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본 논문은 2000년대 이후 한국 복수영화의 등장 배경 그리고 흐름과 특징 등을 개괄한 후에, 이 중에서도 여성이 중심적 역할을 하는 복수 영화들을 ‘모성 복수영화’과 ‘여성 액션 복수영화’로 범주화하여 주체와 주제의 차이가 어떻게 형식적, 미학적 차이들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갖는 사회문화적, 젠더정치학적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2000년대 이후 복수영화가 한국 영화의 주요 트렌드가 된 것은 사법 정의와 공공성의 붕괴 그리고 1997년의 IMF 사태가 끼친 사회경제적, 심리적 영향이다. 복수영화에서 한국 사회는 탐욕스러운 자본과 권력이 전횡하는 아수라장으로 형상화된다. 포스트IMF 시대에 대한 한국 영화의 재현은 ‘파국 서사’와 ‘외상적 상실의 전면화’를 특징으로 하는데, 특히 후자는 개인들이 자신을 가해한 대상에게 폭력적으로 복수하는 영화로 이어진다. 복수의 주체가 여성인 영화들도 점차 등장하는데, 특히 자식을 잃은 후에 점차 병리화되어가는 모성을 범죄와 연계시키는 모성 복수영화 중에서 <오로라 공주>와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여성의 동일시와 정체성 그리고 여성의 목소리나 동성애와 같은 주제들을 통해서 모성이라는 이슈를 흥미롭게 제기한다. ‘여성 액션’에 초점을 맞추는 <악녀>와 <발레리나>는 영화적 스타일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서 리얼리티 자체보다는 그 표면과 감각성의 표현 그리고 인공적 이미지의 생산에 치중하는 ‘하이퍼리얼하고 포스트모던한 폭력의 이미지화’를 보여준다. 본 논문은 남성중심적 복수영화와 여성중심적 복수영화가 보여주는 조금은 다른 전개 과정과 특징 그리고 여성중심적 복수영화의 주체와 스타일의 변화를 전반적으로 시네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살펴본다는 데에서 의미를 지닌다. 향후에 ‘복수영화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회적 윤리와 정의에 대한 요구로 나아갈 수 있는가’와 ‘복수영화 속의 저항 에너지는 한국 사회에 대한 어떤 성찰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과제로 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