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ISSN 2671-8197
- E-ISSN 2733-936X
『삼국유사』는 제목에서 ‘삼국의 유사’임을 밝혔음에도 「기이」편의 앞부분에 ‘삼국 이전’의 역사와 관련된 조목들을 열 편 이상 수록하고 있다. 이 조목들은 단순히 역사적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되어 있는 것도 아니며, <신라시조 혁거세왕> 이후의 조목들과 글쓰기에서도 차이가 난다. 이런 독특한 구성과 글쓰기를 분석하고 그 의미를 밝히는 것이 이 연구의 목적이다. 일연은 「기이」편의 앞부분에서 삼국 이전의 역사적 사실을 주로 설명과 논증의 방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는 <신라시조 혁거세왕> 이하가 거의 서사라는 점과 대비된다. 사실을 전달하는 설명과 주장의 타당성을 증명하는 논증이 쓰인 것은 지리적 정보를 제시하기 위해서였다. 이 지리적 정보는 두 개의 큰 흐름을 보여주는데, 하나는 <고조선>에서 <오가야>까지이며 다른 하나는 <북부여>에서 <우사절유택>까지다. 이 두 갈래는 고대사가 북방의 대륙에서 남방의 해양으로 지리적 이동을 해온 역사임을 공통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이는 일연이 ‘삼국 이전’의 역사를 단순히 시간적 흐름에 따라 이해하지 않고 지리적 변화와 아울러 파악했음을 의미하며, 왕권이나 정치체의 계승이 아닌 다른 계통을 세우려 했음을 의미한다. 고대사를 북방에서 남방으로, 대륙에서 해양으로 전개되거나 이동한 역사로 본 것이다. 일연이 고대사의 흐름을 지리적 이동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것, 즉 역사지리적으로 파악한 것은 매우 독창적이면서도 뛰어난 인식이다. 이를 부실하고 불충분한 자료로 말미암아 고대사의 전개를 온전하게 서술할 수 없었던 한계에서 나왔다고 볼 여지도 있으나, 그보다는 한국의 고대사가 ‘대륙에서 해양으로’ 지리적 이동을 한 역사임을 통찰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三國遺事』. 민족문화추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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