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738-3188
정착민 식민화는 정착민 국가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권력을 계승, 확장, 자연화하는 글로벌 통치 체제에서도 유지되는 특정 방식의 생명정치를 생산한다. 그 방식은 종종 인간과 비인간을 포괄하는 다종 권력관계의 정동적 조율로서 나타난다. 이러한 조율에 의해 구체화된 장소가 바로 생츄어리다. 생츄어리를 정착민 식민주의적 생명정치의 지형도에 배치하기 위해, 이 글은 다른 역사적-지리적 배경을 가진 두 편의 작품 노다 사토루의 만화 <골든 카무이>와 고연옥의 희곡 <처의 감각>을 비교한다. 두 작품을 통해 인간-동물 상호작용이 어떻게 정착민 식민주의적 정동지리의 (재)형성, 특히 생츄어리 만들기 과정을 의미화하는지를 살핀다. <골든 카무이>는 아이누 곰 신화의 재서사화를 통해 다종 공존의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그 신화가 정착민 서사로 전유되는 순간 탈식민적 잠재력은 제도적 질서 속에 귀속된다. 반면 <처의 감각>은 ‘감금형 농장’의 정동이 사회 일반으로 확장된 세계를 그려내며, 돌봄과 통제가 중첩된 폭력의 체계 속에서 재야생화의 감각을 실천한다. 전자가 ‘포섭된 다종성’을 보여준다면, 후자는 ‘거부로서의 공존’을 상상한다. 이러한 대비를 통해 이 글은 신화와 생츄어리가 역사적 기억과 정동적 실천의 순환 구조를 이루며, 식민적 생명정치의 질서에 균열을 내는 탈식민적 사유의 두 축으로 작동함을 밝힌다. 나아가 인간과 동물, 토착성과 식민성, 정주와 이동이 서로 뒤섞이는 정동 체제의 재배치 속에서 종간 연대의 변혁적 정치를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