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ISSN 2671-8197
- E-ISSN 2733-936X
5세기 대를 전후로 하는 백제와 신라의 고총기(高塚期)는 사회복합화 및 국가형성 과정의 전환기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고총의 등장과 소멸, 그리고 뒤이은 고대국가로의 완성은 두 정치체에서 공히 관찰되지만, 각각의 장례 내용과 사회적 투자의 규모는 서로 크게 다르며, 이에 대한 설명이 시도된 바는 많지 않다. 이 연구에서는 백제와 신라의 중심고분군의 장례를 비교하는 데 있어 피장자의 몸이 어떻게 처리되는지가 주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시신의 처리 방법과 피장자 신체의 계층화, 두 가지 측면에서 비교하고, 그러한 차이가 나타난 이유에 대해 설명을 시도했다. 현재 가용한 자료로 검토한 결과, 백제와 신라는 장례에 있어 시신의 처리 및 안치 방법에서 시신의 원상 유지, 신체의 수직적 차별화, 개인별 봉분/분구의 귀속 등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몸과 개인에 대한 태도 차이는 궁극적으로 개인 정체성의 강조 여부, 박장과 후장, 압도적인 경관지배를 통한 신성성의 과시, 계층화의 강조 등 장례문화 전반에 대한 차이를 유발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종교관, 전통의 차이로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 연구에서는 집단행동이론(collective action theory)를 바탕으로 두 정치체의 권력 기반에 서로 차이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