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N : 1229-4632
한국문학장이 한일협정을 전후하여 ‘일본’을 등장시키는 소설을 다수 생산했다는 점은 이미 하나의 경향으로서 지적되었으나, 이는 주로 남성 작가의 문학적 실천을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다. 하지만 제국주의 치하에서 황국‘소녀’ 혹은 황국‘처녀’로서 성장해야 했던 여성들이 ‘해방’을 기점으로 가부장적 공동체로부터 탈주하는 새로운 삶을 상상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여성 작가들의 식민지 기억은 젠더적 관점에서 교차적으로 읽힐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식민지기에 유년을 보내고 해방 이후 등단하여 1960년대에 활발히 활동한 여성 작가들을 ‘해방세대’로 범주화하고, 이들이 식민지 경험을 호출하는 방식을 살펴본다. 해방세대 여성문학은 공통적으로 1960년대라는 시차(時差)를 두고 식민의 유년을 소환하면서도, 이를 서로 다른 시차(視差)를 지닌 기억으로 서사화한다. 손장순의 「다께다 선생」과 박순녀의 「아이 러브 유」는 학교를 식민지적 여성성의 훈육 공간으로 제시하는 동시에 일본인 교사와의 양가적인 친밀감을 통해 기억의(비)동일성을 드러낸다. 반면 강신재의 「점액질」과 전병순의 「인간의 운명」은 비규범적인 여성 섹슈얼리티에 부과되는 수치심을 형상화하면서도, 그 감정의 기원을 (불)확실하게 처리함으로써 여성 억압이 식민-해방-냉전으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동일한 논리로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해방세대 여성문학은 여성(성)이 지속해서 (재)배치되는 과정을 환기함으로써 한국사회가 직면한 탈식민적 물음을 복합적 책임의 차원에서 사유하도록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