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본 연구는 박해영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를 신자유주의 시대를 탈주하는 ‘노동자의 해방일지’로 독해하려는 시도다. 본고는 <나의 해방일지>를 작가의 전작, 전작 <나의 아저씨>를 넘어서려는 시도로 해석한다. <나의 해방일지>는 삼안 E&C라는 대기업에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 박동훈과 파견직 사원 이지안의 연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드라마에서 회사의 대표인 도준영이 가정을 위협하고, 진급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는 만년 부장 박동훈은 이지안의 도움을 받아 상무로 진급하게 된다. 그리고 박동훈의 도움으로 이지안은 할머니를 요양원에 모실 수 있게 되고, 불법 대부업체와도 연을 끊고 후계동 공동체의 조력을 받게 된다. 최종적으로 결말에서 박동훈이 자신이 새로 세운 회사의 대표가 되고, 이지안은 정규직 근로자가 되면서 해피엔딩을 보여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연대가 불법 도청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 도청을 매개로 인연을 맺은 박동훈이 우연히도 그리고 다행히도 도덕적인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드라마는 그 한계를 드러낸다. 드라마는 두 가지 과제를 남긴다. 불법 도청과 같은 방식으로 타인의 속마음을 헤아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프레카리아트 여성의 주변에 박동훈과 같은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지안을 괴롭히는 광일과 같은 인물만 주변에 있다면 프레카리아트 여성은 누구와 연대하고 어떻게 해방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고민의 지점에서 파생된 작품이 <나의 해방일지>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 산포에 살며 긴 출퇴근 시간에 시달리는 미정은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연인 때문에 뜻하지 않은 부채를 지고 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회사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는 프레카리아트 여성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미정은 구씨에게 추앙을 명령한다. 실제로는 <나의 아저씨> 속 광일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씨이지만, 구씨의 과거 이력에 대해서 묻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타인을 응원하고 배려하는 방식의 ‘추앙’을 통해 두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한 모멸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배려하는 자기의 테크놀로지를 보여준다. 그리하여 박해영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에로스가 불가능한 시대에 단순히 연민을 기반으로 한 공감을 넘어서 ‘자기 해방’이라는 ‘윤리로서의 정치’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