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메뉴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중서사연구

  • P-ISSN1738-3188
  • E-ISSN2713-9964

1960년대 번역된 ‘악서’의 문화정치

The Cultural Politics of Translated ‘Bad Books’ in the 1960s

대중서사연구 / 대중서사연구, (P)1738-3188; (E)2713-9964
2025, v.31 no.3, pp.489-527
채웅준 ((사) 대한출판문화협회)

Abstract

1960년대는 ‘양서(良書)’의 시대였다. 출판사는 ‘양서’의 생산으로 상징투쟁에 참여했고, 정부와 함께 ‘양서’를 장려하는 제도와 정책을 강구했으며, 대중도 ‘양서’ 읽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그러나 ‘양서’를 중심으로 한 교양의 문화정치와 문화적 근대화 과정에서도 ‘악서(惡書)’로 낙인찍힌 책은 끊임없이 생산되고 소비되었다. 이 연구는 번역된 ‘악서’에 주목하여, 그것이 문화적 정당성을 박탈당한 과정과 그 사회문화적 의미를 탐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번역서, 특히 ‘악서’의 생산과 유통 과정을 미디어 사회문화사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신문·잡지·정부 자료와 당시 번역서를 통해 관련 담론과 실천을 분석한다. 당대 ‘악서’의 기준은 내용적·장르적 통속성, 중역이나 무단 복제 등 비윤리적 생산과 유통, 원천 문화의 일본성에 있었다. 일본 대중소설 번역물은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대표적인 ‘악서’로, ‘반일정책’이 막을 내린 4·19 이후 출판시장에 범람하면서 식민지 트라우마를 자극했다. 그러던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를 계기로 그 기준은 재편되었다. 이 지정학적 변화는 문화적 정당성의 기준을 ‘반일’이라는 민족적 감정에서 저작권과 근대적 출판 윤리의 문제로 이동시키는 계기였다. 이와 동시에 그것은 ‘양서’ 체제에 잠재해 있던 국가의 교양주의적 통제와 시장의 상업주의적 욕망 그리고 대중의 쾌락에 대한 요구 사이의 긴장을 수면 위로 드러냈다. 이 글은 ‘악서’의 문화정치가 지정학적 질서, 문화적 지배 집단의 기획, 시장 논리, 독서 욕망의 상호작용 속에서 역동적으로 발현되고 있었음을 밝힌다. 더불어 기존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악서’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양서’ 체제의 한계와 균열, 그리고 민족문화와 근대화라는 담론 체계 바깥으로 향하던 상업주의와 대중의 욕망을 조명한다.

keywords
악서, 번역 출판, 교양의 문화정치, 문화적 정당성, 1960년대, bad books, translation and publication, cultural politics of Cultivation, cultural legitimacy, 1960s

대중서사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