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이 글은 웹툰 <고래별>에 재현된 이성애 로맨스가 민족・젠더와 맺는 관계를 분석함으로써,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이성애 로맨스 서사에서 나타나는 특징과 한계가 무엇인가를 고찰한다. 이를 통해 경성을 배경하는 영화・드라마 속 이성애 로맨스의 전형성이 웹툰에서도 드러나는가를 살펴보고자 했다. 또한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다른 작품들과의 연관성을 바탕으로 <고래별>의 로맨스를 분석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고자 시도했다. 우선 2장에서는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이성애 로맨스의 마스터플롯으로서 ‘식민지 로맨스’라는 개념을 살핀 다음, 그 연속선상에서 웹툰 <고래별>을 어떻게 검토할 수 있을지 논의하였다. 그리고 3장과 4장에서는 <고래별>의 장소 변화와 로맨스 전개 양상을 중점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웹툰이 ‘식민지 로맨스’를 어떻게 변주하고 있는지를 검토하였다. 나아가 5장에서는 ‘인어공주 모티프’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작품의 이성애 로맨스가 이분법적 젠더 인식에 기반한 여성과 민족의 결합을 공고히 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비판적으로 논의하였다. 물론 웹툰 <고래별>은 ‘식민지 로맨스’의 전형적인 젠더 구도를 반복하여 재현하면서도, 왜 여성이 조선에 헌신하게 되었는가를 진지하게 탐구하면서 지금까지 당연한 전제로 제시되던 ‘조선으로서 여성’이 균열 없는 존재로만 그려질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성과를 거둔 작품이다. 사랑을 통해 여성 주체가 변화하는 양상을 세심하게 포착한다는 것이야말로 기존의 ‘식민지 로맨스’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 웹툰의 장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작품의 이성애 로맨스를 규정짓는 인어공주 모티프는 여성 주인공이 조선이라는 대의를 위한 숭고한 희생을 감수하여 스스로를 민족과 동일시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는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이성애 로맨스에서 여성과 조선의 결합이 여전히 공고하게 지속되도록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