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에서 엄마는 남성에게 사랑받기를 원하며, 딸은 여성과의 관계를 통해 존재를 확인받고자한다. 하지만 두 사람이 열망하는 각각의 이성애적, 동성애적 코드는 계속 튕겨져 나가고 거부된다. 그 거부되는 요인은 남성중심주의와 가부장제 등으로 묘사되는 관습적인 시스템이다. 여기에서 남성은 시스템에 존재하는 다소 온순한 인물들로 그려진다. 이와는 반대로 사회 시스템에 안정적으로 진입하지 못하는 여성은 공격적이고 분열적이다. 그리고 두 명의 모녀는 그 시스템에서 거부될 때마다 다시 집에서 서로를 마주한다. 영화는 그들의 좌절되는 욕망과 관계에 집중하면서 모성에 대한 문제, 어머니의 세계, 그리고 여성들의 관계를 보여준다. 영화는 남근적 사회에 대한 여성의 권력 대체를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수경과 이정의 애증적 감정의 바탕에 어머니와의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주인공들이 회귀하는 곳이 모녀관계라는 점에 있어서 영화는 남성과의 관계가 아닌 여성들 간의 관계에 주목한다는 것을 명확히 한다. 그리고 이것은 서사의 지배담론에서 변방이었던 어머니의 세계를 중심으로 위치시킨다.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젠더를 이야기하기 위해 남근적 세계와 그 세계의 억압을 보여주는 것에 주력한다기 보다, 젖가슴으로 상징화되는 어머니 세계에서의 갈등과 양가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서사는 확장된다. 본 연구에서는 어린 아이를 중심으로 정신분석 연구를 하였던 멜라니 클라인과 클라인에 주목하였던 줄리아 크리스테바를 살펴본다. 이러한 이론적 근거들은 영화에서의 여성과 모성재현에 대해 서술하는 카자 실버만에 이르러 구체성을 띈다. 클라인, 크리스테바, 실버만은 모두 지배적 담론으로 형성되어왔던 남근적 아버지의 세계에 문제를 제기하고 여성과 어머니의 세계에 대해 분석과 주장을 펼쳐나간다. 실버만은 크리스테바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상징계가 아버지의 세계로서 전유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세계가 양가적으로 공존하는 세계임을 이야기하며 ‘부정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negative Oedipus complex)와 ‘동성애적-모성적 환상’(homosexual-maternal fantasmatic)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