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ISSN 2671-8197
- E-ISSN 2733-936X
이 연구는 1970년대 대중매체를 통해 형성된 아파트에 대한 이미지와 서사에 주목하며, 당대 미디어들이 ‘아파트’라는 새로운 주거 공간을 극무대로 재생산하고 있었음을 밝히고자 한다. 우선 신문 사회면의 각종 사건사고의 배경으로 등장한 아파트를 탐사하며, 맨션 및 시범아파트와 같은 최신식 주거공간이 핵가족의 보금자리, 중산층의 ‘스위트홈’으로 형상화된 양상을 살핀다. 당시 신문기사들은 연기하는 불청객—지인이나 경비원 사칭 및 선물을 든 방문자—들이 아파트 내부에 ‘침범’해 현금 및 물건을 훔치며 거주자에게 위협을 가하거나 어린이와 노약자를 살해하는 사건들을 다루는데, 그 방식은 아파트 내부로 확대경을 들이대는 행위와 유사하다. 그러한 렌즈를 통해 이러한 고급 아파트에 누가 어느 정도의부를 갖추며 살고 있는지, 아파트 동 호수 및 거주자의 실명과 직업, 그리고 도난된 품목 등을 고스란히 노출한다. 이 과정에서 가정주부들은 아파트 내부에서 아이들의 돌봄을 담당하는 책임을 부여받는다. 이렇게 아파트 ‘방범’은 기혼 여성(가정주부)의 소임으로 젠더화된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현지처’와 관련 사건들 역시 1970년대 중반 신문 사회면을채우며, 고급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치정과 살인사건을 일종의 ‘미디어 이벤트’로구성했다. 소위 정상가족이라는 궤도에서 벗어나 닫힌 아파트 공간에 기이하게거주하는 ‘현지처’는 사회적 낙인의 캐릭터가 되고, 이들의 불온한 관계를 사건으로 축으로 아파트 내부는 하나의 극무대로 변형된다. 실재와 허구의 경계 사이의 긴장 사이에 놓인 ‘현지처’라는 서사는 그 자체로 생명력을 지닌 채, 다른 매체로 전염 및 재생산되는 대중문화의 두터운 텍스트가 된다. 특히 1970년대 ‘호스티스 영화’를 비롯하여 아파트에 기거하는 ‘불온한’ 여성들을 다룬 대중영화들은와이드스크린 안에 가득 채워진 아파트 실내 풍경과 이 여성들의 신체를 통해 이여성들이 아파트를 점유하고 넘나드는 지를 그려 낸다. 이들 영화에서 아파트는이 여성들의 ‘밀실’로 묘사되고, 그녀들은 그 안에서 중산층 기혼 여성을 연기하거나 혹은 이를 거부하며 아파트라는 건축적 신체와 불편하고 기이한 동거를 한시적으로 지속한다.