입과 서비스 공백을 초래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으며, 이러한 분절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관 차원을 넘어 전체 전달 체계를 조망하고 조율하는 상위 기관의 역할이 강조되어 왔다(WHO, 2016). 국내 공공 심리 서비스 현장에서도 기관별 서비스 범위와 연계 방식에 대한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지 못한 채 다수의 사업이 운영되면서 유사한 한계가 발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광역심리지원센터는 이러한 공백을 능동적으로 파악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예컨대 현재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위기 개입은 자살예방센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일반 심리 서비스 영역에서는 정신건강 심리상담 바우처 사업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두 기관이 서로 다른 위험 수준의 대상자를 담당하는 만큼, 광역심리지원센터는 자살예방센터의 위기 개입 이후 후속 심리지원으로 이어지는 경로와 일반 심리 서비스 영역에서 발견된 고위험 사례가 자살예방센터로 의뢰되는 경로를 점검 및 보완함으로써 두 영역 간 양방향 연계를 지원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개별 사례 수준의 조정을 넘어서, 광역심리지원센터는 유관 기관 간 정기적인 협의 구조와 실무 수준의 정보 교류를 지원함으로써 기관 간 상호 이해와 협력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서비스 의뢰 및 연계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쟁점들을 정리 및 환류함으로써, 현장에서 드러나는 구조적 문제를 가시화하고 협력적 개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조정 기능을 통해 광역심리지원센터는 공공 심리 서비스 전달 체계가 현장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하도록 연결하고 보완하는 핵심적 허브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가 공공 심리 서비스의 양적 확대를 넘어, 심리 서비스의 질 관리와 근거 기반 운영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공공 심리 서비스 모델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센터 설립 취지에 부합하는 핵심 기능에 집중한 운영이 요구된다. 다만 이러한 핵심 기능은 공공 심리 서비스가 작동하는 제도 및 행정적 환경과 서비스 제공 현장의 조건, 기관별 역할과 자원 수준, 대상 집단의 특성 등의 현실적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을 경우 형식적 수준에 머무를 위험이 있다. 따라서 핵심 기능의 달성을 위한 세부적인 실행 전략은 실제 현장에서 적용 및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공공 영역에서 근거기반 심리 서비스의 확산과 실행, 그리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그 결과에 기반한 서비스 개선은 단일 기관의 권한이나 자원만으로 수행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의료, 복지, 행정 등 유관 기관과 직역 간의 협력 구조가 필수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될 때, 서울시광역심리지원센터는 심리학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공 심리 서비스 전달 체계가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작동하도록 뒷받침하는 중심적 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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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특별시. (2025. 9. 25). 정신건강관리사업: 찾아가는 심리지원 마음안심버스 운영. https://news.seoul.go.kr/welfare/archives/56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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