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1967년 조선일보 연재소설 전병순의 『또 하나의 고독』은 베스트셀러이자 제5회 한국여류문학상 수상작으로서 대중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작품이었으나 당시 문단의 관심도 이후 학술적 평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1960년대의 신문연재라는 조건은 여성작가의 소설 쓰기에 있어서 제약이자 기회로 작용했는데, 신문소설은 상업적이고 통속적이라는 낙인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여성작가들에게 글 쓸 기회를 제공했고 대중들의 관심을 끌고 각성을 도모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하나의 고독』은 대중 독자의 구미에 맞추기 위해 익숙한 연애소설 플롯에 불륜이라는 자극적 소재를 채택하면서도 당시 신가족주의가 정상성 규범으로 자리잡아가는 사회 분위기에서 불온한 사랑을 재배치하며 ‘낭만적 사랑’이라는 유일한 생애 각본에 불화하는 정치성을 보여준다. 인물의 삼각관계에 기반하는 이 소설에는 경옥의 결혼 이야기와 수진의 사랑 이야기라는 두 개의 서사가 영재를 공유하며 겹쳐 있다. 경옥은 ‘성–사랑–결혼’을 하나로 묶는 ‘낭만적 사랑’의 각본을 성실히 수행하지만, 정상 가족 규범의 충실한 이행은 경옥이 기대하던 행복을 담보하지 못한 채 여성의 의존성과 주체성의 결여를 초래한다. 가족제도 외부에 놓인 수진의 사랑은 정상성 규범을 다르게 살아내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공적 영역에서 생활의 터전을 확보하고 경제적 자립이 가능하기에 남자와의 관계에서 자율성이 확보되고 그로 인해 진정한 사랑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이 『또 하나의 고독』은 갇힌 주부의 삶을 통해 신가족주의 레짐의 실상을 드러내고 그를 대체하는 사랑의 재발명을 시도하는 공론장의 역할을 해낸다. 그리하여 가부장제와 결탁한 개발주의 근대화의 논리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여성주의 윤리가 필요함을 제안한다. 살만한 삶을 위하여 여성을 사랑의 주체로 설정하고 ‘진정한 사랑’을 보편 윤리로 도입하고자 한 『또 하나의 고독』은 당시 여성 작가에게 지정된 ‘여류’ 문학장에서 거둘 수 있었던 중요한 성취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