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ISSN 2671-8197
- E-ISSN 2733-936X
이정환은 등단 이후부터 자신의 수인생활의 경험을 집중적으로 담아내며 작가의 길을 걸었다. 그가 지속적으로 천착해 온 문제는 불가해한 국가 폭력으로 젊은 날 수인 생활을 해야 했던 자신의 삶이며, 근대화 속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이들의 불안과 상처였다. 그런 그에게 이야기는 자신의 상처와 맞대응하며 자신의 시간을 이해하고 치유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었다고 볼 수 있다. 서사적 존재인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야기의 욕망을 지니고 있으며, 인간은 그러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정합적으로 이해한다. 그럴 때 자신의 체험을 위주로 한 자전적 서사는 자신의 삶과 행위의 정당성을 얻고자 하는 작가의 전략적인 서술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정환의 소설집 『까치방』에 수록된 감방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 또한 그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자전적이다. 장기수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정환의 소설은 그가 경험했을 실존적 한계 상황을 연상하게 만들고, 그런 기억이 작가에게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으로 짐작하게 한다. 따라서 자신이 처했던 상황을 강박적으로 그려냈던 그의 자전적 서사는 작가 스스로가 자신의 이야기를 최대한 공감의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면서 스스로도 자신의 삶을 이해하고자 했던 불가피한 시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과정은 현재적 관점에서 과거의 이야기를 통해 미래의 시간 속으로 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작가는 자신의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들에 의미를 부여하며 자신의 삶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이정환은 특정한 누군가보다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아니면 자신을 대상으로 자전적인 이야기를 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불가해한 시간을 이해하고 그 시간들로부터 상처를 치유해 갔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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