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sexual violence)은 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강제적으로 성적 행위가 가해지는 것으로 정의되며(한국성폭력상담소, 2014), 성폭력 중에서도 특히 성폭행(강간) 및 성추행은 형법에 명시되어 있는 중대한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국가법령정보센터, 2026). 성폭행 및 성추행은 가해자가 남성, 피해자가 여성인 경우가 대다수이기에, 성폭력은 곧 여성에게만 발생하는 피해처럼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남성들 역시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다는 사실이다.

국내의 범죄 피해에 대한 공식적인 자료인 경찰청의 통계에 의하면, 강간과 유사강간의 남성 피해자는 2022년도에 158명(2.5%), 2023년도에 132명(2.2%), 2024년도에 136명(2.4%)이었고, 강제추행의 경우에는 2022년도에 1,478명(9.3%), 2023년도에 1,766명(10.9%), 2024년도에 1,878명(12.2%)으로 조사되었다(국가통계포털, 2026). 따라서 2024년을 기준으로 볼 때, 2,000여 명의 남성들이 성폭력 피해를 경험하였다. 더불어, 성적 외상을 경험한 이들의 정신건강을 조사한 국내 연구에서는 535명의 성적 외상을 경험한 이들 중, 여성이 405명(75.7%), 남성이 130명(24.3%)인 것으로 확인되었다(Choi et al., 2024). 이러한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적지 않은 수의 남성들이 강간부터 성추행에 이르기까지 중대한 성폭력 피해를 경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남성 성폭력 피해에 대한 문제 인식이 매우 미미한 실정이다(김은영, 윤민우, 2021).

성폭력 피해는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초래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Campbell et al., 2009), 이러한 영향은 남성 피해자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남성 역시 여성과 마찬가지로 성폭력 피해를 경험할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이하 PTSD)를 겪을 위험이 현저히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Kessler et al., 1995). 또한 성폭력 피해 남성은 비피해 남성에 비해 전반적인 심리적 고통 수준이 높으며, 우울과 불안, 해리 증상, 경계성 성격 특성과 같은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약물 남용, HIV 감염 위험을 증가시키는 보호되지 않은 성행위, 성매매 참여 등 부적응적 행동과의 관련성도 확인되고 있다(Elliott et al., 2004; Heidt et al., 2005; Kalichman et al., 2001, 2002). 심지어 Kimerling 등(2002)의 연구에서는 남성 성폭행 피해자들이 여성 성폭행 피해자들보다 급성 정신증이 3.6배, 평생의 정신 장애가 1.9배, 정신과적 입원이 2.9배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선행연구에서 남성 피해자 표본의 수는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남성 피해의 규모가 미미하다는 의미라기보다, 남성 성폭력 피해가 충분히 드러나지 못하고 연구되지 못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에 남성 성폭력 피해에 대한 학문적·사회적 관심의 확대가 요구된다.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

피해자에게 있어 성폭력 피해는 일차 피해(primary victimization)와 이차 피해(secondary victimization)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데(Boskovic & Misev, 2022), 일차 피해는 성폭력에 의해 직접적으로 신체적 및 심리적 손상이 발생하는 것을 말하며, 이차 피해는 성폭력 이후 가족, 지인, 사법기관, 여론 등의 부정적인 반응에 의해 심리적 및 사회적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한국성폭력상담소, 2003; Campbell & Raja, 1999). 따라서 일차 피해가 성폭력 자체에 의해 발생하는 피해라면, 이차 피해는 성폭력 피해 이후 피해자가 사회적 체계 내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경험하면서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피해라 할 수 있다. 이차 피해의 구체적인 예시로는 성폭력 피해에 대한 신빙성을 의심하거나 축소하는 태도, 가해자와의 관계, 성적 이력(sexual history), 직업, 사생활 등 성폭력 피해의 본질과는 무관한 피해자의 사적 영역에 대해 질문하는 것, 가해자에 대한 옹호 등이 있다(박명진 등, 2014; 한국성폭력상담소, 2003; Campbell & Raja, 2005).

앞서 제시한 이차 피해의 정의와 그 예시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이차 피해의 주요한 구성 요소는 바로 성폭력에 대한 책임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전가함으로써 피해자를 비난하는 ‘피해자 비난(victim blame)’ 태도이다(박명진 등, 2014; Bieneck & Krahé, 2011). 특히 이러한 피해자 비난 태도는 다른 범죄 피해보다 성폭력 피해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도 사건과 강간 사건에서의 가해자 및 피해자 비난 정도를 살펴본 국외 연구에서는 강도 사건에 비해 강간 사건에서 피해자 비난 수준이 유의하게 더 높았으며, 가해자에 대한 비난 수준은 유의하게 더 낮았다(Bieneck & Krahé, 2011). 국내 연구에서도 범죄 유형에 따라 피해자의 음주가 피해자 비난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확인하였는데, 폭행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음주 여부가 피해자 배상 수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지만, 강간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음주한 경우 더 적은 배상을 받아야 한다고 평가함이 확인되었다(장혜지, 조은경, 2025). 이는 다른 범죄와 달리, 피해자의 행동이나 특성에 초점을 맞추어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피해자를 비난하는 성범죄가 지닌 독특성을 보여주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장혜지, 조은경, 2025; Widanaralalage et al., 2022). 이처럼 성폭력 피해와 관련하여 피해자 비난 태도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점은 보고되어 왔는데, 이러한 연구들은 대체로 성폭력 피해자를 여성으로 상정하고 있어, 남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대중의 피해자 비난 태도가 어떠한지는 충분히 검증되지 못한 한계가 있다. 이에 남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직접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제기된다.

실험적 설계를 활용한 일부 연구에 따르면, 동일한 피해 상황을 제시하더라도 피해자의 성별이 남성으로 제시될 경우 여성 피해자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피해자 비난이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되고 있다. 이는 남성 성폭력 피해자가 여성 피해자보다 더 가혹한 평가를 받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를테면, Gerber 등(2004)의 연구에서는 대학생으로 구성된 연구참여자들에게 동일한 내용의 성폭력 피해 시나리오를 가해자 및 피해자의 성별을 달리하여 제시한 결과, 가해자의 성별에 따라서는 남성 피해자와 여성 피해자에 대한 비난 수준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으나, 피해자의 성별에 따라서는 남성 피해자에 대한 비난 수준이 여성 피해자에 대한 비난 수준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다른 요인보다도 피해자의 성별이 피해자 비난 수준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함을 보여주었다(Gerber et al., 2004). 이와 마찬가지로 Anderson과 Lyons (2005)의 연구에서도 시나리오의 성별을 조작하여 여성에게 성폭력이 발생한 경우보다도 남성에게 성폭력이 발생한 경우에는 가해자에 대한 비난 수준이 더 낮은 것을 입증하였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대중들을 대상으로 직접적으로 남성 성폭력 피해에 대한 인식이나 피해자 비난 태도에 대해 확인된 바가 거의 없지만, 남성 성폭력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낙인 경험을 탐색한 질적 연구(고효경, 강영신, 2025)를 통해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연구의 한 참여자는 성폭력 피해에 대해 학교폭력으로 신고를 하였으나, 선생님이나 부모로부터 ‘너도 즐긴 것 아니냐’, ‘힘이 약한 너의 탓도 있다’는 등의 비난을 경험했음을 보고하였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남성 성폭력 피해에 대한 대중들의 부정적인 사회적 태도, 즉 피해자 비난 태도가 존재함을 예상해 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남성 성폭력 피해에 대한 대중들의 태도가 어떠한지 확인된 바가 거의 없다. 국내에서 성폭력 피해에 대한 대중의 피해자 비난 태도를 탐색한 연구들은 축적되어 왔으나, 대부분 여성 피해자에게 초점을 두고 있어 남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 양상은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e.g., 곽민지, 2022; 김수림, 2022; 우윤희, 김태경, 2024; 윤병해, 고재홍, 2006; 정찬영 등, 2020). 이에 국내 사회에서 남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피해자 비난 태도가 존재하는지 여부와 그 특성을 실증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남성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피해자 비난 태도가 존재하는 데에는 남성 강간 통념(male rape myths)이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 강간 통념이란 남성의 성폭력 피해에 대한 왜곡된 믿음과 고정관념, 편견을 말한다(Javaid, 2015; Struckman-Johnson & Struckman-Johnson, 1992). 남성 강간 통념의 내용은 명백하게 사실이 아님에도, 사회적으로 널리 수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1,000여 명 이상의 일반 성인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남성 강간 통념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수용도를 살펴본 연구(Walfield, 2021)에서 연구참여자들의 약 80%는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남성 강간 통념에는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의의 정도가 높았던 남성 강간 통념의 내용으로는 ‘여성이 남성을 성폭행했다는 말은 믿기 어렵다’, ‘남성은 강제적인 성관계도 즐길 수 있다’, ‘남성 피해자의 저항 여부가 성폭행 피해 여부의 판단에 중요하다’ 등이 있으며, 이는 대중들에게 남성 성폭력 피해에 대한 불가능성, 남성의 성적 욕구를 억제하는 능력의 부재, 성폭력 피해자의 저항 행동의 중요성과 같은 고정관념이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의 연구에서도 남성 성폭력 피해자들에 의해 앞선 남성 강간 통념의 내용에 더하여 ‘남성 피해자가 겪는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거나 왜곡한다’, ‘남성 간에 발생한 성폭력은 동성애적 사건으로 치부한다’ 등과 같은 남성 강간 통념이 존재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효경, 강영신, 2025). 하지만 국내에서 일반 성인들을 대상으로 남성 강간 통념이 수용되고 있는지는 확인된 바가 거의 없다.

남성 강간 통념은 가해자의 가해 행동보다는 피해자의 행동이나 태도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피해의 본질을 흐리고 피해의 심각성을 축소시키는 역할을 한다(Walfield, 2021). 이에 따라 남성 강간 통념은 남성 피해자들로 하여금 피해에 대한 대중들의 부정적 반응을 예상하게 만들고, 이는 곧 피해 사실에 대한 침묵, 낮은 신고율로 이어질 수 있다(Pearson & Barker, 2018; Peterson et al., 2011). 그로 인해 결국 피해자들은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치료나 지원의 기회를 놓치기도 한다(Javaid, 2015). 심지어 피해자들은 남성 강간 통념의 영향으로 인해 자신이 성폭력을 경험했다는 사실 자체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존재한다(Peterson et al., 2011). 따라서 남성 강간 통념은 남성 성폭력 피해의 비가시성에 기여함으로써 남성 피해자들이 피해 사실을 인식하거나 드러내는 것을 가로막고, 이는 다시 남성 성폭력 피해가 비가시적인 현상으로 머무르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는다.

이와 같은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는 대중들의 남성 성폭력 피해에 대한 비난 태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와 피해자 비난 태도의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선행연구들은 연구참여자들에게 남성이 성폭력 피해를 경험하는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그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가해자 및 피해자의 행동에 대해 평가하게 하는 문항들을 제시한다. 그 결과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가 높은 이들은 시나리오 속 피해자의 행동에 대한 비난 수준은 높게, 폭행의 심각성은 낮게 평가했으며(Davies et al., 2012; Davies & McCartney, 2003; Hancock, 2019), 남성 피해자들의 피해 자체에 대한 신빙성을 의심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Walfield, 2021). 또한,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가 높은 이들은 가해자에 대한 비난 수준 역시 낮게 평가했는데, 이는 남성 강간 통념이 피해자에 대한 통념뿐만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통념도 포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Sleath & Bull, 2010). 특히 피해자가 음주를 하는 등 피해에 대한 책임을 부과할 만한 행동이 있을 때, 사람들은 가해자의 가해 행동을 정당화하거나 덜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Sleath & Bull, 2010).

이처럼 남성 강간 통념은 남성의 성폭력 피해에 대해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에서도 강간 통념 수용도와 성폭력의 피해자 비난 수준의 관계를 확인한 연구들이 존재하지만, 여성 강간 통념 및 여성에 대한 성폭력 피해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e.g., 고혜리, 2007; 방신정, 2017; 양규돈, 2019; 윤병해, 고재홍, 2006) 남성 성폭력 피해를 대상으로 이러한 관계를 경험적으로 검증한 연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이러한 연구의 공백은 단순한 학문적 관심의 부족이라기보다, 남성 성폭력 피해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낮은 가시성, 그리고 제한적인 문제 인식이 연구 주제의 형성과 축적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성역할 고정관념

한편, 남성 강간 통념과 피해자 비난의 관계를 확인한 앞선 선행연구들은 이 관계에 대한 배경으로 성역할 고정관념(sex role stereotypes)에 주목한다(Davies et al., 2012; Davies & McCartney, 2003). 성역할 고정관념이란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른 전형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믿음을 말한다(Broverman et al., 1972). 다시 말해 사회적으로 남성과 여성에게 기대하는 역할, 성격 특성, 태도, 가치 등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서영숙, 1986). 이에 따라 성역할 고정관념은 남성에게 기대되는 전형적인 특성인 남성성(masculinity)과 여성에게 기대되는 전형적인 특성인 여성성(femininity)으로 구성된다(Broverman et al., 1972). 남성성에는 ‘결단력, 강한 책임감, 성실, 신뢰’와 같은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리더의 특성이 담겨 있으며, 여성성에는 ‘따뜻함, 넓은 마음, 순종, 헌신, 애교’와 같은 정서적이고 수동적인 조력자의 특성이 담겨 있다(심미혜, ENDO YUMI, 2013; 하문선, 김지현, 2016). 사회적으로는 개인들이 이러한 성역할 고정관념에 따라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조화롭다고 여겨진다(심미혜, ENDO YUMI, 2013).

이와 같은 성역할 고정관념에 따라 성적 측면에서 남성은 강인하고 지배적이며 주도적인 존재로 인식되기에, 남성이 성폭력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전제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것처럼 여겨지면서, 남성 성폭력 피해에 대한 잘못된 통념이 만들어지게 된다(Javaid, 2015). 나아가 성폭력의 피해를 경험한 남성은 남성성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힘과 통제력을 상실한 바람직하지 않은 존재로 인식되면서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Hancock, 2019; Weiss, 2010; White & Kurpius, 2002). 실제로 대중들을 대상으로 남성 성폭력 피해에 대한 인식을 살펴본 선행연구들을 통해 남성성, 여성성과 같은 성역할 고정관념이 높을수록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가 높아지고(Kassing et al., 2005; Davies et al., 2012; Walfield, 2021; White & Kurpius, 2002), 또한 성역할 고정관념이 높을수록 남성 피해자에 대한 비난 수준 역시 높아진다는 것이 입증되었다(Struckman-Johnson & Struckman-Johnson, 1992; White & Kurpius, 2002).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중들은 남성이 강인한 존재이기에, 성폭행당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믿음에 더 많은 동의를 하고 있었고(Struckman-Johnson & Struckman-Johnson, 1992), 강인해야 할 남성이 피해 상황에서 겁먹은 모습을 보이거나 저항하지도 도망치지도 않는 모습을 보일 때, 더 많은 비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White & Kurpius, 2002). 이를 통해, 남성에게 강인함을 요구하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는 물론, 남성 성폭력 피해자를 비난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선행연구들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면,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고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고 규정하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남성은 성폭력 피해를 경험할 수 없거나, 피해를 경험해도 그 피해의 정도가 가볍다는 등의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를 매개로 하여, 남성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부정적 반응, 즉 피해자 비난 태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먼저 연구 1을 통해 국내에서 남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대중의 피해자 비난 태도가 존재함을 실증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성폭력 가해자 및 피해자의 성별 조합에 따라 피해자 비난 수준의 차이를 비교하고자 한다. 나아가 연구 2를 통해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앞선 선행연구들을 바탕으로 성역할 고정관념과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의 관계에서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가 매개 역할을 하는지 모형을 통해 검증을 하고자 한다. 연구 1, 2는 연구자들이 소속된 기관의 생명윤리위원회 승인을 받아 진행되었다.

연구 1

연구 1의 목적은 국내에서 남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대중의 피해자 비난 태도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전형적인 성폭력 피해 사례인 ‘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 조건과 남성이 피해자인 조건을 비교하여 피해자 비난 수준에 차이가 있는지를 검증하고자 한다. 따라서 연구 1의 가설은 다음과 같다.

연구 가설 1-1.

‘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 조건과 ‘가해자 여성-피해자 남성’ 조건 간의 피해자 비난 수준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연구 가설 1-2.

‘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 조건과 ‘가해자 남성-피해자 남성’ 조건 간의 피해자 비난 수준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방 법

연구참여자 및 절차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비난 태도를 확인하기 위해 기존의 선행연구들(e.g., Anderson & Lyons, 2005; Davies et al., 2012; Davies & McCartney, 2003; Gerber et al., 2004; Hancock, 2019; Kerr Melanson, 1999; Masser et al., 2010)은 연구참여자들에게 성폭력 장면이 담긴 가상의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해당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가해자 및 피해자에 대한 생각을 확인하는 문항들에 응답하게 하였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도 성폭력 장면이 담긴 가상의 시나리오를 활용해 실험적인 조작을 하였다. 실험 조작을 위해 시나리오는 모든 내용은 동일하게 유지하되, 성폭력의 가해자 및 피해자의 성별 조합은 각기 다른 세 개의 조건(① 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 ② 가해자 여성-피해자 남성, ③ 가해자 남성-피해자 남성)으로 구성하였다. 본 연구 1의 목적은 전형적인 성폭력 상황인 조건 (① 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과 남성이 피해자인 조건 (② 가해자 여성-피해자 남성, ③ 가해자 남성-피해자 남성)을 비교하여 피해자 비난 수준에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함으로써, 국내에서 남성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는지를 입증하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연구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가해자 여성-피해자 여성의 조건은 제외하였다.

연구참여자는 온라인 설문조사 업체를 통해 모집하였고, 전국에 거주하는 20~64세의 성인 남녀 총 90명이 본 연구에 참여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은 본 연구에 성적 장면이 포함된 시나리오가 제시된다는 점을 사전에 안내받았으며, 이후 자발적으로 연구 참여에 동의하였다. 이들은 세 개의 조건 중 하나에 무작위 할당되어, 가상의 성폭력 피해 시나리오를 읽고 해당 시나리오의 가해자 및 피해자에 대한 생각을 묻는 문항들에 응답하였다. 시나리오 내용을 점검하는 문항(‘시나리오에서 성관계가 일어난 장소는?’, ‘시나리오에서 키스를 먼저 제안한 사람은 누구인가?’)에 잘못된 응답을 한 3명은 제외되어, 총 87명의 자료가 최종 분석에 사용되었다. 본 연구 1의 최종 분석에 사용된 표본 수로 연구가설에 설정된 계획비교의 효과를 검출할 수 있는 최소 효과크기를 확인하기 위해 G*Power 3.1(Faul et al., 2007)을 활용하여 민감성 분석(sensitivity analysis)을 실시하였다. 실제 분석과 동일한 ANCOVA 모형을 기준으로 유의수준 .05, 검정력 .80, 전체 표본 수 87명, 분자 자유도 1, 집단 수 3, 공변인 수 2를 입력하였다. 각 계획비교는 사전에 설정된 개별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므로 다중비교 보정 없이 유의수준 .05를 적용하였다. 분석 결과, 각 계획비교에서 검출 가능한 최소 효과크기는 f = .303으로 나타났다. 이는 Cohen(1992)의 기준에 따르면 중간 효과와 큰 효과 사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본 연구의 표본 규모는 중간보다 큰 수준의 계획비교 효과를 검출할 수 있었으나, 그보다 작은 조건 간 차이를 검출하는 데에는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참여자들 중 남성은 49명(56.3%), 여성은 38명(43.7%)이었다. 참여자들의 평균 연령은 38.770세(SD = 10.567)로, 20대는 20명(23.0%), 30대는 26명(29.9%), 40대는 21명(24.1%), 50대는 18명(20.7%), 60대는 2명(2.3%)이었다.

측정 도구

피해자 비난 태도

본 연구에서는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를 측정하기 위해, 본 연구의 주요 변수들과 유사한 변수들을 측정하고 있는 Hancock (2019)의 연구에서 사용된 가상의 시나리오를 활용하였다. 해당 연구에서는 총 세 개의 시나리오가 사용되었기에, 심리학과 석사 혹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 12인에게 국내 문화적 맥락과의 부합성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하였다. 그에 따라 현실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된 시나리오 하나를 최종적으로 선정하였다. 최종 선정된 시나리오는 재차 대학원생들에게 문장의 이해도, 가독성 등에 대해 피드백을 받았고, 국내의 문화적 맥락에 맞게 사용하였다. 다만 국내에서는 남성 성폭력 피해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를 통해 그 피해자 비난 수준을 확인한 연구는 수행된 바가 거의 없기에, 시나리오를 적용한 연구가 적절한지, 또한 최종 선정된 시나리오가 본 연구에 적합한 시나리오인지를 낙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시나리오를 활용한 다수의 연구를 수행한 경험이 있는 전문가(사회심리학과 전공 교수)에게 자문받았다. 더불어, 이 시나리오가 성폭행 장면인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성폭력 피해자들의 법률 및 주거 지원을 하는 여성민우회의 상담원을 통해 해당 시나리오의 내용이 성폭행 장면임을 확인받았다. 가해자가 남성이며 피해자가 여성인 전형적인 사례에 대한 시나리오의 내용을 표 1에 제시하였다.

표 1.
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 성폭력 사례 시나리오
연지(여성)는 대학 1학년생이고, 성호(남성)는 대학 4학년생이다. 연지는 여름방학 동안 테니스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면서 성호를 처음 만났다. 성호는 테니스 동아리 회장으로 연지에게 꽤 적극적으로 다가갔고, 연지에게 반복적으로 “괜찮으면 나랑 좋은 시간 보내자”고 말했다. 연지는 결국 성호와 클럽에서 첫 데이트를 하기로 동의했다. 연지는 동아리에서 퇴출되지 않도록 테니스 성적을 올리는 데 성호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최소한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느꼈다.
성호는 차가 있었기에 클럽에서 술을 마시지는 않았지만, 연지에게는 두 잔의 술을 사줬고, 두 사람은 약 한 시간 동안 춤을 추었다. 시간이 꽤 늦어졌고, 다음 날 테니스 연습이 있었기에 성호는 연지에게 이제 집에 갈지를 물었다. 성호의 차에 도착하자 성호는 연지에게 뒷자리에 가서 키스를 하고 싶냐고 물었다. 연지는 누가 볼까 봐 걱정했지만 “그래요”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키스를 시작하고, 서로를 만지고 쓰다듬기 시작했다. 연지는 성호에게 키스하는 걸 즐기고 있지만, 이제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성호는 알겠다고 했지만, 계속해 연지의 옷을 벗겼다. 연지는 성호에게 다시 집에 가고 싶다고 그만하라고 반복해 말했다. 하지만 성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옷을 벗으면서 연지를 덮쳤고, 둘은 성관계를 하게 되었다.

시나리오에 제시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심각성이나 피해자 및 가해자를 평가하는 문항 역시 기존의 선행연구들(Davies et al., 2012; Davies & McCartney, 2003; Hancock, 2019; Kerr Melanson, 1999; Masser et al., 2010)에서 사용된 문항들을 활용하여 연구자들이 총 11개로 구성하였다. 문항의 내용은 ‘OO가 이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OO의 행동은 비난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으로 OO는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등이다. 참여자들은 이 문항들에 얼마나 동의하는지를 7점 Likert 척도(1 =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7 = 매우 동의한다)로 응답하였다. 점수가 높을수록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의 수준이 높음을 의미한다.

자료 분석

자료 분석을 위해 SPSS 21.0 프로그램을 사용하였다. 먼저 연구 1에서 수집된 자료가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의 수준을 명확히 설명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탐색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수집된 자료가 요인분석에 적절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Kaiser-Meyer-Olkin (KMO)과 Bartlett의 구형성 검정(Bartlett’s test of sphericity)을 수행하였고, 그 결과 KMO의 값은 .88이며, Bartlett의 구형성 검정 결과는 p < .001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여 수집된 자료가 요인분석에 적합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각 요인부하량을 산출하기 위해 최대우도(maximum likelihood) 분석과 직접 오블리민(direct oblimin)을 적용한 결과, 각 문항의 요인부하량이 .30 이상으로 확인되어 모든 문항을 분석 과정에 포함하였다. 연구 1에서 피해자 비난 태도의 내적 합치도(Cronbach’s α)는 .91이었다. 또한, 시나리오의 가해자 및 피해자의 성별 조합에 따라 피해자 비난 수준에 차이가 있는지를 검증하고자 하였다. 이때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비난 수준이 연구참여자의 성별과 연령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기존 선행연구들의 결과(Davies et al., 2012; Davies & McCartney, 2003; Hancock, 2019)를 고려하여, 연령과 성별을 공변인으로 한 공분산분석(ANCOVA)을 실시하였다. 이후 전형적인 성폭력 조건(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과 남성이 피해자인 조건 간의 피해자 비난 수준에 차이가 발생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계획비교를 수행하였다.

결과 및 논의

연구 1에서는 성별과 연령을 통제한 상태에서, 성폭력 시나리오의 가해자 및 피해자의 성별 조합(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 가해자 여성-피해자 남성, 가해자 남성-피해자 남성)에 따라 피해자 비난 수준에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공분산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한 결과, 공변인인 성별(F = 1.435, p > .05)의 효과와 연령(F = .064, p > .05)의 효과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고, 시나리오의 가해자 및 피해자의 성별 조합에 따른 조건 간의 피해자 비난 수준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다(F = 4.570, p < .05). 이와 같은 공분산분석의 결과는 표 2에 제시하였다.

표 2.

성별과 연령을 통제한 성폭력 시나리오 조건에 따른 피해자 비난 수준의 차이(ANCOVA)

변인 SS df MS F η²p
성별 229.589 1 229.589 1.435 .017
연령 10.195 1 10.195 .064 .001
집단 1462.082 2 731.041 4.570* .100
오차 13118.100 82 159.977
[i]

주. *p < .05

가해자 및 피해자의 성별 조합에 따른 조건 간의 피해자 비난 수준의 차이가 유의하게 나타났으므로, 전형적인 성폭력 조건과 남성이 피해자인 조건 간의 피해자 비난 수준의 차이를 비교하기 위해 계획비교를 실시하였다. 이때 전형적인 성폭력 조건인 ‘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 조건을 기준 집단으로 설정하였다. 그 결과, 연구참여자의 성별과 연령을 통제한 상태에서 ‘가해자 여성–피해자 남성’ 조건(Madj = 39.933, SE = 2.404)은 기준 집단인 ‘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 조건(Madj = 30.020, SE = 2.325)에 비해, 피해자 비난 수준의 수정평균이 9.913점 높았고,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이었다(p < .01). 이에 따라 연구 가설 1-1은 지지되었다. ‘가해자 남성–피해자 남성’ 조건(Madj = 36.388, SE = 2.398)은 기준 집단인 ‘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 조건에 비해 피해자 비난 수준의 수정평균이 6.368점 높았으나,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은 아니었다(p > .05). 이와 같은 각 조건의 수정평균과 계획비교의 결과를 표 3에 제시하였다. 따라서 연구 가설 1-2는 지지되지 않았다. 비록 연구 가설 1-2는 지지되지 않았으나 연구 가설 1-1이 지지되었다는 점은, 국내에 남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대중들의 부정적인 사회적 태도가 존재하며, 이는 특히 가해자가 여성인 남성 성폭력 피해 사례에서 두드러진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남성 성폭력 피해자를 비난하는 데 있어 어떠한 심리적 요인들이 작용하는지를 연구 2를 통해 실증적으로 검증하고자 하였다.

표 3.

성별과 연령을 통제한 성폭력 시나리오 조건에 따른 피해자 비난 수준의 수정평균 및 계획비교 결과

집단 Madj SE 평균차 SE p
가해자 남 – 피해자 여 (기준)
(n = 30)
30.020 2.325
가해자 여 – 피해자 남
(n = 28)
39.933 2.404 9.913** 3.331 .004
가해자 남 – 피해자 남
(n = 29)
36.388 2.398 6.368 3.376 .063
[i]

주. Madj는 성별과 연령을 통제한 수정평균임. 평균차는 ‘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 조건(기준 집단)과의 차이를 의미함. **p < .01

연구 2

앞선 연구 가설 1-1이 지지됨에 따라, 국내에서 남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 태도, 즉 피해자 비난 태도가 존재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연구 2의 목적은 남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피해자 비난 태도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가해자 여성–피해자 남성’의 조건에서 피해자 비난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이들 요인 간에 어떤 메커니즘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앞서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가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수준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Davies et al., 2012; Davies & McCartney, 2003; Hancock, 2019; Walfield, 2021), 이들의 관계에 대한 배경으로 성역할 고정관념이 존재할 수 있음(Davies et al., 2012; Davies & McCartney, 2003)을 제시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 2에서는 각각의 성별에 전형적인 특성이 있다고 믿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남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인 피해자 비난 수준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성역할 고정관념과 피해자 비난 태도의 관계에서 남성이 성폭력을 경험한다는 것에 대한 잘못된 믿음인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가 매개 역할을 할 것으로 가정하였다.

이에 따라 연구 2의 연구 가설은 다음과 같고, 주요 변수들 간의 매개 관계를 살펴보기 위한 연구모형은 그림 1과 같다. 연구 1의 가설과의 구분을 명확히 하기 위하여 연구 2의 가설은 연구 가설 2로 표기하였다.

그림 1.

연구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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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가설 2.

성역할 고정관념과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의 관계에서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가 매개할 것이다.

방 법

연구참여자

연구 2 역시 온라인 설문조사 업체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고, 이때 연구 1을 의뢰한 곳과 다른 업체를 이용하여 연구 1과 연구 2의 참여자가 중복되지 않게 하였다. 연구 2에는 20~64세의 남녀 총 250명을 연구참여자로 모집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은 본 연구에 성적 장면이 포함된 시나리오가 제시된다는 점을 사전에 안내받았고, 이후 자발적으로 연구 참여에 동의하였다. 이들 중 시나리오 내용 점검 문항에 잘못된 응답을 한 1명을 제외하여 총 249명의 자료가 최종 분석에 사용되었다.

연구 2의 가설은 변수들 간의 매개효과를 확인하는 것이기에, 연구 2에서는 표본 크기의 적절성을 검증하기 위해, Mplus 8.10의 Monte Carlo 시뮬레이션 기법을 활용하여 검정력 분석을 실시하였다(Schoemann et al., 2017). 기존 선행연구에서 성역할 고정관념과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 간에는 r = .170∼.540의 유의한 상관이 보고되었으며(Davies et al., 2012; Kassing et al., 2005),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와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 간에도 r = .390∼.450의 유의한 상관이 확인되었다(Hogge & Wang, 2022). 이러한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Schoemann 등(2017)의 권고를 참고하여 각 매개경로의 표준화 효과크기를 보수적인 중간 수준인 a = .300, b = .300으로 설정하고, 최종 분석 표본(N = 249)을 기준으로 10,000회의 반복 시뮬레이션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간접효과의 추정 검정력은 .991로 나타나 권장 기준인 .80(Schoemann et al., 2017)을 충분히 상회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 2의 표본은 매개효과를 검증하기에 충분한 검정력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구참여자들 중 남성은 124명(49.8%), 여성은 125명(50.2%)이었다. 참여자들의 평균 연령은 42.25세(SD = 12.277)로, 20대는 55명(22.1%), 30대는 54명(21.7%), 40대는 56명(22.5%), 50대는 56명(22.5%), 60대는 28명(11.2%)이었다.

측정 도구

성역할 고정관념

성역할 고정관념을 측정하기 위해 김동일(1991)이 개발한 성역할 고정관념 척도를 사용하였다. 문항의 내용 중, 시대적 배경에 맞지 않는 용어(‘전화교환수’ → ‘콜센터 직원’)는 수정하여 사용하였다. 이 척도는 총 33문항으로, 가정적 성 고정관념 7문항, 사회적 성 고정관념 5문항, 직업적 성 고정관념 5문항, 외형적 성 고정관념 4문항, 심리적 성 고정관념 7문항, 지적 성 고정관념 5문항의 6가지 하위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문항은 5점 Likert 척도(1 = 전혀 그렇지 않다, 5 = 매우 그렇다)로 응답하게 되어 있고, 점수가 높을수록 성 고정관념이 높음을 의미한다. 김동일(1991)의 연구에서 내적 합치도(Cronbach’s α)는 .91이었고, 본 연구에서 내적 합치도(Cronbach’s α)는 .95로 나타났다.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 1에서 사용한 것과 동일한 가상의 시나리오와 가해자 및 피해자에 대한 생각을 묻는 문항을 활용하였다. 시나리오는 전형적인 성폭력 조건보다 피해자 비난 수준이 유의하게 높게 나타난 ‘가해자 여성–피해자 남성’ 조건의 시나리오를 사용하였다. 연구 1과 동일하게, 연구 2에서 수집된 자료가 피해자 비난 태도의 수준을 적절히 측정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탐색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연구 2에서 KMO의 값은 .85이며, Bartlett의 구형성 검정 결과는 p < .001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최대우도 분석과 직접 오블리민을 적용했을 때, 각 요인의 요인부하량이 .30 이상으로 나타나 모든 문항을 분석 과정에 활용하였다. 연구 2에서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의 내적 합치도(Cronbach’s α)는 .887이었다.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

남성 강간 통념의 수용도를 측정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Hogge와 Wang(2022)의 남성 강간 통념 수정판(Male Rape Myths Scale–Revised: MRMS-R)을 사용하였다. Hogge와 Wang(2022)은 Kerr Melanson(1999)의 남성 강간 통념 척도가 이론적으로 다차원적 구성을 지니는 것으로 제안되어 왔음에도 단일요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999년에 개발된 이후로 업데이트된 적이 없어 타당도 저해의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에 남성 강간 통념 척도의 문항을 수정 및 보완하여 남성 강간 통념 척도의 수정판을 제시하였다. 척도 사용을 위해 척도 개발 연구자 Ingrid Hogge로부터 척도 번안 및 사용을 허락받은 후, 본 연구자들이 먼저 번역을 진행하였고, 이후 심리학 분야의 학술 논문 전문 번역 업체 두 곳을 통해 역번역을 진행하였다. 연구자들은 원문항과 두 업체에서 역번역한 문항을 비교하고 수정하여 최종 번역을 완료하였다. 번역이 완료된 척도를 심리학과 석사 혹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 10인에게 실시하여, 문장의 매끄러움과 이해도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문항을 최종 확정하였다.

이 척도는 총 16문항으로, 주변화(Marginalization) 8문항, 피해자 귀책성(Victim culpability) 8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변화 통념은 남성 강간은 드물고, 특수한 맥락에서만 발생한다고 여기면서 사건의 전형성을 축소하는 신념을 말하며, 피해자 귀책성 통념은 성폭력 사건의 발생이나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해자에게 귀속시키는 믿음을 의미한다(Hogge & Wang, 2022). 주변화 통념의 문항 내용에는 ‘남성 대상 강간은 보통 동성애자 남자에 의해 저질러진다’, ‘교도소 밖에서의 남성 대상 강간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등이 있고, 피해자 귀책성 통념의 문항 내용에는 ‘남자가 강간범과 육체적으로 얼마나 싸웠는지가 강간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돼야 한다’, ‘남자는 강제로 성관계를 하게 되더라도 그것을 즐길 수 있다’ 등이 있다. 각 문항은 6점 Likert 척도(1 =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6 = 매우 동의한다)로 응답하게 되어 있다. 점수가 높을수록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수집된 자료가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를 명확히 설명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탐색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KMO의 값은 .91이며, Bartlett의 구형성 검정 결과는 p < .001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최대우도 분석과 직접 오블리민을 적용했을 때, 요인부하량이 .30 이하로 나타난 1개의 문항을 분석에서 제외하여, 총 15개의 문항이 분석에 활용되었다. Hogge와 Wang(2022)의 연구에서 전체 문항에 대한 내적 합치도(Cronbach’s α)는 .91이었고, 주변화 및 피해자 귀책성의 내적 합치도(Cronbach’s α)는 각각 .85와 .85였다. 본 연구에서 전체 문항에 대한 내적 합치도(Cronbach’s α)는 .898이었고, 주변화 및 피해자 귀책성의 내적 합치도(Cronbach’s α)는 각각 .787과 .896이었다.

자료 분석

자료 분석을 위해 SPSS 21.0과 AMOS 21.0을 사용하여 다음과 같은 절차로 분석하였다. 첫째, 연구참여자들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빈도분석을 수행하였다. 둘째,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의 타당한 요인구조를 확정하기 위해 원문항 수준에서 확인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이때 모든 문항을 하나의 요인으로 가정한 단일요인 모형과, 원척도의 이론적 구조에 따라 ‘주변화’와 ‘피해자 귀책성’으로 구분한 상관된 2요인 모형 각각에 대해 확인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였고, 모형 적합도를 비교하여 최종 요인구조를 결정하였다. 셋째, 확정된 요인구조를 바탕으로 연구 변수들의 평균, 표준편차 등의 기술통계치를 산출하기 위해 기술통계분석을 수행하였다. 넷째, 측정 도구의 신뢰도를 검증하기 위해 문항 간 내적 합치도(Cronbach’s α)를 산출하였다. 다섯째, 연구 변수들 간의 상관관계 분석을 위해 Pearson의 상관분석을 실시하였다. 여섯째, 모든 연구 변수들의 문항꾸러미(item parceling)를 구성하여 전체 측정모형에 대한 확인적 요인분석을 실시하고, 측정모형의 적합도를 검증한 뒤, 구조모형의 적합성을 검증하였다(Anderson & Gerbing, 1988). 모형 적합도를 평가하기 위해 TLI, CFI, RMSEA를 확인하였는데, CFI와 TLI는 .90 이상이면 좋은 적합도로 판단되고(홍세희, 2000), RMSEA는 .05보다 작으면 좋은 적합도, .08보다 작으면 괜찮은 적합도, .10 이하면 보통 적합도, .10보다 크면 나쁜 적합도로 판단된다(Browne & Cudeck, 1992). 이후, 연구모형(부분매개모형)과 경쟁모형(완전매개모형)의 적합도를 비교해 최종모형을 선정하고, 변수 간 인과 방향의 대안적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대안모형(인과방향 역전 모형)의 적합도 역시 확인하였다. 일곱째, 최종 선정된 모형의 변수 간의 직접효과, 간접효과, 총효과의 유의성을 검증하기 위해 5,000번의 부트스트랩(bootstrap)을 실시하였다(Shrout & Bolger, 2002). 여덟째, 최종모형의 구조경로가 연구참여자의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다집단 분석(multi-group analysis)을 실시하였다. 이를 위해 형태동질성과 측정동질성을 순차적으로 검증한 후 구조경로의 동일성을 비교하였다.

결과 및 논의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의 요인구조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MRMS-R)의 요인구조를 검토하기 위해 원문항 수준에서 확인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앞서 진행한 사전 탐색적 요인분석에서 요인부하량이 낮게 나타난 2번 문항은 제외하고, 총 15개의 문항을 분석에 활용하였다. 이때 15개의 문항을 단일요인으로 가정하는 단일요인 모형과 원척도의 요인구조에 따라 ‘주변화’와 ‘피해자 귀책성’의 두 요인으로 구분되는 상관된 2요인 모형을 설정하여 각각의 모형 적합도를 비교하였다. 그 결과, 단일요인 모형의 경우, χ²(90) = 375.837, p < .001, CFI = .832, TLI = .804, RMSEA = .113으로 우수한 적합도를 보이지 못했다. 상관된 2요인 모형의 경우, χ²(89) = 267.156, p < .001, CFI = .895, TLI = .877, RMSEA = .090으로, 단일요인 모형에 비해 적합도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두 모형 간 χ² 차이 검증을 실시한 결과,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Δχ²(1) = 108.681, p < .001). 이에 따라 상관된 2요인 모형이 단일요인 모형보다 상대적으로 더 적합한 모형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 결과를 표 4에 제시하였다. 나아가 두 모형의 요인부하량을 비교한 결과, 단일요인 모형에서는 표준화 요인부하량이 .208~.832로, 일부 문항에서 다소 낮게 나타났다. 상관된 2요인 모형에서는 표준화 요인부하량이 .304~.839로 나타났으며, 모든 문항의 요인부하량은 p < .001 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특히 1번 문항의 요인부하량은 상관된 2요인 모형에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는 표 5에 제시하였다. 한편, 상관된 2요인 모형에서 주변화와 피해자 귀책성의 잠재상관계수는 r = .756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두 하위요인이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면서도 내용적으로 구분되는 요인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결과를 종합할 때,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 척도를 단일요인의 구조로 분석하기보다, 원척도의 이론적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여 2요인 구조로 구분하여 분석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표 4.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의 요인구조에 따른 모형 적합도
χ² df CFI TLI RMSEA
(90% 신뢰구간)
단일요인 모형 375.837*** 90 .832 .804 .113
(.101~.125)
상관된 2요인 모형 267.156*** 89 .895 .877 .090
(.078~.102)
χ² 차이 검증 Δχ²(1) = 108.681, p < .001
[i]

주. ***p < .001

표 5.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의 요인구조에 따른 요인부하량
문항 번호 요인 구분 단일요인
모형
상관된
2요인 모형
1 주변화 .208** .304***
3 .470*** .631***
4 .446*** .583***
5 .587*** .711***
6 .520*** .569***
7 .629*** .681***
8 .571*** .656***
9 피해자
귀책성
.832*** .839***
10 .747*** .766***
11 .796*** .808***
12 .812*** .835***
13 .766*** .768***
14 .544*** .547***
15 .614*** .611***
16 .610*** .606***
[i]

주. 제시된 값은 표준화 요인부하량임. **p < .01, ***p < .001

기술통계 및 상관관계

본 연구의 주요 변수들의 기술통계 및 상관관계를 분석하였고, 그 결과를 표 6에 제시하였다. 각 변수의 왜도를 확인한 결과는 -.259~.932이었고, 첨도를 확인한 결과 -.784~1.014이었다. 왜도의 절댓값이 2 이내이고, 첨도의 절댓값이 7 이내이기에, 본 연구의 모든 변수들은 Curran 등(1996)이 제시한 정규성 조건을 충족하였다. 변수들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성역할 고정관념은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의 하위요인인 주변화(r = .475, p < .01) 및 피해자 귀책성(r = .458, p < .01)과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였고,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r = .148, p < .05)와도 유의한 정적 상관을 나타냈다.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의 하위요인인 주변화는 피해자 귀책성(r = .617, p < .01)과 함께,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r = .217, p < .01)와도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였다.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의 하위요인인 피해자 귀책성 역시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r = .408, p < .01)와 유의한 정적 상관을 보였다. 특히, 매개변수인 ‘피해자 귀책성’과 종속변수인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에는 모두 피해자의 책임을 묻는 문항들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이 두 변수의 상관계수는 r = .408, p < .01이었으며, 잠재상관계수 역시 r = .425, p < .01로 확인되어, 두 변수를 동일한 구성개념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

표 6.
주요 변수의 기술통계량과 상관관계 (N=249)
1 2 3 4
1. 성역할 고정관념 1
2.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 (주변화) .475** 1
3.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 (피해자 귀책성) .458** .617** 1
4.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 .148* .217** .408** 1
M 70.494 17.654 17.726 43.008
SD 21.521 6.329 7.611 11.302
왜 도 .018 .681 .932 -.249
첨 도 -.784 .511 1.014 .231
[i]

주. **p < .01, *p < .05

측정모형

측정변수들이 잠재변수(성역할 고정관념, 주변화 통념, 피해자 귀책성 통념,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를 적절하게 측정하고 있는지를 검토하기 위해 측정모형의 확인적 요인분석을 실시하였다. 이때 측정모형의 간명성과 모형 적합도, 추정치의 정확성 등을 고려했을 때, 각각의 잠재변수는 3~4개의 측정변수를 갖는 것이 권장된다(이지현, 김수영, 2016; Little et al., 2002). 따라서 확인적 요인분석에 앞서 본 연구의 모든 변수들에 대해 3~4개의 문항꾸러미를 구성하였다. 문항꾸러미를 구성하기 위해 확인적 요인분석에서 산출된 요인부하량을 기준으로 각 꾸러미의 평균 요인부하량이 유사하도록 문항을 배분하는 요인 알고리즘(factorial algorithm) 방식을 적용하였다(Matsunaga, 2008). 그 구체적인 방법은 각 잠재변수별로 단일요인을 가정하여 최대우도법(maximum likelihood)을 적용한 탐색적 요인분석을 실시한 다음, 요인부하가 큰 문항들과 작은 문항들을 묶는 것이다(이지현, 김수영, 2016). 이에 따라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의 두 하위요인인 주변화 통념과 피해자 귀책성 통념을 각각 별개의 잠재변수로 설정하여 문항꾸러미를 3개로 구성하였다.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도 3개로, 다른 변수에 비해 문항 수가 많았던 성역할 고정관념은 4개로 문항꾸러미를 구성하였다.

이후 측정변수와 잠재변수 간의 유의성을 검증하기 위해 확인적 요인분석을 실시해 측정모형의 적합도 지수를 검증하였다. 구체적으로 χ²(59) = 123.762, p < .001, CFI = .975, TLI = .966, RMSEA = .067로 괜찮은 적합도를 보여, 13개의 측정변수가 4개의 잠재변수를 적합하게 측정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 결과를 표 7에 제시하였다. 잠재변수에 대한 측정변수의 요인부하량은 성역할 고정관념이 .867~.947,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의 하위요인인 주변화가 .640~.876, 피해자 귀책성이 .800~.930,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가 .759~.971로, 모두 p < .001 수준에서 유의하게 나타났다. 이에 대한 결과를 표 8에 제시하였다.

표 7.
측정모형의 적합도
χ² df CFI TLI RMSEA
(90% 신뢰구간)
측정모형 123.762*** 59 .975 .966 .067
(.050~.083)
[i]

주. ***p < .001

표 8.
측정모형의 요인부하량
잠재변수 측정변수 B β SE CR
성역할
고정관념
→ 고정관념1 1 .912
→ 고정관념2 .922 .867 .044 20.879***
→ 고정관념3 1.083 .947 .041 26.547***
→ 고정관념4 1.079 .925 .043 24.852***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
(주변화)
→ 주변화1 1 .640
→ 주변화2 1.328 .876 .126 10.543***
→ 주변화3 1.581 .811 .155 10.203***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
(피해자 귀책성)
→ 귀책성1 1 .855
→ 귀책성2 1.084 .930 .058 18.830***
→ 귀책성3 .671 .800 .044 15.348***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
→ 비난1 1 .971
→ 비난2 .803 .836 .045 17.658***
→ 비난3 .776 .759 .051 15.110***
[i]

주. ***p < .001

연구모형, 경쟁모형 및 대안모형의 비교

본 연구에서는 성역할 고정관념과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의 관계에서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의 하위요인인 ‘주변화’와 ‘피해자 귀책성’의 매개효과를 검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주변화와 피해자 귀책성이 부분매개하는 모형을 연구모형(그림 2)으로, 주변화와 피해자 귀책성이 완전매개하는 모형을 경쟁모형(그림 3)으로 설정하여, 연구모형과 경쟁모형 간의 적합도를 비교 및 검증하였다.

그림 2.
연구모형(부분매개모형)
KJP_2026_v45n4_609_f002.jpg
그림 3.
경쟁모형(완전매개모형)
KJP_2026_v45n4_609_f003.jpg

먼저, 연구모형(부분매개 모형)의 적합도는 χ²(59) = 123.762, p < .001, CFI = .975, TLI = .966, RMSEA = .067이고, 경쟁모형(완전매개 모형)의 적합도 지수는 χ²(60) = 123.877, p < .001, CFI = .975, TLI = .967, RMSEA = .066으로, 두 모형 모두 우수한 수준의 적합도를 보여주었다. 모형 적합도가 유사하게 좋은 연구모형과 경쟁모형은 내재된 관계에 있기에, 이들 모형의 우수성을 비교하기 위해 χ² 차이 검증을 실시한 결과,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Δχ²(1) = 0.115, p > .05). 모형 간 차이가 유의하지 않았을 때는 자유도가 더 큰 모형인 더 간명한 모형이 선호된다는 원칙(홍세희, 2000)에 근거해 경쟁모형을 최종모형으로 선정할 수 있다. 또한, 경쟁모형의 AIC는 211.877로, 연구모형의 AIC인 213.762보다 낮게 나타나, 경쟁모형이 상대적으로 더 나은 모형임을 지지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완전매개모형인 경쟁모형을 최종모형으로 선정하였다.

한편, 본 연구에서 설정한 인과 방향에 대한 대안적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 주변화와 피해자 귀책성 각각을 독립변수로,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를 매개변수로, 성역할 고정관념을 종속변수로 설정한 대안모형을 분석하였다. 대안모형의 적합도는 χ²(61) = 199.768, p < .001, CFI = .945, TLI = .930, RMSEA = .096, AIC = 259.768로 나타났다. 이는 대안모형이 연구모형과 경쟁모형에 비해 전반적으로 적합도가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대안모형보다 연구모형 및 경쟁모형이 본 연구 자료를 더 적절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모형의 검증 결과는 표 9에 제시하였다.

표 9.
연구모형과 경쟁모형 및 대안모형의 검증
χ² df CFI TLI RMSEA
(90% 신뢰구간)
AIC
연구모형
(부분매개모형)
123.762*** 59 .975 .966 .067
(.050~.083)
213.762
경쟁모형
(완전매개모형)
123.877*** 60 .975 .967 .066
(.049~.082)
211.877
대안모형 199.768*** 61 .945 .930 .096
(.081~.111)
259.768
연구모형과 경쟁모형의 χ²차이 검증 Δχ²(1) = 0.115, p > .05
[i]

주. ***p < .001

나아가 표 10에 제시된 연구모형의 경로계수를 고려할 때, 독립변수인 성역할 고정관념이 종속변수인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로 가는 직접 경로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B = -.044, p > .05). 이는 완전매개모형을 최종모형으로 선정한 결과와 일치하는 결과이다.

표 10.
연구모형(부분매개모형)의 경로계수 검증
경로 B β SE CR
직접
효과
성역할 고정관념 →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 -.044 -.026 .131 -.340
성역할 고정관념 → 주변화 1.219 .558 .166 7.329***
성역할 고정관념 → 피해자 귀책성 1.299 .491 .173 7.493***
주변화 →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 -.051 -.066 .084 -.609
피해자 귀책성 →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 .310 .484 .065 4.782***
[i]

주. ***p < .001

최종모형 검증

최종모형으로 선정된 경쟁모형(완전매개모형)의 경로계수를 표 11에 제시하였다. 구체적으로 성역할 고정관념은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의 하위요인인 주변화(β = .558, p < .001)와 피해자 귀책성(β = .490, p < .001) 모두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높을수록 주변화 통념과 피해자 귀책성 통념의 수준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한편, 매개변수에서 종속변수로 가는 경로의 경우, 피해자 귀책성은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정적 영향(β = .480, p < .001)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주변화는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에 미치는 영향이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β = -.080, p > .05). 이는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 중 피해자 귀책성에 대한 인식이 높을수록 남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비난 태도가 높아짐을 보여준다.

표 11.
최종모형(완전매개모형)의 경로계수
경로 B β SE CR
직접
효과
성역할 고정관념 → 주변화 1.219 .558 .166 7.331***
주변화 →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 -.062 -.080 .078 -.789
성역할 고정관념 → 피해자 귀책성 1.297 .490 .173 7.483***
피해자 귀책성 →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 .308 .480 .064 4.771***
[i]

주. ***p < .001

매개효과 검증

성역할 고정관념과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의 관계에서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의 하위요인인 ‘주변화’통념과 ‘피해자 귀책성’통념 각각의 매개효과가 유의한지를 검증하기 위해 부트스트래핑을 실시하였다. 이때 원자료에서 5,000회 재표본 추출을 실시하고, 신뢰구간을 95%로 설정하였다. 표 12에 제시된 바와 같이, 주변화의 간접효과는 95% 신뢰구간[-.282, .179]에 0을 포함하여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피해자 귀책성의 간접효과는 95% 신뢰구간[.167, .619]에 0을 포함하지 않아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연구 가설 2는 부분적으로 지지되었다. 구체적으로, 피해자 귀책성 통념의 효과를 통제한 상태에서 주변화 통념은 성역할 고정관념과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의 관계를 유의하게 매개하지 않았다. 반면, 주변화 통념의 효과를 통제한 상태에서도 피해자 귀책성 통념은 두 변인의 관계를 유의하게 매개하였다. 이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높을수록 남성 성폭력 피해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귀속시키는 통념을 더 많이 수용하며, 이러한 통념의 수용이 높을수록 남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비난 태도 또한 높아지는 경로가 유의함을 의미한다. 반면, 남성 성폭력 피해를 특정한 집단이나 상황에서만 발생하는 예외적인 사건으로 인식하는 주변화 통념은 피해자 비난으로 이어지는 유의한 간접경로를 형성하지 않았다. 따라서 성역할 고정관념과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의 관계에서 나타난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의 간접효과는 주로 피해자 귀책성 통념에 의해 설명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표 12.
최종모형의 간접효과
경로 β SE (95% 신뢰구간)
Lower Upper
성역할 고정관념 → 주변화 →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 -.044 .116 -.282 .179
성역할 고정관념 → 피해자 귀책성 →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 .235*** .115 .167 .619
[i]

주. ***p < .001

성별에 따른 집단 간 경로계수 비교

앞서 완전매개모형으로 선정된 최종모형에서 성별에 따라 경로계수 크기에 차이가 존재하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다집단 분석을 수행하였다. 다집단 분석을 통해 집단 간 구조경로를 비교하기에 앞서, 남성 집단과 여성 집단에서 동일한 측정모형이 성립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형태동질성과 측정동질성을 순차적으로 검증하였다(Little et al., 2007). 형태동질성 검증 결과, 모형의 적합도는 χ²(120) = 223.922, p < .001, CFI = .957, TLI = .944, RMSEA = .059로 나타나 전반적으로 괜찮은 수준의 적합도를 보였다. 이에 따라 남성 집단과 여성 집단에서 성역할 고정관념, 주변화, 피해자 귀책성,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의 요인구조가 동일하게 성립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음으로 요인부하량을 남성 집단과 여성 집단에서 동일하게 제약한 측정동질성 검증 결과, 모형의 적합도는 χ²(129) = 247.744, p < .001, CFI = .951, TLI = .941, RMSEA = .061로 괜찮은 수준의 적합도를 보였다. 이에 따라 남성 집단과 여성 집단에서 요인부하량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수 있었다. 형태동질성과 측정동질성이 확보됨에 따라, 최종모형의 4개 구조경로에 동일성 제약을 부여한 구조동질성 모형을 검증하였다. 그 결과, χ²(133) = 254.900, p < .001, CFI = .950, TLI = .941, RMSEA = .061로 나타났다. 측정동질성 모형과 구조동질성 모형의 χ² 차이 검증을 실시한 결과,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며(Δχ²(4) = 7.156, p > .05), ΔCFI의 감소량 역시 .001로 절단기준(.01)보다 작게 나타나 두 모형 간 실질적인 적합도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었다(Cheung & Rensvold, 2002). 따라서 최종모형의 구조경로는 참여자의 성별에 따라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는 표 13에 제시하였다.

표 13.
남성 집단과 여성 집단의 형태동질성, 측정동질성, 구조동질성 검증
모형 χ² df CFI TLI RMSEA
(90% 신뢰구간)
형태동질성 223.922*** 120 .957 .944 .059
(.047~.071)
측정동질성 247.744*** 129 .951 .941 .061
(.049~.072)
구조동질성 254.900*** 133 .950 .941 .061
(.050~.072)
측정동질성 모형과 구조동질성 모형의 χ² 검증 Δχ²(4) = 7.156, p > .05
[i]

주. ***p < .001

종합논의

본 연구는 국내의 남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태도를 확인하기 위해 두 편의 연구를 수행하였다. 연구 1에서는 국내에 남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태도가 존재하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 조합을 달리한 시나리오를 적용하여 실험 연구를 수행하였고, 그 결과 성폭력의 전형적인 사례인 ‘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 조건에 비해, ‘가해자 여성–피해자 남성’ 조건에서 피해자는 더 높은 수준의 비난을 받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구 1에 이어 연구 2에서는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기제를 밝히기 위해, 성역할 고정관념과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의 관계에서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의 매개효과를 검증하였고, 그 결과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의 하위요인인 ‘피해자 귀책성’의 완전매개효과를 확인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시사점을 논의하고자 한다.

첫째, 연구 1에서는 성폭력의 전형적인 사례인 ‘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 조건보다 ‘가해자 여성-피해자 남성’ 조건에서 피해자는 더 강한 비난을 받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가해자 여성-피해자 남성’ 조건에서 피해자에게 더 많은 책임을 전가하고, 가해자의 책임과 피해 자체의 심각성을 축소시키는 등 남성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나타난다는 기존 선행연구들의 결과(Gerber et al., 2004; Peirano, 2024; White & Kurpius, 2002)와 일치하는 바이다. 이는 국내에서도 남성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부정적인 사회적 태도가 존재하며, 이러한 태도가 남성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자 비난, 즉 이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앞선 결과와 달리, 성폭력의 전형적인 사례인 ‘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 조건과 ‘가해자 남성-피해자 남성’ 조건에서 피해자 비난 수준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피해자의 성별 차이만으로 남성 피해자와 여성 피해자에 대한 비난 수준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며, 사건의 맥락 등이 함께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하여 Gerber 등(2004)은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에게 부여된 역할이 사건을 판단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논의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할 때, 본 연구의 시나리오에 포함된 동아리 회장과 동아리 신입 회원으로 설정된 위계적 관계는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판단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시나리오에 제시된 사건을 성폭력으로 인식하는지를 묻는 문항에서, ‘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 조건과 ‘가해자 남성-피해자 남성’조건 간에는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참여자들은 ‘가해자 남성-피해자 남성’조건의 가해자를 ‘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 사례에서와 동일하게 전형적인 성폭력 가해자로서 인식하면서, 피해자 비난 태도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러한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할이 모든 성별 조합의 조건에서 동일했음에도, ‘가해자 여성-피해자 남성’ 조건은 ‘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 조건에 비해, 피해자 비난 수준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특히 ‘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 조건의 참여자들보다 ‘가해자 여성-피해자 남성’ 조건의 참여자들은 이 사건이 성폭력 사건이 아니며, 피해자의 심리적 고통이 크지 않고, 사건의 심각성이 낮으며, 피해자가 사건을 통제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경향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에 비해 남성이 신체적으로 더 강하여 피해 상황에서 저항할 능력이 있다는 생각과, 남성은 강압적인 성적 행위 역시 더 쾌락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Burt, 1980; Gerber et al., 2004). 따라서 여성이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남성인 경우, 피해자에게는 남성이라는 성역할과 남성 성폭력 피해에 부과되는 사회적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시사점은 본 연구 2에서 경험적으로 확인되었다.

둘째, 연구 2에서는 성역할 고정관념과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수준의 관계를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의 하위요인인 ‘피해자 귀책성’이 완전매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직접적으로 피해자 비난으로 이어지기보다는, 피해자에게 피해의 책임을 부여하는 신념을 통해 피해자에 대한 비난 태도가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Masser 등(2010)에 따르면, 사람들은 성폭력 사건을 판단할 때, 사실 정보만을 기준으로 사건을 평가하기보다, ‘진정한 성폭력 피해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관한 피해자 고정관념(victim stereotypicality)을 기준으로 사건을 판단할 수 있다. 즉, 전형적인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사건을 즉시 신고하는 등의 행동을 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남성은 강인하고 주도적인 존재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은, 전형적인 피해자에 부합하지 않는 남성이 성폭력 피해를 당하고도 충분히 저항하거나 그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다면, 그 피해에 대한 책임이 남성에게 있다는 피해자 귀책성 통념을 강화했을 수 있다. 더불어 피해자 귀책성 통념 자체의 특성을 고려해보면, 피해자 귀책성 통념은 피해 당시 피해자의 행동과 대처를 근거로 피해자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신념이기에(Hogge & Wang, 2022), 남성 피해자를 판단하는 구체적인 인지적 기준으로 작용하면서, 최종적으로 실제 남성 성폭력 피해 사건과 사건의 피해자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한편,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의 또 다른 하위요인인 ‘주변화’는 성역할 고정관념과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의 관계에서 매개효과가 유의하지 않았다. 주변화 통념은 남성 성폭력이 드물거나 특정한 맥락에서만 발생하는 문제로 바라보는 신념으로, 남성 성폭력 사건을 예외적인 현상으로 간주하게 한다. 따라서 피해자 귀책성 통념이 피해 당시 피해자의 행동과 책임이라는 구체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다면, 주변화 통념은 남성 성폭력 발생 범위나 발생 가능성에 관한 보다 포괄적인 신념이라고 할 수 있다(Hogge & Wang, 2022). 이에 따라 주변화는 특정한 남성 성폭력 피해 사례에서 사건과 피해자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피해자 비난 태도와는 그 관련성이 상대적으로 낮았을 가능성이 있다. 정리하면, 본 연구에서 성역할 고정관념과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의 관계는 남성 성폭력 사건을 예외적인 현상으로 간주하게 하는 주변화 통념보다는, 개별 피해자의 행동과 책임에 대한 구체적인 신념인 피해자 귀책성 통념에 의해 설명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나아가 본 연구 결과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높더라도 피해자 귀책성 통념의 수준에 따라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수준을 줄이기 위한 개입 과정에서는 남성 피해자에 대한 피해자 귀책성 통념을 바로잡고 그 수용도를 줄이는 접근이 매우 중요하다. 그 개입의 일환으로 남성 성폭력 피해에 대한 통념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성폭력 교육이 중요할 수 있다(Walfield, 2021). 교육의 과정에서는 남성 성폭력 피해에 대한 실태나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남성 강간 통념을 검증하면서, 남성 역시 성폭력을 경험할 수 있고, 남성에게도 성폭력 피해는 삶에서 중대한 경험이라는 점을 주지시킬 수 있다(고효경, 강영신, 2025). 이러한 교육의 대상은 일반 대중들은 물론, 다양한 대상들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성범죄자들의 경우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가해자인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는데, 그 배경에 강간 통념이 존재하며 강간 통념의 수용도가 일반인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유재두, 송병호, 2009). 따라서 성범죄의 재발이나 예방을 위해서도 강간 통념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수적일 것이다. 더불어, 피해자 비난 현상이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이차 피해에 해당함을 고려할 때도, 수사나 재판 과정을 담당하는 실무자들 역시 강간 통념 수용도를 점검하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이나 수사 지침 등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연구 1에서 성별과 연령을 통제한 후에도, ‘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조건에 비해 ‘가해자 여성-피해자 남성’조건에서 피해자 비난 태도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이는 두 조건 간 피해자 비난 태도의 차이가 연구참여자들의 성별과 연령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나아가 연구 2에서는 최종모형의 구조경로에서 남녀 간 차이가 발생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다집단 분석을 실시했으나, 구조경로에서 남녀 간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다. 이는 성역할 고정관념이 피해자 귀책성 통념을 거쳐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로 이어지는 심리적 과정이 참여자의 성별과 관계없이 유사하게 작동함을 의미한다. 기존 선행연구들에서는 성역할 태도(Davies et al., 2012)와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에서 남녀 간의 유의한 차이를 밝혀왔다(Davies et al., 2012; Kerr Melanson, 1999; White & Kurpius, 2002). 이에 따라 본 연구 결과가 남녀 간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통계적으로 그 차이가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본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듯, 본 연구에서 사용한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를 개발한 Hogge와 Wang(2022)의 연구에서는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에서 남녀 간 차이가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대해 Hogge와 Wang(2022)은 기존 선행연구들에서 보고된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나 피해자 비난 태도의 성차는 성별 자체보다는 성역할 고정관념 등과 같은 심리적 변인들의 관련성 때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 성역할 고정관념을 모형의 선행변수로 직접 포함하여 남녀 집단 간 구조경로의 차이를 비교하였으나, 그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다. 이는 성별이 성역할 고정관념,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 남성 피해자 비난 태도의 심리적 과정에서 중요한 조절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를 감소시키기 위한 개입은 특정 성별에 한정하기보다 남성과 여성 모두를 대상으로 실시될 필요가 있다.

특히 본 연구에서 확인된 남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비난적 태도는, 비록 본 연구에서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니지만, 낙인 이론(stigma theory)의 관점에서 하나의 이론적 해석을 시도해 볼 수 있다. Goffman(1963)에 따르면, 낙인은 어떤 개인이나 집단의 특성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겨질 때, 그 개인이나 집단을 평가절하하고 배제하는 사회적 반응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 비추어 볼 때, 강하고 주도적이어야 한다는 남성성 규범은 피해자인 남성이 그 피해에 대한 귀책이 있다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남성성이 손상된 존재로 평가절하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본 연구에서 확인된 비난 현상이 남성성 고정관념 및 남성 강간 통념에 의해 강화되는 양상 역시 이러한 낙인화 과정의 일환으로 이해될 수 있다. 실제로 선행연구에서는 이러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 즉 낙인의 과정이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남성들로 하여금 피해 사실을 공개하지 못하고, 신고 조치를 취하거나 의료적·정신적 서비스를 추구할 가능성을 낮추는 것으로 보고되어 왔다(Bullock & Beckson, 2011; Clark, 2014). 다만 본 연구에서는 낙인과 같은 구성개념을 직접 측정하지 않았으므로, 위와 같은 해석은 실증적으로 검증된 기제가 아니라 선행연구와 낙인 이론에 근거한 이론적 해석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확인된 매개효과가 실제로 낙인화 과정을 통해 발생하는 것인지는 후속 연구에서 해당 변인을 직접 측정하여 검증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의의가 있다. 첫째, 본 연구는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를 단일하고 균질한 개념으로 다뤄온 기존 접근과 달리,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가 다차원적 구성개념이며, 각 하위차원이 서로 다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 중에서도 피해자 귀책성 통념만이 성역할 고정관념과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의 관계에서 유의한 매개효과를 보인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를 통해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가 형성되는 심리적 과정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명하였다. 더불어 남성 성폭력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이나 캠페인을 설계할 때 강간 통념 전반을 포괄적으로 다루기보다, 피해자의 행동이나 대처를 근거로 피해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인지적 통념을 표적으로 삼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둘째, 연구 1을 통해 단순히 피해자의 성별에 따라 여성 피해자보다 남성 피해자가 더 많은 비난을 받는다기보다, 피해자 비난 태도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 조합과 사건의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가해자 여성-피해자 남성’조건에서 피해자 비난 태도가 두드러졌다는 결과는, 성폭력을 ‘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이라는 전형적인 이분법적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성별 조합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나아가 사법 및 상담 현장에서 여성 가해자에 의한 남성 피해자의 피해를 정확히 인식하고, 피해자 비난과 지원 공백을 예방하기 위한 실무자 교육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러한 결과는 남성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이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본 연구는 피해자 귀책성 통념의 매개효과를 낙인 이론과 연결지어 비난적인 사회적 인식이 남성 피해자의 신고 기피, 의료·상담 서비스와 같은 도움 추구 행동의 회피로 이어질 가능성을 논의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 결과는 피해자 지원체계를 마련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셋째, 그동안 국내에서 강간 통념 수용도와 피해자 비난 태도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여성 피해자를 중심으로 축적되어 왔다(e.g., 고혜리, 2007; 방신정, 2017; 양규돈, 2019; 윤병해, 고재홍, 2006). 이러한 상황에서 본 연구는 남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대중의 태도를 실증적으로 검증함으로써, 국내 남성 성폭력 피해 연구의 공백을 보완하고 향후 관련 연구의 축적을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넷째, 본 연구는 연구 1의 시나리오 실험과 연구 2의 구조방정식 모형을 결합한 상호보완적 설계로 구성되었다. 이를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 조합에 따라 피해자 비난 수준에 차이가 나타나는지, 나아가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가 어떠한 심리적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지를 통합적으로 규명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섯째, 본 연구는 성별에 따른 구조경로의 차이를 검증하기 위해 형태동질성, 측정동질성, 구조동질성을 순차적으로 검증하는 다집단 분석을 실시하였다. 이를 통해 성역할 고정관념이 피해자 귀책성 통념을 거쳐 남성 성폭력 피해자 비난 태도로 이어지는 심리적 과정이 특정 성별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님을 보여주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러한 의의와 더불어 본 연구에는 다음과 같은 한계점이 존재한다. 첫째, 실험 연구를 위해 사용한 시나리오는 국외의 연구에서 사용한 시나리오를 국내 사회문화적 배경에 맞게 일부 수정한 것이지만, 국내의 문화적 맥락과 실제 남성 성폭력 피해의 특성을 모두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따랐을 수 있다. 특히 시나리오에 포함된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위계적 설정이 ‘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 조건과 ‘가해자 여성-피해자 남성’ 조건의 차이에 혼입변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고려하여 후속 연구에서는 국내의 남성 성폭력 피해의 실제 사례나 성폭력 인식 특성 등을 보다 정교하게 반영하고, 위계적 설정을 배제한 시나리오를 개발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본 연구 1의 실험 설계에서는 전형적인 성폭력 피해 사례인 ‘가해자 남성-피해자 여성’ 조건과 남성 피해 사례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가해자 여성-피해자 여성’ 조건은 포함하지 않았다. 연구 결과, ‘가해자 여성-피해자 남성’ 조건에서만 피해자 비난 수준이 준거조건보다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는데, 이러한 결과가 피해자가 남성이라는 점에 기인한 것인지, 혹은 가해자가 여성이라는 조합 자체가 전형적인 성폭력 스크립트에서 벗어나 있어 비난을 상승시킨 것인지는 본 연구의 설계만으로는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이는 ‘가해자 여성-피해자 여성’ 조건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한계로, 후속 연구에서 해당 조건을 포함한 완전요인설계를 통해 가해자 성별 자체의 주효과와 피해자 성별의 주효과를 분리하여 검증할 필요가 있다. 셋째, 본 연구 2에서 검증한 변인 간의 관계는 횡단적 설계에 기초하므로, 변인 간 인과 방향은 이론적 추론에 해당할 수 있기에, 성역할 고정관념이 시간 경과에 따라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를 강화하고 피해자 비난으로 이어지는 종단적 설계를 통한 검증이 필요할 수 있다. 나아가 성역할 고정관념을 점화(priming)한 후 남성 강간 통념 수용도와 피해자 비난 수준의 변화를 측정하는 실험 설계 역시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본 연구 2에서 성별에 따른 다집단 분석을 수행하였지만, 연령별 표본 수가 충분하지 않아 연령에 따른 다집단 분석을 수행하지는 못하였다. 성역할 사회화 경험은 세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실제로 연령이 높을수록 남성 성폭력에 대한 통념을 더 많이 수용하는 것으로 나타난 선행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Willmott & Widanaralalage, 2024). 이를 고려할 때 본 연구 2의 최종 모형에서 검증한 구조경로 역시 연령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연령대별로 충분한 표본을 확보한 뒤 다집단 분석을 실시하여, 연구 2 최종모형의 구조경로에 대한 연령별 차이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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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은 2024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24S1A5B5A17030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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