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ISSN 2671-8197
- E-ISSN 2733-936X
<취유부벽정기>의 주인공 홍생은 평양에서 기녀들과 유흥을 즐길 때에는 역사와 현실에 무관심한 풍류남아로서의 모습을 보이지만, 부벽정에서 기씨와 만났을 때에는 문사(文士)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는 <취유부벽정기>가 애정류 전기소설인 <등목취유취경원기>와 지우류 전기소설인 <감호야범기>를 조합하는 가운데 서사적 의미를 구현한 작품이라는 점과 관계가 있다. 작품 말미에서 홍생은 시해(尸解)하여 현실을 떠나는데, 그 이유는 그가 자신의 본질이 문사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취유부벽정기>는 천순(天順) 초년(初年)을 시간적 배경으로, 고조선의 수도인 평양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작품에 설정된 시간과 공간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취유부벽정기>의 세 번째 삽입시인 <강정추야완월(江亭秋夜翫月)>에서는 앞의 두 수에서와는 달리 ‘덧없음’의 시상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이 ‘덧없음’은 기씨의 과거와 홍생의 현재를 이어주면서 과거 이곳에서 벌어진 사건과 현재 이 땅에서 벌어진 사건을 동질적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시간과 공간을 연결시키는 서사 기법은 <감호야범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시습의 <취유부벽정기> 창작은 그의 관서(關西) 유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김시습은 <탕유관서록후지(宕遊關西錄後志)>에서 자신의 관서 유람이 유가적 이념이 붕괴된 세상을 ‘잊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되었음을 말했는데, 이러한 그의 정신 상태는 <취유부벽정기>의 서두에 나오는 바 역사와 현실에 대해 ‘무관심’한 홍생의 태도와 매우 유사하다. 또 ‘탕유관서록후지’의 ‘탕(宕)’과 ‘취유부벽정기’의 ‘취(醉)’는 각각 ‘천순 초년’이라는 ‘시간’에 ‘평양’이라는 ‘공간’에 있는 김시습과 홍생의 정신 상태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김시습은 ‘감개한 일’이 벌어진 현실을 잊고자 유람을 시작했지만, 그가 발을 딛고 있었던 관서 지방 역시 찬위(簒位)한 왕이 다스리고 있는 곳이었던바, 오히려 고도(古都) 평양의 유적지들은 그로 하여금 역사를 통해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을 것이다. <취유부벽정기>는 현실에서 벗어남으로써만 획득할 수 있는 절의(節義)를 지키지 못한 김시습의 고뇌를 표현한 작품이다.
金時習, 『梅月堂全集』(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1973).
규장각본 『剪燈新話句解』(정용수 역주, 『전등신화구해 역주』, 푸른사상, 2003).
조선간본 『金鰲新話』(최용철 편, 『금오신화의 판본』, 국학자료원, 2003).
한국고전종합DB(http://db.itkc.or.kr/).
김광순, 「금오신화의 연구사적 검토와 쟁점」. 『어문논총』 33, 경북어문학회, 1999, 1‒31쪽.
김수성, 「취유부벽정기와 전등신화의 비교 연구」. 『논문집』 9, 경기공업전문학교, 1976, 47쪽.
김수연, 「취유부벽정기의 경계성에 대하여」. 『한국고전연구』 19, 한국고전연구학회, 2009, 217‒250쪽.
김태준, 『증보 조선소설사』. 학예사, 1939.
무악고소설자료연구회 편, 『한국고소설관련자료집』 1. 태학사, 2001.
문범두, 「취유부벽정기의 구조와 의미」. 『한국소설의 전개』, 문창사, 1998.
문복희, 「취유부벽정기에 나타난 김시습의 시세계」. 『인문과학연구』 27, 강원대학교인문과학연구소, 2010, 75‒95쪽.
문영오, 「금오신화에 굴절된 한의 고찰」. 『한국문학연구』 10, 동국대학교 한국문학연구소, 1987, 115쪽.
민병수, 「한문소설의 삽입시에 대하여」. 『한국고전산문연구』, 동화문화사, 1981.
박성의, 「비교문학적 견지에서 본 금오신화와 전등신화」. 『문리논집』 3, 고려대학교, 1958, 111‒147쪽.
박일용, 「금오신화와 전등신화에 나타난 애정 모티프의 형상화 방식과 그 의미」. 『동아시아 문학 속에서의 한국한문소설 연구』,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02.
박일용, 「취유부벽정기의 형상화 방식과 그 의미」. 『고소설연구』 14, 한국고소설학회, 2002, 5‒30쪽.
박일용, 「취유부벽정기의 삽입시와 서사 구조」. 『고전문학과 교육』 15, 한국고전문학교육학회, 2008, 421‒461쪽.
박태상, 「금오신화에 나타난 애정 모티프 연구」. 『조선조 애정소설 연구』, 태학사, 1996.
박희병, 「금오신화 창작의 연원과 배경」. 『한국전기소설의 미학』, 돌베개, 1997.
박희병, 「전기소설의 문제」. 『한국전기소설의 미학』, 돌베개, 1997.
박희병, 「전기소설의 장르관습과 금오신화」. 『한국전기소설의 미학』, 돌베개, 1997.
설중환, 『금오신화연구』.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1983.
소인호, 「금오신화 연구의 성과와 전망」. 『고소설연구사』, 월인, 2002.
소인호, 「김시습의 금오신화」. 『한국 전기소설사 연구』, 집문당, 2005.
신재홍, 「금오신화와 기재기이의 전기적 성격」. 『한국몽유소설연구』, 계명문화사, 1994.
신재홍, 「몽유양식의 소설사적 전개 양상」. 『한국몽유소설연구』, 계명문화사, 1994.
심경호, 『김시습 평전』. 돌베개, 2003.
심경호, 「관서·관북 지역의 인문지리학적 의의와 문학」. 『한국고전연구』 24, 한국고전연구학회, 2011, 5‒30쪽.
심경호 역, 『매월당 김시습 금오신화』. 홍익출판사, 2000.
엄태식, 「애정전기소설의 창작 배경과 양식적 특징」. 경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1.
윤재민, 「전기소설의 성격」. 『한국한문학연구』 19, 한국한문학회, 1996, 352‒364쪽.
윤재민, 「조선 후기 전기소설의 향방」. 『민족문학사연구』 15, 민족문학사연구소, 1999, 17‒22쪽.
윤재민, 「한국한문소설의 유형론」. 『민족문화연구』 35,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01, 151‒154쪽.
윤채근, 『소설적 주체, 그 탄생과 전변』. 월인, 1999.
윤호진, 「취유부벽정기의 공간구조와 작가의식」. 『중국어문학』 18, 영남중국어문학회, 1990, 191‒213쪽.
이대형, 『금오신화 연구』. 보고사, 2003.
이상익, 「금오신화와 전등신화」. 『한중소설의 비교문학적 연구』, 삼영사, 1983.
이상택, 「취유부벽정기의 도가적 문화 의식」. 『한국고전소설의 탐구』, 중앙출판, 1981.
이석래, 「금오신화는 전등신화의 모방인가」. 『한국문학사의 쟁점』, 집문당, 1986.
이승수, 「한국문학의 공간 탐색 1 평양‒김시습의 취유부벽정기와 이태준의 패강랭을 중심으로」. 『한국학논집』 33, 한양대학교 한국학연구소, 1999, 97‒121쪽.
이혜순, 「금오신화」. 『한국고전소설작품론』, 집문당, 1990.
임치균, 「용궁부연록의 환상 체험 연구」. 『정신문화연구』 124, 한국학중앙연구원, 2011, 8‒9쪽.
임형택, 「김시습의 사상체계와 금오신화」.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71.
전성운, 「취유부벽정기의 공간성과 서사 전개」. 『우리어문연구』 34, 우리어문학회, 2009, 191‒221쪽.
정주동, 『매월당 김시습 연구』. 신아사, 1965.
정출헌, 「고전소설의 천편일률을 패러디의 관점에서 읽는 법」. 『국제어문』 38, 국제어문학회, 2006, 35‒63쪽.
정환국, 「금오신화와 전등신화의 지향과 구현화 원리」. 『고전문학연구』 22, 한국고전문학회, 2002, 307‒334쪽.
정환국, 「전란 소재 애정전기소설의 성립과 발전에 관한 시론」. 『초기 소설사의 형성과정과 그 저변』, 소명출판, 2005.
최남선, 「금오신화해제」. 『계명』 19, 계명구락부, 1927.
탁원정, 「고소설 속 관서·관북 지역의 형상화와 그 의미」. 『한국고전연구』 24, 한국고전연구학회, 2011, 147‒190쪽.
한영환, 『금오신화와 전등신화의 구성비교연구』. 개문사, 1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