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이 논문의 목적은 국내 인기 웹소설인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이하 <어바등>)의 독특한 시간성과 공간성을 분석하고, 그것이 작품 속 주요 인물들의 성격 및 전반적인 주제 의식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규명하는 것이다. 이 텍스트의 시공간적 배경은 미하일 바흐친(Mikhail Bakhtin)의 크로노토프 개념에 준할 정도로 서사 전반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이 논문은 <어바등>에서 일반적인 ‘회빙환’ 서사와 구별되는 독특한 시공간성이 재현되고 있음에 주목한다. 가령, 소위 ‘타임 루프’라고 일컬어지는 이 작품의 비선형적 시간성은 주인공의 능력 신장이나 외부적인 상황의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는 계속해서 죽고 살아나기를 반복하면서, 자신이 위치한 수심 3000m 아래 심해 기지의 물리적 구조 및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을 점차 확장해 나갈 따름이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심해 기지로부터 탈출해야 한다는 그의 목적은 심해 기지에 대한 탐험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지며, 독자들은 그의 위태로운 탐험이 ‘실패한 유토피아’인 우리의 지금-여기에 관한 철저한 인식적 지도 그리기(cognitive mapping)에 다름 아님을 알게 된다. 그것은 일찍이 프레드릭 제임슨(Fredric Jameson)이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개인이 처한 방향 상실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정치적 실천으로 제시했던 것이기도 하다. 이상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 논문은 <어바등>이 국내 웹 문학의 서사적 실험과 동시대적 시대감각에 근거한 담론 형성이라는 양 측면에서 중요한 성취를 이루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본 논문에는 <어바등>의 ‘회귀’ 요소가 최근 웹소설 시장에서 유행한 서사 장치를 단순히 차용한 것이 아니라 텍스트의 주제 의식을 효과적으로 강조하는 데 쓰인 사례임을 이론적으로 규명했다는 의의, 그리고 양질의 텍스트를 통해 국내 웹소설 연구의 시급한 과제인 작품론의 공백을 채운다는 연구사적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