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본 논문은 1990년대 한국 여성종합잡지에 수록된 ‘내 집 마련’ 수기와 사례기사들을 분석하여, 주택 금융화 초기 단계에서 여성 금융주체가 어떠한 서사적 경로를 통해 구성되었는지를 분석한다. 여성지는 단순한 경제 정보 제공 매체를 넘어, 독자들에게 금융적 윤리와 성별화된 실천을 학습시키는 일상적 금융문화의 매개장치로 기능하였다. 이 과정에서 ‘내 집 마련’을 향한 여성의 욕망은 가정주부적 책무와 긴밀히 결합되며 승인되었고, 주거 불안을 야기하는 구조적 조건들은 ‘나쁜 집주인과 고통받는 세입자’라는 개인화된 피해 서사로 전환되어 은폐된다. 절약과 대출을 통한 주택 구입 실천은 가족 부양을 담당하는 여성의 도덕적 책무로 정당화되며, 독자들은 이를 통해 금융적 책임성과 성별화된 자기규율을 점진적으로 내면화하게 된다. 1990년대 주택보급 확대와 금융자율화 흐름 속에서 여성들은 주택매매를 경유하여 금융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진입하였으며, 이로써 가정이라는 사적영역이 금융시장에 제도적・문화적으로 접속되는 전환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금융의 여성화 과정에서 여성들이 일상생활과 가계경제 차원에서 금융시장에 통합되는 구체적 양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여성의 금융 실천은 2004년 주택금융공사 설립을 통해 본격화된 국가 주도의 주택금융화에 앞서, 이미 가계경제의 윤리로서 상징적 실천과 일상 담론 속에 내면화되어 있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서사적 재구성을 분석함으로써 한국 주택 금융화의 성별화된 경로와 여성 금융주체 형성의 동학을 규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