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한국의 학술장에서 돌봄 담론이 광범위한 논의의 대상으로 부상한 이후, 여성의 가정 내 돌봄 노동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정의 요구는 점차 우리 사회의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모성의 돌봄 노동에 대한 경제적 인정의 부재가 명확해 보이는 것과는 달리, 사회문화적 인정의 문제에는 다소 모호한 구석이 있다. 대중문화의 담론장에서 돌보는 여성들에 대한 숭배가 얼마든지 발견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맘충’이라는 혐오 표현이 일상적 언어 사이를 활보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모성 숭배와 모성 혐오 현상이 함께 발견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재클린 로즈는 사회가 그 자신의 문제를 은폐하기 위해 모성 개념을 적극 활용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교육 문제의 심각성을 모성에게 전가하곤 했다. 한국에서 모성 주체는 그 자신이 이미 살인적 경쟁 교육에 휘말린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교육제도의 여러 폐해가 떠넘겨지는 문제적 이미지로 전유된다. 개그우먼 이수지의 ‘제이미맘’ 캐릭터와 박서련 소설〈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의 ‘당신’이 여기에 해당한다. ‘제이미맘’ 캐릭터를 둘러싼 최근의 논란들은 자녀의 교육에 집착하는 모성 이미지에 대한 혐오 수행이 끝내 모성 신화를 강화하는 과정의 전모를 보여준다. 한편 박서련의 소설은 온라인 게임상에서 ‘엄마’가 욕으로 사용되는 현상을 지적하고 있는데, 이런 식의 혐오 발화가 가능해지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가부장제 사회의 남성 주체에게 ‘엄마’가 가장 숭고한 대상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숭배는 혐오의 원인이다. 본 논문은 숭배와 혐오가 결국 모성을 타자화하는 태도라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동일한 것일 뿐만 아니라, 숭배/혐오가 긴밀한 인과론적 순환 속에서 상승 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을 증명하고자 하였다. 숭배와 혐오가 순환하는 매커니즘은 이미 한껏 왜곡되어 있는 상징적 장 안에서의 문화적 인정이 만만치 않은 문제임을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본고는 우리 사회의 모성 개념이 갇혀 있는 숭배/혐오의 사이클을 규명함으로써 모성에 대한 학술적 탐구가 여전히 시급한 문제임을 상기시킨다는 데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