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본고의 목적은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중심으로 초고령사회 속 노인의 고독이 갖는 의의와 역능을 고찰하는 데 있다. 오늘날 고독은 더 이상 환대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성공적인 노년의 방해물이거나 질병의 차원으로 취급되고 있다. 하지만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오늘날이야말로 무엇보다 고독이 요청되는 시대이며, 고독이 수행할 수 있는 새로운 인생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이자 60대 중후반의 노인인 히라야마가 보여주는 고독의 수행 과정은 일반적인 외로움과는 차이가 있다. 외로움이 관계의 상실과 인간적 경험 그리고 사유 능력이 소진된 무기력 그 자체라면, 히라야마가 보여주는 고독은 자신을 동료로 삼아 존재의 개방성으로 나아가는 의지이다. 특히 히라야마의 반복된 생활과 유사 실어증과 거식증은 구성된 세계의 욕망으로부터 빠져나가는 방법이자 의지의 양태이다. 그리고 이러한 수행을 통해 그는 사물의 존재 자체에 접근하게 된다. 배제되고 타자화된 사물-대상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것들과의 교감을 통해 세계가 주지 못하는 감흥과 만나게 된다. 히라야마는 세계 내에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 또 다른 자신만의 충만한 세계를 구성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이 된다. 이처럼 영화는 고독의 존재 이유와 그 역능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