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2020년대 한국 문학계에 불어닥친 SF 열풍은 단순한 장르문학의 확산을 넘어, 21세기 생명공학과 신자유주의가 결합한 새로운 현실에 대응하는 문학적 실천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본고는 한국 SF비평의 양상 속에서 중요한 SF비평가로 자리잡은 셰릴 빈트의 『21세기 사변소설의 생명정치적 미래』(2021)를 분석하며, 사변소설의 비평적 방법론과 포스트휴먼 형상들의 가능성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 책에서 빈트는 생명과 비생명, 주체성과 객체성의 경계가 해체되는 현대적 조건을 ‘에피바이탈리티’로 개념화하며, 마르크스의 ‘실질적 포섭’ 개념을 생명정치 영역으로 확장한다. 푸코의 19세기 생명정치 형상을 대신하는 21세기 형상들로 ‘불멸의 그릇’, ‘살아있는 도구’, ‘생명 기계’, ‘예비 부품’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적 생명정치의 작동 메커니즘을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잉여 생명력 개념을 통해 포스트휴먼의 대안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또한 빈트는 ‘사회기술적 상상’과 ‘약속의 미래 담론’ 개념을 통해 사변소설을 인식론적 도구로 재정의하며, 사변소설이 단순히 현실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에 맞서 현실 자체를 구성하고 대안적 미래를 상상하는 도구라는 점을 제시한다. 이러한 내용은 21세기 SF 비평의 가능성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한국 SF 비평이 서구 중심적 관점을 넘어 한국적 현실의 특수성과 보편적 미래 전망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방법론적 토대가 되는 데 큰 영향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