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본 논문은 1990년대 텔레비전 드라마의 아파트 재현을 통해 주거 환경의 변화와 당대 사회의 욕망을 두루 살펴보고자 한다. 1990년대 이후 부동산 불패의 신화는 한국인들이 ‘내 집 마련’을 인생의 목표로 삼는 데 기여했으며 이에 따라 한국인의 생애주기를 설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또한 아파트는 부동산을 향한 한국의 사회적 욕망이 응축된 ‘상품’으로 주거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면서 현대적 삶의 양태를 형성해왔다. 본고는 이 점에 주목하여 1990년대를 전후한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가 부동산과 대단지 아파트를 재현하는 ‘경관’에 집중했다. 위계화된 대단지 아파트는 부동산과 재개발을 둘러싼 동시대의 인식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시청자들은 입주민들과 동일한 눈높이에서 대단지 아파트 안에서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한다는 착시를 경험하며 중산층에 대한 욕망을 내면화할 수 있었다. 한편 단지라는 경계는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혼재되는 한국 사회의 변화를 함축적으로 제시한다. 주거 공간의 재편성을 통해 의도적으로 구획된 대단지 아파트는 한국 사회의 관습변화를 실험하는 공간으로 공동체와 주거에 대한 인식 변화를 현대적 라이프스타일을 재구성해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파트는 공적 통제의 핵심으로 기능할 수 있었으며 시청자들이 질서와 통제를 내면화하는 유용한 경로를 제공해왔다. 아파트의 대중적 보급은 유년기부터 자기만의 방을 소유한 경험은 이후 청년들의 개별화된 기억과 문화적 취향으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주목을 요한다. 2000년대 이후 청년세대가 원룸과 1인 가구로 대표되는 집과 가족에 대한 파편적 감각을 키워가며 새로운 문화적 맥락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아파트를 둘러싼 논의는 공시적・통시적 고찰을 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