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ISSN 2671-8197
- E-ISSN 2733-936X
이 연구는 막부 시기 일본에 입국한 그리스도교의 마지막 선교사 죠반니 시도티 신부를 심문한 유학자 아라이 하쿠세키의 그리스도교 척사론을 분석한다. 본 연구는 하쿠세키의 그리스도교 척사론 안에 일본의 대외관계에 대한 인식, 서구과학과 지리에 대한 관심, 교황청의 아시아 선교 정책 등 다양한 맥락이 교차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시도티의 일본행은 교황청의 공식 파견은 아니었지만, 개인적 원의와 교황청의 비공식적 인정, 중국에 외교 사절로 가는 투르농 대주교의 지원 및 필리핀 주재 스페인 총독의 지원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는 그리스도교가 일본을 침략할 것이라는 대중적 통설을 수정하고, 일본 선교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일본에 입국한다. 이 연구에서는 하쿠세키의 심문기록인 ‘서양기문’을 중심으로 그의 그리스도교 비판을 주된 분석 대상으로 삼으며, 그가 세 가지 논리적 구조와 흐름 안에서자신의 척사론을 전개하는 과정을 고찰한다. 첫째, 그리스도교 교리의 논리는 비합리적이며 주술적 성격을 지닌다. 둘째, 그리스도교 교리는 불교의 아류이므로그 가치가 낮다. 셋째 그리스도교 교리에 배태된 인간 평등 사상은 일본 사회의질서 유지를 위한 충효의 유교적 규범을 위태롭게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하쿠세키는 최종적으로 그리스도교 금지 정책이 타당함을 재확인한다. 시도티와 하쿠세키의 만남은 그리스도교로 대변되는 서구 정신과 동아시아 유교 정신 간의 긴장 관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16세기 초부터 시작된 예수회 선교사들과 동아시아 지배 엘리트 계층 간의 관계는, ‘화혼양재’라는 이념적 긴장, 즉서구의 ‘그리스도교 정신’(형이상학)을 주입하려는 서양인들과 그들의 ‘과학기술지식’(형이하학)만을 받아들이려는 일본인들 사이의 갈등 속에서 전개되었다. 하쿠세키의 척사론에 투영된 서구와 동아시아 문명 교섭 담론의 긴장 양상은 중국과 조선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된다. 결국, 하쿠세키의 그리스도교에 대한 인식과 비판은 초기 근대 서구 문명에 대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인식의 보편적 특징을 명확하게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