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본 연구의 목표는 CRPG 장르를 통해 게임의 자유도 개념을 구체화하고, 게임의 창발적 탐구 과정에서 플레이어의 주체성이 구축되는 양상을 게임서사학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이다. 자유도와 비선형성 간의 개념적 구분을 수행함으로써, 게임의 장르 및 구조적 구성에 따라 플레이어에게 제공되는 피드백의 복합성을 보다 정교하게 유형화할 수 있다. 오늘날 확장되고 복잡해진 게임 구조로 인해 많은 연구는 플레이 중심의 자유도와 그에 대한 환상을 강조하지만, CRPG 장르는 서사 중심의 구조적 특성을 활용하여 플레이어의 선택에 대한 심층적 피드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본 연구는 게임에서 병렬적인 경험의 연속으로서의 자유가 아니라, 심층적인 피드백을 통한 효용감으로서의 자유도 개념에 주목한다. 이를 위해 RPG 장르를 단순한 탐험이 아닌 탐구를 수행하는 장르로 재정의하며, 그 구체적 사례로 <디스코 엘리시움>과 <발더스 게이트 3>를 분석한다. 먼저, <디스코 엘리시움>은 플레이어가 아바타 캐릭터에 대해 선택 가능한 요소와 불가능한 요소를 적극적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게임 탐구의 깊이를 형성한다. CRPG의 탐구적 깊이감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선택이 아니라 선택 불가능성을 통해 자유를 경험적으로 재인식하도록 만든다. 또한 <발더스 게이트 3>는 <디스코 엘리시움>의 구성적 논리를 AAA급 대규모 게임의 형태로 구현한다. 이를 통해 포괄적인 RPG 장르에 대한 반성적 이해를 제공하며, 오늘날 대형 프랜차이즈 게임들이 추구하는 자유도에 대한 피상적 접근을 비판적으로 재고하게 한다. 게임 장르에서 플레이어의 선택과 그에 따른 복합적 결과의 의미화는 플레이어 주체성에 대한 심층적 피드백으로 이어지며, 게임 세계 내 오브제 및 NPC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주체성이 변화·확장되는 과정을 경험하게 한다. 이처럼 CRPG 장르는 무제한적인 선택이 곧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에 따른 상호작용의 복잡성과 그에 따른 주체성의 확장을 통해 보다 심층적인 자유도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결과적으로, 플레이어는 자유도의 개념을 부분적으로나마 실체화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